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1월 5주 신보
1월 5주 신보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폰부스
폰부스
사건명 극지
용의자 폰부스(레이져, 김태우, 이상민, 박한, 최민석)
사건일자 2016.01.22
첫인상 로큰롤과 브릿팝을 기반으로 하는 밴드. 지난 2005년 결성돼,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 페스티벌에도 초대되는 등 국내외에서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신곡은 ‘키비타스(CIVITAS)’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 폰부스는 이번 프로젝트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비윤리적인 도시의 구조 사이에 놓인 불현한 모습들을 발견하고, 그것에 대한 희망을 말하고자 한다. 올해 총 6개의 싱글을 발표하며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추천트랙 ‘극지’. 연주와 보컬 사이에서 묘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악기와 악기 사이에서도 이질감은 흐른다. 그리고 이질감은 곧 서늘함으로, 또 긴장감으로, 의도적인 위태로움으로 이어진다. ‘키비타스’ 프로젝트의 주제 의식, 인간의 존엄성과 비윤리적인 도시 구조 사이의 불균형을 사운드로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하다. 그간 들려주던 폰부스 특유의 폭발력과는 다르다. 하지만 충분히 근사하다.
출몰지역 2월 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6일 홍대 인근 클럽FF에서 여러 밴드들과 함께 합동 공연을 연다.

만쥬한봉지
만쥬한봉지


사건명 지구밖
용의자 만쥬한봉지(만쥬, 최용수, 한준희)
사건일자 2016.01.28
첫인상 만쥬한봉지는 ‘어쿠스틱 뽕짝소울’을 추구하는 팀이다. 쉽게 말해 한국의 ‘뽕삘’과 서양의 소울을 한데 묶었다는 의미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인 ‘지구밖’은 송라이터 망소이가 앨범 발매를 독촉하는 의미로 한 말(“나는 지구 밖이라도 괜찮다. 형 마음 바깥만 아니면.”)을 최용수가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오해해 정해진 것. 만쥬한봉지는 앨범의 이야기를 웹툰으로도 풀어내, 보다 풍부한 내러티브를 전달하고 있다.
추천트랙 ‘남자들 참 이상해 (feat.Zzapa)’. ‘뽕짝소울’, 그 중에서도 ‘뽕짝’ 상당부분은 만쥬의 보컬을 통해 만들어진다. 앙칼지면서도 구성진 만쥬의 보컬은 이 노래가 가진 B급 감성과 기막히게 어울린다. 복고풍의 사운드와 블루스 풍의 구성 또한 키치한 맛을 더한다. 그렇다고 해서 완성도가 B급이라는 얘긴 아니다. 만쥬의 보컬은 유려한 강약 조절로 혼을 빼놓고 후렴구의 가성으로 킬링 포인트를 만든다. 팀의 정체성을 보여주기에 더없이 좋은 트랙이다.
출몰지역 2월 21 대학로 벙커원에서 ‘지구밖’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한다.

소울스타
소울스타


사건명 진짜 사랑 노래
용의자 소울스타
사건일자 2016.01.28
첫인상 흑인 음악 팬들에게는 쌍수 들고 환영할만한 조합이지 않을까. 소울스타는 국내에서 가장 잘 다듬어진 알앤비(R&B) 보컬 팀 중 하나로, 본토 알앤비와 가장 유사한 색깔을 구현해내곤 했다. 휘성 역시 흑인음악에 일가견 있는 인물. 이번 신곡은 멤버 이규훈이 군에서 제대한 후 완전체로 처음 녹음하고 발표하는 노래로, 팬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전망이다.
추천트랙 ‘진짜 사랑 노래 (feat. 휘성)’. 노래 제목과 앨범 커버가 재생을 다소 망설이게 하지만, 일단 들어보시라. 먼저 반가운 것은 휘성의 목소리다. 역시 그의 보컬은 소울 음악을 만났을 때 가장 매력적으로 들린다. 소울스타 역시 유려하고 화려한 보컬을 자랑한다. 정통 알앤비로 돌아가는 듯한 행보 또한 반갑다. 편곡에 있어서 다소 간의 아쉬움이 느껴지긴 해도,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엔 충분하다.
출몰지역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뮤즈라이브에서 단독콘서트를 개최한다.

최희선
최희선


사건명 마니악(Maniac)
용의자 최희선
사건일자 2016.01.28
첫인상 밴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1977년 데뷔해 밴드와 세션 연주자, 프로듀서 등으로 활동하다가 1993년부터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 합류해 지금까지 팀을 이끌고 있다. 이번 앨범은 최희선의 두 번째 솔로 앨범으로, 그는 “연주곡만으로도 지루하지 않고 충분히 흥미로운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내 솔로 앨범으로서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추천트랙 ‘마니악’. “정규 앨범 내기가 너무 힘들다.” 뮤지션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다 보면 수도 없이 듣는 말이다. 그런데 연주곡으로 채운 정규 앨범이라고? 추측하건대, 일종의 사명감 없이는 내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원하던 원치 않던) 이 앨범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수도 있을 테고, 그래서 생기는 부담감도 분명 있을 테다. 그러나 최희선의 답은 참으로 명쾌하다. 빈틈없이 쪼개진 박자 위를 노련하게, 치열하게, 그러나 유쾌하게 뛰어논다. 기타리스트로서의 자존심과 자존감이 고스란히 담겼다.
출몰지역 3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앰프 라이브클럽에서 서영도, 홍준호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피제이
피제이
사건명
문스트럭X김아일X오혁
용의자 피제이(PEEJAY, 박정철)
사건일자 2016.01.28
첫인상 피제이는 지난 십 수 년간 언더그라운드 힙합과 메이저 가수들의 영역을 오가며 프로듀서로 활약해 온 인물이다.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정규앨범 ‘워킹(Walking) Vol.1’을 발매, 평단의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이번 신곡은 피제이의 두 번째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밴드 혁오의 보컬 오혁과 래퍼 김아일이 함께 했다.
추천트랙 ‘문스트럭(Moonstruck)’. 출발은 힙합 프로듀서였지만, 피제이의 스펙트럼을 힙합에만 한정시키는 것은 이제 무의미한 일이다. 지난해 발매된 ‘워킹’에서는 네오 소울 장르에서 두각을 보였다면, 이번 ‘문스트럭’에서는 팝 적인 느낌이 가미됐다. 몽환적인 무드 위에 꿈결같이 흐르는 피아노 워킹과 브릿지의 현악기 연주가 더해져, 어딘가 모르게 섹시한 인상마저 준다. 착실하게 활동 반경을 넓혀가는 오혁의 모습 또한 무척 고무적이다.

글, 편집. 이은호 기자 wild37@
디자인. 김민영 kim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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