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신재하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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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로 연기에 발을 들인 신재하의 필모그래피는 데뷔작 제목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이것이 내 시작이다, 모두에게 선언하듯 등장한 신재하의 처음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이후 ‘피노키오’, ‘너를 기억해’, ‘발칙하게 고고’, ‘미스터리 신입생’, ‘페이지터너’ 등 신재하의 필모그래피를 떠올려보면 ‘청춘(靑春)’이라는 단어와 이어진다.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의 청춘처럼 신재하10는 늘 브라운관에, 그리고 스크린에 청춘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아프지만, 아름답고, 찬란한 신재하의 청춘 교향곡은 2016년 봄, 또 그렇게 한 페이지가 완성되고 있는 중이다.

10. ‘페이지터너’는 사전제작으로 촬영을 모두 마친 작품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방송을 지켜본 기분이 어떤가.
신재하 : 고생한 만큼 잘 나온 것 같아 일단 뿌듯하다. 사전제작이라 배우들도 편집이 어떻게 될지는 전혀 몰랐다.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시청자랑 똑같은 입장으로 보니 긴장이 많이 되더라. 첫 방송 볼 때는 너무 긴장해서 목에 담이 왔다. (웃음) 어떻게 나올지 전혀 감이 안오니 절로 긴장이 되더라.

10. 지수와는 ‘발칙하게 고고’에 이어 ‘페이지터너’로 또다시 조우했다.
신재하 : 지수랑은 ‘발칙하게 고고’를 촬영하면서 친해졌다. 그런데 드라마 전부터 미팅 보러 가면 굉장히 많이 마주쳤다. 나중에 작품 같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발칙하게 고고’를 같이 하게 된 거다. ‘페이지터너’ 미팅도 ‘발칙하게 고고’ 촬영 끝나고 나서 같이 올라갔다. 지수랑 서로 ‘페이지터너’ 미팅하게 된 걸 알고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운명이다, 우리 같이 하라고 주신 거라고 했다. (웃음)

10. ‘페이지터너’ 속 서진목 역할에 어려움은 없었나.
신재하 : 진목이라는 캐릭터가 감정을 크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다. 그래서 진목이는 속으로 삭히고, 티를 안 내지만 시청자 분들은 ‘진목이가 기분이 안 좋구나, 서운하구나’를 알아채실 수 있게 미세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10. 사실 ‘페이지터너’에서는 서진목이 가장 ‘짠내’나는 캐릭터라고들 한다.
신재하 : 그런데 짠내 나는 게 대체 뭔가. 그동안 계속 궁금했다.

10. (웃음) 짠하고 안쓰럽다는 거다.
신재하 : 아, 지금 알았다. (웃음) 1회 끝나고는 시청자 분들이 죄다 진목이한테 ‘쟤 좀 이상하다, 어디 왔다 갔다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런데 2회에 아버지와의 관계가 나오면서 그때서야 진목이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첫 방송에서는 일부러 더 못돼 보이려고 했다. 그게 맞아떨어져서 짠내 나는 상황으로 보인 것 같다. 진목이는 사실 나쁜 애는 아니다. 아버지한테 인정을 받고 싶어서 잘못된 행동을 한 것뿐이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사랑해주시고, 캐릭터에 의미부여를 해주신 것 같다. 얻어걸렸달까. (웃음)
신재하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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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신재하는 작품 속에서 누군가의 아들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야 하는 아들 말이다. ‘피노키오’, ‘너를 기억해’, ‘리멤버’ 모두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아들이었고, ‘페이지터너’에서는 냉철한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 상처받은 아들이 됐다.
신재하 : (웃음) ‘피노키오’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다. ‘피노키오’를 보시고 저를 불러주신 거니까. 저로서는 감사한 일이다. 부성애가 강하게 들어가면 제 캐릭터에 강한 인상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다만 이제는 잠깐 나와서 억울함을 해결하는 것 말고 계속, 쭉, 아버지의 억울함을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웃음)

10. ‘피노키오’ 박혜련 작가, 조수원 감독과 연이어 작업한다. 박혜련 작가와는 ‘페이지터너’로, 조수원 감독과는 웹드라마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로 재회했다. 신재하와 작업 안해본 스태프는 있어도, 한 번만 작업해본 스태프는 없다던데.
신재하 : 감사한 일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예뻐해주시고, 찾아주시는 게 감사한 일이지. 작품을 많이 안 했는데도 촬영장에 가면 꼭 전작을 함께 했던 스태프들이 많다. ‘기억’에는 ‘페이지터너’의 스태프들이 많고, ‘고호’는 ‘리멤버’ 스태프들이 그대로 계신다. 현장이 굉장히 편하고, 아직 신인이라 긴장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도움이 정말 많이 된다.

10. 웹드라마에서도 혹시 교복을 입나. 동안이라 그런지 유독 드라마에서 교복을 자주 입었다.
신재하 : 안 입는다. (웃음) 이제 회사원이 됐다. 재미있게도 촬영을 ‘페이지터너’, ‘미스터리 신입생’, ‘고호’ 순서대로 하고 있다. 촬영장에서도 고등학생에서 대학생, 회사원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거다. 교복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다. 아직 20대 초반이고, 교복을 입는 고등학생들의 감정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스스로는 10대 연기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군대 가기 전에는 교복을 그만 입어야겠지만 1~2년 정도는 아직 괜찮을 것 같다. 동안은 약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특권 아닐까.

10. 최근 합류한 ‘기억’에서는 ‘피노키오’ 속 동생 남다름이 나온다. SNS에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더라.
신재하 : 정말 많이 컸다. ‘피노키오’ 끝나고 한 번도 못 봤었다. 촬영을 같이 한 건 아니었다. 내 촬영이 끝나고 다음 신이 다름이 촬영이었는데, 마침 바로 근처라 다름이를 보러 갔다. 중학생이 되니 변성기도 오고, 키도 크고, 사춘기도 왔더라. 다름이가 큰 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겠지 싶더라. (웃음)
신재하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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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다시 ‘페이지터너’ 얘기로 돌아가자. 실제로 예고 출신인 신재하도 드라마 속 학교처럼 무시무시한 경쟁을 겪었나.
신재하 : 전혀 없었다. 우리 학교가 조금 특이했던 것 같기도 한데, 같은 과 친구들끼리 경쟁심을 갖지는 않았다. 오히려 서로 도와주려고 하고 밤새면서 하는 편이었지, 사실 서로 헐뜯고 그러진 않았다. 내가 다닌 예고는 평화롭고 정말 재밌는 곳이었다. 드라마처럼 역동적이고, 매일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헐뜯고 경쟁하고 서로 그런 곳은 아니다.

10. 서진목이 윤유슬을 향해 ‘불구덩이에 보내달라’고 기도하는 장면은 꽤 섬뜩하더라.
신재하 : 사람인 이상 누군가를 미워해 본 적은 모두 있을 거다. 실제로 저렇게 기도해 본 적은 없다. (웃음) 나도 크리스천이라 교회 열심히 다니는 편이긴 한데, 내가 하고서도 너무 진심으로 기도했나 싶더라. (웃음) 그냥 하나밖에 없었다. 무조건 못돼 보여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촬영하고 나서 감독님한테 ‘너무 착해 보이지 않았어요?’ 여쭤봤더니 ‘바랄 걸 바라’라고 하시더라.

10. 3부작이지만 첫 주연이다. 신재하에게 ‘페이지터너’는 남다른 작품으로 기억되겠다.
신재하 : 공부도 많이 됐고, 3부작이긴 해도 극 전개가 굉장히 빠르다. 감정선을 깨지 않게 가져가야 했었다. (김)소현이, 그리고 다른 선배님들이 연기하시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다. 선배님들이 작품 하나 끝나고 나서 잊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하시는 걸 예전에는 이해 못했는데, 이번에는 좀 알겠더라. 애정을 많이 가졌던 작품이다.

10. 페이지터너는 연주자 옆에서 그림자처럼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이다. 어떤 면에서는 가장 좋은 파트너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본인 인생에 ‘페이지터너’ 같은 사람이 있나.
신재하 : (잠시 생각하다) 아버지인 것 같다. 아버지는 권위적이지 않은, 친구처럼 편한 분이다. 같이 장난도 칠 수 있는 친한 부자 사이지만, 어려운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상의를 드리는 제 인생의 기둥 같은 분이다. 굳이 파트너를 얘기하자면 아버지가 아닐까.

10. ‘고호’와 ‘기억’을 같이 찍고 있다. 특히 ‘고호’에서는 소녀시대 유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신재하 : 실제로 처음 봤다. 주위 친구들이 다 ‘오~’ 이랬다. 같이 작품 했던 배우들까지도 궁금해 한다. (웃음) ‘우주대스타인데 감히 나와 연기를?’이라는 생각에 저도 초반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하는 일이 거대해서 그렇지, 성격도 너무 좋고 다 너무 좋은 분이다.
신재하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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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박보검, 유승호, 서강준과 함께 황금맥의 93라인 배우로 꼽히고 있다.
신재하 : (웃음) 감사한 일이다. 요즘 저를 그 라인에 넣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부담은 안 된다. 다만 93라인이라고 하는 배우 친구 분들이 왕성하게, 그리고 잘 활동을 하고 계셔서 자극은 받는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작품,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좋은 자극을 받는다.

10. 실제 친분은 어떤가.
신재하 : 일단 지수는 워낙 친하고. (박)보검 씨는 같은 샵을 다닌다. 꽤 오래 같은 샵을 다녔는데 최근에 처음 봤다. 대학 전공도 같은 뮤지컬이고 공통점이 많아서 서로 작품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인사하고 그랬다. 유승호 씨랑은 ‘리멤버’를 같이 찍었는데, 친해지기에는 시간이 짧았다. 촬영장에서 군대 다녀온 얘기도 듣고 그랬다.

10. ‘페이지터너’의 결말은 마음에 드나.
신재하 : 연기를 하면서 치유 받는 느낌이었다. 2화에서 아버지가 진목이한테 ‘넌 네가 무서워서 하고 있는 걸 그냥 하고 있는 거다. 재능이 없는데 속고 있는 거다’라고 말하는 신이 있는데, 촬영하던 당시에 나도 그런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과연 배우라는 직업을 하는 게 맞는 걸까,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계속 배우를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은연중에 했다. ‘페이지터너’를 하면서 ‘혹시 나도 진목이처럼 속고 있는 건가?’ 고민했는데 드라마를 통해 치유 받은 것 같다.

10. 고민에 대한 답은 찾았나.
신재하 : 좋은 걸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것, 재밌는 것을 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

10. 2016년 목표가 있다면.
신재하 : 사극을 꼭 하고 싶다. 역할은 상관없다. 예전부터 대하사극을 좋아해서 사극이 내 버킷리스트 1순위에 올라 있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느와르, 아역, 학원물 등 하고 싶은 작품의 버킷리스트를 다양하게 써봤다. 앞에서부터 지워 가다보니 신기하게도 빠른 시간 내에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이제 사극이 남았다. (웃음) 나이가 있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

10. 내친김에 신재하의 2016년 버킷리스트를 써보자.
신재하 : 일단 1순위는 사극에 출연하고 싶다는 거다. 두 번째는 올해 안에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93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 지수랑은 친하고, 보검 씨도 알게 됐고, 승호 씨와도 잠깐 작품을 같이 했으니까 동갑인 배우들과 만나는 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 세 번째는 시상식에 한 번 가보고 싶다. 상 받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초청이 돼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거다. 분명히 저는 창백해 질 거다. KBS 연기대상은 단막극 부문에 상이 있으니까 지수든 소현이든 상을 하나 받았으면 좋겠다. (웃음)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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