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딴따라’에서 여민주 역으로 열연한 채정안 / 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
‘딴따라’에서 여민주 역으로 열연한 채정안 / 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
⇒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10. 딴따라 밴드를 보면서 데뷔 때가 떠오르기도 했을 것 같은데.

채정안 : 딴따라 밴드의 음악방송 데뷔 무대를 보면서 나의 어설프고, 부족하고, 떨리기만 했던 신인 시절이 생각났다. 밴드라서 부러웠다. 나는 혼자였다. 나를 불안하게 지켜봤던 매니저도 생각나고, 지나온 시간들이 떠오르더라.

10. 혜리나 엘조 등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보면 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채정안 : 걸스데이는 유라 빼고는 모두 다 호흡을 맞춰봤다. 근성 자체가 다르다. 죽어라 열심히 한다. 밝고, 건강하다. 열심히 살고 생활력이 강하다. 엘조가 드럼 연습하는 과정도 들었는데, 정말 미친 듯이 연습했다고 하더라. 처절한 뭔가를 느꼈다.

10. 가수도 하고 연기도 하고, 채정안은 만능엔터테이너의 원조격 아닌가?
채정안 : 만능엔터테이너 계보를 올라가면 홍서범 선배가 있다. (웃음) 나는 데뷔를 CF로 했다. 사실 드라마와 앨범 활동을 했지만 내가 할 줄 아는 게 많아서가 아니라 가능성만 보고 덤볐던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뭔지 모르고 그 길을 갔다.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런지 금방 지쳤다. 테크노가 유행이라고 테크노 요정이 됐다.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졌던 내 20대가 아쉽다. 지금 친구들처럼 영리하게 목표나 계획을 세운 게 아니라 ‘대형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신인의 모습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 것은 내 옆 신석호 같은 내 편이 돼 주는 좋은 매니저가 있었다는 것이다.

10. 혹시 나중에 신인 기획에도 관심이 있는 건가?
채정안 : 난 나에게 투자하고 싶다. (웃음) 이 작품을 하면서 좋은 선배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혜리한테 지성 같은 선배랑 작업도 하고 좋겠다고 말했다. 나도 더 좋은 선배이고 싶다. 마냥 받아주는 게 아니라 애정을 가지고 쓴소리도 할 줄 아는 그런 선배가 돼고 싶다. 그 다음에 제작을 하건, 기획을 하건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딴따라’에서 여민주 역으로 열연한 채정안 / 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
‘딴따라’에서 여민주 역으로 열연한 채정안 / 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
10. 생각해보면 ‘딴따라’ 여민주는 그간 채정안의 작품 속 캐릭터와는 상반된다.
채정안 : 어느 순간부터 나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채정안을 얘기하면 ‘차도녀’가 먼저 따라왔다. ‘딴따라’까지 오는 선상에서 봤을 때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었다. 큰 작품이든 작은 작품이든 계속 하다보면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딴따라’는 분명 기존보다 분량이나 임팩트가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지 능동적인 역할도 들어올 수 있다.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적다고 하지만 그냥 앉아있다고 역할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올해 초 영화 ‘두 개의 연애’를 했다. 작은 영화지만 자연스럽게 편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촬영이 직업인데 현장에 회사 가듯이 가면 되지 않을까?

10. ‘차도녀’의 이미지를 만들어준 ‘커피프린스 1호점’은 아직도 채정안의 인생작으로 회자되고 있다.
채정안 : 이렇게 오랫동안 재방송료를 챙겨줄지 몰랐다. 얼마 전 ‘구여친의 레전드’로 언급된 기사를 보고 사람 일은 정말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작품을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현장의 즐거움을 느낀 것이다. 그전까지 현장은 괴롭고, 차가운 곳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한유주가 사랑을 받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한유주를 다시 넘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건 아니다. 한유주가 있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를 소화할 때 변화를 줄 수 있는 건데, 너무 ‘넘사벽’ 느낌이다. (웃음)

10. 지난해에는 예능에도 출연했었는데.
채정안 : 나에게는 ‘차도녀’의 느낌만 있지는 않다.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예능에도 노출했다. 이제는 나를 편하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겼다. 소통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10. 지금 나가고 싶은 예능이 있다면?
채정안 : 아무도 모르게 ‘복면가왕’에 나가고 싶다. (웃음)

‘커피프린스 1호점’ 화면 캡처 / 사진=MBC 제공
‘커피프린스 1호점’ 화면 캡처 / 사진=MBC 제공
10. 음반에 대한 욕심이 아직도 느껴진다.
채정안 : 생각해보면 노래할 때가 제일 즐거웠다. 입시 성악을 했는데, 그때 참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 배우의 목소리가 캐릭터의 감정을 만들어 줄때가 있다. 사실 어렸을 때는 조증이 의심될 정도로 너무 업이 돼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 감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음색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만약 노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

10. 솔로 가수로 돌아오는 건가?
채정안 : 듀엣도 좋다. 샘킴을 좋아한다. ‘K팝스타’를 보고 너무 놀랐다. 음색이 너무 좋더라.

10.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 것 같다.
채정안 : 주로 사람들을 만난다. 수다 떨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밥 먹다가 춤도 잘 춘다. 주위에 흥 많은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 편인데, 대부분 사람한테 상처를 받더라. 내가 오지랖이 너무 넓다. 예전에는 내 상처를 돌보지 않았다. 아파도 안 아픈 줄 알았는데, 오래 더 건강하게 일하려면 나에게 더 관심을 보여야 할 것 같다. 일하고 살기 바쁘면 자기한테 소홀할 수밖에 없다.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행복한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도 챙기면서 내 행복도 조절하는, 그런 밸런스 조절이 필요한 시기다.

10. 왠지 모르게 금방 새로운 모습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채정안 : 차기작은 들어오는 대로 하고 싶다. 에너지도 남아있다. 다음 거 하나 걸리면 가만있지 않겠다. (웃음) ‘딴따라’ 친구들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었나 보다. 그 느낌이 부러웠다.

10. ‘딴따라’는 어떤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은가?
채정안 : 연기를 오래 할 수 있게 되는 자양분 같은 작품이 될 것 같다. 앞으로 ‘딴따라’ 같은 따뜻한 감성의 드라마는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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