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송일국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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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던 송일국이 ‘국민 아빠’가 됐다. 이 모든 게 다 삼둥이(대한, 민국, 만세)와 KBS2 육아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 덕분이다. 송일국은 세쌍둥이 자녀와 함께 ‘슈퍼맨’에 출연해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송일국의 이름 앞에는 ‘국민 아빠’, ‘삼둥이 아빠’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국민 아빠’ 송일국이 이번엔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로 변신했다. 송일국은 지난달 26일 종영한 KBS1 대하드라마 ‘장영실’에서 장영실 역을 맡아 구박당하는 노비 신분에서부터 관직에 오르기까지의 모습을 소탈하게 표현해 냈다. 송일국은 ‘장영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었고 송일국은 이 역시 “‘슈퍼맨’과 삼둥이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아버지’란 이름이 주는 힘이었다. 송일국은 ‘국민 아빠’의 친근함을 무기로 연기 인생의 2막을 올렸다.

10. ‘장영실’은 24부작으로 본인이 여태까지 했던 사극 중 가장 짧은 사극이었다.
송일국 : 짧아서 더욱 아쉽다. 이런 드라마라면 10년은 더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렇게 편한 사극은 난생처음이었다. 밤을 새면서 촬영한 날이 거의 없었다. CG 작업 때문에 일부 사전제작으로 촬영을 진행했고, 짧은 드라마였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가 전혀 없었다. 이렇게 편한 사극 촬영은 또 처음이었다.

10. 4년 만의 복귀작으로 사극 ‘장영실’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송일국 : 사실 한동안 사극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일부러 다른 장르를 선택했었다. 그러던 와중 아내랑 TV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지금 사극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라고 말했다. 내심 사극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찰나에 장영실이란 좋은 역할이 들어왔다.

10. 장영실이란 인물 자체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송일국 : 없다면 거짓말이다. 역시 살 얘기다. 장영실이란 인물이 노비로 출발하는데 촬영장에서 노비의 외모가 너무 장군 같다고 지적을 받았다.(웃음) 사실 감독님이랑 살을 빼기로 약속했는데, 목표치보다 5킬로그램이나 못 뺐다.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한 기분이 들어 죄송스러웠다.
송일국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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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드라마를 마치고 보니 아쉬움이 남지는 않는가.
송일국 : 살을 좀 더 뺐으면 어땠을까 싶다. ‘장영실’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처음 연기하는 작품이었다. 혼자 살 땐 작품에 들어가면 냉장고에 있는 모든 걸 다 갖다 버렸는데 지금은 집에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럴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있으니까 체중관리가 굉장히 힘들더라. 하하.

10. 촬영 당시엔 힘든 점은 없었나.
송일국 : 생소한 대사가 참 많았다. 가뜩이나 사극 대사도 어려운데 천문학 용어까지 등장하니 정말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한 신(Scene) 자체가 정말 길었다. 보통 주연이 50~60신으로 나눠서 찍는데, ‘장영실’은 같은 분량을 20신으로 길게 찍었다. 뇌가 흘러내리는 줄 알았다. 하하.

10. 드라마 수출도 성사됐고 시청률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송일국 : 수출 얘기가 나올 땐 괜히 뿌듯해진다. 가장 큰 시장이 일본인데, 사극은 일본 판매가 어려운 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본 수출까지 성공적으로 성사됐다. 정말 뿌듯하다.

10. 지난 1월 기자간담회 당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사이가 꽤 돈독해 보였다.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송일국 :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밤샘 촬영이 없어서인지 다들 좋은 컨디션으로 임할 수 있었다. 배우들끼리 농담으로 그런다. 사극배우는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다고. 보통의 사극은 배우에게 엄청난 체력을 요구한다. 일단 분장에서 1시간이 넘어간다. 난 산만해서 더 오래 걸렸다(웃음). 종방연 때 스태프들이 배우들에게 상장을 나눠줬다. 나는 ‘또 자’ 상이었다. 분장하면서 계속 자니까. 하하. 드라마 현장에서 이렇게 모난 사람 없이 화기애애한 적은 또 처음이었다. 채팅방도 따로 만들어서 서로 사진을 올려주기도 했다. 난 가끔 삼둥이가 본방 사수하는 사진을 올렸다.

10.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연출자의 영향이 컸다고 들었다.
송일국 : 김영조 PD는 정말 좋은분이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일하는 데 있어서도 좋았다. 연극배우들을 직접 찾아다니는 등 PD님의 넘치는 열정이 부족한 예산을 메웠다고 생각한다.
송일국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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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장영실’을 통해서 배우 송일국이 배운 점이 있나.
송일국 : 배우로서, 아빠로서 어떻게 해야겠구나, 판단이 섰다.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대한민국 아빠들은 다 위대한 것 같다. 사실 아이가 태어나고 지금까진 백수나 마찬가지여서 육아에 전념할 수 있었다. 촬영을 시작하니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육아고충을 어느 정도 알게 됐다.

10. 진정한 ‘슈퍼맨’이 된 건가.
송일국 :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건 모든 부모의 숙제겠지만, 두 가지를 모두 성공시킨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일에만 전념하기 어렵고 가정에 충실하기도 어렵다. ‘장영실’을 하면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다고 느꼈다. 절대 연기에만 집중할 수가 없다. 내 목표는 좋은 남편,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다. 일보다 가정이 우선인 사람이라 집을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연기에 집중할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할 것 같다.

10. 아이들 삼둥이도 ‘장영실’에 출연했다. 아이들이 이제 아빠의 직업을 인식할 것 같다.
송일국 : 이제 48개월이라 아직 ‘배우’라는 직업을 모른다. 그저 TV에 나오는 사람인 줄로 안다. 드라마가 뭔지도 잘 모를 것이다. 내가 짓궂게 장난칠 땐 아이들이 “‘장영실’로 가세요!”라고 할 때도 있다. 하하.

10. 삼둥이도 함께 출연했기 때문에 ‘장영실’을 더 재밌게 시청하지 않았나.
송일국 : 평소 아이들에게 TV를 보여주지 않는다. ‘장영실’이나 ‘슈퍼맨’ 본 방송할 때 가끔 시청하는 정도다. 아이들은 ‘장영실’에 흥미를 느끼는 게 아니라 TV를 본다는 것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것일 거다.

10. 아이들의 끼가 보이던가.
송일국 : 다른 아이들은 모르겠는데, 만세는 가능성 보인다. 감성이 다르다. 예를 들어 아내가 상갓집을 다녀오면 첫째 대한이와 둘째 민국이는 “왜 죽었어요?”라고 질문한다. 반면 만세는 엄마의 슬픔을 먼저 걱정한다. 만세가 만약 배우를 한다면 우리 부모님이 그랬듯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예정이다. 셋 다 배우 한다고 하면 고민이겠지. 하하. 셋 중의 하나는 엄마를 닮지 않을까.
송일국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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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많은 사람이 송일국의 ‘슈퍼맨’ 하차를 아쉬워했다.
송일국 :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의 섭섭함을 달래드리고 싶었다. 막상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니 팔로워수가 2주 만에 100만이 넘더라. 사랑해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열심히 아이들 사진을 올릴 예정이다.(웃음)

10. ‘슈퍼맨’을 종종 시청하고 있나.
송일국 : 앞서 얘기하다시피 집에 TV가 없어서 잘 못 본다. 심지어 나의 ‘슈퍼맨’ 출연 분도 다 챙겨보지 못했다.

10. ‘슈퍼맨’이란 예능 프로그램에 오랜 기간 출연했다. 배우 이미지 걱정은 되지 않던가.
송일국 : 아이들이 선물인 것 같다. ‘슈퍼맨’을 통해서 내가 친근한 이미지를 쌓을 수 있었고, 그 이미지 덕분에 장영실을 맡을 수 있었다. 오히려 ‘슈퍼맨’에겐 감사할 뿐이다.

10. ‘장영실’ 이후 차기작은 정해졌나.
송일국 : 작년에 연쇄살인범 역할로 ‘플라이 하이’라는 영화를 찍었다. 아직 개봉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 외에는 아직 계획된 작품이 없다. 소속사와 논의해서 차기작을 정해야겠다. 애 셋을 키우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 하하.

10. 송일국은 앞으로 어떤 배우의 길을 걷고 싶은가.
송일국 : 그냥 배우가 되고 싶다.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배우.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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