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신의 직장’ 홈쇼핑 화면 / 사진제공=SBS
‘신의 직장’ 홈쇼핑 화면 / 사진제공=SBS
SBS 새 파일럿 예능 ‘신의 직장’이 지난 1일 방송된 가운데 연출을 맡은 박미연 PD가 타사 프로그램과의 유사성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박 PD는 2일 텐아시아에 “‘신의 직장’은 ‘어서옵SHOW’가 방송되기 전부터 기획해왔던 프로그램이다. 이후에 ‘어서옵SHOW’가 나와서 그 색깔을 지우기 위해 원래 보여주고자 했던 것과는 살짝 다른 장치들을 넣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가수 루시드폴이 홈쇼핑에서 음반과 귤을 파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실제 홈쇼핑에서 토크도 하고 공연도 하는 라이브한 방송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박 PD는 ‘신의 직장’을 본 시청자들이 ‘무한상사’와 ‘어서옵SHOW’를 떠올리는 것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혼자 파일럿을 준비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힌 그는 미숙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에 따르면 ‘신의 직장’ 기획안은 2월 제출됐다. 3월 기획안이 통과됐으나 다른 프로그램에 묶여 있어 바로 준비할 수 없었다. 이후 5월, KBS2가 스타 재능 기부 홈쇼핑 프로그램 ‘어서옵SHOW’를 먼저 선보였다. ‘어서옵SHOW’는 재능을 가진 스타들이 출연해 끼를 뽐내고 이를 본 시청자들의 문자투표(100원)를 통해 1위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문자 수익금은 1위가 원하는 곳에 기부된다.

박 PD는 “원래는 의뢰인의 등장도 없었고, 직장 풍경처럼 꾸며진 콩트식의 진행 방식도 아니었다. 출연자가 홈쇼핑에 등장해 토크와 공연을 보여주면서 직접 제작한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의 진행을 원했다”며 “그런데 ‘어서옵SHOW’가 나오면서 그것 만으로 가기에는 부족하다는 반응이 있었고 법적으로도 SBS에서는 생방송 중 물건을 팔 수 없다더라. 어쩔 수 없이 그런 콩트 형식을 추가해 녹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수근, 존박 / 사진제공=SBS
이수근, 존박 / 사진제공=SBS
결국 ‘신의 직장’ 출연자들은 가상의 회사 안에서 직급이 나뉜 회사원들로 등장해 상황극을 펼쳤고, 신현준과 김광규는 의뢰인으로서 각각의 사연이 담긴 물건을 들고 등장했다. 신현준은 자신의 연기 인생을 담은 책 ‘배우, 연기를 훔쳐라’와 뮤지와 함께 낸 음반 ‘히어로’를, 김광규는 2014년 발매한 자신의 트로트 앨범 ‘열려라 참깨’를 의뢰했다. 두 사람 모두 각각의 아이템에 담긴 의미와 사연을 밝혀 감동을 자아냈다. 회의 결과, 신현준의 물건에는 행복(세잎)과 행운(네잎)의 뜻이 담긴 클로버와 스타들의 친필 사인이 코팅된 책갈피를, 김광규의 물건에는 손수 제작한 냉장고 바지를 묶어 각각 100개씩 팔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달 18일 오전 2시 생방송된 롯데 홈쇼핑을 통해 판매됐다.

완판 소식은 미리 전해졌고, 이후 녹화 방송으로 그려진 ‘신의 직장’에서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클로버 100개를 찾아 나선 이수근·존박의 모습과 냉장고 바지 100개를 제작하기 위해 동대문 원단시장부터 재봉학원까지 직접 다니며 바지 제작에 나선 육중완·김종민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대해 박 PD는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을 언급하며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그는 “냉장고 바지 제작을 위해 인턴 사원으로 투입된 방탄소년단 제이홉과 지민이 실제로도 정말 열심히 해줬다. 홈쇼핑에서 팔린 제품의 대부분은 두 사람과 재봉 선생님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방탄소년단) 스케줄상 홈쇼핑에 참여하지 못해 너무나 아쉬웠다. 홈쇼핑까지 함께 했다면 더 뜨거운 반응이 나왔을 거라 생각한다”며 “방탄소년단 팬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 상품이 소개되기도 전에 품절이 된 사태는 팬들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육중완과 김종민 역시 집에 미싱을 가져가 재봉에 매달리는 열정을 보여줬다. 재택 근무까지 하면서 꼬박 2~3일간 재봉에 매달렸고 촬영까지 했는데 방송 분량 문제로 부득이하게 편집됐다”며 “직접 클로버를 찾아 나선 이수근과 존박 역시 정말 고생이 많았다. 방송에 나오진 않았지만 최종적으로 네잎클로버 30여 개 정도를 찾았다. 그 중에서 쓸만한 걸 고르다보니 20여 개가 됐고, 나머진 세잎클로버로 채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 PD는 “실제로 생방송을 통해 물건을 판다는 게 가능한지 궁금했고, 또 스타들이 땀과 노력을 담아 만든 물건들을 시청자가 얼마나 구매할까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현실적으로 생방송이 불가능했다는 사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라며 “단순히 흉내만 낸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노동의 의미도 담고 또 그 물건을 소비자가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으니, 어느 정도는 이룬 셈이다”라고 소감을 덧붙였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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