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하정우와 오달수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터널’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하정우와 오달수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터널’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헬조선’. 한국은 지옥과 같은 나라라는 신조어다. 그렇다면 ‘헬조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실제 재난이 닥친다면? 영화 ‘터널’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장르 비틀기의 귀재’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쉬이 대답하기 어려운 이 문제를 적절한 유머와 함께 영리하게 펼쳐냈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김성훈 감독과 배우 하정우·오달수가 참석했다.

‘터널’은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싼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2013년 발간된 소설 ‘터널'(작가 소재원)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김 감독은 과거에 일어났고 아마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대한민국의 정치·사회적 사건과 이면을 반영한 인물들과 장면들로 예상하지 못했던 웃음을 선사한다. ‘터널’이 ‘세련된’ 재난 영화로써 빛나는 지점이다.

김 감독은 재난 영화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자연스럽게 흐르는 유머에 대해 “어떠한 이야기에도 유머가 들어가면 관객들에게 (영화를) 전달하기 편하다고 봤다. 재난 상에 빠진 인물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웃음이나 아이러니가 있다면 전달하는데 훨씬 수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는 유머 코드에 대해서는 “조선 시대에도 그렇고 풍자는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다. ‘터널’은 가려운 데를 긁어주고 같이 웃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현시대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전했다.

눈을 떠보니 무너진 터널 안에 갇혀버린 남자 ‘정수’를 연기한 하정우는 이번에도 마치 캐릭터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하정우는 애드리브를 더해 맛깔나는 욕으로 현실감과 유머를 더하는가 하면, 터널에 같이 갇힌 강아지하고도 찰떡같이 잘 맞아떨어지는 연기를 선보였다. 하다못해 개하고도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을 보여줄지 누가 알았겠는가.

하정우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 대해 “‘이정수’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감독님과 많이 고민했다. 나라면 하루종일 울고만 있지는 않고 어떻게든 적응에 나가고 뭔가 마음을 둘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그 때 그 때 연기를 했었던 것 같다. 터널 안에서의 정수가 오히려 강한 삶의 의지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려고 하고, 터널 밖의 긴박한 상황들과 대비가 될수록 고통과 아픔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좀 더 느슨해지려고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구조 본부 대장 ‘대경’ 역의 오달수는 ‘천만 요정’이라는 수식어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여 동조하게 만들 만큼 감칠맛나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간 보여줬던 코믹한 모습보다 조금은 더 진중한 ‘대경’으로 분한 오달수를 보는 것 또한 이 영화의 숨겨진 관전 포인트다. ‘정수’의 구조를 기다리는 아내 ‘세현’ 역할을 맡은 배두나는 리얼한 민낯으로 갑자기 재난에 처하게 된 가족을 기다리는 초조함과 간절함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김 감독은 “배두나는 ‘세현’의 감정을 자신에게서 꺼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그녀 덕분에 남은 자의 슬픔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영화 ‘터널’은 오는 10일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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