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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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것 같은 판타지적인 느낌이 엑소(EXO)에겐 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칼 군무,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얼굴들. 그런 엑소의 리더 수호/김준면에게 영화 ‘글로리데이’는 대중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첫 걸음일 것이다. ‘글로리데이’는 스무 살 네 친구의 일상이 ‘글루미데이’로 변해가는 과정을 냉정하게 담아낸 영화. 극중 할머니와 둘이 사는 가난한 20세 청년 상우를 연기한 수호는 무대 위 화려한 메이크업을 지우고 말간 얼굴로 스크린과 마주했다. 이 청춘의 앞날은 보다 흥미진진해 질 예정이다.

10. 엑소 팬이라면, ‘글로리데이’가 쓰라릴 수밖에 없을 거예요. ‘우리오빠’가 이토록 가엽게 나오다니, 할 테니까요. 팬들 반응은 어때요?
김준면: “슬프다!” “어른들에게 화가 난다!” 화가 난다는 이야기를 특히 많이들 해요.

10. ‘글로리데이’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된 셈이네요?
김준면: 네. 팬분들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읽어 주시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상우를 연기했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그가 너무 안쓰러웠어요. 어른들의 강압에 억눌려 검게 물들어가는 청춘들이 마음 아팠죠.

10. ‘글로리데이’는 청춘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꿈이나 희망은 쏙 빼고, 그 자리에 사회적 부조리와 위협받는 우정을 넣은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대한민국 사회에서 청춘을 통과한 사람은 모두가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죠.
김준면: 맞아요. 특히 어른들의 모습이 영화에서 굉장히 현실적으로 묘사된 것 같아요. 실화만 아닐 뿐이지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고요. 상우가 안타깝긴 했지만, 그의 불행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누구 하나 콕 집어서 ‘저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봤죠.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이기심은 우리 사회 전반에 알게 모르게 퍼져 있으니까요.

10. 시스템의 문제다?
김준면: 이야기가 너무 거대해지는데, 제가 사회비판을 하려는 건 아니에요.(웃음) 그런데 생각해보니 엑소가 사회비판적인 노래 ‘마마(MAMA)’로 데뷔하긴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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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팬들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김준면: 하하하. 그런데 저도 그렇고, 이기심과 책임을 떠넘기려는 마음은 모두에게 숨겨져 있잖아요? ‘글로리데이’는 그걸 까발리는 영화 같아요.

10. 올해 스물여섯인데 스스로가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기적이라 했는데 언제 자신이 이기적이라고 느껴져요?
김준면: 청춘을 정의하는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꿈을 잃는 순간, 청춘이 끝난다고 생각해요. 그 순간 어른이 되는 거죠. 그리고 제가 이기적이라고 느껴질 때는, 많죠. 너무 많은데…흠…….

10. 애써 찾으려 하지 마요.(웃음)
김준면: 아닌데…이기적인데…생각나면 꼭 말씀 드릴게요.(웃음)

10. 꿈을 잃는 순간 어른이 된다고 했는데, 뭔가 어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김준면: 제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했어요. 그만큼 일적으로 만난 어른들이 많았는데, 자신의 직업에 애착이 없고 책임감 없는 어른들을 적지 않게 봤어요. 그러면서 어른에 대한 부정적이 생각들이 들어선 것 같아요. (머리 긁적이며)아, 이러면 주변 ‘디스(dis)’가 되나요?

10.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생각이라고 봐요. 경쟁이 치열한 아이돌 산업에 일찍이 몸을 담갔으니, 여러 가지를 보며 느끼는 바가 있었겠죠.
김준면: 확실한 건,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무대 인사를 하는 것도,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이 영화를 찍은 주연배우로서 당연히 가져야 하는 책임인 거죠. 엑소 리더로서 팀을 챙기는 것도 당연하고요.

10. 그러다 보면 인간 김준면은 없지 않나요? 항상 엑소 수호-배우 김준면으로만 살면요.
김준면: 그런데 주어진 일을 책임지며 사는 것 또한 저 아닐까요?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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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타적이네요.(웃음)
김준면: 하하, 그건 아닌데… 제 영화이고, 제 것이니까 이렇게 하는 거잖아요? 이게 이기적인 거죠! 하하하.

10. 사람을 만날 때 그냥 ‘김준면’이 아니라, 당신을 바라보는 팬들이 있다는 걸 의식하게 되는 것 같지는 않나요?
김준면: 공인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사람들 앞에서나 기자님들 앞에서, 팬들을 생각하며 말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친구들과의 시간이 제겐 중요해요. 친구들과 있을 때는 엑소 수호도 배우 김준면도 아닌, 그냥 인간 김준면이니까요. 그런 시간이 항상 필요한 것 같아요.

10. 데뷔 초에 비해 유연해졌다는 평도 있더군요.
김준면: 데뷔 초에는 선배들이나 방송국 분들이 너무나 어려웠어요. 경직될 수밖에 없었죠. 엑소 리더라는 이름 아래,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박혀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유쾌하고 위트 있는, 어떻게 보면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인간 김준면의 모습을 많이 숨기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다가 연기를 생각하면서부터 조금씩 달라졌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는 친숙한 배우가 되고 싶었거든요. 신비주의보다는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10. 그나저나 엑소는 다 이래요? 얼마 전 ‘순정’으로 디오를 만났을 때도 느꼈던 건데, 예상과 달리 너무 반듯해서 놀라는 중이에요. 엑소 모두가 이런 건가요, 제가 만난 두 분이 특히 이런가요?
김준면: 아마, 만나신 저희 둘이 특히…(일동웃음) 다른 친구들도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 디오와 제가 특히 그래요. 그래서 친하기도 하고요. 생각하는 게 여러모로 비슷해요.

10. ‘변요한 사단’이라고 하죠?(웃음) 당신의 변화엔 ‘변요한 사단’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김준면: 외부에 알려진 ‘변요한 사단’은 변요한 이동휘 류준열 지수 정도지만, 뮤지컬이나 연극 단역 하는 친구들도 무리 중에 많아요.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분명 빛을 보게 될 친구들이요. 인간 김준면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게 된 계기도 그 무리와 만남이 잦아지면서부터 일거예요. 데뷔 초에는 통금 때문에 숙소 밖으로 많이 못 나가기도 했고요.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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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 통금이 있어요?
김준면: 지금은 풀렸어요.(웃음)

10. 언제 풀렸어요?
김준면: 재작년에. 통금 시간이 12시 자정이었어요.(웃음) 통금을 둔 이유는 외박을 하면 위험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외박은 신인들에게 위험하긴 한 것 같아요. 컨트롤이 안 되잖아요.

10. 엑소 멤버 모두, 통금 시간은 잘 지켰어요?
김준면: 그럼요! 잘 지켰죠.(웃음)

10. 다시 돌아가서, ‘변요한 사단’에 대해 묻자면, 뭐랄까. 새로운 경향의 출현이라고 하면 좀 거창 하려나요? 분명 이전 선배 연기자들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술 대신 차를 마시며 의리를 다지는 것도 신선하고요.(웃음)
김준면: 하하하. 카페를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엔 꼭 요한이 형 집으로 가요. 저희가 술은 잘 안 마셔요. ‘글로리데이’ VIP 시사회 뒤풀이에서도 맥주 한 잔 밖에 안 마셨어요. 신기하게도 주연 배우 넷 모두요. 준열이 형은 몸 관리 한다고 안마시고, 지수와 희찬이와 저는 술 자체를 원래 잘 못하고요. 살면서 술을 많이 마신 기억이 없어요.

10. 그렇다면 커피는 어떤 커피를?
김준면: 사실 커피도 잘 안 마셔요. 대신 저는 (앞에 놓인 차를 들면서)유자차…(일동웃음)

10. 갑자기 궁금하네요. 김준면에게도 일탈이라 부를만한 게 있었을까.
김준면: 사실 반항적인 일탈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어요. 그래도 꼽자면, 작년에 지수와 미국 여행을 다녀온 거? 그때 굉장한 자유로움을 느꼈어요. ‘그랜드캐년’에 올라가서 웃통 벗고 뛰어다니고.(웃음) 핸드폰에 영상을 남기며 신나게 놀았죠.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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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핸드폰 잃어버리면 큰 일 나겠네요.(웃음)
김준면: 상체만 탈의한 거니까, 뭐. 하하하.

10. 별명이 ‘엑젤웃(엑소에서 제일 웃긴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좀 의외네요.
김준면: 지금은 인터뷰 자리라 누르고 있을 뿐입니다.(웃음)

10. 아, 그래요? 스스로도 본인이 위트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김준면: 그럼요~하죠.(일동웃음)

10. 몰라봐서 미안합니다.(웃음) 그런데, 어떤 위트죠?
김준면: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해서 거기에 맞춰 재미있게 해주는 위트?

10. 팬들도 김준면의 위트를 알아요?
김준면: 네. 제 인생엔 시트콤 같은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게 우연히 팬들 카메라에 여러 번 포착됐어요. 가령 다 함께 손을 들며 파이팅 구호를 외치는데, 마침 카이가 준 물병을 제가 손으로 쳐서 병이 하늘로 날아간다든지. 춤을 추다가 백현과 부딪혔는데, 화들짝 놀라는 저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다든지.(웃음)

10. ‘짤’들을 많이 남겼군요.
김준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웃기는 ‘짤’들이 되게 많아요. 슬랩스틱은 기본이고요.

10. 인터뷰 끝나면 바로 찾아볼게요.(웃음) 엑소 ‘으르렁’ 가사에 나오는 “나 혹시 몰라 경고하는데, 지금 위험해, 자꾸 나를 자극하지만 (큰일나) 나도 날 몰라”를 본인에게 대입하면 어떤가요?
김준면: 저는 많이 참고 참는 편이에요. 나중에 웃는 자가 진짜 웃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당장 분하거나 화가 나더라도 참아요. 뒤끝 있게!

10. 뒤끝 있게? 아, 이런 유머군요!(웃음)
김준면: 하하. 저는 뒤끝 있게 꼭 기억해 두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복수를 하는 건 아니에요.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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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평범한 회사원으로 늙어가는 상상, 해본 적 있어요?
김준면: 평범함의 기준은 잘 모르겠으나,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있어요. 제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를 다녔어요. 그러다가 데뷔준비 때문에 학교를 자퇴해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고민을 많이 했어요. ‘회사에 안 들어가고 그냥 학교를 다니면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때 박사학위까지 받아서 연기과 교수를 하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죠. 결국은 가수활동을 선택했지만요. 제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저는 저 자신을 믿거든요. 그 믿음 하나로 살고 있기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더라도, 제 선택은 같을 거예요.

10. 악마에게 당신이 지닌 장점 중 하나를 온전히 내줘야 한다면. 뭘 포기하겠어요?
김준면: 안 돼요! 더 이상 줄 게 없어요. 지금도 많이 부족한걸요.(웃음) 질문을 바꿔요.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걸로.(웃음) 받고 싶은 건…다양한 분들과 연기하기 위해서 키를 좀… 작은 키가 아쉽거든요.

10. (웃음) 진짜, 솔직하네요.
김준면: 그런가요? 적어도 키가 178cm는 돼야 남녀 누구와도 비주얼적으로 어울릴 것 같아요. 그래서 얼굴이 조금 못생겨지는 대신, 키가 컸으면 좋겠어요. 아마 키 작은 분들은 제 마음을 알 걸요?

10. 할리우드 배우 탐 크루즈가 170cm예요. 키 작은 유명 배우들이 굉장히 많아요.
김준면: 어느 정도 인정받는 연기자가 되면 제 중심으로 캐스팅이 가능하겠지만 그 전에는 작은 키가 배우 활동을 하는데 제약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키가 작은 분들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10. 올해 스물여섯. 스물여섯에 대해 어떻게 느껴요?
김준면: 목표를 이뤄나가기 위한 일련의 과정. 그 과정 속에 나를 꽉꽉 채워야 하는 시기. 제게 스물여섯은 그래요.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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