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영화 ‘탐정 홍길동’ 조성희 감독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영화 ‘탐정 홍길동’ 조성희 감독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 ‘탐정 홍길동’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0. 탐정 홍길동(이제훈)은 왜 시가를 피우지 않고 캐러멜을 먹는 것인가.
조성희 : 담배는 완전히 만들어진 남자, 즉 ‘어른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 속 홍길동은 아주 유아적인 인물이다. 어머니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자기 안에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유아적인 인물이지. 자신의 정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미성숙한 인물이기 때문에 ‘어른의 것’인 담배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홍)길동에게는 단 것, 군것질에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이 어울렸다.

10. 홍길동의 신스틸러 말순이(김하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말순 캐릭터가 이렇게 호응이 좋을 거라 예상했나.
조성희 : 김하나와 작업하는 건 굉장한 모험이었다. 하나는 연기 경력도 없었고 연기에 대한 의지도 강하지 않았다. 시간에 쫓기는 현장에서 같이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하나가 가진 매력을 무시할 순 없었다. 기술적인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그 매력을 보여줘야 했다. 영화에 나오는 말순의 맹랑함이나 귀여움, 어른을 당혹시키는 쾌활함 등이 실제 김하나와 많이 닮아 있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친구였기 때문에 말순이를 잘 표현할 수 있을거란 확신이 들었다. 또, 김하나는 현장의 비타민이 돼 주기도 했다. 모두가 그의 사랑스러움에 어쩔 줄을 몰랐다.(웃음)

10. 유능한 탐정에겐 유능한 조수가 필요하다. 마치 셜록과 왓슨처럼. 탐정 홍길동의 왓슨은 동이(노정의)와 말순인건가.
조성희 :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거다. 동이와 말순이는 홍길동과는 처음에 굉장히 불편한 관계로 시작된다. 홍길동은 두 사람을 인질로서 데리고 다녔지만, 지내다보니 도와주고 교감을 나누게 된다. 이러한 점이 우리 영화의 장점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폭력도 많고 사람도 죽고 보기에 답답하고 힘든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세 사람의 동행이 빚어내는 따뜻한 마음이나 유머들이야말로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아닐까.

영화 ‘탐정 홍길동’ 스틸컷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영화 ‘탐정 홍길동’ 스틸컷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10. 이번 ‘탐정 홍길동’에서는 세련되고 유려한 CG가 돋보였다. 가장 공을 들인 CG는 어느 장면인가.
조성희 :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CG 자체는 그다지 어려운 기법이 아니다. 괴물이나 로봇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단순히 배경 합성에만 그친다.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감성이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이것이 더 예쁜가, 이것이 더 감정에 잘 맞는가가 중요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홍길동이 갈대밭에서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 때였다. CG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갈대밭이라는 배경이 영화 전체적으로 기능하는 게 많았다. 실내 신이 많은 부분에서 유일하게 시원하게 펼쳐지는 부분이다. 그 장면이 영화를 완성시켜주는 역할을 한 것 같아서 꽤 만족스럽다.

10. 개인적으로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활빈당의 아지트였다. 무언가 더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
조성희 : 그 부분을 기억해주다니 감사하다. 정말 조금 나오는 부분이거든. 하하. 영화 속에서 활빈당이라는 조직은 황회장(고아라)이라는 대기업 활빈 재단의 소유주가 은밀히 자신들의 정의를 집행하는 비밀 조직이다. 비밀 조직이기 때문에 본사 건물의 지하 깊숙한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화면엔 조금밖에 안 나오지만, 큰 규모에 많은 조직을 거느리고 엄청난 정보력과 폭력성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집단이다. 그걸 화면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10. 전작 ‘늑대소년’도 그렇고 이번 ‘탐정 홍길동’ 역시 현대극이 아닌 감성적인 과거시대를 그려낸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
조성희 : 과거 시대적 배경은 항상 지켜야하는 소신까지는 아니다. 내가 쭉 가지고 가야할 개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 내용에 따라 시대적 배경이 정해지는데, 공교롭게도 연이은 두 작품 모두 과거를 얘기하게 됐다. 아무래도 이야기 자체가 사실적이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과거에서 풀어내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했다. ‘탐정 홍길동’은 과장되고 허황된 부분이 있는 사실이 아닌 이야기이기 때문에 표현의 여지가 있는 과거에서 풀어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10. 두 작품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모두 만화적인 느낌을 낸다는 것이다. 만화적 요소가 굉장히 서사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조성희 : 대학 때 산업디자인을 전공해서인지 아직까지 사진보다는 그림에 흥미를 느끼는 편인 것 같다. 그런 성향이 영화에도 드리운 것 같고. 하지만 세부적인 요소는 작품의 내용이나 캐릭터에 초점을 둔 것이다. 앞에 말했던 시대적 배경이나 만화적 요소 등 이런 특징들은 내 특유의 개성이라고 보긴 어렵다. 작품마다 달라질 것 같고 아마 다음 작품에는 다른 도전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10. 구체적으로 어떤 도전인건가.
조성희 : 현대 영화랄까?(웃음) 좀 더 사실적이고 있음직한 얘기를 해서 공감을 얻고도 싶다. 하지만 아직 정해진 차기작은 없다. 그저 도전해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일 뿐이다. 또 좋은 작품이 생긴다면 생각은 달라지겠지. 하하.

영화 ‘탐정 홍길동’ 조성희 감독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영화 ‘탐정 홍길동’ 조성희 감독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늑대소년, 탐정 등 이 세상에는 잘 없는 인물들을 그려냈다. 조성희는 이 다음에 어떤 새로운 존재를 그려낼까.
조성희 : 앞에서 말했듯이 정해진 작품은 없다. ‘탐정 홍길동’을 무사히 마무리 짓고 뭘 할까 고민해보는 시기다. 나 역시도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뭘 만들게 될지 궁금하다.

10. 새로운 도전에 대해 설레는 마음이 큰 가, 걱정이 큰 가.
조성희 : 시작하기 전엔 항상 즐겁다. 생각만 하는 지금은 즐겁다. 그렇지만 그걸 시작하고 진행할수록 고민이 많아지고 걱정이 생기게 되겠지. 하하.

10. 궁극적으로 조성희가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조성희 : 음, 그건 더 고민해 봐야할 것 같다. 이제 두 작품을 마친 감독이니까 앞으로 열 작품은 더 해봐야 고민의 답이 나오지 않을까.(웃음) 하지만 지금도 작품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다. 나는 나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든 영화, 그 영화 작품 자체를 봐주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고집하면서 내가 왜 영화를 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고민해야할 것 같다.

10.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탐정 홍길동’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 것 같나.
조성희 : 그저 편하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영화에서는 ‘저걸 어떻게 봐야할까’ 등 약간 생각을 하게 되는 일이 있긴 하지만 그런 아슬아슬한 부분들마저 오히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홍길동이란 인물이 어떤 놈인지, 아이들과 빚어내는 교감이나 변화에 초점을 맞춰서 악당을 시원하게 물리치는 것을 편하게 봐주셨으면 좋을 것 같다. 봄날, 초여름에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끼리 극장 나들이를 하기에 손색없는 오락 영화일 것이다.

한혜리 기자 hyeri@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