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조보아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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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누구는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타인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결국, 내가 사랑스러워지려면 사랑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사랑스러움’을 대표하는 여배우 조보아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조보아의 말끝에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인터뷰 도중 부모님을 떠올리며 흘린 눈물에는 진심이 묻어있었다. 사랑하는 법을 아는 조보아는 사랑스러웠다. 조보아는 사랑을 대하는 자신의 진심을 연기에 담았고, 시청자들은 KBS2 ‘부탁해요 엄마‘(극본 윤경아, 연출 이건준) 속 채리(조보아)를 사랑하게 됐다.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사랑받게 된다는 법칙이 통한 것이다.

10. 긴 드라마가 끝났어요. ‘부탁해요 엄마’와는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있나요?
조보아 : 아직까지도 끝났다는 실감이 잘 안나요. 인터뷰하면서 문득 깨닫죠. 아, 드라마가 끝났구나. (웃음)

10. 끝나고 가장 먼저 뭘 했나요.
조보아 : 밀린 일정을 진행했어요. 처음으로 광고 촬영도 해보고, 화보 촬영도 하고. 드라마 촬영을 하는 동안은 다른 스케줄을 소화하기 어려우니까요. 여행도 잠깐 다녀왔어요. 친구 만나러 미국엘 다녀왔어요.

10. 드라마의 바쁜 일정이 끝나면 보통 숙면을 취하지 않나요. 드라마 스케줄이 워낙 빡빡하니까요.
조보아 : ‘부탁해요 엄마’는 그렇게 잠이 부족할 정도의 스케줄이 아니었어요. 잘 자고 잘 촬영했어요. 하하. 종영 후에 딱히 잠에 대한 보상이 필요 없었어요.

10. 사랑스러운 채리 역할을 소화해냈어요. 실제 TV 밖에서도 역할 덕분에 사랑을 많이 받았을 거 같아요. 그 증거가 작년 연기대상 인기상이 아닐까 싶네요. 못다 한 수상소감이 있나요?
조보아 : 제가 상을 받을 거란 건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웃음). 소감도 제대로 얘기 못 하고.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감사한 분들은 정말 많아요. 부모님부터 시작해서 데뷔 전부터 저를 지켜봐 주셨던 회사 분들, 또 채리라는 인물로 인기상을 받게 해주신 ‘부탁해요 엄마’ 감독님과 작가님, 채리를 사랑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10. 주말드라마여서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채리와 형순(최태준)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사랑해주신 어른들이 많았죠?
조보아 : 사실 촬영 때는 집, 촬영장만 오가니까 잘 못 느꼈는데, 요즘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백화점을 갔는데, 어머니 세대 직원분께서 저를 너무 예뻐해 주셨어요. 본인께서 직접 화장품을 구매하셔서 저에게 선물까지 해주시고. 정말 채리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느꼈죠.

10. 현장의 어른 연기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 같은데, 고두심, 김갑수 등 어른 연기자분들과의 촬영은 어땠나요?
조보아 : 사실 뵙기 전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도 많이 됐어요. 저에겐 너무 큰 선배님들이시잖아요. 선배님들이 먼저 후배들이 불편해하지 않게끔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어요. 덕분에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촬영할 수 있었어요. 저도 채리로 엄마, 아빠에게 다가갔죠. 하하.

10. 많은 분의 사랑을 받은 채리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조보아 : 채리는 정말 비현실적인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장 큰 매력은 사랑스러움 아닐까요. 정말 바르고 예쁜 생각을 많이 하는 친구예요. 많은 사람에게 활력을 주고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는. 저 역시도 연기를 하면서 채리로서 인사를 드리니까 더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10. 채리의 사랑스러움이 조보아와 닮은 것 같아요. 마치 제 옷을 입고 연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연기하면서도 본인과 채리가 비슷하다고 느꼈나요?
조보아 : 감사합니다. 하하. 사실 평소 성격도 많이 비슷해요. 애교부리는 거나 스킨십이 많은 거? 평소 모습을 더 넣어서 연기하다 보니까 더 닮아가더라고요. (웃음) 나중엔 대본에 없는 데도 (임)산옥(고두심) 엄마 등에 딱정벌레처럼 딱 붙어 있고. 하하. 정말 엄마 같은 분이셨어요.

10. 밝은 역을 하면 배우도 그만큼 밝은 에너지를 얻기 마련이죠?
조보아 : 맞아요. 채리를 연기하면서 그걸 크게 느꼈어요. 제가 밝은 캐릭터는 처음이거든요. 채리가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다 보니까 실제 저까지 밝아지는 느낌이었어요. 덩달아 말투도 채리처럼 애교스러움이 잔뜩 묻어나게 되니까 더 예쁨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채리가 여러모로 저에겐 정말 좋은 영향을 끼쳤죠. 하하.
조보아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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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극 초반의 채리는 철없기도 했어요.
조보아 : 초반에 채리가 어른들께 버릇없게 구는 신이 있었어요. 정말 철없는 행동이었죠. 그러던 채리가 가면 갈수록 바뀌었어요. 형순이를 만나고 깨닫는 부분이 많았어요. 점점 더 바른 친구가 돼가고 없던 예의도 생기고. 채리는 드라마 안에서 성장했어요.

10. 철이 든다는 건 뭘까요? 철이 들면 어른일까요?
조보아 : 음, 세상을 좀 더 알게 된다는 거? 하하. 철이 든다는 건 세상에 순응해 간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른이라고 해서 다 철이 드는 건 아닐 거예요. 철 안 든 어른도 얼마나 많은데요. 하하.

10. 그렇다면 조보아는 철이 든 어른인가요?
조보아 : 아니요. 하하. 철이 든 척하는데, 실상은 철이 안 든 애죠.(웃음) 제 생각에 저는 그다지 어른스럽지 못한 것 같아요.

10. 촬영장이 가족 같은 분위기에 화기애애했고, 많은 사랑도 받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웠을 것 같아요.
조보아 : 좋은 분들과 함께해서 그런지 몰라도 현장 분위기는 정말 최고였어요.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잡음이 없기는 힘들잖아요. 긴 시간 동안 서로 익숙해지고 살을 맞댈수록 조금씩 배려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성적이 좋았던 것도 영향이 있었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더 배가시킨 것 같아요. 하하.

10. MBC ‘마의’는 중간 투입이었으니까 어찌 보면 긴 호흡의 드라마가 처음이었을 텐데,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나요?
조보아 : 16부작이나 20부작의 미니시리즈를 하면 대부분 배우는 작품이 끝난 다음에 앓는 경우가 많아요. 저 역시도 그랬고요. 긴장이 확 풀리는 느낌이거든요. 감기에 걸리거나 몸의 변화가 급격히 와요. 게다가 ‘부탁해요 엄마’는 50부작이잖아요. 쉴 시간이 없으니까 몸이 당황했나 봐요. 중간에 한 번 긴장을 놓친 적이 있었어요. 피부도 엉망이었고 장염, 위염 등 모든 염증은 다 걸렸죠. 하하.

10. 상대 형순의 역할인 최태준 씨와는 동갑내기 절친이에요. 친구와 함께 연기했으니 배로 즐거웠을 것 같아요.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한 연기는 어땠나요.
조보아 : 너무너무 좋았어요. 하하. 친구 사이여서도 그렇지만 최태준이란 배우 자체가 에너지 넘치고 배려심이 넘치는 친구였거든요. 현장에서 편하게 대해주고. 그러다 보니 리허설도 많이 맞춰볼 수 있고 서로 의견을 제시하기도 편했어요. 배우들이 친할수록 더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하잖아요. 저에겐 큰 행운이었죠.

10. 배우로서 볼 때, 최태준은 어떤 배우인가요?
조보아 : 연기라는 것 자체에 대해 생각이 많은 친구예요. 성격적으로도 워낙 활발하고 명랑해서 동료 배우들이나 선생님들께 많이 사랑받는 타입이에요. 어릴 때부터 연기해서 그런지 현장에 임하는 태도는 프로페셔널하고요. 태준이에게 배운 점이 참 많아요. 그 친구는 누구랑 연기해도 잘할 거에요.

10. 또래 연기자와 연기를 하면 알게 모르게 선의의 경쟁의식도 생기지 않던가요?
조보아 : 사실 태준이는 저보다 훨씬 선배에요. 경쟁의식보단 편한 선배였어요. 하하.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어도 태준이에겐 그런 생각 안 했을 거 에요. 워낙 배울 점이 많은 친구라서요.
조보아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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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가장 뭉클했던 신은 아무래도 마지막 신이었나요? 아니라면 어떤 신인가요?
조보아 : 초반에는 형순과 채리의 로맨스가 인상 깊었어요. 로미오와 줄리엣같이 순수한 사랑 얘기였잖아요. 점점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산옥 엄마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엄마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후부터는 매 순간이 뭉클했던 것 같아요.

10. 임산옥이 죽을 때, 그날 아침 채리의 밝은 모습이 대조되어 더 슬프게 보이지 않았나 싶어요. 방송을 볼 때 어땠나요?
조보아 : 그 장면은 정말 말도 할 수 없이 슬펐어요. 사실 연기할 땐 제 신만 찍잖아요. 놀러 갈 생각에 들떠서 예쁜 옷 입고, 언니 오빠들과 수다 떠는 가벼운 모습만 보이잖아요. 산옥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을 안 하죠. 나중에 시청자로서 방송을 보니까 3인칭 관점에선 굉장히 슬프더라고요.

10. 가족극이다 보니 실제 가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조보아 : 제가 워낙 가족애가 넘치는 사람이에요. 게다가 가족극까지 하니까 부모님 생각이 정말 많이 나더라고요. 새삼 엄마, 아빠에 대한 고마움과 중요함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부모님은 고향인 대전에 사시는데, 작품을 할 땐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오셔서 저와 같이 드라마를 봐주셨어요. 밀린 집안일도 도와주시고, 정말 옆에서 많이 힘이 돼 주셨어요.

10. 조보아가 생각하는 ‘가족’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조보아 :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죠. 어제 친구한테 그런 질문을 받았어요. 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가족과 사랑 중에 어떤 것이냐고. 제 대답은 가족이에요. 일보다, 사랑보다, 가족이 가장 소중해요. 가족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잖아요. 저의 근원이에요.

10. 조보아는 평소에 부모님께 표현을 많이 하는 딸인가요? 어떤 딸인가요?
조보아 : 음, 표현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딸이에요. 애정을 표현하려다 보면 애교가 나오는데, 행동을 더 과장하면서 부모님을 웃게 하려고 노력해요. 하하.

10. 드라마가 끝나고, 부모님께 전하고 싶은 말이 없나요? 왜 말로는 하기 어려운 말들이 있잖아요.
조보아 : (고심한 후) 엄마, 아빠께서 요즘 조금 서운하신가 봐요. 제가 올해부터 스스로 은행 관리를 했거든요. 부모님들은 자식에게 매달 용돈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으시잖아요. 자립했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집도 막상 치울 게 없이 깨끗하면 어머니께서 서울 오시는 핑곗거리가 없어지잖아요. 가끔 집에 오시는 걸 민망해하시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전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평생 엄마, 아빠가 필요한 딸이에요. 힘들고 지친 순간에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엄마 아빠에요. 절 항상 믿고 지지해주시기 때문에 성장하고 있거든요.
조보아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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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시청자들의 반응이 참 많이 달라졌어요. ‘연기력 논란’을 받는 연기자에서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여배우로. 기쁨이 배로 느껴질 것 같아요.
조보아 : 그래서 들뜬 마음을 조금 누르려고 해요. 어떻게 보면 일시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보다는 채리로서 많은 사랑을 받은 거잖아요.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도 크고요. 스스로한테 더 채찍질해야 할 시기인 것 같아요.

10. 성장이 도드라지는 배우인 것 같아요. 눈에 확 보인다고 해야 할까. 본인 스스로도 쉼 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조보아 : 연기에 대한 갈증 때문에 더 노력하는 것 같아요. 연기라는 게 정말 답이 없는 것 같거든요. 하하.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기가 원하는 만큼에 도달하기 어렵잖아요. 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작품마다 새로운 목표를 다잡고 있어요. 나중에 선생님이 되고, 할머니가 돼도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웃음)

10. 자신을 달리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조보아 :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직업이라 그런지 몰라도 ‘반응’의 힘이 큰 것 같아요. 물론 좋지 않은 반응도 많죠. 쓰면 쓴 대로, 달면 단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요. 배우는 대중의 반응이 있기에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10. 채리는 어떤 도전으로 남았나요?
조보아 : 채리는 나 자신을 내려놓고 끊임없이 보여준 캐릭터였어요. 이전에는 캐릭터가 강한 역할들이 많아서 내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어요. 반면 채리는 평소 제 모습과도 같거든요. 가장 많이 제 모습을 투영했죠. 앞으로 이런 캐릭터를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웃음)

10. 채리는 색깔로 표현하자면 어떤 색일까요?
조보아 : 채리는 색깔로 표현하자면 화사한 핑크에요. 잘 어울리지 않나요? 하하. 다음번엔 핑크보다는 좀 더 진지한 보라색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발랄함도 있지만, 그 안에 중심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요. 사실 전 항상 선택을 받는 처지라 다음 작품이 무엇일진 모르겠어요. 그저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을 뿐이에요.

10. 아직 조보아가 보여줄 색깔은 무궁무진한 거죠?
조보아 : 네. 전 아직 보여드릴 게 많아요. 하하.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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