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영지/사진제공=라우더스 엔터테인먼트
영지/사진제공=라우더스 엔터테인먼트
‘백세인생’이란 복면을 쓰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담담하게, 마치 이야기를 하듯 읊어갔다. 사람들은 그의 노래에 환호했고 복면 속 주인공은 가수 영지였다. 2003년 데뷔한 버블시스터즈의 원년 멤버였던 그는 가창력 하나만큼은 처음부터 인정받았다. 이후 팀을 탈퇴하고 솔로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가 싶었는데, 자주 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음악 활동을 쉰건 아니다. 꾸준히 디지털 싱글 형태로 음반을 발표했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에게 1순위는 여전히 ‘노래’다.

영지는 복면을 벗으며, 오래 짊어진 14년의 무게 역시 같이 내려놨다. 홀가분한 상태로 이제 본격적인 가수 인생의 2막을 열고자 한다. 의욕도 넘치고, 달려나갈 만반의 준비도 끝마쳤다.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고 폭발적인 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설레고 기대된다.

10. ‘복면가왕’을 통해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섰다.
영지 : 섭외를 받고 방송까지, 준비기간이 정말 짧았다. 우선 3곡을 다 부르는 게 목표였다. 가왕은 욕심이 없었고, 준비한 곡을 다 부르고 싶었다. 3곡을 다 부르게 된 순간이 오니까, 모든 게 편해지더라. 2곡까지는 기를 쓰로 노래한 것 같고, 세 번째 라운드에서는 승패를 떠나 판정단들이 고마워서 ‘여러분들을 위해 노래하겠다’는 마음이었다.

10. 많은 가수들이 복면을 쓰고 노래할 때, 만감이 교차한다고 하던데.
영지 :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부르는데, 14년이 쉬이익 지나가더라. 가사가 마치 나를 위로하는듯 했다. 노래를 하면서 그간의 모든 것이 지나가서, 그 이후로 몸이 가벼워졌다. 주위에서 얼굴도 밝아졌다고 한다.

10. 14년이 지나갔으면 울컥했을 것 같다.
영지 : 버블시스터즈로 데뷔할 때, 흑인 분장을 했다. 그리고 옆에 든든한 언니들이 있었다. 막내여서 신인인데 떨지도 않았다. 이후에 팀에서 탈퇴하고 나왔을 때는 분장도, 언니들도 없이 혼자 무대에 서는 게 정말 힘들었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가면을 썼는데, 외롭지 않고 떨리지도 않더라. 한 곡에 14년 확 지나가서, 가면을 벗었을 때 타임머신을 타고 갔다가 빨리 돌리기를 해서 딱 섰을 때처럼, 후련한 거다.

10. 1, 2라운드에서 많은 이들이 ‘버블시스터즈 영지’라고 직감했다.
영지 : 정말 놀랐다(웃음). ‘복면가왕’ 출연 전 인터뷰를 할 때도 하나는 자신 있다고 했다. 목소리를 숨길 필요가 없다고, 사람들이 나를 모를 테니까. 그런데 1, 2라운드의 목소리만 듣고 나를 알더라(웃음). 놀랐지만, 한편으론 감사했다.

10. 방송을 보면서 더 벅찼을 것 같은데, 어땠나.
영지 : 본방송은 못 봤다. 일을 하고 있느라. 월요일 새벽에 봤는데 내가 그렇게 환하게 웃었는지 몰랐다.

10. 원래 밝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영지 : 항상 에너지 넘치고 밝다. 슬픔이 있어도 잘 표현을 하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에너지를 주고 싶어서 안에 아픈 건 숨겨뒀는데 그날 벗어던진 거다.

10. 선곡이 신선했다. ‘한방’을 노릴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았더라.
영지 : ‘한방’을 생각하지 않은 선곡이었다. 14년 가수 생활을 하면서 ‘한방’은 없다는 걸 알았다. 노래에서만큼은 통하지 않더라. 강의를 하면, 2년 만에 겸임을 달고 가게 역시 확장하면서 점점 영략을 키워가는데, 노래만큼은 그렇지 않다는 걸 느끼고 깨달아서 마음먹게 됐다. 그렇게 14년을 보냈는데, 만약 지금 ‘한방’이 되면 그동안의 삶이 너무 가엾다.

10. 노래에서 ‘한방’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가 언제인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영지 : 가수로서 10년이 됐을 때였던 것 같다. 그리고 실내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그때까지는 회사의 부름이 있을 때만 무대에 올랐다. 또 강의를 하면서 소질이 있구나를 느꼈고, 노래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뭔가를 찾았다. 모두 노래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노래를 하려면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하니까.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재미를 찾았다. 그전에는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 가게를 하면서 누군가 내 공간에 와주는 것이 마냥 고맙더라. 그래서 눈을 마주치고 밝게 인사를 나누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음악적으로도 더 깊어졌다.

10. 나를 포함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노래의 우선순위가 밀렸다고 생각했을 거다. ‘복면가왕’에서의 모습이 참 반가웠다.
영지 : 항상 1순위는 노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모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는 것 같다. 그리고 ‘복면가왕’ 섭외가 들어왔을 때는 ‘가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정말 조금도 안 했다. 단순하게,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내가 하고 싶은 무대를 원했다. ‘한방’보다는 메시지였다. 생각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고마웠다.

10. 지인들의 반응도 뜨거웠겠다.
영지 : 방송을 끝까지 보고, 인터뷰를 보니까 내가 봐도 찡하더라. 의도된 게 아니라, 원래 잘 울지 않는데 창피하더라(웃음).

영지/사진제공=라우더스 엔터테인먼트
영지/사진제공=라우더스 엔터테인먼트

10. ‘복면가왕’의 기세를 이어 신곡을 발표한다. 기다린 팬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영지 : 가수로서는 14년 동안 해달라고 보챈 적이 없다. 우는 아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 경영에 있어서는 까칠하게 구는데, 노래에서만큼은 그렇게 해본 적이 없다. 이번에 처음으로 계획을 직접 세우면서 신곡 발표를 논의했다.

10. ‘복면가왕’이 제대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준 셈이다.
영지 : 가수로서의 인생도 다시 설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노래 인생에서 큰 시작이 될 것 같다. 녹화를 끝낸 뒤 대중들의 반응과 상관없이 음반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올가을께는 정규도 내고 싶다. 회사랑 계속 상의 중이다.

10. 어째서 음악만큼은 달랐을까.
영지 : 울어야 주는 게 아니고, 누가 해줬으면 했다. 자존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른 분야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가수로서는 자존심을 부린 것 같다.

10. 마음이 확 달라진 가장 큰 요인은 대중들의 반응이었을 것 같다.
영지 : 사실 성공욕은 없었다. 한방은 없다는 걸 알기에 쭉 길게 갈 거니까. 그런데 무대를 마치고 보니, 나를 아는 사람이 있네, 의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좀 더 많이 방송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자주 보고 싶어요’란 말을 들어도 몰랐는데, 이제야 와 닿는다.

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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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제 가수로서의 인생도 기대되겠다.

영지 : 눈빛이 바뀌었다. 사실 사업할 때는 악한 역할도 해야 하고,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반면 가수로서의 인생은 그냥 아프기만 했다. 바라기만 했고. 그냥 멋있고 아름답게 노래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그럼에도, 노래를 하지 않는 삶은 상상도 못한다. 항상 1번은 노래였다. 다른 일을 내팽개치고 무대가 있으면 달려갔다.

10. 그런 의미에서 이번 ‘취한 건 아니고’란 곡은 뜻깊다.
영지 : 가사가 참 좋았다. 처음 받았을 때 가사부터 읽었는데 글이 한눈에 보이더라. 편지처럼. 단순하고 진부할 수도 있는데 공감이 컸다. 메시지 전달용이란 생각이 들어서 고음을 시원하게 하기 보다 답답하게 불러야 했다. 가사의 감정을 고스란히 녹여내 불렀다. 작곡가가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고 말릴 정도로(웃음). 지금까지는 어떤 경우에도 작곡가의 의도에 따랐다. 이번에는 내가 나서서 총괄을 했다.

10. 가수 영지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겠다.
영지 : 마음이 급하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세세하게 봐야 하는데 지금은 편하다. 가리지 않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소통을 위해 설 준비가 돼 있다.

10. 올가을, 정규 음반도 기대된다.
영지 :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것을 많이 담아내고 싶다. 음반 발매 전까지는 방송, 공연 등을 많이 하고 싶은 바람이다. 변화는 있어도 변함은 없을 거니까, 많은 분들이 내 노래를 듣고 공감해주시면 좋겠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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