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또 오해영’ 스틸컷 / 사진=tvN 제공
‘또 오해영’ 스틸컷 / 사진=tvN 제공
서현진은 재발견됐고, 에릭은 여심을 뒤흔들었다.

28일 tvN ‘또 오해영’(극본 박해영, 연출 송현욱)이 종영했다. ‘또 오해영’은 동명이인 잘난 동창을 둔 오해영(서현진)과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박도경(에릭)이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다. 지난 5월 2일 2.1%(닐슨코리아 케이블 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한 드라마는 마지막 회 9.991%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감각적인 연출과 공감을 자아내는 대사에 힘입어 큰 인기를 얻었다. 여기에 원맨쇼를 하듯 극 속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연기력을 뽐낸 서현진과 ‘츤데레’부터 달달함까지 여심을 뒤흔든 에릭의 매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손발이 척척 맞았다. 서현진이 초반 인기를 견인했다면 에릭은 묵직하게 뒷심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서현진이 연기한 오해영은 머리도, 센스도, 외모도 보통인 외식사업부 대리다. 그는 결혼식 전날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졌다”는 이유로 파혼을 당했다. 하지만 상처 받지 않은 척 행동했다. 만취해서 팔이 부러지고 코피가 터진다. 탱고 노래에 맞춰 국적불명의 춤을 추기도 한다. 동명이인의 ‘예쁜’ 오해영(전혜빈)과 비교됐던 그는 상처를 표현할 줄 몰랐다. “질투하면 지는 거다. 난 이런 일로 상처 받지 않는다”고 자신을 달랬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여자일 때는 재지 않고 사랑을 퍼주는 ‘쉬운 여자’이기도 했다. 파혼의 상처 후 찾아온 박도경에 100% 애정공세를 쏟아 부었다. 닫혀 있는 박도경의 마음이 열릴 수밖에 없었다.

‘또 오해영’ 스틸컷 / 사진=tvN 제공
‘또 오해영’ 스틸컷 / 사진=tvN 제공
서현진의 물오른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으로 오해영의 모습을 코믹과 진지함을 오가며 그려냈다.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연은 화면을 통해 뚫고 나왔다. 일에 치이고, 사랑에 치이는 2030 여성들은 오해영의 모습에서 자신을 봤다. 단아한 이미지로 주로 사극에 얼굴을 많이 비춘 서현진은 지난해 방영된 tvN ‘식샤를 합시다2’를 통해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며 ‘로코퀸’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리고 ‘또 오해영’을 통해 서현진은 김선아, 김정은, 황정음 등의 뒤를 잇는 新 로코퀸에 등극했다.

에릭이 연기한 박도경은 대한민국 굴지의 영화음향감독이다. 외모도, 능력도 완벽하지만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을 지녔다. 눈동자에는 사연을 가득 품었다. 불안하고 외로운 어린 시절을 경험한 그는 과거 결혼을 약속했던 ‘예쁜’ 오해영과의 이별 후 마음 깊이 상처를 받았다.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을 것처럼 보인 그지만 자신이 “불행하게 살기로 작정한”것을 알아챈 옆집 여자, 오해영에게만큼은 남다른 감정을 품었다. 그렇지만 오해영 파혼의 결정적 역할을 했던 그였기에 자신의 감정을 숨겼다. 하지만 죽음을 앞두고 그가 후회한 것은 모두 오해영과 관련된 일이었다. 마음을 주고, 그걸 표현하는데 쩨쩨했던 그였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여자친구 몰래 사무실에 꽃을 두고 가는 ‘사랑꾼’으로 변모했다.

‘또 오해영’ 스틸컷 / 사진=tvN 제공
‘또 오해영’ 스틸컷 / 사진=tvN 제공
에릭은 악연으로 얽힌 오해영과의 미묘한 로맨스를 공감가게 그려냈다. 힘을 뺀 자연스러운 연기로 다소 튈 수 밖에 없던 서현진과 호흡을 맞춰나갔다. 관심 없던 오해영이 안쓰러워 눈에 밟히고 점점 마음이 커져가는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몰입시켰다. 자신의 죽음을 느끼고 혼란스러워하는 감정 역시 돋보였다. 무엇보다 에릭은 극 중 서현진을 은근히 챙겨주며 “있던 거야”, “들어와 자”라고 짧게 말하며 ‘4글자 박도경 어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송현욱 PD의 말처럼 에릭은 ‘로코’와 ‘멜로’에 최적화된 모습을 선보이며 여심을 제대로 녹였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