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정우: ‘응답하라 1994’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드라마 인기를 타고 ‘원톱’ 주연도 해 볼 수 있지 않느냐고. 그게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설령 그렇게 됐다고 한들, 그게 과연 내 힘으로 진짜 된 것일까…아닌 것 같다. 그런 물음들을 나에게 묻고 묻고 또 물었다. 신중하게 작품에 접근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봤다. -2015년 2월,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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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국: 정우의 본명. 별명은 짱구로, 정우는 2009년 자신의 자전적이 이야기를 담은 ‘바람’에 짱구로 그대로 출연하기도 했다. ‘바람’은 부산상고에 입학한 짱구가 불법 서클에 입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정우가 실제 살았던 옛집과 다녔던 학교, 심지어 그의 친구도 출연했다. 어린 시절 현진영-듀스 뮤직비디오를 보며 춤추는 걸 좋아했던 김정국의 끼는 연극배우 출신이었던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듯. 부산에 있는 연기학원을 다니던 김정국은 서울예대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권유로 김정국에서 정우로 예명을 사용하기 시작.

류승범: ‘품행제로’(2002)에서 인연을 맺은 배우. 정우는 ‘품행제로’에서 단군파 조직원으로 등장, 준필(류승범)의 등에 칼을 박아 넣는 악역 연기를 선보였다. 극 속에서는 악연이었지만, 스크린 밖에서는 인연이었다. 정우는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로 인기를 얻은 후 가장 고마운 배우로 류승범을 꼽으며 “승범이가 주변 동료나 수면 위에 떠오르지 않은 배우들을 많이 추천해줬다. 티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멀리서 항상 응원해준 친구”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고 보니 정우는 류승범의 형인 류승완 감독의 ‘짝패’ ‘다찌마와 리’ 등에 상남자로 자주 얼굴을 비췄는데, 캐스팅에 류승범의 추천/입김이 작용했을지도.

이성한: 정우의 첫 주연작 ‘스페어’(2008)와 ‘바람’을 연출한 감독. 이성한 감독은 ‘그 때 그 사람들’(2004)에서 정우를 발견, ‘스페어’에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정우가 ‘스페어’에서 선보인 양아치 연기는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듬해 ‘바람’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 영화로 47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남자배우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아직 행운은 정우의 편이 아니었다. 평단의 주목을 받자마자 군대를 가는 바람에 ‘물 들어올 때 노젓기’는 할 수 없었다.

권상우: 여섯 작품이나 함께 한 배우. 정우와 권상우는 ‘데우스 마키나’(2003)라는 영화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영화는 50% 지점에서 촬영이 중단되는 불운을 겪었다. 영화는 미완이지만 사람은 남았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 과외하기’ ‘숙명’ ‘슬픈 연가’ ‘못된 사랑’ ‘신데렐라 맨’ 등 6편을 함께 하며 끈끈한 인연을 맺었고, 한땐 같은 소속사에 몸담기도. KBS2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정우는 권상우 아내 손태영과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이우정: ‘응사’ 쓰레기를 탄생시킨 작가. 2013년, 마성의 경상도 남자 쓰레기의 인기는 뜨거웠다. 정우는 쓰레기 역으로 팬들에게 응답받았고,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드라마가 끝났을 때, 정우에겐 수많은 시나리오와 CF 제안이 쏟아졌다. 한편 이우정 작가와의 친분은 나영석 PD와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삼시세끼 어촌편’에 잠깐 출연했고, 아이슬란드로 향하는 ‘꽃보다 청춘’에 합류할 수 있었다. 긴 시간, 묵묵히 한 길을 걸어 온 남자에게 주어진 선물들.

박무택: 2005년 에베레스트 등반 중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산악인. 정우가 ‘히말라야’에서 연기한 인물. ‘응사’로 스타 반열에 오른 정우의 행보는 예상보다 침착했다. ‘응사’ 인기를 업고 빠르게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정우는 작품 선택에 신중했다. 그런 그가 ‘응사’ 이후 선택한 작품은 단 두 편. ‘쎄시봉’과 ‘히말라야’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실화를 기초로 한 영화. ‘쎄시봉’에서 정우가 연기한 오근태는 실존인물 이익균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로, 정우는 연이어 실존인물을 연기한 셈이다. 기대작 이었던 ‘쎄시봉’의 흥행 부진은 뼈아팠다. 대중은 생각보다 냉정했다. 정우에겐 나름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을 터. 그런 정우에게 ‘히말라야’가 의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전작의 아픔을 씻어낸 흥행 때문은 아닐게다. 정우는 캐릭터에 그만의 사랑스러움과 인간미를 더했다. 극중 산악인들이 히말라야에 잠든 그를 데리러 가고 싶은 이유를 증명시킨 셈.

김유미: 여자친구->아내. 김유미와 정우는 영화 ‘붉은 가족’(2012)에 함께 출연하며 연인으로 발전했다. 두 사람의 연애 사실이 알려진 건 정우가 ‘응사’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때. 김유미와의 열애설 후 걸그룹 디바 출신 김진과의 스캔들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정우는 논란 속에서도 묵묵히 김유미를 지켰고, 2013년 열애를 공식인정한 후 3년 만에 ‘진짜 가족’이 됐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16일 서울 역삼동 한 교회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웨딩화보나 청첩장, 혼수, 예물 등을 생략한 스몰 웨딩이었다.

쓰리스톤즈: 정우-정상훈-조정석으로 구성된 세 명의 돌머리들. 힘든 무명시절을 함께해서 그런 걸까. 아무리 어려운 상황 앞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쓰리스톤즈다. 특히 정우는 ‘초긍정주의자’의 면모를 보였다. 영어 대화가 통하지 않아도, 호텔 예약이 바뀌어도 늘 스마일, 스마일. ‘꽃보다 청춘’은 사람 냄새 나는 정우를 만날 수 있는 시간으로 기억될 게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꽃보다 청춘’의 정우를 보며 드는 생각. 저런 친구 있으면, 참 좋겠네.

정시우 기자 siwoorain@
편집. 한혜리 기자 hy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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