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또 오해영’ 포스터 / 사진=tvN 제공
‘또 오해영’ 포스터 / 사진=tvN 제공
케이블 평일 밤 역사를 새롭게 썼다.

tvN ‘또 오해영’(극본 박해영, 연출 송현욱)이 매회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2회 연장까지 확정했다. 중반까지 달려왔을 뿐인데, 매회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배우들은 다음달 태국 푸껫으로 포상휴가도 떠난다.

지난 2일 2.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로 시작한 드라마는 10회까지 단 한 차례로 시청률 하락을 허용하지 않았다. 8회가 기록한 시청률 8.3%는 올 초 방영된 ‘치즈 인더 트랩’이 기록한 tvN 월화드라마 역대 최고 평균시청률 7.2%(2016년2월1일 방송분)를 뛰어넘는 수치다. 10회는 8.7%를 나타내며 자가경신했다. ‘또 오해영’ 때문에 “월요병이 사라졌다”는 말 역시 수두룩하다.

이 같은 인기요인에는 공감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또 오해영’은 동명의 오해영과 그로 인한 에피소드를 담아낸다. 나와 이름이 같은 예쁘고 잘난 오해영(전혜빈)에 늘 비교 당하고, 자존감은 무너졌다. 그렇다고 평범한 오해영(서현진)이 못난 건 아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당하는 비교는 가슴에 텁텁함을 남긴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가질 수 없는 걸 가진 이에 대한 씁쓸함이 남을 수밖에 없다.

평범한 오해영은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밥 먹는 모습이 꼴 보기 싫어졌다’는 이유로 파혼을 당하는 기구한 여성이다. (물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직장에서도 동기들이 승진할 때 혼자 미끄러지고 파혼 당한 이유로 집에서도 쫓겨났다. 학창시절 역시 별 볼일 없었다. 예쁜 오해영 때문에 기죽어 지냈다. 나대면 더 비교를 당하니 없는 것처럼 조용하게 생활을 했다. 늘 “질투하면 지는 거다. 난 이런 일로 상처 받지 않는다”고 자신을 달랬다.

‘또 오해영’ 화면 캡처 / 사진=tvN 제공
‘또 오해영’ 화면 캡처 / 사진=tvN 제공
그러나 ‘그냥’ 오해영은 이렇게 말한다. “난 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잘 되길 바랐던 거지 걔가 되길 원한 건 아니었다.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되기를 바란다”고. 그가 박도경(에릭)을 향해 읊조리는 장면은 비슷한 처지에 놓은 수많은 여성들의 가슴을 울렸다. 평범해서 주목 받지 못하는 나라도, 늘 고군분투하는 자신이 안쓰럽고,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다.

오해영의 부모 역시 ‘우리네 부모님 같다’는 의견 아래 큰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결혼식 전날 파혼 당한 딸이 부끄러워 길가에서 봐도 모른 척하고, 시도 때도 없이 오르는 열 때문에 뒤통수를 날리는 부모지만, 누군가 자신의 딸을 욕하는 걸 죽어도 참지 못한다. 밖에서는 평범한 오해영이지만 부모에게는 그 누구보다 끔찍하게 귀한 자식이다.

딸이 옆집 남자와 심상치 않은 기류를 뿜어대는 걸 단박에 알고 새벽같이 함께 도시락을 싸기도 하고, 잘 차려 입고 불판에 삼겹살을 들고 자취방에서 고기를 굽기도 한다. 딸이 실제로 결혼 전날 파혼 당한 걸 알고 난 뒤에는 가슴을 치며 끓어오르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한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초라하고 못난 생각만 가득 찼는데, 너만 그런 것 아니다. 오늘도 힘내보라는 응원의 소리가 들린다”면서 “솔직하고, 따뜻한 정서에 반했다”는 글이 게재됐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도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며 “위로를 받고 있다”는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서현진은 드라마의 인기 비결에 대해 “예전에는 드라마를 연극처럼, 다른 세계처럼 봤다면 지금은 공감할 수 있는 걸 훨씬 반가워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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