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스타의 김강(왼쪽)과 진해성(오른쪽)
두스타의 김강(왼쪽)과 진해성(오른쪽)
[텐아시아=이은호 기자]한국인의 정서는 두 단어로 설명된다. 한(恨)과 흥. 그리고 트로트는 한과 흥을 한 번에 아우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음악 장르 중 하나이다. 그래서 트로트는 한국인의 가요다.

트로트 그룹 두스타(김강, 진해성)는 한도 많고 흥도 많다. 남진의 ‘빈 지게’를 구슬프게 부르다가도, 이내 관객들과 신나게 어우러지며 한바탕 춤판을 벌인다. 정통 트로트를 표방하지만 고루하지 않다. 오히려 신선하다.

두스타는 지난달 23일 정규 음반을 발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한 팀이지만 음반은 따로 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텐아시아 편집국을 찾은 두스타는 “우리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듀엣곡 ‘반갑다 친구야’로 함께 활동하기도 하고, 솔로곡으로도 인사드릴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각 음반에는 10곡 이상의 수록곡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음악적 자신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강과 진해성 모두 재야에서 실력을 닦은 실력파이다. 김강은 17세의 나이에 KBS1 ‘가요무대’에 출연, 한 때 ‘트로트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던 인물. 진해성 역시 고향인 부산을 기반으로 약 5년 간 거리공연을 하며 내공을 쌓았다.
두스타
두스타
두스타의 가장 큰 장점은 목소리다. 남성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이 매력적이다. 김강은 “나와 해성 군이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미성이고, 꺾고 돌리는 테크닉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것도 비슷하다”면서 “나중에는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불러도 재밌을 것 같다. 나는 해성 군의 ‘멋진 여자’를 좋아하고, 해성 군은 내 노래 ‘열두 번’을 좋아하더라”고 전했다.

목소리는 비슷하지만 성격은 정 반대이다. 인터뷰 당시에도 두 사람의 성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김강은 잔잔한 미소를 띤 채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다. 반면 ‘부산 사나이’ 진해성은 저돌적이면서도 우직했다.

“저는 얌전하고 조용한 편인데, 해성 군은 활력이 넘쳐요. 겁 없이 돌진하는 패기도 있고요. 어느 자리에서든 밝게,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친구죠.” (김강)

“처음엔 (성격이) 잘 안 맞았어요.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까요. 그런데 함께 맞춰 가는 재미가 있더군요. 하나 둘 씩 맞춰가며, 뭔가를 완성시켰을 때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진해성)

그만큼 서로에게서 배울 점도 많다. 김강은 “진해성은 연습벌레”라면서 “다른 장르의 노래도 연구를 많이 하고, 악기 연주 실력도 수준급이다”고 칭찬했다. 진해성은 “김강 형님은 직업 외적인 부분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우선 사람을 잘 따르게 만든다. 항상 겸손하고 배려심도 뛰어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가장 큰 공감대는 음악이다. 두 사람을 뭉치게 한 것은 트로트로 그 중에서도 남진, 나훈아로 대표되는 정통 트로트다. 최근 댄스, 일렉트로닉을 접목한 트로트가 득세인 것을 고려한다면 눈에 띄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정통 트로트, 특히 어려운 시절에 나왔던 노래들이 가사가 정말 찡합니다. 시대적인 배경도 녹아들어가 있고요. 제가 부산 출신인데, 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을 많이 오지 않았습니까. 할머니한테 그 때 이야기를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잘 견딜 수 있었을까 혹은 내가 그런 상황에 있었다면 어떤 노래를 부를 수 있었을까 상상도 많이 해봤어요.” (진해성)

“어렸을 때부터 나훈아, 남진 선생님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이미자 선생님이나 하춘화 선생님도 좋아하고요. 노래를 그만 뒀을 때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쓰라린 기억이 노래를 성숙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김강)
김강
김강
모자랄 것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그동안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특히 김강은 지난 10년 간 음악을 멀리 하며 살았을 정도. 그는 “한 때 음악을 그만 두겠다는 생각도 했다. 자괴감이 들어 트로트 프로그램도 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17세 때 ‘가요무대’로 방송을 시작하고, 19세에 첫 음반을 냈습니다. 이른 나이에 성공을 거뒀는데, 이후 활동을 못했어요. 10년간은 음악을 접고, 생활전선에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장사에 여러 번 도전했는데, 너무 힘들더군요. 다리를 다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많은 어려움이 있어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노래라는 것을. 덕분에 이젠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김강)

진해성은 20세까지 유도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대학 진학을 앞두고, 그는 음악에 대한 열망을 깨달았다. “음악을 포기하면 인생 최대의 후회를 할 것 같다”는 심정으로 아버지를 설득했다.

“유도를 하면서도, 가수의 꿈은 늘 갖고 있었습니다. 오디션도 많이 보러 다녔고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용기 내 아버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노래를 안 하면 너무 후회할 것 같다고. 정말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시더군요. 이후 실용음악과에 진학했고, 가요제, 버스킹 등을 통해 경험을 길렀습니다.” (진해성)

제법 먼 길을 돌아 온 것이다.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를 악물고 버텼다. 노력은 썼지만, 그 열매는 달았다.

“무명 가수로 활동하면서 설움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저보다 더 안 좋은 환경에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래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고 생각하려 했습니다.” (진해성)

“힘들 때마다 어머니가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해주셨어요. 어렸을 때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거든요. 기운이 처질 때마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힘을 냈죠. 요즘에는 일정이 많아 정신없는 와중에도,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합니다.”(김강)
진해성
진해성
두 사람의 의욕은 무대를 넘어 예능 프로그램으로까지 뻗쳤다. 진해성의 경우, 이미 SBS ‘스타킹’에 출연해 눈도장을 찍은 바 있으며, 13일에는 KBS2 ‘우리동네 예체능’ 녹화에 참여한다. 그는 “몸으로 하는 건 대부분 자신 있다. 기회가 된다면 MBC ‘진짜 사나이’에도 나가보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김강은 KBS2 ‘해피투게더’, MBC ‘라디오스타’와 같은 토크쇼 출연을 희망했다. 공격적인 질문이 날아들어도 ‘진정성’으로 승부하겠다는 포부다. 김강은 “꾸밈없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드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장사를 할 때의 에피소드도 있고, 트로트 가수 선배들의 모창도 가능하다”고 어필했다.
두스타
두스타
두스타의 젊음 역시 기대 포인트 중에 하나이다. 오래 묵은 장일수록 더욱 깊은 맛이 나는 법. 노래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트로트처럼 삶과 맞닿은 장르는, 삶의 경험만큼 귀한 선생님이 없다. 다시 말해 두스타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해성은 “40~50대가 되면 어떤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게 될지 궁금하다”며 눈을 반짝였다.

“22세 때 녹음해둔 노래가 있어요. 가끔 들어보면, 지금 부르는 것과는 천지차이더군요. 연습을 하며 는 것도 있겠지만, 감정의 변화도 영향을 줬겠죠. 그래서 제가 40대가 되고 50대가 되면 어떤 노래가 나올지 저조차도 궁금합니다. 밥 먹듯이, 숨 쉬듯이 노래가 나올 수 있게 부지런히 노력해야죠.” (진해성)

이제 시작이다. 두스타는 이번 음반 활동 목표로 단독 콘서트를 꼽았다. 김강이 “1,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에서 팬 분들을 모시고 노래하고 싶다”고 말하자, 진해성은 “관객 수를 더 늘려도 괜찮겠다. 만 명으로”라고 정정했다. 패기와 자신감이 엿보였다.

“진미령 선생님 노래 중에 ‘내가 난생 처음 여자가 되던 날’이란 곡이 있습니다. 그 곡처럼, 내가 커왔던 과정을 하나의 노래로 만들고 싶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한 시간들, 친구들과의 추억, 그리고 지금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녹여낼 수 있는 노래요. 무엇보다 언젠간 트로트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진해성)

“연기자든 가수든,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를 표현해야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는 걸 많이 깨달았어요. 저 역시 언제나 진솔하게 여러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김강)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KD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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