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아가씨’ 배우 조진웅(왼쪽부터), 김민희, 김태리, 박찬욱 감독, 하정우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영화 ‘아가씨’ 배우 조진웅(왼쪽부터), 김민희, 김태리, 박찬욱 감독, 하정우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는 거짓말도 예술이 되고, 사랑이 피어나는 토대가 된다.

25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는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박찬욱 감독과 배우 하정우·김민희·김태리·조진웅이 참석했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들이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박 감독은 3부로 쓰여진 원작의 구조를 영화에서도 그대로 이어가 등장 인물들이 서로를 속이고 속아 넘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담았다.

“거짓말도 예술이자 창조”라고 말한 박 감독은 이를 표현해 냄에 있어서 3부로 이뤄진 구조를 십분 활용했다. 그는 “원작에서 제가 반했던 점은 구조적인 특징이다. 한 사건을 다른 눈으로 봤을 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진실을 알고 봤을 때와 모르고 봤을 때 같은 사람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이런 식의 구성을 제가 좋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겹겹이 쌓여진 속임수에서 생겨나는 사랑의 감정과 연출 또한 파격적이면서도 섬세하다. 아가씨(김민희)와 숙희(김태리)의 사랑이 그 예다.

박 감독은 이에 관해 “여배우들의 정사 장면을 행동 그 자체가 일방적인 욕망의 분출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는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교감하고 배려하는 느낌으로, 친밀감의 교류랄까.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의도를 내비쳤다.

관능미가 물씬 풍기는 여배우들의 정사 신은 ‘아가씨’의 백미다. 박 감독의 말대로 단순히 ‘동물적이고 야한 어떤 것’에서 벗어나 섬세한 감정의 교류를 전달하려고 한 것이 돋보인다. 김민희는 “콘티가 정확히 있었다.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그림이 정확히 있었고 그 감정에 충실하고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 특유의 섬세함은 정사 신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시점 샷과 배우들 눈동자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그것들을 다시 클로즈업해 등장 인물 간의 사기 행각과 진실 게임을 담아내려고 했다”고 전했따.

‘아가씨’를 통해 강렬하게 스크린에 데뷔한 김태리는 “두 번씩 봐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문에 쌓인 아가씨의 후견인 ‘코우즈키’를 맡은 조진웅은 “향기가 좋은 영화”라고 평했다.

배우들의 말처럼 ‘아가씨’는 다층적인 구조와 깊은 여운이 매력적인 영화다. 서로 속고 속이는 등장 인물들과 그들간의 사랑을 통해 미처 몰랐던 ‘사랑’의 여러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것 또한 이 영화가 주는 재미다.

오는 6월 1일 개봉.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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