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60초면 충분한 스토리 내 맘으로 넌 들어왔어’ 누군가가 눈 안에 ‘콕’ 들어오거나 가슴에 ‘콱’ 박히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다. 하루에도 수많은 연예인이 브라운관과 스크린 속에서 웃고 울고 노래하며 우리와 만나지만, 그 중에서도 제대로 ‘필(feel)’ 꽂히는 이들은 손에 꼽힐 정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어느 순간 그야말로 내게로 와 꽃이 된, 꽂힌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편은 연기력 최강의 배우들이다. tvN ‘배우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배우’에 대해 열정적인 태도로 알려주고 있는 박신양, CF에서 사물에게서도 생명력이 느껴지게끔 연기한 유아인, tvN ‘시그널’에서 열혈 형사 이재한을 연기중인 조진웅이다. (*나열은 이름 가나다순) 이들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당신은, 진정한 배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 박신양, 이런 스승한테 배우고 싶어

tvN ‘배우학교’에 출연중인 박신양
tvN ‘배우학교’에 출연중인 박신양
박신양은 tvN ‘배우학교’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에게, 아주, 끊임없이. 첫날 자기소개 시간부터 그랬으니, 교탁에 서서 말하던 이들은 얼마나 머릿속이 복작거렸을까. 박신양은 배우란, 연기로 상대를 설득시키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배우의, 헷갈리는 감정에서 비롯된 연기는 관객(시청자)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없을 거라고. 그래서 그는 학생들에게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왜 그것을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그 옛날,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의 질문에 다시 질문을 건넸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그들은 옳은 답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정답을 알려줘 그 길로 걷게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인도한 것이다. 박신양 역시, 궁극적으로는, 학생 자신이 끊임없는 자문을 통해 자아를 찾고, 그것을 자양분으로 삼아 연기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그간 겹겹이 쌓아둔 감정의 무게에 무뎌진 듯 보이던 장수원에게 용기를 북돋우며 이끌어주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박신양, 좋은 스승, 배우다.

# 유아인, 침대랑 케미가 이렇게나 좋아

CF 속 유아인
CF 속 유아인
(주의: PPL 기사, 아니다.) 며칠 전 우연히 보게 된 ‘유아인 이불 CF’ 영상은, 30초의 짧은 순간 동안, 중추신경을 사정없이 자극했다. 베드(Bed, 침대) 위에서 진정한 베드 신을 선보인 유아인이라니. 타이트한 블랙 슈트 차림으로 등장한 유아인은, 이름 모를 여성의 팔을 훑던 손으로, 자신의 아랫입술을 한 번 훔치더니만 재킷을 벗고는, 침대를 잠시 맴돌다가, 이내 침대 위에 눕는다. 이후의 장면들이 압권이다. 눕고, 엎드리고, 기.어.가.는 동작 사이사이 이뤄지는 유아인의 표정 변화는, 의상 체인지와 더불어 드라마틱하게 연결된다. 또한, 이불을 쓰다듬는 손, 이불을 끌어당기는 손, 이불을 끌어안는 손, 이불을 꽉 움켜지는 손, 손, 손, 손… 이불과 밀착한 이 ‘손’에 집중한 컷들은 유아인의 섬세한 연기로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이른다. 이불에 ‘성(性)’을 부여한 연출이 자칫 촌스럽게 보일 수 있었으나, 유아인의 설득력 있는 연기로 판에 박히지 않은, 어딘가 모르게 섹.시.한 광고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혼자 봐야 할 것 같은 이 느낌, 오랜만이다.

# 조진웅,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려

tvN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를 연기중인 조진웅
tvN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를 연기중인 조진웅
tvN ‘시그널’에서 조진웅이 연기 중인 이재한은, 원래 그 곳(그 시대)에 존재했던 인물처럼 보인다. 호흡, 말투, 행동, 표정, 어느 것 하나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 조진웅은, 이재한이다. 그렇기에 이재한의, 현실에서는 좀체 찾아보기 힘들 것 같은, 정의로움은 다행히도 조진웅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인해 ‘있음 직한 인물의 것’처럼 보이게 된다. 더러운 권력과 손잡은 상사에게 “정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하는 우직한 이 남자. 일견 ‘무대뽀’로 보일 수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기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재한이 좋아했던 동사무소 직원 김원경(이시아)을 끝내 구하지 못하고, 그녀가 미리 예매해두었던 코미디 영화를 홀로 보며 오열하는 장면은 모성애를 자극했다. 배우의 엄청난 에너지가 집중된 장면에서 눈시울을 붉히지 않은 이, 아마 없었을 터. 무전기 너머의 박해영(이제훈)에게 “이 무전은 시작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아내던 장면에서는, ‘상실의 마음’에서 뻗어 나간 후회, 자책 등의 감정이 복잡다단하게 뒤엉켜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정화 기자 lee@
사진제공. tvN,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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