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이정재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가진 영화 ‘인천상륙작전'(이재한 감독)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정재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가진 영화 ‘인천상륙작전'(이재한 감독)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올여름, 배우 이정재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했다. ‘인천상륙작전’에서 이정재는 집요하고 냉정한 북한군 인천방어사령관 림계진의 눈을 피해 첩보 작전을 펼치는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를 연기했고, 이재한 감독은 그를 ‘아름다운 배우’라고 말했다. 보는 이를 순식간에 전쟁영웅의 내면 깊은 곳까지 이끄는 장학수를 만난다면 작품에 대한 통찰력과, 어떤 대사를 하더라도 느껴지는 설득력으로 그를 아름답게 기억했다는 이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정재는 ‘신세계'(2012), ‘관상'(2013)에서 보여줬던 폭발적인 힘은 그대로 간직한 채 전혀 다른 색깔을 그려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제는 해본 장르보다 안 해본 장르를 찾기 힘든 베테랑이지만, 그는 아직도 연기를 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했다. 그 천진하고 순수한 열망은 데뷔 후 23년의 세월에도 바래지 않았다. 언제나 전보다 다른 색깔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정재의 작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10. 영화 ‘관상'(2013)부터 ‘인천상륙작전’까지 시대극을 주로 해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건가.
이정재: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대극이 가지고 있는 어떤 극적인 요소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시대극은 힘들다.(웃음)

10. 데뷔한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현장에서도 리더 역할을 해야 하지는 않았는지.
이정재: 리더 역할이 더 힘든 것 같다. 현장에서도 리더 같은 역할을 해야되는 부분이 실질적으로 있더라. 나 혼자 연기할 때하고는 다른 것 같다.

10. 리암 니슨이 방한했을 때 당신 칭찬도 많이 했다.
이정재: 워낙 젠틀한 분이라 사람 기분 좋게 만들려고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웃음) ‘인천상륙작전’ 기자간담회 이후 잠깐 티타임을 가진 적이 있는데 그때 열심히 잘 했다고 말해주시더라. 영화 편집본을 이재한 감독이 직접 보내줘서 미국에서 봤다고 좋았다고도 했다. 칭찬보다는 격려겠지.

10. 맥아더 장군과 장학수 대위가 만나는 장면은 원래 없었지만 추가된 신이라고 들었는데, 감정을 자극하는 신이기도 하다. 소감이 궁금하다.
이정재: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맥아더 장군과 장학수가 아무리 같은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계급 차이가 많이 나서 만난다는 설정이 현실적이지 않기는 하다. 하지만 70%정도는 그래도 영화상 만났으면 좋겠다는 느낌이었고, 30%는 할리우드 배우와 함께 호흡을 한번 맞춰봤다는 데서 또 다른 감정이 전해지더라.

10.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할리우드 활동 계획은 없는가.
이정재: 지금은 없다. 그럴 기회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쉽지는 않을 거다. 사실 중국 영화도 한번 찍었고 2주 전에 개봉을 했다. 또 홍콩이나 중국 영화 출연 제안도 현지에서 십 몇 년 전부터 들어오기는 했었다. 그 쪽 제작 스케줄에 안 맞아서, 시나리오가 조금 마음에 안 들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못하다가 하게 됐다. 또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하며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할 수도 있겠지.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람들도 있으니까. 나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 같다.

배우 이정재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정재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연기를 하면서 작품에 의견이 반영된 것이 있나.
이정재: 나는 사실 실화에 너무 영화적인 요소를 가미하다 보면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관객 분들이 의미나 재미를 잘 느꼈으면 좋겠다고 단순하게만 생각했었다. 사실 ‘인천상륙작전’ 제작자 정태원 대표와 이재한 감독은 영화 ‘포화 속으로’에서도 함께 했었다. ‘포화 속으로’도 학도병들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 이야기도 참 가슴 아픈 이야기인 것 같다. 적게는 14살, 15살부터 20대 미만까지의 학생들이 총을 들고서 전쟁에 참여했다는 이야기가 다른 전쟁 영화보다는 좀 더 감정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요소도 있다. 나도 몰랐었던 이야기였고.

정 대표와 이 감독도 그런 맥락으로 좋은 영화가 되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는데 정작 학도병들의 이야기보다는 애국심을 강요하는 색깔이 두드러진다는 이야기가 회자되니까 당황스러웠나 보다. 본인들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의도는 정작 뒤로 밀리고 다른 이야기들이 너무 나오니까. 그 영화를 개봉하고서 그런 일들을 겪었으니 ‘인천상륙작전’에서는 다시 겪지 말자고 했었다.

그래서 무던하게 노력을 많이 했다. 오히려 너무 감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소지가 있는 이야기들을 피해가려고 하고. 그런데 내가 연기를 하면서 숨은 영웅들에게 있었던 일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결국 애국도 사랑에 의해서 살아나는 감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됐든 내가 의견을 낼 때는 최대한 좀 더 세련되게, 매끄럽게 잘 넘어갈 수 있게끔 하자는 것이 목표였다.

10. 편집된 장면 중 아쉬웠던 부분이 혹시 있는가.
이정재: 영화 속에 나오는 각 부대원들 이야기의 전(前) 부분들이 편집된 것이 많이 아쉽다. 연기자들 입장에서는 개인 연기가 아무래도 중요하고 또 잘 나왔기를 바랐을 텐데 편집 과정에서 없어지면 많이 서운하다. 대(大)를 위해 본인 연기가 희생된 거니까.

10. 영화 출연을 결정하기 전에 망설였던 부분도 있었다고 들었다.
이정재: 사실 애국하자는 것은 나쁜 건 아니다. 영화에서 얼마만큼 촌스럽게 강요를 했느냐가 나쁜 거지. 시나리오 안에 기본적인 의미와 의도를 살펴보면, 애국이 나오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애국이 나쁜 건 아니다. 정 대표와 이 감독이 ‘포화 속으로’의 경험도 있고 해서 나도 참여하게 된 거다.

10. 이범수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이정재: 벌써 세 작품째니까 호흡이 더 잘 맞았던 것일수도 있다. 또 각자 따로 활동하면서 쌓아왔던 경험들이 만나 시너지를 냈던 것 같다.

⇒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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