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양치기들’ 스틸. 배우 박종환, 송하준, 윤정일(상단부터) / 사진제공=CGV 아트하우스, KAFA
영화 ‘양치기들’ 스틸. 배우 박종환, 송하준, 윤정일(상단부터) / 사진제공=CGV 아트하우스, KAFA
마치 공기처럼, 언제나 삶 속에서 존재하지만 그것에 대해 되짚어 생각해보지는 않는다. 영화 ‘양치기들’을 통해 김진황 감독이 전달하고 싶은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다. 김 감독은 흔한 ‘거짓말’에 관한 담론을 독특한 소재로 재구성했다. 배우들의 호연과 연출이 주는 여운은 관객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진실과 거짓말’의 세계로 이끈다. 이 영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 ‘양치기들’에서 김 감독은 현실 세계에서 은밀하게 존재하고 있던 역할대행업을 스크린 위로 끌어올렸다. 의뢰인이 원하면 어떠한 거짓도 상품으로 만들어 판다는 ‘역할 대행업’이라는 소재는 주인공인 ‘완주’가 맞닥뜨리게 되는 거짓의 덫과 어우러지며 영화를 한층 깊이있게 만든다. 진실된 감정으로 연기해야 되는 연극 배우가 ‘거짓말을 파는 남자’가 되어 다시 진실을 찾아나서며 ‘양치기들’만의 뫼비우스의 띠를 완성한다.

배우들의 호연은 블록버스터급 액션이나 화려한 사운드가 아쉬울 틈 없이 러닝 타임 내내 긴장감을 불어 넣는 원동력이다. 김 감독은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양치기들’을 제작하며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으로 이야기와 인물을 꼽은 바 있다. 감독의 의도대로, 관객은 배우들의 눈동자나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에 공감하며 등장 인물의 내면 세계 깊숙이 빨려 들어가게 된다. 무엇보다 박종환이 연기하는 ‘을’이 인상깊다. 박종환의 어수룩하면서도 현실적인 연기는 스크린과 관객의 거리를 확연하게 좁히는 일등 공신이다.

완주를 미궁 속으로 빠뜨리는 ‘양치기들’의 연기 또한 빛난다. 배우 송하준은 침묵으로 다른 의미의 거짓을 말하는 목격자 ‘광석’을 맡았다. 송하준은 ‘양치기들’에서 침묵을 통해 강렬한 감정을 전하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반면, 배우 윤정일은 진실을 외면하는 또 다른 목격자 ‘영민’을 맡았다. 방관자의 예민하고 불안한 심리상태를 현실적으로 표현해내며 완주와의 갈등을 증폭시킨다. 스토리를 쫀쫀하게 만드는 이들의 연기에는 충무로 기대주의 탄생까지도 예견해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탄탄하게 쌓아올린 김 감독의 연출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영화 속속들이 김 감독이 심어 놓은 연극적인 아이러니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양치기들’ 홍보사 플래닛 관계자는 “‘양치기들’ 초반에 등장하는 아서밀러의 연극 ‘시련’은 곧 완주가 마주치게 될 현실 속 ‘시련’과 모순을 이루며 상황적 아이러니를 전한다”며 김 감독의 의도를 전했다.

영화 ‘양치기들’은 거짓말을 파는 역할대행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완주(박종환)가 살인사건의 가짜 목격자 역을 의뢰받은 후 벌어지는 범죄 서스펜스 드라마다. 지난해 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받았으며 지난 4월 16일 중국 베이징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오는 6월 2일 개봉.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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