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영화 ‘아가씨’에서 어린 히데코 역을 맡은 배우 조은형이 최근 한경 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영화 ‘아가씨’에서 어린 히데코 역을 맡은 배우 조은형이 최근 한경 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불쑥 나타나 대중의 마음을 훔쳐가는 ‘당돌한’ 배우가 있다. 바로 아역배우들이다. 이들을 성인 배우의 자녀,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로 여기는 시대는 지났다. 아역들은 단지 성인 연기자들에 비해 나이가 어릴 뿐, 한 명의 연기자로서 어른들과 호흡을 맞추며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조은형은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의 흥행과 함께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은 아역배우다. 극 중 조은형은 인형 같은 외모와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어린 히데코의 불안과 날카로운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을 얻었다.

기모노가 아닌 사복을 입고 텐아시아를 찾은 조은형은 영락없는 초등학생의 모습이었다. 또래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가 가장 즐겁고, 시험 성적이 떨어질까 봐 걱정이라는 딱 그 나이 또래의 소녀. 그러나 연기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웬만한 성인 배우 못지않게 진지했다. 수줍은 미소를 보이면서도 또박또박 자기 생각을 말하는 조은형의 모습을 보니, 조은형이 앞으로 배우로서 그릴 수 있는 그림이 무궁무진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10. ‘아가씨’가 흥행하면서 은형 양에 대한 관심도 어마어마하게 커졌어요.
조은형: 주변에서 ‘아가씨’ 나온 애 아니냐고 많이들 알아봐 주세요. (웃음)

10. 그런데 ‘아가씨’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라 은형 양은 못 보네요. 궁금할 것 같아요.
조은형: 엄마가 저번에 친구 분들이랑 ‘아가씨’를 보고 오시더니 재미있었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엄청 궁금한데, 전 못 보니까 좀 아쉬워요. 얼른 볼 수 있는 나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웃음)

조은형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조은형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조진웅·문소리·김해숙 선생님과 주로 연기 호흡을 맞췄잖아요. 배운 점들도 많았겠어요.
조은형: 연기할 때마다 선생님들한테 감정 잡는 법 같은 연기의 기술들을 하나하나 배웠어요. 선생님들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기는 어떻게 하는 건지 배우기도 했고요. 가끔은 선생님들이 옆에서 코치해주세요. 문소리 선생님이 “은형아, 우리 대본 한 번 맞춰볼까?”라고 먼저 물어봐주기도 하셨고, 감독님도 “은형아, 잘했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떨까?”라고 연기를 가르쳐주셨어요.

10. 박찬욱 감독님이 엄청 예뻐하셨다고 들었어요. 기억에 남는 칭찬 있나요?
조은형: 칭찬은 모르겠고요. (웃음) 제가 가끔 실수하잖아요. 그러면 “은형아 괜찮아, 다시 하면 돼~”라면서 친절하게 말씀하셨던 게 기억나요.

10. ‘아가씨’에서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조은형: 구슬로 손등을 맞는 장면이랑 하녀들이랑 김해숙 선생님 따귀 때리는 신이요.

10. 맞아요, 따귀를 때리는 장면은 개인적으로도 정말 임팩트 있는 장면이었어요. 특히, 김해숙 선생님 따귀 때리는 건 나이 차이가 엄청 나는 어른을 때리는 거라 되게 조심스러웠을 것 같아요.
조은형: 제가 때려야 할 때는 ‘지금 내가 때려야 하는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했어요. 반대로 제가 맞을 때는 ‘난 지금 억울하게 맞고 있는 거야’란 생각을 해서 감정 몰입을 쉽게 했어요.

10. 구슬로 손등 맞는 장면에서는 너무 연기를 잘해서, 진짜로 맞은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어요.
조은형: 아, 그 구슬은 겉모습을 똑같이 만든 스펀지 공이에요. 하나도 안 아팠어요. (웃음) 그리고 조진웅 선생님이 저랑 문소리 선생님 얼굴을 움켜쥐고 막 흔드는 장면도 있었잖아요. 그건 조진웅 선생님이 얼굴에 손을 얹어놓으시면, 저희가 고개를 앞뒤로 흔들었던 거였어요.

10. 어린 히데코도 영화에서 다섯 살, 일곱 살, 열 살 이렇게 조금씩 성장하잖아요. 각각 연기할 때 각각 어떤 차이를 뒀나요?
조은형: 최대한 외모랑 머리스타일로 히데코가 컸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어요. 다섯 살에는 아기 목소리고, 울보 느낌이었다면 점점 커가면서 분위기도 어두워지고, 시크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죠. 사람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달라질 순 없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목소리나 감정, 분위기로 차이를 두려고 노력했어요.

아역배우 조은형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아역배우 조은형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감정은 어떻게 잡아요? 자신만의 비법이 있나요?
조은형: 슬픈 연기를 할 때는 엄마처럼 소중한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내가 오늘 엄마랑 마지막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막 나오거든요. 반대로 화난 연기는 친구가 이유 없이 날 때린다고 생각하면 감정이 막 올라와요. 또, 무섭거나 겁먹은 연기는 엄청 큰 괴물이 엄마 소중한 사람 죽었다고 생각하면 마지막 만남 생각하면 눈물 나고 화난 연기는 친구가 이유 없이 때린다고 생각하면 감정이 올라와, 무서운 겁먹은 연기 엄청 큰 괴물이 나타나서 닐 잡아먹는다고 생각하면 돼요.

10. 드라마도 출연해봤잖아요, 영화와 드라마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조은형: 드라마는 좀 부드럽고 생활 연기를 하는데, 영화는 액션이 좀 더 많은 것 같아요. 드라마는 이야기에 어울리는 연기를 하고, 영화는 임팩트 있는 연기를 자주 보여줘야 하고요.

10. 그럼 그 두 가지 스타일의 연기 중에 어떤 연기하는 걸 더 좋아해요?
조은형: 임팩트 있는 연기요. 관객들 기억에 남는 연기가 좋잖아요. (웃음)

10. 존경하는 배우가 누군지 궁금해요.
조은형: 안성기 선생님이요. 부모님이랑 같이 ‘화려한 휴가’란 영화를 봤는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연기를 잘하시고요. 또, 안성기 선생님도 어렸을 때부터 연기하셨잖아요. 배울 것이 많은 분 같아요. 꼭 한번 뵙고 싶어요.

10.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조은형: 엄마가 먼저 연기 학원에 다녀보는 게 어떠냐며 먼저 권유해주셨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재미있었어요. (웃음) 엄마는 항상 저한테 열심히 해서 보기 좋다, 노력하는 모습이 예쁘다, 힘내자고 항상 응원해주세요. 연기하는 게 재밌는지 항상 물어봐 주시고요.

10. 은형 양은 왜 연기가 재미있나요?
조은형: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고, 또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가씨’에서 히데코 같은 역할도 그랬고, ‘도대체 무슨 일이야’란 웹드라마에서는 웃긴 말도 잘하고 친구들한테 새침하게 구는 역할을 했었는데 원래 전 이런 캐릭터가 아니거든요.

아역배우 조은형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아역배우 조은형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해보고 싶은 연기 있나요?
조은형: 공포영화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귀신보다는 귀신에게 당하는 입장으로요. 사람들을 애태우게 할 수 있잖아요. 액션도 나중에 커서 해보고 싶고요.

10. 평소에는 뭐하면서 놀아요?
조은형: 동물들이랑 노는 거 좋아하고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랑 수다 떨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속상했던 것, 재미있었던 것 다 털어놓거든요. 맛있는 것 먹으러 가기도 하고요.

10. ‘사춘기’를 경험할 때가 점점 오고 있어요. 은형 양의 요즘 걱정거리는 뭔가요?
조은형: 어렸을 때부터 연기 활동을 해서 학교에 많이 못 갔거든요. 성적이 나빠질까 봐 걱정이에요. 요즘엔 연기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언니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웃음) 아직까진 공부보단 연기가 더 재미있긴 해요. 그리고 친구들이랑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 촬영장 가는 길에 영상통화도 하고, 톡도 보내고, 연락은 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연기를 하면서 친구들이랑 자주 못 봐서 아쉽거든요.

10.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조은형: 사람들에게 제 감정을 그대로 전해질 수 있는 연기자가 꿈이에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힘든 직업이 또 연기인 것 같아요. 체력도 있어야 하고, 정신력도 강해야 하고요. 노력은 필수고요. 힘들어도 연기가 좋아요. 사람들이 다 가지면 불공평한 거잖아요. (웃음) 최대한 완벽한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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