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박준하
박준하
한 남자가 인터뷰 장소로 들어온다. 하얗다 못해 파리해 보이는 피부와 길고 마른 몸, 깔끔하게 멋을 낸 블랙 코트. 온 몸으로 ‘난 예술가요’ 말하는 듯 했다. 아름다움을 숭배하고 추함을 경멸할 것 같은 포스. 그런데 이 남자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떨어졌다. “B급 정서의 무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예쁘지 않은 사랑노래를 만들고 싶었죠.” 싱어송라이터 박준하의 이야기다.

박준하는 지난 2014년 첫 EP ‘내 이름은 연애’로 데뷔한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다. 그간 여러 뮤지션들의 공연과 앨범에 세션 혹은 편곡자로 참여하며 음악적 역량을 쌓았다. 그가 즐겨 찾는 소재는 연애, 정확히 말하자면 이별이다. 그런데 이별을 그려내는 시각이 퍽 흥미롭다. 멀어짐을 ‘달이 말라가는 과정’에 비유하는 낭만과, 질펀하게 블루스를 풀어내는 B급 감성을 동시에 가졌다. 박준하, 그의 정체가 궁금하다.

10. 곽진언이 ‘슈퍼스타K6’ 출연 전 가장 마지막으로 했던 공연이 당신과의 기획공연이었다고 들었다.
박준하 : 공연 당일에 ‘슈퍼스타K6’가 방송됐다. 워낙 잘 될 만 한 친구였다. 유명해지면 좋겠다고, 그 전부터 생각했다.

10. 오디션 프로그램은 단기간에 유명세를 가져다준다. 빨리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던가?
박준하 : 글쎄, 내 음악이 유명해지는 게 아니라 사람이 유명해지는 거니까(그다지 부럽지는 않다). 물론 상금 탄 건 부럽지만.(웃음) 대회 이후에도 진언이를 만난 적이 있거든. 부담을 느끼더라고, 자기 음반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자기 음악이 있고 그게 유명해지면 좋은 거지만, 그 뒤에 부담으로 다가오는 게 있을 거다.

박준하 1집
박준하 1집


10.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정규앨범이다. 앞서 낸 EP앨범이나 싱글 앨범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을 것 같다.
박준하 : 손이 정~말 많이 갔다.(웃음) 곡은 오히려 전작 발매 전보다 더 이전에 쓴 곡도 있다. 10번 트랙이 ‘문드라이 이브닝(Moondry Evening)’이라는 곡인데, 이 곡을 넣기 위해 정규 앨범을 낸 것도 있다. 6분짜리 곡인데다가 가사도 영어로 된 노래거든. 디지털 싱글로는 안 될 것 같고 EP앨범으로도 부족할 것 같았다. 그러면서 정규 앨범 작업이 진행됐고. 앨범 작업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론 시간이 오래 걸려도 상관없고 막히는 걸 ‘노가다’로 뚫는 것도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사람들과의 관계에 예민한 편이라서, 내가 이 사람들(연주자들)을 이렇게 오랫동안 부려먹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내 솔로 음반이긴 하지만 사람 손이 닿는 연주가 많은 음반이어서, 시간 싸움에서 힘들었다.

10. 책임감도 컸을 테고.
박준하 : 요즘은 며칠이면 새 음반이 사라지는 시기니까. ‘CD 음반, 정규 음반을 내는 게 맞나’라는 의심이 오래 있었다. 그래도 정식 데뷔라는 마음가짐으로 내게 됐다.

10. 말한 것처럼, 정규 음반을 내기 힘든 시기다. ‘정규를 내는 게 맞나?’라는 의심이 ‘그래, 맞지!’라는 확신으로 바뀐 계기는 무엇인가?
박준하 : 정규를 해야 다음 음반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P 앨범을 내보니까 싱글 내기가 쉽더라. 그런데 싱글을 냈던 친구들은 CD를 내는 걸 힘들어하고. 다음 스텝을 위해서 조금 무리한 것도 있고.(웃음) 스스로를 다잡는 느낌?

10. ‘문드라이 이브닝’을 위해 만들어진 앨범인데, 그 곡이 타이틀은 아니다.
박준하 : 이 곡을 위해 다른 곡을 쓴 건 아니고, 하나씩 차곡차곡 모아서 앨범을 만들게 됐다. 그리고 타이틀곡을 정하는 건 다른 문제니까. 타이틀곡은 ‘잘못된 안녕’이라는 곡인데, 다른 싱어송라이터들에 비해서 내가 다른 게 뭘까 고민하다가 그 곡으로 정하게 됐다. 나는 싱어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니까 그 점을 강조할 수 있는 곡으로 정한 거다.

10. 타이틀곡은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곡일지라도, 음반 전체적으로는 기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느낌이다.
박준하 : 그게 되게 어려웠다. (10. 기타리스트로서 욕심을 버리는 게?) 욕심은 냈지만 그게 조화로워야 되는데, 사실 연주로 욕심을 내면 한도 끝도 없거든. 연주가 노래 속에 잘 묻어야 하는데 그게 쉽진 않았다.

10. 연주 앨범을 낼 수도 있었을 텐데.
박준하 : 어쩌다 보니 악기 연주를 오래 하게 됐는데, 처음 악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노래를 하기 위해서였다. 나 자신이 담긴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10. 그럼 처음 당신이 담긴 앨범, 박준하라는 이름이 적힌 앨범을 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들던가?
박준하 : 나는 앨범에 담긴 박준하를 내가 만든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래서 사실은 가명을 쓸까도 생각했다. 게다가 동명의 선배 가수가 계시기도 하고. 그런데 가명을 만들려다 보니까, 시간이 지났을 때 후회가 남을 것 같은 이름만 생각나더라.

10. 캐릭터를 만든 건 작품의 색깔을 위한 건가?
박준하 : 그렇지. 사진 보면, 내가 굉장히 무거운 척 하잖아.(웃음) 예쁘게 노래만 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노래를 위해서 내가 사라져도 상관없다. 다시 말해 나중에 더 큰 사이즈의 앨범을 내게 되면, 내가 굳이 보컬로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예를 들어 토이라는 그룹처럼 말이다. 싱어송라이터 박준하라는 캐릭터가 있었을 때, 특정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됐으면 했다.

10. 구체적으로 어떤 분위기, 어떤 정서를 그리길 원했나?
박준하 : 내가 주로 만드는 노래가 사랑 노랜데, 그게 예쁘게만 기억되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10. 노래를 만들 때, 당신이 가장 즐겨 찾게 되는 주제가 있다면?
박준하 : 타인. 연인에서 타인이 되는 과정. ‘달이 말라가는 저녁’이라는 타이틀이 보름달이 초승달로 줄어드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거든. 관계에 있어서도, 헤어짐 이후에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이로 돌아가는 과정과 그 때 생기는 감정들을 담고 있다.

10. 무려 트리플 타이틀이다. ‘우리는 해피엔딩처럼 만났었지만’, ‘몰라서 하는 말’ ‘잘못된 안녕’이 타이틀곡으로 뽑혔는데, 어떤 기준으로 골랐나?
박준하 : 내가 만들면서 가장 신이 났던 순서. 작업할 때 당시 흥이 났던, 재밌게 작업했던, 또는 힘들지만 심혈을 기울여서 작업했던 노래들이다.

10. 세 곡 중에서도 ‘잘못된 안녕’을 메인 타이틀로 정했다. 어떤 노래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박준하 : 클래식한 분위기의 곡이다. 오래된 블루스 진행에, 좀 자극적인 사랑 노래를 하고 싶었다. 예쁘지 않은 사랑 노래. 이건 지금 만들고 있는 뮤직비디오인데 (잠시 뮤직비디오 시사) ‘먹방’이 나오거든. 사랑 노래이니까 여배우 출연시켜서 뺨 때리고, 이런 걸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웃음) 아주 짧은 거리를 디테일하게 찍자고 얘기가 맞춰졌다. 아마 ‘몰라서 하는 말’이랑 ‘잘못된 안녕’이 내용이 이어질 것 같다.

10. ‘잘못된 안녕’이라는 곡이 ‘먹방’이란 소재와 어떻게 연결되나?
박준하 : 노래에도 그렇고 영상에도 그렇고, B급 감성을 넣고 싶었다. 사실 어떻게 통할지는 잘 모르겠다. 예를 들자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처럼 만들고 싶었다. ‘여기에서 웃어야 해!’가 아니라 ‘웃고 싶은 타이밍에 알아서 웃으세요’ 하는.

10. ‘잘못된 안녕’이라는 게 ‘안녕’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했다는 상황인 건가?
박준하 : 통보를 받은 입장인 거다. 이별 통보를 받고 상대방은 멀어져 가는 모습을, 달이 말라가는 과정에 비유한 것이다. 사랑했던 감정이 사라지거나 혹은 곁에 있던 대상이 멀어지는 과정 혹은 어떤 생각에 대해서 초연해지는 과정을 얘기하고 있다. ‘잘못된 안녕’같은 경우는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이유가 스토리보다는 무드였다.

10. 아까 얘기했던 B급 감성의 무드?
박준하 : 맞다. 조금 다른 사랑노래를 하고 싶었다. 연인이나 관계에서 멀어질 때 아름답게만 헤어지지는 않잖아. 비겁하기도 하고 방어적이기도 하고. 그런 측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멋있는 척만 하는 사랑 노래를 탈피하고 싶었다.

10. ‘안녕’이란 설렘이 없어지는 과정일 수도 있다. 일을 할 때에도 늘 설렘만 있을 수는 없을 텐데, 당신으로 하여금 계속 노래하게 하고 연주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박준하 : 한 번 설레게 되면 설렘의 기억이 남잖아. 그걸로 다시 불을 지피는 것 같다. 매너리즘에 빠진다던지 전작과 비슷한 색깔이 나왔을 때, 그걸 과감히 덮을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 멀리 두고 지켜봤다가 처음의 의도를 되새김질해 보면서 다시 풀어보는 편이다.

박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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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첫 트랙이 ‘뷰티풀 데이즈(Beautiful Days)’다. 그래서 말인데, 박준하에게 ‘뷰티풀 데이’는 언제였나?
박준하 : 10년을 주기로 한 번은 있는 것 같다. 10대 때 아무것도 모를 때랑, 20대 때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사이에 있는 때, 그리고 내가 올해 서른 한 살인데 그 때의 나에게도 한 번 씩 있다.

10. 10대 시절의 ‘뷰티풀 데이’는 아무 생각 없이 행복했던 기억인가?
박준하 : 행복하진 않았다. 오히려 지금 혹은 20대 때보다 어둡고 불만도 많았고. 근데 그 때 다 그러지 않나?

10. ‘중2 병’의 느낌?
박준하 : 그렇지.(웃음) 그리고 중학교 때 내가 자취를 했었다. 원래는 중·고등학교 때 그림을 그렸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자연스럽게 악기도 접하게 됐다.

10. 혼자 있으면 온갖 공상과 상상을 했을 텐데. 주로 어떤 내용의 상상이었나?
박준하 :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을 많이 보여주셨다. 엄청 오래된 음악이나 영화. 아바(ABBA)랑 카펜터스(Carpenters) 음악을 틀어놓으셨다. 혼자 있을 때, 주로 그 때의 기억을 많이 했다. 풍요로웠던 과거를 공상할 때가 많았지.

10. 어머니께서 음악을 좋아하셨나보다. 우리 집에선 고작해야 ‘가요 베스트’ 정도의 음악이 나왔는데.(웃음)
박준하 : 우리 어머니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 100선’ 같은 거.(웃음) 사실 어머니 권유로 그림을 시작했다. 내가 미대에 가는 걸 보고 싶으셨나봐. 유치원도 미술학원 유치원 같은 곳에 다녔고.

10. 그런데 어쩌다 음악을 하게 됐나?
박준하 : 예고 진학에 실패하면서 내가 그림에 재능이 없다는 걸 어렸을 때 알아버린 거다. 되게 상처받고 비뚤어졌다.(음악) 그로스테스크한 그림을 그리는 것 보단, 집에서 음악을 뚱땅거리는 게 더 반항적으로 보이잖아. 악기도 자연스럽게 그 무렵에 시작하게 됐다.

10. 하지만 지금의 음악은 반항적 기질과는 거리가 멀다.
박준하 :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을 고민하다 보니까 지금의 구도가 나왔다. 밴드인데 카페에서도 나올 수 있고 영상에도 입혀질 수도 있는. 사실 하드한 밴드 음악은 공연장이나 음향이 좋은 공간, 혹은 남들이 방해 안 하는 곳에서 들어야 하잖아. 일종의 약속이 있는 곳이 필요한데, 그런 것 없이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을 구상했다.

10. 20대 때의 강력한 기억은 무엇이었나.
박준하 : 20대 때는 군대. 발표한 곡의 반 정도는 군대에서 쓴 곡이다. 군악대를 나왔거든.

10. 군대라는 그 삭막한 환경이, 당신의 창작 욕구를 불태워 주던가?
박준하 : 그랬다.(웃음) 그리고 20대의 대부분을 기타리스트로 보냈다. 지금도 기타리스트로 일을 하고 있지만, 뭔가를 해소할 길이 필요했다. 그게 작곡이었고, 좀 더 자세히 들어가다 보니까 노래까지 하게 됐다.

10. 30대가 된 지금은 어떤가. 뭐가 많이 달라졌나?
박준하 :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거 말고는 크게 다른 건 없는데.(웃음) 그보다는 첫 앨범을 낸 게, 직장으로 치면 이직이 빨리 된 거잖아. 취미였던 일이 주 업무로 되고 주 업무였던 일이 짬날 때 할 수 있는 일이 된 거니까. 그 과정이 처음에는 힘들었다. 주변에서는 ‘바쁘지?’라고 물어보는데 나는 초조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재밌는 일이었던 것 같다, 다시 이렇게 또 다른 출발선에 선다는 게.

박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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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레퍼토리도 꽤 쌓였겠다, 피드백이 오기 시작할 것 같은데. 혹시 기억나는 말이 있나?
박준하 : ‘여러 번 들었다’는 말이 가장 좋았다. 그리고 비주류 취향인 분들의 트랙리스트에 내 노래가 들어가 있을 때도 좋더라. 물론 대중적인 차트에 올라갈 수 있을 때에도 기쁘겠지만, 주류를 따라가려는 생각은 안 하는 편이거든. 팝음악만 들을 것 같은 분이 내 음악을 들어준다던지, 의외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내 음악을 발견하게 됐을 때가 좋았다.

10. 첫 EP와 첫 싱글과 첫 정규까지, ‘처음’이 붙는 작품들은 다 지나갔다. 당신의 두 번째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박준하 : 좋은 곡들이었으면 좋겠고, 좀 더 즐거운 작업과정이었으면 좋겠다. 성격상 불가능할 것 같기는 하지만.(웃음) 내가 예민한 편이라서 작업을 하는 동안, ‘이거 틀렸어, 아니야’라고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 괴롭게 작업을 해서 그걸 밖에서 들었을 때 힘들 때가 있다. ‘아, 여기 틀렸네’ 하게 되는.(웃음) 그리고 동료들이 바뀌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지금 하는 동료들과도 그 때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0. ‘아, 여기 틀렸네’라니, 정말 괴롭겠다. 일단 결과물로 발표된 뒤에는 수정이 불가능하니까. 그래서 앨범 한 장 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것 같기도 하다.
박준하 : 그렇지. 손을 떠나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모든 예술작품이 그런 게 있잖아. 오류인데, 사람들은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그걸 보는 것 자체도 재밌는 부분이 될 것 같다. 시간에 따라서 완성도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도 하거든. 이를 테면, 예전엔 ‘괜찮네. 넘어가자’ 했는데 나중에는 그게 하등하게 보인다던가. 그런데 그 때 그 수준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역시 ‘나’인 것 같다. 딱 그 나잇대, 그 시기에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이젠 인정하게 됐다.

10. 인정이 안 될 때도 있었나.
박준하 : 첫 앨범이 나왔을 때가 그랬다. 주변에 보컬트레이너인 친구들을 보면, 막연히 앨범 발매를 미루고 있는 애들이 있거든. 만나면 항상 얘기한다. “우리가 지금 완벽할 순 없을 건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낼 수 있다면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이 때의 내가 어설퍼 보일 순 있겠지만, 그건 앨범을 만들면서 인정하기로 했다.

10. 부족한 부분을 이겨내거나 없앤다기보다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 건가.
박준하 : 그 시절의 나도 결국 나라는 걸 인정한 거다. 녹음을 하거나 하면 아쉬운데 하면서 넘어갈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 내 앨범을 하면서 그 인정에 있어서 더 과감해졌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오케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이상은 안 나와. 여기서 스톱”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 같다.

10. 엄청난 성장일 것 같은데. 혹시 다음 앨범을 통해 성취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박준하 : 이번에 인정하게 된 것 중에 하나가 누가 내 작품에 참여해주고 누가 나를 도와줄 수 있는지, 그것 역시 내 실력이라는 거다. 그리고 노래를 위해서라면 굳이 내가 전면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 처음으로 피처링을 넣어봤다. ‘씨에스타(Siesta)’라는 곡에 옥상달빛의 김윤주 양이 참여해줬다. 애착은 가는 노래인데, 내 목소리로 부르니 터지는 부분이 없더라고. 어떻게 할까 하다가 피처링을 생각하게 됐다. 내 노래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입혀진다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그걸 깨게 됐다. 다음 앨범에서는 기획력을 좀 더 쌓고 싶다. 기획력 역시 자기 이름이 브랜드인 뮤지션에게는 실력이니까. 기획을 좀 더 알차게 꾸리고 싶다.

10. 그럼 그 결과물이 듣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길 원하나.
박준하 : 듣고 좋았으면 좋겠다. 굳이 어떤 의도를 넣기보다는 ‘난 이거 좋았어. 넌 어때’라고 제안하는 것까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 ‘공감을 얻는 것’은 많은 뮤지션들이 추구하는 바다. 당신은 그렇지 않은가?
박준하 : 곡을 다 완성한 뒤에는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 라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멜로디와 가사 작업을 할 때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듣는 사람들의)눈치를 보고 작품을 만든다면, 거짓말이 들어가게 되고 상투적인 표현이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EP앨범을 내보니까, 생각보다 개인적인 얘기를 했는데 사람들이 재밌게 생각하는 포인트들이 있더라. 거기에 대한 연구도 좀 했고. 하지만 처음부터 의도가 자리 잡으면, 거기에 잡아먹힐 때가 많더라. 공감은 사람들이 알아서 판단하는 거지, ‘이거 힐링 노래니까 듣고 나으세요’라고 선동해서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잖아.

10. 마지막으로, 단독 공연에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준하 : 많이 와주시고요.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공연 준비할 테니 많이 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딱히 할 말이 없네.(웃음)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테이블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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