[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배우 임강희가 한경텐아시아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임강희가 한경텐아시아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무대에 오르기 전 배우 임강희는 ‘잘 살다가 나오자’고 읊조린다. 무대 위에서, 또 캐릭터 안에서 삶을 충분히 표현해내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이 그의 일이자 행복이다. 2003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데뷔한 그는 잘 버티고 버텨 어느덧 경력 10년이 훌쩍 넘은 배우로 성장했다.

둔하지 않은 성격 탓에 남몰래 눈물짓기도 했지만, 이제는 웃는 일이 더 많다. 항상 새로운 것을 갈망하던 그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의 레이디를 만나며 확 달라졌다. 강렬한 쇼걸로 변했다가, 능청스럽고 애교 많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임강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파격적인 변신을 원한다. 그의 다음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10. ‘카포네 트릴로지’가 반환점을 돌았다. 조금 익숙해졌나.
임강희 : 매 공연이 떨리고 헷갈린다.(웃음) 관객과의 거리가 가깝고, 관객들의 분위기와 공기의 흐름에 따라 공연이 달라지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느 없다. 흐름을 타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하려던 걸 하면 튕겨져 나가니까.

10. 그래도 첫 공연 때보다 거리에 대해서는 담담해졌을 것 같은데.(웃음) 첫 무대는 어땠나.
임강희 : 정말 많이 떨렸다. 하고 나니까 재미있더라. 관객 반응이 날마다 다르니까 그것도 신선하고. 다만, 분위기가 따라오지 않는 날은 버거운 느낌도 있다.

임강희/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임강희/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특히 ‘로키’에서 빛나던데.

임강희 : 세 명의 배우들이 가장 즐기면서 하는 이야기가 ‘로키’다. 연습할 때는 사실 가장 걱정한 에피소드였다. 셋 모두 코미디 장르를 해보지 않아서 더 고민했다. 주위에서 놓으라고, 공연에 들어가면 좋아진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첫날은 무척 떨렸는데, 점점 재미있다. 관객들의 웃음과 상대 배우들에게 에너지를 받는다.

10. 선택할 때는 고민하지 않았나.
임강희 : 사실 초연 때 기회가 닿을 뻔했다. 이후 재연을 한다고 해서 욕심이 났다. 하자고 연락을 주셔서 흔쾌히 하겠다고 했고. ‘루시퍼’와 ‘빈디치’만 봤는데…(웃음) ‘로키’를 봤다면 달라졌을까.

10. 하고 싶었던 작품인 만큼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겠다.
임강희 : 우리끼리 연습할 때는 굉장히 어려웠다. 이후 초연 팀이 완성된 공연을 보여주니까 갑자기 그때부터 확 부담이 됐다. 아무래도 비교가 될 테니까. 그럴수록 더 느끼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호흡에 따라 달라지는 공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압박감이 심했다. 예민한 성격 탓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내 것을 보여주자’고 또 한번 마음을 먹었고, 많은 걸 찾은 작품이다.

10. 첫 공연 전날은 어땠나. 그래도 초연 팀이 도움을 많이 줬을 것 같은데.
임강희 : 도망가고 싶었다. 그런데 여유가 있어야 도망도 가는 거다.(웃음) 같은 역할의 김지현 배우는 잘 하기도 하지만 느긋한 성격이다. 정말 많은 걸 도와줘서 고마웠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팁을 그냥 얻었다. 공연 준비를 하면서 수험생의 기분을 느꼈지.(웃음)

10. 뮤지컬 무대에 주로 서다가, 최근에는 연극을 많이 하고 있다.
임강희 : 이전에 연극 ‘프라이드’를 했는데 그때 계속 헤맸다. 스트레스도 정말 많이 받았고. 계속 해야 하나? 싶었을 정도였지만 거기서 배운 게 정말 많았다. 나중에 공연이 끝날 때 즈음에는 많이 달라져 있더라. 그걸 하고 난 다음 ‘카포네 트릴로지’를 만났기 때문에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임강희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로 돌아왔다.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임강희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로 돌아왔다.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카포네 트릴로지’는 체력도 굉장히 필요로 하는 작품인데. 특별히 관리하는 게 있나.

임강희 :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컵 마시기 정도? (웃음) 체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운동을 꾸준히 했는데, 요즘은 더워서 그마저도 좀 쉬고 있고. 그래도 공연 전 해놓은 운동 덕분인지 아직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

10. 빠른 템포에 감정선도 깊고, ‘카포네 트릴로지’에 적응하기 힘든 지점이 있을 것 같은데.
임강희 : 여자는 옷을 갈아입을 때 속옷까지 다 바꾼다. ‘루시퍼’에서 ‘빈디치’로 넘어갈 때는 안대까지 해야 하니까, 아주~(웃음)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갈 때 겨우 15분이 주어지니까 바쁠 수밖에 없다. 생소한 외국 사람의 이름이 많이 나와서 헷갈린다. 종종 실수가 나와서 옷을 갈아입을 때 이름을 한 번씩 되뇌면서 정리한다. 희한한 게 작품이 너무 힘든데 끝나가는 게 아쉽다.

10.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작품을 할 때 힘들겠다.
임강희 : 작품 안으로 많이 들어가는 성격이라 그렇다. 지금은 조금 분리해서 생각하게 됐는데, 여전히 캐릭터에 깊게 몰입한다. ‘프라이드’를 끝내고 한 달 동안 뉴욕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많은 걸 보고, 살고 있는 이들의 생활 방식도 느끼고 싶어서 긴 기간 혼자 여행을 즐겼다.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한 가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떠났다. 거기서도 공연을 봤는데, 자유로움을 표현해내는 방식에 있어서 배울 점이 많았다.

10. 작품을 끝내고 여행을 통해 비우는 건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래야 또 채울 수 있으니까.
임감희 : 여행을 굉장히 좋아한다. 스페인도 한 달 동안 다녀왔고 일본, 홍콩 등 여러 나라를 길게 다녀오는 걸 좋아한다. 적어도 10일 정도.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좋다.

10. 빠져나오기 유독 힘들었던 작품도 있을 것 같다.
임강희 :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가 그랬다. 너무 빠져서 아프기까지 한 작품이었다. 캐릭터가 들어왔다가 빠져나간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작품은 정말 힘들었지만 내게 많은 걸 줬다.

임강희/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임강희/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작품도 있나.

임강희 : 다 하고 싶다. ‘프라이드’가 다시 돌아온다면 또 해보고 싶다. ‘모차르트!’는 삼연까지 하고 이번 사연은 참여하지 않았다. 삼연까지는 새로운 것이 쌓였는데 사연에는 그럴 것 같지 않아서였다. 배우들의 욕심에는 ‘저 캐릭터는 나밖에 못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런 건 없다. 다른 배우가 했을 때 더 잘할 수도 있다. 내게 ‘왜 힘든 것만 해요?’라고 묻기도 하는데, 선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번엔 뭔가를 좀 얻어야겠다 싶으면 그 작품을 하는 거다.

10. ‘카포네 트릴로지’의 ‘로키’ 에피소드를 볼 때, 객석을 한 번 봤다. 모든 사람들의 눈이 임강희라는 배우에게 향해있는 장면에 소름이 돋았다.
임강희 : 배우로서는 나를 보지 않는 게 더 무섭다. 나에게 집중하고 있구나, 내 마음과 감정이 하나 됨을 느꼈을 때 짜릿하다.

10. 데뷔한지 13년이 지났다. 여전히 배우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나.
임강희 : 이 길을 택한 건 후회해본 적 없다. 다만, 여배우로 산다는 게 쉽지는 않다. 버티는 것이 힘들긴 했는데 무대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스스로 잘 버텼구나, 단단해졌구나라고 느낀다. 어느 순간부터 조금 울고, 덜 상처받으면서 ‘이건 좀 지나면 없어져’라고 생각하며 의연하게 대처할 때 스스로 ‘단단해졌구나’, ‘어른이 돼가고 있구나’ 싶다.

10. 버티는 사람이 강하다는 말, 시간이 지나면서 더 와 닿는 것 같다.
임강희 : 그 말의 의미를 서른 넘고 깨달았다. 버티라는 말이 참 싫었는데, 여배우로 버티는 건 정말 힘든 거다. 그냥 버티라는 게 아니라 ‘잘’ 버티는 것. 편한 길,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도전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난 그게 정말 재미있고, 그렇게 버텨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일을 개척해서 지루할 틈 없이 부족함을 깨닫고 갈 수 있었던 거지.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10. 늘 비교와 평가를 받는 직업이고, 선택을 하기보다 당하는 입장인 만큼 그걸 받아들이기까지는 쉽지 않겠다.
임강희 : 비교적 욕심을 빨리 버린 편이다.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걸 하자, 힘들지만 인정했다. 질투심과 더불어 나는 이제 없어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그걸 털고 나와야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다. 오히려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맡고 편해졌다.

10. 10년이라는 산 중턱을 넘어서면서 스스로 달라진 걸 많이 느끼겠다. 배우로서도 물론이고.
임강희 : 열심히 할 거야, 최고가 될 거야 라는 꿈을 안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진중해진 것 같다. 더 무서워지기도 했고, 하루하루 쉽지 않은 길이다. 좋아하는 걸 넘어서 약간의 사명감도 있다. 이 일에 대한 마음이 경건해졌다.

임강희/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임강희/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바라보는 후배들이 많아서 책임감도 커질 테고.

임강희 :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지라는 사명감은 아직까지 크지 않다. 근데 여동생이 배우 임화영이다. 동생에게 부끄럽지 않은 언니, 배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또 얻어 가게 할지에 대한 사명감도 있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10. ‘카포네 트릴로지’로 많은 걸 얻었고, 다음 행보도 기대된다.
임강희 : 다음 작품은 새로운 모습은 아닐 것 같은데, 뮤지컬을 선택할 것 같다. 노래를 전공했는데, 연기의 길을 걸으면서 내려놨다. 드라마적 연기에 욕심이 있어서 집중하다 보니까 노래가 좀 망가졌다.(웃음) 레슨을 받고 이번에는 뮤지컬을 하면서 좀 다지려고 한다.

10.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임강희 : 삶이 보이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관객들에게 ‘임강희가 지금 저 안에서 살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고 싶다. 음악극 ‘더 코러스-오이디푸스’를 할 때 서재영 연출이 ‘화이팅’이 아닌 ‘잘 살고 나오자’라고 하더라. 그게 마음속에 깊게 와 닿아서 지금도 공연 들어가기 전에는 ‘그 안에서 잘 살고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한다. 맡은 인물의 삶이 보이는, 삶이 묻어나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 삶을 춤췄으면…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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