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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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듯, 칠흑 같은 어둠 속 한줄기 빛이 가장 밝은 것처럼, 가장 절망의 끝에서 우린 희망을 찾는다. 그래서 우울하다, 침울하다고 불리는 밴드 못의 음악도 절망과 희망, 밝음과 어둠, 양극단의 상징을 모두 지니고 있다. 기다림의 목마름을 9년이란 숫자에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못은 원맨밴드도, 2인 체제도 아닌 모습으로 돌아왔다. 풀 밴드를 장착하고 리드보컬 이이언을 필두로 5인의 밴드 못이 완성, 재탄생했다.

총 11곡이 담긴 세 번째 정규 음반의 타이틀곡은 ‘헛되었어’. ‘모든 게 부질없다’라는 시작으로 못의 귀환을 알리지만, 이내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라는 말로 빛을 툭 던진다. 빛을 느낀 순간, 더 이상의 우울은 없다. 다음으로 흐르는 곡에서는 ‘당신의 절망을 바란다’고 고백하는데, “역시”라고 무릎을 치는 순간, 끝내 이뤄지지 않는단다.

영원한 절망은 없고, 끝이 없는 터널도 없다. 지금껏 들은 못의 음악이 한없이 침울하기만 했다면, 선율에 마음을 맡기고 가사를 곱씹어보자. 3분 뒤, 세상이 달라 보일지도. 이깟 어둠 따위 금세 걷힌다고. 어쩌면 희망의 또 다른 말일지도 모르는 ‘절망’을 건드려 위로를 건네는 못이 돌아왔다. ‘스럽지않게’ 계획이 많다. 공연도 줄줄이 잡을 것이고, 다음 걸음까지의 보폭을 최대한 좁힐 생각이다. 어째 올해는 좀 더 깊은 어둠 속 빛, 못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듯하다.

10. 정말 오랜만에 새 음반이 나왔다. 8년 만인데, 내놓고 아쉬움도 있고, 또 홀가분함도 있겠다.
이이언 : 홀가분함을 포함해서 안도의 마음이다. 걱정을 했다. 밴드가 달라져서 그런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내지는 반발심리라 할지,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평가의 눈으로 보시지는 않을까. 그만큼 기대에 충족해야 하는데라는 부담감, 걱정이 있었다. 내놓고 난 뒤 반응을 보니까, 많이 해소가 된 것 같다. 다행히 여전히 이전의 못을 이어가고 있다고 받아들여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그런 것들에 대한 안도감이다.
조남열 : 음반이 나오자마자, 그저 즐거웠다.
이하윤 : 시험이 끝나면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 놓지만, 막상 끝나면 별거 없는 것처럼, 마스터링이 끝난 뒤 계획이 많았다. 막상 끝나니 뭔가 허무하더라. 계획 중 한 가지인 만화방은 갔지만(웃음).

10. 밴드의 외형적인 변화가 크다. 음악적으로도 영향을 끼쳤을까.
이이언 : 사실 우리들이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았다. 포커스를 맞춘 부분은, 최대한 달라졌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거기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했고, 변화는 자연스럽게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혼자였더라도, 혹은 이전 2명 체제였더라도 시간이 오래 지나면 자연스러운 변화가 있었을 거다. 이번엔 최대한 예전의 1, 2집의 일관성을 지키자, 못이란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뒀다.

10. 오랜만에 음반이 전체적으로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흐름이 끊기지 않고 죽 이어졌다. 타이틀곡 선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헛되었어’는 어떻게 타이틀 넘버로 결정됐나.
이이언 : 곡의 순서에 신경을 많이 썼다. 타이틀곡은 최대한 쉽게, 그나마 대중적인 느낌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모든 곡 중에 ‘헛되었어’가 그렇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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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구성원이 많아져서 작업 방식도 예전과 다르겠다.
이이언 : 이전엔 혼자 틀어박혀서 했다면, 지금은 다 같이 하니까 재미있다. 집 겸 작업실에서 모두 모여서 뭔가를 할 때 그냥 재미있다.
이하윤 : 가면, 이언이 형의 반려견이 점프를 하면서 격하게 맞아준다(웃음).

10. 각자 다를 테지만, 음악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받나.
이하윤 : 만화책을 많이 본다.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생각을 많이 한다. 얼핏 본 것의 이미지가 남아 생각이 날 때 작업을 하는 식이다.
이이언 : 오랫동안 애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대중교통인데, 아무래도 다른 할 일이 없으니까 생각을 많이 하고 그러면 악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자리에 있는 것보다 풍경이 지나가고 있는 게, 뇌의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웃음).
송인섭 : 여행을 좋아해서, 정기적으로 가는 편이다. 한곳에 머무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주로 혼자 하는 편이고, 그런 곳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돌아왔을 때, 당장 써지는 건 아니고 남아 있는 기억으로 멜로디와 가사가 섞인다. 상상되는 장면과 알고 있는 장면을 섞이게 하려고 한다.
조남열 :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게임도 좋아한다. 가사는 이언이 형에게 레슨을 받으며 배우고 있다.
유웅렬 : 가장 좋은 건 데드라인이다. 쫓기게 되면 하는 것 같다(웃음). 평소에 생각나는 건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녹음 기능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래도 마감 시간이 큰 약이다.

10. 못의 음악에 가사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가사 작업은 주로 어떻게 하나.
이이언 : 매번 다른데, 자유롭게 쓰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다. 대중교통 안에서 쓴 가사들이 통계적으로 많긴 했지만, 그렇다고 대중교통을 타기만 하면 써지는 건 아니고 종잡을 수 없는 순간, 예기치 못하게 영감이 나오기 때문에 ‘그분’이 오실 것을 염려해 자세와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할까. 민감한 감각을 펼쳐놓고 있는 것 같다.

10. 그렇다면,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영감이 떠올랐던 적.
이이언 : 예를 들면 이별의 순간인데. 강렬한 감정의 체험이 강렬한 영감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러니하지만, 그런 게 귀중한 영감의 원천이라는 걸 부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10. 컴백 전 팬들의 반응을 보니, ‘공연을 해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더라.
이이언 : 이번에는 작은 공연장에서 진행한다. 아담하지만 깔끔하고, 사운드가 괜찮을 것 같다. 가깝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0. 팬들이 많이 좋아하겠다.(인터뷰 다음날 진행된 못의 티켓 오픈. 3일 공연이 모두 매진됐다.)
이이언 : 올해는 공연 계획을 많이 갖고 있다. 꽤 많이 할 것 같다.

10. 1, 2집으로 크게 주목받았고 마니아층도 확실히 구축했다.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감이 늘 따라다닐 것 같은데.
이이언 : 그런 부분들은 항상 있다. 그런데 그건 못이 아니라 다른 음악을 했더라도 그랬을 거다. 뮤지션이라면, 항상 발전하고 예전의 모습보다 조금 더 나은 걸 보여주고 싶어 할 것이니까. 특히 음악적인 내용은 이런 부분에서 더 적극적으로 추구를 하는 편이다. 부담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그래서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 동기 부여가 되는 측면도 있고. 우리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한다는 느낌, 변신이 아니라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하는 노력과 아이디어를 내는 그런 과정들이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 특히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10. 그랬다면 3집을 만들면서 욕심이랄까, 다음 음반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겠다.
이이언 : 다음 음반에 대한 계획인데, 좀 더 빨리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음반을 내놓기까지 기간이 길었는데, 다섯 명 체제가 되면서 좀 더 작업의 추진력에 탄력을 받았다. 그래서 짧은 텀으로 음반을 자주 내고, 자주 팬들에게 새로운 곡을 들려드리고 활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하윤 : 마음에 작업 체계가 형성됐다는 소득을 얻었다. 의미가 크다. 작업 시간에 중 많은 부분을 효율적인 방식을 위한 조율에 소요한 것 같다. 그래서 마침내 공장이 이제 효율적으로 완성됐다.
이이언 : 사실, 아주 만족하고 있다(웃음).
유웅렬 : 이후에 대한 생각보다 나온 것에 대한 안도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반에 관련해서 제안할 것도 많고, 공연 활동도 앞두고 있어서 지금 현재에 대한 생각뿐이다.
조남열 : 잡혀있는 공연을 잘 해보고 싶고, 다음 음반도 좀 더 멋있게 해보고 싶다.

10. 음악을 시작할 때의 꿈과 현실의 다름에 부딪힌 적은 없나. 가령 괴리감이라 할지.
이이언 : 아마 그런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시작할 때 꿈꿨던 것과 현재가 일치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10.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하는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고. 자신만의 극복법이 있나.
송인섭 : 시작할 때는 대부분 뮤지션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으니, 이상을 꿈꾼다. 아마 소소한 목표를 잡지는 않았을 거다. 그래서 더 확실히 차이가 생기는 건데, 나 역시도 ‘대한민국을 다 씹어 먹겠다’는 포부를 가졌다(웃음). 그런 마음이지만, 시간이 지나서 ‘꿈을 못 이뤘어’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들을 조율하면서 이어지는 것 같다. 목표는 조금씩 바뀌고, 정답이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하는 것 같다. 2년 전, 또 6개월 전이 다르니까 그런 괴리감이 있다고 해서 방에서 머리 쥐어뜯으면서 괴로워하기보다,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듯 바뀌어 나가는, 그런 삶이다. 작품을 만들더라도, 목적에 따라 순간적으로 변하고, 희망, 사랑 등 모든 것들이 매 순간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금전적으로 조금 있을 수도 있지만(웃음), 음악에 관해서의 괴리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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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음악을 업으로 삼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있을 것이고, 주위에 잘하는 사람들을 계속 볼 것이다.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하겠지만, 한계와 마주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이하윤 : 예전에 이언이 형에게 ‘들어봐’라고 추천받은 곡이 있었는데, 산책을 하면서 들었다. 그때 깊은 절망을 했던 것 같다. 곡이 무척 좋았고, 아마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팬이 됐을 거다. 근데, 이건 도저히 뛰어넘는 건 고사하고 근처에 가는 것도, 출발부터 재능의 차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이후에는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이언 : 아직도 여전히 그런 순간들을 만나는데, 음악적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그런 사람을 볼 때, 약간의 어떤 열등감 같은 것들이 확실히 있다. 음악을 하는 뮤지션의 타입이 여러 가지인데, 음악가로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 툭 치면 음악이 술술 나오는 사람, 언제 어디서든 엉망인 악기를 가져다줘도 되는 사람이. 반면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이 아니다. 쉽게 어떤 일을 하는 게 재능이라고 한다면, 음악에 재능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쉽게 잘하는 게 아니라 그래서 하는 게 아니라, 음악가로 타고난 사람들과 다른 방식을 찾고 그들이 하지 않는, 하기 힘든 부분을 파고든다고 할까. 그런 쪽으로 죽 작업을 해왔다. 시작부터,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다. 못에 정체성도 그렇게 만들어진 것 같다.

유웅렬 : 즉흥적이냐, 비즉흥적이냐는 것인데, 이언이 형이 교류하는 뮤지션들 중에 즉흥적인 분들이 많다. 바로 뭘 보여주는 자유로운 음악가 스타일이다. 그런데, 그분들이 이언이 형과 친분을 쌓고 교류를 한다는 건 이언이 형이 하는 건 그분들이 또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때는 같은 음악가지만, 풀어내는 방식이 다른 것 같다.
이이언 : 이야기꾼이란 사람이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소설가도 있고, 스탠딩 코미디언도 있고, MC도 있듯 이들은 모두 작업 방식이 다르다. 소설가는 집필 과정이 있고, 또 어떤 이들은 대본 없이 즉석에서 재담을 풀어낸다. 나는 틀어박혀서 음악 작업을 해야 한다. 즉석에서는 잘 못한다.
이하윤 : 수정을 많이 한다. 셀 수도 없이(웃음).

10. 새 음반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조금씩 이해된다.
이이언 : 가능성을 탐구하는 거다. 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이렇게 하는 걸 내놓는 것이고. 해보지 않고는 모르니까, 멋있는 게 아닐까. 막상 해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또 전혀 다른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을 고려해 직접 해보는 게 좋다. 현실에 제약이 있을 때도 있지만, 가능성을 본다. 그래서 혼자 할 때는 오래 걸렸다. 이젠 팀이 모여서 하니까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10. 뮤지션들의 음악 감상회를 갈 때가 있는데, 질 좋은 스피커를 구비하고 당일 아침까지 다시 수정 작업을 하고 내놓은 곡이라는 설명을 한다. 사실 아마추어가 들으면, 그 미세한 차이를 알기란 쉽지 않다.
우웅렬 : 현재의 음악 소비 형태가 쉽게 듣고, 누구나 접근성도 편해지니까 많은 공을 들이지 않는 것 같다.
이이언 : 녹음하러 와서 결정되는 대중음악이 많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해보는 정도인데, 그것보다 훨씬 더 나은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10. ‘완성도를 높인다’는 말을 고스란히 실천하고 있다.
이이언 : 멜로디의 템포, 건반 연주의 차이, 기타의 차이 등 단 1%의 차이일지라도, 그 작은 것들이 모여서 완성도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집약적으로 봤을 때 구별되는, 어딘가 완성도 높게 들리는 거다. 무엇보다 스스로 마음에 안 드는 걸 내놓을 수는 없지 않나. 최소한 내 마음에는 들어야 한다.

10. 밴드 못을 만나기 전과 후, 달라진 게 있나.
우웅렬 :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고, 나 역시도(웃음).
조남열 : 세션으로 있을 때는 사람들이 이언이 형 외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이젠 많이 드러나니까. 모자란 부분이 표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살짝 든다(웃음).

10. 못의 또 다른 시작, 출발이다. 2016년의 못의 행보는 어디까지 기대하면 될까.
이이언 : 추진되고 있는 건 페스티벌을 포함해 공연이 꽤 있다. 지방 공연도 추진 중이다. 다 성사될지는 모르겠지만, 힘닿는 데까지 많은 팬들과 만나는 기회를 가지려고 한다. 연말까지는 거의 매달, 공연 내지는 페스티벌이 계속 있을 것 같다.
조남열 : 매번 콘셉트가 다른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이언 : 조금씩 달라질 거다(웃음).
우웅렬 : 못의 멤버로서, 공연에서 틀리지 않고 연주하는 거다. 공연을 잘하는 게 가장 크고, 나에게 3월 단독 공연이 가장 큰 이슈이다. 보다 나은, 좋은 퀄리티의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10. 벌써 4집도 기대된다.
이이언 : 이미 3집을 준비하면서 수록되지 않은 곡들이 있어서 그 곡들을 정리하고 적어도 이번에 걸린 것보단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들어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늦어질 것 같아서(웃음), 구체적인 날짜를 말할 수는 없지만 기대보단 빠르게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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