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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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세상 무수히 많은 사랑이야기들이 바로 여기, 남과 여에서 시작한다. 심플한 단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누군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말했듯, 남녀 사이에는 선천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영화 ‘남과 여’를 가지고 시작된 공유와의 인터뷰는 사랑에 대한 토론의 장이 돼버렸다. 연애, 사랑, 운명, 불륜, 집착, 끌림에 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오갔던 공유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10. 살이 많이 빠졌다.
공유: 촬영 중인 ‘밀정’(김지운 감독) 때문에 체중을 많이 줄였다. 노출 신이 있는 건 아니다. 영화 톤에 맞게 살을 뺐다. 얼굴 각이 살았으면 했다.

10. 카메라 각도에 따라 얼굴이 많이 달라 보이는 편인가.
공유: 많이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이 좌우 비대칭이긴 한데, 내 경우엔 눈이 확연하게 짝짝이다. (왼쪽 눈을 가리키며)이쪽을 잡았을 때와, (반대편으로 손 가져가며)이쪽을 잡았을 때 인상이 많이 다르다. 왼쪽 눈이 착하고, 오른쪽 눈은 옆으로 찢어져서 매서워 보인다.

10. 어느 쪽이 마음이 드나.
공유: 뭐가 낫다, 이런 건 없다. 내 얼굴이니 모두 사랑한다. 감독님들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취향에 따라 각을 잡는 게 다르다. 김지운 감독님은 내 오른쪽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웃음) 지금까지 촬영하며 받은 느낌은 그렇다.

10. 3년 전 인터뷰에서 “30대는 버라이어티 하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실제로 작품 선택이 상당히 다채롭다. 로맨틱코미디 ‘김종욱 찾기’를 시작으로, 사회고발성 영화 ‘도가니’를 지나, 남성미 풍기는 액션영화 ‘용의자’를 거치더니, 이번엔 정통멜로 ‘남과 여’다. 이토록 장르도 분위기도 다른 영화로 널뛰기 하는 건, 의도적 접근의 결과인가.
공유: 작품이라는 게 내 뜻대로 안 된다. 그런데 작년은 조금 이상했다. ‘남과 여’를 시작으로 ‘부산행’ ‘밀정’까지, 작품선택에 있어 뭔가가 의도한 것처럼 흘러갔다. ‘기깍기’(영화현장에서 쓰는 말)가 맞았다고 해야 하나? 자연스럽게 오버랩 됐다. ‘이것도 내 복이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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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전작이 다음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나.
공유: 아무래도. 직전에 했던 작품과 다른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한다. 엇비슷하게 느껴진다거나, 같은 감정선이 느껴지면 선뜻 손이 안 가는 게 사실이다.

10. ‘남과 여’ 얘기를 해보자. 기홍(공유)과 상민(전도연) 사이에서 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는 건 기홍이다. 반면 집에서의 기홍은 수동적인 쪽에 가깝다. 가정 안에서 여러 외로움을 느끼는 인물이지. 그래서일까. 기홍의 상민을 향한 구애가 일견 현실도피처럼 보이기도 했다.
공유: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기홍도 사람이기에 현실도피의 개념이 완전히 없지는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보다 큰 건 사랑이라 생각하며 연기했다. 기홍은 원래 수동적인 사람이다. 그런 기홍이 상민에게 어설프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다가간 건 그에게 일어난 아주 큰 변화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사랑에 빠지면 정신 못 차리는 순간들이 있지 않나. 소극적이고 수동적이고 자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기홍이 마치 뭔가에 이끌리듯이 행동한 건, 기홍에게 상민이 그만큼 강력한 끌림의 상대였기 때문이 아닐까.

10. 진짜 사랑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변한다고 믿나.
공유: 그러지 않을까. 사실 나는 잘 안 변하는 사람이다. 어떤 단어를 써야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어떤 사건 앞에서 큰 폭으로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다. 사랑에 있어서는 특히 더 그렇다. 그러니까 좀 어중된 게 있다. 그래서 여자들에게 오해를 받기도 쉽다.

10. 여자들의 오해라 함은, 혹시 “너, 나 사랑하긴 하니?” 이런 거?
공유: 그렇지!(일동웃음) 나는 그런 얘기를 듣기 쉬운 스타일이다.

10. 여자를 좀 외롭게 하는 스타일인 거지!
공유: 엇…(장난스럽게)뭐, 그렇다고 합시다.(일동폭소) 반대로 나 같은 사람이 상대방 때문에 외로울 때도 많다. 표현을 한다는 게 좋기는 하지만, 그게 또 상대적인 거니까. 성향이 너무 다른 두 사람이 만났을 때, 한 사람이 여기가 가렵다고 긁어달라고 하는데 다른 한 사람이 그 곳을 긁어주지 못할 수도 있지 않나.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나는 뭔가가 너무 많은 사람에게 부담을 느낀다. 그러니까 자기가 사랑하니까 상대에게 다 쏟아 붓고 다 주고 싶어 하는 성향의 사람이 조금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랬을 때, 나도 누군가 때문에 외로울 수 있다는 거다.
남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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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어렵다, 사랑은.
공유: 그러니까. 진짜 그렇다. 참, 어렵다.

10. 기홍의 마지막 선택에 대해, 여성관객과 남성관객의 입장이 조금 갈리지 않을까 싶다. 여자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기홍이 나쁘다고 생각했다.(웃음)
공유: 나도 아직 미혼이라 뭐라 말씀 드리기 조심스러운데…(살짝 억울하다는 듯)그런데, 기홍도 불쌍하지 않나?(일동웃음)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더 힘든 건 기홍이라고 생각한다.

10. 기홍에게 주는 면죄부의 느낌도 살짝 있었다. 물론 해석은 각자의 몫이지만.
공유: 마지막 장면은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내 가슴을 탁 쳤다.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감독님에게 ‘누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이 막힌다’는 얘기도 했다. 난 기홍이 너무 불쌍했다. 이후 기홍의 삶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거든. 하루도 두 발 뻗고 자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더 힘든 건 기홍이라고 생각한다.

10. 그게 남자들의 현실도피 일수도…
공유: 현실도피냐 아니냐는 각자의 몫인 것 같다. 음…나는 남자의 입장이라 이렇게 이야기하면 계속 부딪칠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한데…(기홍의 행동을 두고, 논쟁에 계속 오고가자) 하하하. 이런 논쟁은 되게 좋은 것 같다.

10. 이게 이 영화의 재미있는 부분 같다.(웃음)
공유: 그래서 ‘남’과 ‘여’구나 싶기도 하고.(일동웃음)

10. 사랑을 할 때 남자와 여자의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나.
공유: 내가 얘기해도, 또 반박할 거야, 아마.(일동웃음) 그런 게 있다. 나는 (사랑이) 식은 게 아닌데, 상대가 식었다고 할 때가 있다. “처음에는 이러지 않았잖아. 너, 사랑 식은 거 아니야?”라고. 그런 걸로 사랑이 식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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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관계에 시간이 개입해서 그럴 게 아닐까 싶다.
공유: 맞다. 너무나 다른 동물 같다. 여자는 뭐랄까. 그러니까 끊임없이 사랑 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10. 남자는 없나?
공유: 남자는…만나는 횟수 등의 어떤 수치를 가지고 감정의 크기를 결정짓는 게 뭐랄까. 남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10. 오늘 본의 아니게 기홍 캐릭터를 공격했지만, 개인적으로 ‘남과 여’를 지지하는 쪽이다. 다만 뭐랄까. 기홍의 선택을 이해는 하지만 동의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 있다.(웃음)
공유: 무슨 말인지 안다. 사실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게 될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얘기 거리가 많아서 좋다. 토론의 장이야.(웃음) 재미있는 게, 대화 하는 내내 제목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남과 여!’ 너무나 다른 동물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10. 기홍은 조금 애매한 남자다. 표현도 그렇고 감정도 그렇고. 연기하기 힘들지 않았나.
공유: 아무래도.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관객들에게 그걸 느끼게 해줘야 하니까. 그런 면에서 액션영화지만 ‘용의자’도 어려웠다. 말을 하고 싶은데 대사가 너무 없으니, 손이 묶여있는 느낌이 들었다. ‘도가니’도 그랬었고. 그러고 보니 나는 이제껏 자기표현이 극명한 사람들보다 속으로 생각을 많이 하는 인물들을 더 많이 선택해 왔던 것 같다. 내가 기홍을 선뜻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그가 나와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거다. 앞에서 말한 것들과 연결될 것 같은, 나는 여자를 외롭게 하는 남자이기도 한 거고.(웃음) 그런 생각은 한다. 내가 사랑하는데 상대방이 그 사랑을 못 느낀다면, 그것도 하나의 잘못일 수 있다는 생각.

10.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주는 관계가 완벽한 걸까.
공유: ‘완벽한 관계’라는 표현은 개인적으로 못 쓰겠다. 너무 어려운 표현 같다. 완벽한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분명 정도의 차이는 있을 거다. 그래서 그런 부분이 통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고. 굳이 말로 다 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날 알아주는 사람이라면 사랑을 할 것 같다. 이래서 내가 지금 사람을 못 만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 어딘가에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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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남과 여’는 낯선 공간에서의 로맨스를 꿈꾸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영화처럼 낯선 공간에서의 사랑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공유: 영화는 영화다. 그런데 사실…사실 나는 뉴욕에서 경험을 해봤다.(웃음) 난 어떻게 보면 상당히 닫혀있는 사람인데 그게 되더라. 내가 이렇게까지 대담할 수 있나, 싶었던 순간이다. 그게 아마 낯선 곳이 주는 판타지의 힘인 것 같다. 사람을 조금 더 자유스럽게 해주는. 사실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혼자 간직해 온 추억이었다. 그러다가 ‘남과 여’ 제작보고회 때 사회자 박경림 씨가 물어봐서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왔다. 내뱉자마자 ‘아차’했다.(웃음)

10. 이젠 모두가 아는 추억이 됐다.
공유: 나만의 추억이 하나 날아간 거지.(웃음)

10. 한국영화계에 멜로드라마가 드물어졌다.
공유: 시나리오 주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한동안 형사 역할만 들어왔다. 그때마다 ‘또 형사야?’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관객입장에서 다양성이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늘 가지고 있다. 나 역시 너무 보고 싶은 영화인데, 상영 횟수가 없어서 놓친 경우가 많다. 영화 시간에 맞춰 날짜를 맞추기도 너무 어렵고. 시장 논리상 돈이 되는 영화를 제작하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 안타깝다. 시장 자체가 작다 보니 우리나라는 너무 치우쳐 있다. 뭐가 하나 잘 되면 줄줄이 그런 영화로 쏠린다. 제작자들이나 배우들이 대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나 싶다.

10. ‘부산행’이 여름에 개봉하는 걸로 안다. ‘밀정’은 언제 관객과 만나나.
공유: 개봉 시기를 두고 고민하는 것 같다. 빨리 찍어서 여름에 가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 그 정도만 알고 있다.

10. 작년에 영화 촬영만 하고 관객들을 못 만났다. 올해 거는 기대가 있겠다.
공유: 2년 동안 현장에서 작업만 하다 보니, 사람들의 반응이 그리워지긴 한다. 피드백이 너무 많아서 힘들 때도 있는데, 사람이 간사한지라 안 듣고 사니까 궁금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다. 욕이든 칭찬이든 반응들이 그립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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