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죽여주는 여자
죽여주는 여자

이재용 감독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윤여정의 세 번째 만남으로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가 제 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섹션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성황리에 마쳤다.

예술적 스타일과 상업적 가능성을 두루 겸비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된 ‘죽여주는 여자’의 프리미어 상영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오후 8시 베를린 씨네막스(Cinemaxx) 극장에서 해외 관객을 만났다.

‘죽여주는 여자’는 이재용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만으로도 많은 영화 팬들의 관심을 모으며 예매 오픈 1분 만에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사회 당일 현장에서는 약 600석에 달하는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재용 감독은 상영 전 무대인사에서 영문 제목인 ‘The Bacchus Lady’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며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사회에서 벼랑끝에 몰린 가난한 노인들의 생존에 관한 이야기다. ‘죽여주는 여자’는 에로스를 통해 노인들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던 여자가 결국 그들의 죽음을 돕게되는 어느 박카스 할머니의 이야기이다”라고 말해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관객들은 이재용 감독 특유의 유머와 윤계상이 연기한 다리가 불편한 에로 피규어 덕후의 모습에선 크게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윤여정의 겉으론 냉소적이지만 속정 넘치는 소영의 모습이 등장할 때에는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 채 집중하기도 했다.

상영을 마친 뒤 이재용 감독과 윤여정, 윤계상이 차례로 소개되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특히 영화의 타이틀 롤인 윤여정의 이름이 호명되자 객석에서 무대까지 그녀가 이동하는 몇분간 박수가 끊이지 않아 그녀의 연기에 대한 관객들의 높은 만족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상영 뒤 이어진 Q&A 시간에는 이재용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윤여정은 “사랑을 서비스하다 죽음을 서비스 하게 된 여자를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 캐릭터를 맡게 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재용 감독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재치있게 답하며 감독에 대한 신뢰를 표하기도 했다.

윤계상에겐 “소영의 이웃집 남자이자 시종일관 웃음을 주는 긍정적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캐릭터는 어떻게 잡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사회적으로 소외된 인물이지만 그것에 굴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재용 감독은 윤계상에 대해 “그는 한국 원조아이돌가수에서 성공적으로 배우가 됐다. 그 덕분에 많은 여성관객들이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재치있게 소개해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이끌기도 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성공리에 마친 ‘죽여주는 여자’는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 사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 60대 소영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단골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올해 국내 개봉 예정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