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다연 인턴기자]‘악마의 편집’의 선두주자 Mnet이 자극적인 편집 MSG를 잠시 내려놓고 ‘자연주의’ 천사표 예능 ‘위키드’를 내놓았다. ‘우리 모두 아이처럼 노래하라(We sing like a KID)’의 줄임말인 ‘위키드’는 18명의 어린이와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온 세대를 감동시킬 최고의 창작 동요를 만드는 모두의 창작동요대전. 과거에 예수도 제자들에게 “너희가 어린 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천국 문에 들어갈 수 없으리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각박한 현대 사회 속에서 ‘위키드’는 천국으로 들어가는 방법으로 ‘아이처럼 노래하자’고 제안했다.
위키드1
위키드1
위키드2
위키드2
#위키드행 열차 & 생각 공장 : 현실 vs 이상
‘위키드’ 1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과 ‘위키드’가 만들어낸 이상적 공간을 분리시킨다.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급행 열차를 연상시키는 위키드 열차에 올라타는 어린이들은 총 18명. 위키드로 향하는 플랫폼의 넘버는 ‘1924’. 당시 방정환에 의해 어린이 문화 운동이 시작되고 윤극영 선생이 국내 최초의 창작 동요인 ‘반 달’을 작곡한 해다. 나라를 빼앗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반 달’은 어린이들이 위키드 열차에 오를 때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며, ‘위키드’가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위한 이상향임을 분명히 한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로 시작하는 만인의 동요를 듣는 순간, 우리는 어린이들과 함께 동심의 나라 ‘위키드’로 기꺼이 들어간다. ‘위키드’에서는 우리가 지고 있던 현실의 근심과 걱정은 내려놓고, 동심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기로 한다.열차의 종착역은 바로 ‘위키드’ 공장. 이곳에 도착하면 화려한 세트장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아이들의 꿈을 만드는 공장이라는 타이틀로 만들어진 이곳에서는 8주간 어른과 아이의 마음을 감동시킬 새로운 창작 동요가 제작된다. 오색빛깔의 조명과 세트는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생각 공장을 떠오르게 한다. ‘위키드’에서 아이에게 쏘아지는 쌤들의 공이 ‘인사이드 아웃’ 속의 기억의 구슬과 흡사하다.
위키드3
위키드3
#‘위키드’, 1등만 기억하지 않는 나라
‘위키드’는 과연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는 착한 예능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느새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최고의 결과물을 요구하는 경쟁과 서바이벌에 익숙한 Mnet은 거꾸로 오디션 포맷을 버리고, 탈락과 상처가 없는 천사표 예능의 탄생을 호언장담했다. 현재까지는 천사표 예능이라는 출사표답게,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위키드’다.

박예음 어린이는 ‘레미제라블’ 속 여주인공의 솔로곡을 열창한 후 점수에 상관없이 노래가 준 감정의 여운으로 인해 눈물을 터트렸다. 어른존과 아이존을 모두 클리어한 임하람 어린이는 “두 존에 불이 다 들어온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점수는 생각도 못했다”며 점수에 연연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위키드’ 속 쌤들 또한 아이들에게 이 무대는 평가의 무대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작곡가 윤일상은 한 아이에게 “여기는 점수를 매기는 곳이 아니다. 누군가는 너에게 분명히 100점을 줬을 것”이라고 따뜻하게 말하기도 했다.

‘위키드’ 3화에서는 1등만 기억하지 않는 ‘위키드’의 기획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바로 무대를 위해 보이지 않은 곳에서 애를 쓴 또 다른 아이들이 있던 것. ‘위키드’는 각 무대에서 화려한 코러스와 율동을 도와준 ‘리틀 엔젤스’ 합창단과 율동팀 써니텐의 연습 장면을 보여주며 수고한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찬조 출연’ 한 문장으로 마무리됐을 아이들의 수고를 ‘위키드’는 다시 한 번 재조명하며 가장 좋은 동요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과정 속 작은 부분의 귀함을 아는 ‘위키드’는 이미 1등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지도 모른다.
위키드4
위키드4
#때로는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크다
어른들은 때론 순수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들이 잊고 있던 소중한 진리를 깨닫곤 한다. ‘위키드’에서도 이런 장면은 반복됐다. 1화에서 나왔던 ‘리틀 효녀’ 최명빈 어린이는 엄마, 두 동생과 함께 살며 가족을 향한 넓은 마음을 보여주었다. 고생하는 엄마를 도와 동생들을 돌보고,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일찍 생각이 자란 명빈이의 기특한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2화에 등장한 ‘아파도 노래하는 아이’ 문혜성 어린이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녹내장을 가졌다. 하지만 혜성이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불만을 갖지 않았다. 세상은 혜성이를 보며 ‘짝눈’, ‘장애인’이라고 부르지만, 아이는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세상을 보고 싶어요”라며 씩씩하고 밝게 살아간다. “나까지 슬퍼하면 가족들이 우울해질 것 같아서 괜찮을 거라고 다짐한다”고 어른스럽게 말하는 혜성을 보며 누가 “눈 안 보이는 부족한 아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혜성이는 눈 대신 남들보다 멋진 음악을 듣고, 만들며, 부를 수 있는 아이인 것을.

다양한 어린이들이 노래 실력을 뽐낸 ‘위키드’에서는 각각의 개성 속에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부른 노랫말에는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섹시, 오늘밤’ 등의 자극적인 가요 속 노랫말도, 인위적인 표정과 어른을 무작정 따라하는 춤도 없었다. 아이들은 어쩌면 어른들은 잠시 잊고 있었던 친구 이야기, 꿈 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강아지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주기 위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우린 잊고 있던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위키드’로 가는 열차는 어른과 아이 모두 천국으로 인도하려 한다.

이다연 인턴기자 yeonda22@
사진. tvN ‘위키드’ 방송 화면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