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또 오해영’에서 ‘예쁜’ 오해영 역으로 열연을 펼친 전혜빈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또 오해영’에서 ‘예쁜’ 오해영 역으로 열연을 펼친 전혜빈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학창시절에는 남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고, 사회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한 여자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이 여자의 이름이 나와 같다면? 인기도 없고, 늘 상사의 구박을 한 몸에 받는 나와 다르게 그녀는 잘나간다. tvN ‘또 오해영’(극본 박해영, 연출 송현욱)은 잘나가는 오해영과 못나가는 오해영이 이름으로 얽히고설키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은 못난 흙해영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잘난 금해영의 아픔도 소홀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결국 콤플렉스와 아픔으로 가득 차있던 인물이었다.

전혜빈은 외모부터 스펙까지 모든 것을 갖춘 ‘예쁜’ 오해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겉으로 봤을 때 모든 걸 가진 그는 ‘그냥’ 오해영(서현진)에게 상처를 주는 인물이었다. 전혜빈은 화려하고 패셔너블한 모습으로 오해영의 빛나는 겉모습은 물론 실은 가정에서 받지 못한 사랑 때문에 늘 불안하고, 두려운 모습을 그려냈다. 그런 ‘불쌍한’ 자신을 꿰뚤어본 남자친구 박도경(에릭)과의 결혼식 날에 사라지는 등 상처받은 여자의 심리를 건드렸다. 전혜빈은 “예쁜 역할은 몸에 맞지 않다”면서도 금해영은 사랑받아 마땅할 캐릭터였다고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10.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전혜빈 : 이별할 때의 느낌이다.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인 만큼 떠나보내기 아쉽다.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예지원과 김지석의 이야기가 펼쳐졌으면 좋겠다. 시즌2가 나와도 사랑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10. 드라마의 성공을 예감했는지?
전혜빈 : 대본이 정말 좋았다. 보면서 울다가 웃다가, 사람을 들었다 놓는 느낌이었다. 처음부터 잘 되겠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사실 이렇게 대박이 날 줄은 몰랐다. 감독님이 장소 하나하나 꼼꼼하게 섭외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새로운 장소를 찾았다. 예쁘게 잘 찍어줬다. 감독님 자체가 여자들의 마음을 잘 안다. 다정다감하고 사랑스럽다. 캐릭터 하나하나 다 살려주려고 신경써줬다. 현장에서 찡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늘 기분 좋게 웃고 즐겁게 일한다. 좋은 대본과 섬세한 연출력이 더해져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지 않았나 싶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10. ‘예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역할이었다. 몸에는 잘 맞았는가?
전혜빈 : 현장에서 난 ‘예쁜’ 해영이라고 불렸다. 사실 오그라들었다. 앞으로 예쁜 역할은 제발 안했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미쳐버리겠다. 닭살이 돋는다. 귀도 간질거리고 진땀도 난다. 예쁜 캐릭터가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직장의 신’에서도 좋은 집안에서 자란 예쁜 캐릭터를 맡았는데, 사실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나보다.

10. 오해영의 아픈 사연이 초반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다.
전혜빈 : 얄미운 캐릭터이긴 했다. 주는 것 없이 밉고, 꿀밤 때리고 싶었을 거다. 자연스럽게 욕을 먹을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억울한 마음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오해영이 나쁜 아이는 아니다. 아픔이 있다. 그런데 남자 주인공의 구여친은 아무리 사연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좋아 보일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얄밉게 그린 게 아니라 나름대로 안타깝고 짠한 사연이 있게 그려줬다.

10. 박도경이 아무리 오해영을 불쌍하게 여겨 결혼한다고 생각해도 결혼식 날에 나타나지 않은 건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전혜빈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상대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해영에게는 치명적인 치부가 있었고, 그걸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훤히 꿰뚫어본 것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불쌍하게 여겨서 결혼을 하려고 했다. 나는 아무래도 오해영 편이다. 하하. 방법은 잘못됐지만 도망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던 것 같다. 할 말 다하는 사람은 거기서 끝인데, 미움 받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은 싫은 말을 잘 못 뱉는다. 상처주면 안 되고, 난 나쁜 애가 아니라는 강박증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순간에 터져서 피해를 주는 것 같다. 과거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있다. 미움 받지 않으려고, 사랑받으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조금 더 솔직하게 내 의사를 밝히고, 불편한 것들을 질질 끌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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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자신 때문에 박도경이 한태진을 교도소에 보낸 사실을 알고, 오해영이 “고맙다”고 눈물을 흘려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전혜빈 : 11회였다. 대본이 일찍 나와서 알고 있었는데, 불편하더라. 이 장면을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게 연기한 장면이었다. 오해영은 박도경이 나를 사랑하지 않고, 불쌍해서 만난 줄 알았다. 그런데 나를 사랑해서 다른 사람의 결혼식을 파토 냈다. 늘 불쌍하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오해영의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면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았다. 물론 내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분이 적긴 했지만.

10. 연기하면서 답답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전혜빈 : 조금 더 설명하고 싶은 부분들이 많았다. 내 얘기를 풀어내고 싶었는데, 욕심만큼 채우지 못했다. 그 부분은 아쉽다. 나중에 과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지만 너무 불쌍했다.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런데 아쉬운 기분이 드는 게 맞는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 더 채우고 싶다.

10. 고민의 흔적이 많이 느껴진다.
전혜빈 : 난 누구보다 내 캐릭터 편인데, 처음에는 공감대 형성이 잘 안 돼서 고민도 많이 돼고 속상하기도 했다.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금해영은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흙해영의 사랑 받는 가정환경을 부러워했다. 내가 얄밉게 연기했던 부분도 다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0. 그래서 그런지 후반부로 갈수록 오해영에 대한 연민의 시선도 많아졌다.
전혜빈 : 오해영은 사랑받고 싶어서 껍데기만 반질반질하게 치장하는 아이였다. 사랑 받고 싶어서 아등바등하는 친구인데, 시청자들도 그런 부분을 알아주시지 않았나 싶다. 오해영을 보며 짠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오해영도 사랑받아 마땅한 캐릭터였다.

⇒ 인터뷰②에서 계속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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