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퍼포먼스 없는 아이돌 음악은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닐까. 아이돌 음악은 노래, 비주얼 그리고 퍼포먼스가 3박자를 이뤄 펼치지는 콘셉트 음악이다. 그중 퍼포먼스는 보는 음악의 정점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케이팝 한류 열풍의 핵심. 잘 만든 포인트 안무 하나가 노래의 인기를 견인하기도 한다. 아이돌이 컴백할 때마다 유튜브에서 쏟아지듯 만들어지는 해외팬들의 댄스 커버 영상도 퍼포먼스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에 퍼포먼스를 만드는 안무가의 역할도 함께 커졌다. 3분여의 무대를 위해서, 아이돌 그룹의 뒤에서, 땀을 흘리는 안무가들을 만난다. (편집자주)
박상현 안무가
박상현 안무가
시크릿 ‘별빛달빛’, 전효성 ‘굿나잇 키스’, ‘반해’, B.A.P ‘원샷’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TS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노래라는 점도 있지만, 모두 박상현 안무가가 퍼포먼스를 탄생시킨 곡들이다. 귀엽고 부드러운 ‘별빛달빛’, 섹시한 ‘굿나잇 키스’, 파워풀한 남성미의 ‘원샷’까지 모두 상반된 매력을 지니고 있는 퍼포먼스가 박상현 안무가의 지휘 아래 만들어졌다.

박상현 안무가는 자신이 안무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안무가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동료 안무가들과 한국안무협회를 만드는 등 권익보호에 힘쓰고 있다. 동시에 B.A.P 종업과 젤로를 자신의 지휘 아래 직접 곡의 안무를 짜는 등 성장도 도왔다. 박상현 안무가가 안무를 짠다는 것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고 있기에 가능한 행보들이다. 최근 만난 박상현 안무가는 지난달 28일 발표된 전효성의 솔로 앨범 준비와 한국안무협회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안무가로서 그의 신념이 원동력이었다.

10. 안무가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왜 안무가라는 직업을 택했나?
박상현 안무가 : 그냥 그게 재미있었다. 중학교 때 재미있어서 춤을 시작했고, 어렸을 때는 큰돈이 안 필요하니까 경제적 이런 것 생각하지 않고 재미있어서 하게 됐다.

10. 안무를 짜는 것과 춤을 춘다는 것은 다를 것 같다.
박상현 안무가 : 노래도 작곡을 위해 코드 진행이 있듯이 안무도 마찬가지다.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친다고 작곡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동작을 그냥 만드는 게 안무가 아니다. 그룹 안무를 짤 때는 파트가 계속 변하고, 그 파트 때 어떻게 움직이고 퍼지는지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동작을 짜는데 무조건 강하게 짜지 않고 그 속에서 강약 조절을 한다.

10. 한류 인기 요소 중 하나가 퍼포먼스다. 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안무가의 영역도 넓어졌나?
박상현 안무가 : 사실 넓어진 것은 잘 모르겠다. 나는 옛날 90년대 댄서다. (웃음)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에 노래가 나오면 그냥 안무만 짜서 줬는데 이제는 노래, 안무, 의상을 같이 많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세분화된 명칭이 생겼다. 트레이너가 있고, 안무가, 퍼포먼스 디렉터, 신인개발팀 등 직함들이 생겼다.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는 일은 옛날부터 하던 것인데 안무가나 댄서들이 시스템 속에 들어가게 됐다.

10. 안무를 짤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박상현 안무가 : 히트를 할 수 있는가. 가수한테 어울리는가. 히트를 시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 가수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이 친구가 안 섹시한데 섹시하게 짜봤자 그 느낌이 안 난다. 이 친구가 할 수 있는 멋있음이나 섹시함을 찾는다.

10. 전효성의 새 앨범 타이틀곡 ‘나를 찾아줘’에서는 어떤 전효성을 담았나?
박상현 안무가 : 이번 것은 더 우아할 것이다. 그룹에서 솔로를 발표했을 때는 첫 앨범이 제일 중요한데 ‘굿나잇 키스’ 반응이 좋았다. ‘반해’ 때는 걸그룹의 이미지를 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엔 전효성의 우아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아함 치고는 전효성의 춤이 탄력적인 스타일이라 그것을 반영했다.

10. 곁에서 본 전효성은 어떤 강점을 지니고 있나?
박상현 안무가 : 전효성은 탄력적인 이미지가 있다. 마른 이미지가 아니다. 무대를 장악하고, 휘젓고 다니는 능력이 있다. 또,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하고, 끊임없이 의견을 제시한다.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에 신뢰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배우고 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 전효성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완벽하게 한다. 그 범위 이상을 항상 보여준다. 실력도 계속 늘고 있다.

10. 솔로의 경우, 그룹 안무와 또 다르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댄서 구성이 눈에 띈다.
박상현 안무가 : 어떤 댄서들이 올라가야 하는지 구성도 생각해 둔다. 만약 무대에 댄서팀 단장급이 함께 서면 가수가 잡아먹힐 수도 있다. 무대에 어울리는 댄서들을 세운다. 특히 그룹보다 솔로는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룹은 댄서가 받쳐주는 이미지지지만, 솔로는 댄서들이 그 가수를 거의 왕으로 만들어야 한다.

전효성
전효성
10. 노래를 듣고 안무로 탄생되는 과정이 보통 어떻게 이어지는가?
박상현 안무가 : 나는 어릴 때 노래를 엄청나게 많이 들으면서 안무를 짰다. 요즘은 처음에 몸을 풀고 난 다음에 노래를 딱 처음 듣고 떠오르는 이미지대로 간다. ‘별빛달빛’ 같은 경우 후렴구 빼고 나머지는 하루 만에 완성했다. 옛날에는 너무 잘 짜고 싶어서 너무 많이 들었다. 그런데 너무 많이 듣다보면 대중이 듣지 못하는 믹싱에서 숨겨 놓은 효과도 들리고, 거기에 집착을 하게 된다. 대중의 영역을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 한 번 듣고 처음 한 번 봤을 때 좋아야 한다.

10. B.A.P의 경우, 종업과 젤로가 ‘필쏘굿(Feel So Good)’ 안무를 직접 제작했다고. 안무가로서 멤버들의 성장이 뿌듯할 것 같다.
박상현 안무가 : 둘이 잘 짜서 내가 편해졌다. (웃음) 젤로와 종업이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저한테 보여주는 식으로 작업했다. 사전에 어떻게 짜면 좋을지 이야기를 해줬다. 내가 클론 강원래 형 밑에서 춤을 춰서 그런지 몰라도, 아티스트가 크리에이티브적인 일을 할 수 있을 때 하이퀄리티가 나온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티스트가 완벽한 디테일은 할 수 없어도 아티스트가 기본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훨씬 대화가 잘 통한다.

10. B.A.P는 어떤 매력이 있는 그룹인가?
박상현 안무가 : B.A.P는 그냥 재미있는 애들이다. 그 재미있는 게 좋다. 재미있어야 잘 나오는 것 같다. 용국이는 그냥 리더다. 자기가 알아서 한다. 창작자다. 힘찬이는 사실 춤을 잘 추는 친구가 아닌데 춤을 출 때 리액션이 굉장히 좋다. 연기가 되는 친구다. 대현이는 굉장한 분위기 메이커다. 파이팅이 넘치고, 계속 실력이 는다. ‘올드스쿨’적인 느낌이 묘하게 난다. 영재도 의견 제시를 많이 하는 친구다. 종업은 묵묵히 자기 것을 한다. 종업이가 향후 1~2년 안에 엄청난 것을 할 것 같다. 젤로는 정말 끼가 많다.

10. 안무가로서 퍼포먼스를 볼 때 가장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안무가 있나?
박상현 안무가 : 진짜 잘 짰다는 안무라.. 나는 클론 강원래 형을 존경한다. 원래 형은 그 시절에 춤을 정말 잘 추는 사람이었지만, 본인이 가수할 때는 다양한 춤을 췄다. 만약 어떤 사람이 정말 춤을 잘 추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능력을 표현하고 싶을 텐데 클론은 ‘난’, ‘빙빙빙’, ‘쿵따리 샤바라’ 모두 멋있는 안무를 넘어 노래와 어울리는 안무를 만들었다. 플레이어가 그렇게 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정말 그 노래에 맞춰서 표현을 다 했다.

10. 창작자로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나?
박상현 안무가 : 기본기 연습을 계속 한다. 모든 안무가들이 그렇다. 나이를 먹으면 센스나 감보다는 체력이 떨어진다. (웃음) 예를 들면 어떤 동작이 떠올라 더 다듬기 위해 춤을 추고 연습을 하는데, 춤을 제대로 완성하기 전에 힘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감이 떨어지지 않게 관련 영상을 많이 본다.

10. 안무가로서 목표가 있다면.
박상현 안무가 : 오래하고 싶다. 오래오래 해서 더 좋아지는 것을 보고 싶고, 그렇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크다. 또, 안무협회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더 안정화가 돼서 안무가의 이미지라든지 수준이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 안무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더 잘되는 안무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10. 마지막으로 안무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박상현 안무가 : 편견과 선입견이 없었으면 좋겠다. 춤을 추다보면 편견과 선입견에 빠질 때가 있다. 전문 댄서라면 이해가 되는데 안무가는 한 장르에 국한되면 안 된다. 안무가는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많은 것을 느끼고, 매일 매일 기본 연습을 해서 아울러야 한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박상현 안무가, TS엔터테인먼트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