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포미닛
포미닛
걸그룹 포미닛의 음악은 퍼포먼스와 함께 봐야 한다. 새 앨범 타이틀곡 ‘싫어’처럼 반전 매력을 갖춘 곡에서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싫어’는 도입부 ‘이 사랑의 끝에는 미움만이 남았네요’라며 여성미 가득한 목소리로 읊조리다가도 이내 강렬한 후렴구로 ‘아이 헤이트 유(I HATE YOU), 싫어 난 너 싫어’ 라고 돌직구를 던진다. R&B 벌스와 힙합 EDM 후렴구가 대비되며 실험적인 극적 변주가 돋보인다.

극적 변주를 퍼포먼스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포미닛은 걸크러쉬의 카리스마를 뽐낸다. 포미닛은 ‘싫어’의 명장면으로 후렴구 V자 대형을 꼽았다. 소현은 “멀리 다 각자 자리에 있다가 V형으로 맞추는 장면이 정말 멋있다”고 전했다. 어떤 음악방송이 포미닛의 걸크러쉬를 담았을까. 베스트 3개와 워스트 1개를 꼽았다.

# 1위) 2015년 2월 5일 KBS2 ‘뮤직뱅크’

카메라워크 : ★★★★☆
V자 대형의 위엄 : ★★★★☆
각종 편집 기술의 향연 : ★★★★☆

‘뮤직뱅크’ 포미닛 ‘싫어+미쳐’ 무대

한 편의 영화 같은 무대가 완성됐다. 멤버들이 얼굴을 가린 도입부 포즈를 교차편집해 영화적으로 담아냈고, ‘네 눈빛이 말해주고 있어’로 시작되는 가윤의 시작을, 가윤의 눈빛으로 시작해 단숨에 무대로 빨려들게 했다. 화면 페이드 효과와 붉은 조명으로 ‘싫어’의 몽화적인 도입부를 가장 효과적으로 담았다. 가윤의 R&B 파트 이후 현아 파트로 본격적 비트가 시작되면서 조명이 밝아진다. 곡이 진행될수록 반전되는 ‘싫어’의 분위기를 조명과 화면 효과로 표현했다. 로모 필터 효과, 무대 위 카메라, 측면 앵글, 교차 편집을 사용해 ‘싫어’의 비트를 살린 무대를 만들었다. 특히 멤버들과 댄서들이 V자 대형으로 서서 군무를 펼치는 장면을 정확하면서도 위엄까지 담아냈다. 흠 잡을 곳 없는 완벽한 컴백이었다.

# 2위) 2015년 2월 10일 MBC뮤직 ‘쇼!챔피언’

카메라워크 : ★★★★
‘싫어’ 반전매력 표현한 두 가지 무대 : ★★★★☆
1분 10초 현아 “아이 헤잇 츄” 걸크러쉬 : ★★★★☆

‘쇼!챔피언’ 포미닛 ‘싫어’ 무대

암벽 모양의 무대 세트에 적힌 ‘HATE(싫어)’를 비춰주다가 점점 앵글을 넓혀 포미닛의 모습을 드러내게 했다. 별다른 자막이나 편집 효과 없이 카메라의 움직임만으로도 숨 죽이게 만드는 도입부를 만들어냈다. 깜빡이는 조명과 무대 위 카메라를 활용해 도입부 몽환적 사운드에 역동성을 입혔다. 카메라워크도 멤버들의 동선과 동작을 파악하는 데 용이했다. 소현의 ‘고 고 고(Go Go Go)’라며 앞으로 치고 나오는 파트에서 임팩트를 살렸고, 2절 후렴구에서 소현이 앞으로 나올 때의 카메라워크도 인상적이었다. 1절 후렴구가 시작되는 순간, 바뀐 무대의 임팩트도 컸다. 현아의 ‘아이 헤이트 유’를 클로즈업한 상태에서 앵글을 넓혀 후렴구 비트가 주는 효과를 극대화했다. 상반된 색깔의 두 가지 무대를 분위기에 따라 교차 편집해 ‘싫어’의 매력을 살렸다.

# 3위) 2015년 2월 14일 SBS ‘인기가요’

카메라워크 : ★★★☆
후렴구 조명테러 : ★★☆
민소매 티셔츠만으로도 걸크러쉬 : ★★★★

‘인기가요’ 포미닛 ‘싫어’ 무대

마치 미국 뒷골목을 연상케하는 그래피티된 벽과 차가 ‘센언니’ 매력을 표현했다. 포미닛은 레드 힙합 바지에 블랙 민소매 티셔츠를 입어 화려함 보다 포인트를 둔 강렬함을 선사했다. 카메라워크의 경우, 벌스 부분은 완벽했다. 클로즈업과 풀샷을 적절히 활용해 동선, 동작, 비주얼까지 감상할 수 있는 교과서였다. 그러나 후렴구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멤버들의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는 조명 테러가 쏟아졌다. 댄서들의 의상도 검은색이었기에 조명으로 존재가 드러나지 않아 군무가 주는 위엄은 사라졌다.

# 워스트) 2015년 2월 12일 KBS2 ‘뮤직뱅크’

카메라워크 : ★★★
무대세트와 무대의상의 물아일체 : ★★☆
걸크러쉬 종합 세트 : ★★★☆

‘뮤직뱅크’ 포미닛 ‘싫어’ 무대

1주일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완벽한 컴백무대를 선사했던 ‘뮤직뱅크’는 2주차 무대에서 아쉬운 모습을 곳곳에 보였다. 어두운 무대 배경에 포미닛의 검은 의상이 잘 드러나지 않은 점, 의미 없는 지미집 카메라의 움직임, 사선 앵글의 남용 등이 눈에 띄었다. 컴백 무대에서 보여준 V자 대형의 위엄을 살리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그나마 위로가 됐던 건, ‘미쳐’ 무대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였다는 것. 음악만으론 포미닛 걸크러쉬 종합 세트였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큐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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