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배우 곽도원, 조진웅 / 사진=텐아시아 DB
배우 곽도원, 조진웅 / 사진=텐아시아 DB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 첫 구절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무명(無名)의 시간, 누군가의 친구·가족, 혹은 악당을 연기해야 했던 시간들. 그 시절이 사정없이 흔들리던 때였을 것이다. 불혹(不惑), 더는 미혹(迷惑)하지 않는 나이가 된 배우 곽도원과 조진웅이 흔들림을 견디고 마침내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영화 ‘곡성’ 곽도원 스틸컷 /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곡성’ 곽도원 스틸컷 /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곡성’은 곽도원이 데뷔 14년 만에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자, 관객들의 머릿속에서 악역 곽도원을 지워준 작품이기도 하다. 곽도원은 극 중 딸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시골 경찰 종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실제 미혼인 곽도원은 “(종구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렵더라”고 고백했다. 딸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심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 그러나 곽도원은 해냈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곽도원이 탄생시킨 아버지 종구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곡성’은 스릴러라는 장르적 한계를 넘어 누적 관객수 680만여 명(2016년 7월 5일 기준)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칸 영화제에 초청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곽도원은 그동안 ‘범죄와의 전쟁’·‘분노의 윤리학’·‘변호인’ 등의 작품에서 지독한 악역을 소화했다. 곽도원의 연기는 언제나 빛났지만, 그 역할은 주인공을 빛내는 데 그쳤다. 그런 그가 마침내 주연으로 거듭났다. 곽도원은 “주인공은 내 걸 잘하는 건 기본이고, 현장에서 모든 스태프를 아우르며 감독과 같이 작품을 끌고 가야 하는 위치”라면서 “‘곡성’은 한 신을 찍을 때마다 내 한계를 넘는 기분이었다. 내가 살면서 정해놓은 한계를 뛰어넘게 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tvN ‘시그널’과 영화 ‘아가씨’ 등에서 활약한 배우 조진웅 / 사진제공=CJ E&M
tvN ‘시그널’과 영화 ‘아가씨’ 등에서 활약한 배우 조진웅 / 사진제공=CJ E&M
2016년, ‘조진웅의 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tvN ‘시그널’ 이재한 형사로 여심을 사로잡은 데 이어, 영화 ‘아가씨’, ‘사냥’으로 스크린을 점령하고 하반기 tvN 드라마 ‘안투라지’를 통해 다시 한 번 안방극장 장악에 나선다.

‘시그널’에서 조진웅은 무뚝뚝하고 우직한 형사 이재한으로 분해 ‘시그널’을 상반기 최고 히트작으로 이끌었다. 이어 ‘아가씨’에서는 예민하고 비밀에 싸인 코우즈키 역을 맡아, 첫 노역(老役)을 소화했으며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아가씨’의 열풍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조진웅은 ‘사냥’을 통해 다시 스크린을 찾았다. 조진웅은 ‘사냥’에서 1인 2역에 첫 도전해 힘찬 연기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이어 하반기 편성이 확정된 드라마 ‘안투라지’를 통해 2016년의 마무리까지 화려하게 장식할 예정이다.

조진웅이 대세 중의 대세 배우로 떠오르기까지, 그에게도 무명시절이 있었다. 조진웅은 지난달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무명시절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고, 그 자양분이 지금 큰 버팀목이 된다”면서도 “대신,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면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들을 거쳐 마침내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게 된 조진웅은 “책임감이 든다”면서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지지만 좀 더 당당하게 배우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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