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이상윤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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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엄친아’라는 수식어 안에 이상윤을 가두는 건, 그에게 미안한 일이다. 실제로 만난 이상윤은 털털하고 수더분한 반전의 남자였으니까. 하지만 TV에서 그가 연기해 온 캐릭터는 대다수 멜로로 수렴돼 온 것이 맞다. 그런 면에서 ‘날,보러와요’는 이상윤에게 각별하다.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기 때문이 아니다. 대중들에게 “날 다시 봐요”라고 말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날,보러와요’에서 이상윤은 현실과 적당히 타협할 줄 아는 욕심 많은 나남수 PD를 연기했다. 이상윤은 ‘날,보러와요’를 통해 배우인생의 새로운 포트폴리오 하나를 만들었다.

10. 완성된 ‘날,보러와요’를 어떻게 봤나. 연기할 때의 느낌과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상윤: 시나리오보다 감독님이 더 잘 만져주셨다. 이야기 속도감이 특히나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촬영 당시, 시나리오가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다. 찍으면서 더 풍부해진 면이 있다.

10. 촬영하면서 당신의 의견도 많이 반영됐겠다.
이상윤: 반영됐다. 시나리오 상에서는 나남수 PD(이상윤)의 취재과정이 다소 단순했다. 너무 쉽게 이야기가 풀리는 느낌이었달까. 뭔가 더 있어 보이게 만들고 싶었다. 관객들의 예상이 빗나갔으면 했다. 그 부분을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동의해 주셨다. 결국 2회 추가 촬영까지 했다.

10. 평상시에도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편인가.
이상윤: 점점 그런 쪽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이전에는 그러지 못했다. 소심해서.(웃음) 신인시절에는 무조건 감독님 말만 따랐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내 뜻을 밝히는 게 건방진 행동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게 일일드라마 촬영 때였을 거다. 촬영 막바지였다. 너무나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더니 감독님이 ‘쿨’하게 “그래? 그럼 그렇게 해”라고 했다. 순간 ‘아!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구나’ 깨달았다.(웃음) 그때부터 조금씩 감독님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10. 그때가 언제인가?
이상윤: 20대 후반이었으니까, 데뷔하고 2-3년?
이상윤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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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거의 초반부터 의견을 이야기 해 온 셈이네.(웃음)
이상윤: 아, 또 그렇게 되나.(웃음)

Q. 대화의 스킬을 많이 터득했겠다.
이상윤: 작품 얘기를 할 때는 에두르지 않고 정확하게 이야기 하는 편이다. 물론 감독님들마다 성향이 다르니까, 그에 맞는 대화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사적으로 곤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는 ‘밑밥’을 미리 깔기도 하고.(웃음)

10. 연애할 때는 어떤가.
이상윤: 어휴, 힘들지.(웃음) 내가 남녀공학 중학교를 다니긴 했지만, 반은 남자와 여자가 분리돼 있었다. 고등학교는 남고였고. 그러다 보니 여자들과의 대화가 그리 능숙하지 못하다. 차라리 소개팅은 괜찮다. 어느 정도 감정을 배제한 채 이야기 하니까. 그런데 여자 친구가 되고 나서의 대화법은 다르지 않나. 감정이 개입하면서 나오는 대화법은 너무 어렵다. 남자의 대화법과 여자의 대화법은 너무 다르기도 하고. 연인과의 대화는, 영원히 좁혀지지 않을 부분인 것 같다.

10. ‘날,보러와요’ 기자간담회 때, “인물 대부분이 비정상인 것 같다”는 질문에 “나는 나남수가 아주 정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정확하게 반박하더라.(웃음) 캐릭터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확고한 느낌이다.
이상윤: 사실 그렇다. 정상이 뭐고, 비정상이 뭐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다. 애꾸눈 마을에서는 눈 두 개 있는 사람이 비정상이지 않나.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은 다르게 읽힌다고 본다.

10. 강예원 씨가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비정상인 게 더 재미있다”고 했는데, 그 말에 일정부분 동의한다. 당신 생각은 어떤가.
이상윤: 사실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아직 답을 못 찾았다. 평생 찾지 못할 거란 생각도 든다. 이건 답이 있는 게 아니라, 결국 본인의 선택이니까. 약간 특이해 보이는 사람들이 독특한 해석을 하거나 비범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긴 하다. 굉장히 빛이 난 사람들 중에 일찍 세상을 등진 경우도 있고. 예술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독특한 것들이 훌륭한 뭔가를 만들어내는 요소인 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배우로서 뭔가를 얻기 위해서 보통의 삶도 버려야 하나’라는 생각.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면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자들을 보면, 그게 정답은 아닌 것 같고. 그런데 또 할리우드 배우들을 보면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기도 하고.(웃음)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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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많지. 숀 펜도 그렇고.(웃음)
이상윤: 그 배우들을 보면, 더 모르겠다. 어떤 게 먼저인지. 에너지가 있기에 그런 삶을 선택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생활을 통해 에너지는 얻고 있는 것인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미친 쪽으로 가겠다는 건 아니다.(웃음)

10. 고민을 의외로 깊게 한 분위기다. 혹시 당신에게 향해 있는 ‘바른 생활 사나이’ 이미지가 답답해서 그러나.
이상윤: 이미지 때문에 일할 기회가 적게 주어진다면 답답할 거다. ‘엄친아’ 이미지로 작품 캐스팅이 이어지는 게 아쉽기도 하고.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크게 문제없다. 나를 ‘엄친아’로 본다고 해서, 내가 그에 맞춰 깔끔하게 다니는 것도 아니고. 별 신경 안 쓴다.

10. 소재가 흥미로운 영화다. 정신보건법 24조에서 규정하는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의견이 있으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을 시킬 수 있다’는 현행법을 모티브로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정신병원에 감금된다면,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뭘까.
이상윤: 하, 생각만 해도…(웃음) 내가 겁이 좀 많은 편이라 초반에는 일단 상황을 두고 볼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찾겠지. 어떻게 해서든 그곳을 벗어나갈 방법을. 그러지 않고서는 진짜로 미쳐버릴 테니까.

10. 정신병원 감금은 좀 극단적인 상황이고. 일상에서 겪는 난처한 상황을 상상해보자. 그런 경우 일단 피해가는 사람이 있고, 어떻게든 해결하고 가는 사람이 있는데 당신은 어느 쪽인가.
이상윤: 상황마다 다를 것 같다.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보는데, 그 뒤에 똑같은 상황이 오는 경우라면 부딪혀서 해결하려고 한다. 일을 할 때는 특히나 그렇다.

10. ‘날,보러와요’는 언론보도가 과연 진실일까라는 물음도 남기는 영화다. 그런 면에서 진실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본다.
이상윤: 그 부분까지는 고민을 많이 못 해봤다. 음, 글쎄. 인터뷰를 많이 해 온 입장에서 보도에 대한 부분은 좀 민감하다. 내가 한 말들이 인터뷰 기사로 나가긴 하지만, 그걸 어떤 방향에서 다루냐에 따라 독자들이 굉장히 다르게 보지 않나.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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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맥락의 앞뒤를 자르고 나가는 인터뷰의 경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이상윤: 맞다. 그게 정말 어렵다. 언론의 기능은 ‘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거라고 배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지 않나. 특히 연예계 기사의 경우 기자의 감정 개입이 많다. 우리는 또 ‘가급적 좋은 감정을 바탕으로 기사를 써 달라’고 호소를 하고. 이것 자체도 잘못된 게, 안 좋은 감정으로 쓴 기사는 싫어하면서 사실과 다를지라도 좋게 써주는 기사는 또 좋아한다. 모순인 거다. 그래서 어렵다.

10. 인간의 본능이지.
이상윤: 하하하. 그래서 같은 회사에 있는 천호진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참 부럽다. 선생님은 일절 인터뷰를 안 하시거든. 정말 현명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일동 웃음) 물론 내가 인터뷰를 거절했다가는 욕을 먹겠지만.(웃음) 아무튼 선생님은 당신에 대한 특별한 어필을 안 하신다. 본인에 대한 욕이 들어와도 큰 신경을 안 쓰시고. 진실은 언젠가 전달된다고 믿으시는 분이다.

10. 진실이 정말 언젠가 전달될까.
이상윤: 거기에서 또 난관에 봉착하지.(웃음) 정권에 대해서도 그렇고, 어떤 기사를 보면 그게 진실인 것처럼 보이지만, 또 반대의 기사를 보면 그게 또 진실인 것처럼 보이지 않나. 어떤 게 진짜인지 헷갈린다.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갑각류 있지 않나. 어떤 기사에서는 그걸 먹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또 다른 기사에서는 안 좋다고 하더라. 너무나 상반된 두 개의 기사를 보면서 혼란에 빠졌다.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해서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나 같은 일반 시민은 당장 접하는 것만으로 판단해 버리기 쉽다. 그래서 진실은 잘 모르겠다.

10. 당신과 관련해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보도되면 어떻게 하나.
이상윤: 소속사 입장에서는 ‘큰일이다, 정정해야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나는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심각한 범죄자처럼 몰아가는 일이라면 안 되겠지만.(웃음)

10. 이럴 땐 소심하지 않은데.(웃음)
이상윤: 일일이 해명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 알리고 싶지 않은 게 보도된 거라면 ‘어쩔 수 없지’하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지 않나. 하지만 인터뷰 때의 말은 조금 조심스럽다. 내가 한 말이 나에게 돌아오는 건 상관없는데, 혹여나 함께 일하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 미안한 일이니까. 그런 것 빼고는 크게 신경을 안 쓰다. 이런 말 하면 홍보팀은 싫어하겠지만, 사실 나는 내 기사를 잘 안 찾아본다. 알아서 잘 써주시겠지 하는 편이다.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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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렇다면, 인터넷으로 주로 검색하는 것은?
이상윤: 스포츠 결과?(웃음) 농구-해외축구 경기 결과나, 선수의 개인 성적을 자주 검색한다. 야구가 얼마 전 시작하니까, 이젠 야구 결과!

Q. ‘날,보러와요’가 세 번째 영화다. 첫 영화가 ‘색즉시공2’였다.
이상윤: 하하. ‘색즉시공2’에서 송지효 씨의 동네 오빠를 연기했다. 옛날에 알고 지낸, 잘 나가는 오빠? 그런 거지. 갑자기 나타나서 여주인공에게 “원래는 널 좋아했어” 하는.(웃음) 남녀주인공의 사랑을 흔드는 역할이었다.

10. ‘색즉시공2’에서 ‘산타바바라’까지, 스크린에 돌아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상윤: 많이 걸렸다. ‘색즉시공2’가 2007년도 영화고, ‘산타바바라’가 2013년 촬영을 해서 2014년도에 개봉을 했다. 7-8년 만에 영화를 한 셈이다. 드라마를 연달아서 하다 보니 영화 쪽 기회가 많이 없었다.

10. 효도에는 일일드라마-주말드라마가 최고라고 하던데, 그 동안 효도는 많이 했다.(웃음)
이상윤: 맞다. 특히 일일/주말드라마에서 사랑 받는 캐릭터를 하는 게 부모님에게는 가장 큰 효도다. 그런 캐릭터들을 꽤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스크린에서 조금 더 많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 많은 분들이 ‘날,보러와요’를 보러 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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