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1월 3주 신보
1월 3주 신보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알섬
알섬


사건명 젊은 김지갑의 슬픔
용의자 알섬(송준홍, 김지갑, 신재호, 류현우)
사건일자 2016.01.11
첫인상 지난 2014년 11월 첫 싱글음반을 발매하며 등장한 모던록 밴드. 2년 간 고작 네 장의 싱글 앨범을 발표했을 뿐이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 싱글 ‘젊은 김지갑의 슬픔’은 알섬의 베이시스트 김지갑의 이름을 차용한 곡으로, 밴드 최초로 가상악기를 도입했으며 무려 6개월에 걸쳐 작업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추천트랙 ‘젊은 김지갑의 슬픔’, 고전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지만, 슬픔의 온도는 사뭇 다르다. 베르테르의 슬픔이 낭만적이고 순수한 성격을 지녔다면, 김지갑의 그것은 다소 볼품없고 심지어 궁상맞기까지 하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김지갑은 극단적으로 제 모습을 바꾼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조차 스스로에게 던지지 못하는 게다. 이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그러나 가장 불편한 것은 김지갑의 모습이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곡이 긴 뒷맛을 남기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테다.

백합유리잔
백합유리잔


사건명 첫 번째 잔
용의자 백합유리잔(양경식, 여혜정)
사건일자 2016.01.12
첫인상 포크와 보사노바를 기반으로한 2인조 어쿠스틱 밴드. 2010년 4인조 밴드로 시작해 활동하던 중, 보컬 여혜정과 기타리스트 양경식이 서로의 서정적인 음악성에 반해, 어쿠스틱 밴드 백합유리잔을 결성했다. 음악적인 순수함을 투명한 감성 그대로 표현하고자, ‘순수’라는 꽃말을 가진 백합과 투명한 유리잔을 더해 팀명을 작명했다.
추천트랙 ‘달빛 아래서’. 이런 종류의 노래, 다시 말해 어쿠스틱 악기를 기반으로 달콤하고 편안하게 이어지는 노래는 대게 비슷한 목소리로 불리기 마련이다. 맑고 곱고 꾸밈없는. 큰 틀에서, 보컬 여혜정 역시 예상 가능한 정도의 가창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엔 독특한 입체감이 있다. 기타와 현악기도 물론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지만, 이 얌전한 노래가 지루하지 않은 것은 보컬에 녹아있는 디테일 덕분이다.
출몰지역 2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프리즘홀에서 ‘첫 번째 잔’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한다.

빌리카터
빌리카터


사건명 더 옐로우(The Yellow)
용의자 빌리카터(김지원, 김진아, 이현준)
사건일자 2016.01.12
첫인상 3인조 블루스 밴드. 당초 김지원, 김진아의 2인조 어쿠스틱 프로젝트로 시작한 빌리카터는 드러머 이현준이 합류한 이후 본격적인 밴드 포맷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6월 데뷔 EP ‘더 레드(The RED)’를 발매한 이후 평단으로부터 즉각적인 호평을 얻어냈으며, 이후 K-루키즈에도 선정되는 등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추천트랙 ‘데스 레터(Death Letter)’. 델타 블루스의 명인 선 하우스(Son House)의 곡을 원작으로 한다. 선 하우스가 기타 한 곡에 즉흥적인 리듬으로 곡을 이어나갔다면, 빌리카터는 3인의 앙상블 속에서 보다 균형 잡힌 소리를 들려준다. 보컬 김지원의 허스키한 목소리도 일품이지만 곡 중후반부 길게 이어지는 악기 연주가 킬링 포인트. 끊임없이 변주되는 리듬이 블루스의 참맛을 알려준다.
출몰지역 오는 3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클럽 스틸페이스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개최한다.

데드버튼즈
데드버튼즈


사건명 썸 카인드 오브 유스(Some kind of youth)
용의자 데드버튼즈(홍지현, 이강희)
사건일자 2016.01.13
첫인상 2인조 로큰롤밴드. 2012년 결성된 이래로후 헬로루키 및 K-루키즈 선정, 각종 페스티벌 참여 등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러시아 V-록스, 일본 한일펑크페스티벌을 비롯한 해외 공연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영국 발틱 레코드(Baltic Records)와 전속 계약을 체결, 오는 5월에는 영국 현지에서도 정규 1집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다.
추천트랙 ‘스트레인저스(Strangers)’. 이것은 젊음의 기록이다. 로큰롤, 블루스, 컨트리, 심지어 월드뮤직적인 느낌마저 나는 이 곡은, 그야말로 자유롭고 호방하게 날뛴다. 데드버튼즈는 영국투어 당시의 경험을 기반으로 가사를 완성, 우울과 무기력으로 빠지던 자신의 분노를 보다 적극적이고 건강하게 풀어냈다. 그렇다고 해서 이곡이 ‘개인적인’ 이야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인저스’는 매 순간이 불안하고 발 딛는 곳마다 낯선, 그러나 가슴에는 무언가 뜨거운 것을 안고 있는, 모든 젊음에 대한 이야기다.
출몰지역 오는 2월 1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클럽 고고스2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블랙언더그라운드
블랙언더그라운드


사건명 더 브리티쉬 인디(The British Indie)
용의자 블랙언더그라운드(The Black Underground)
사건일자 2016.01.14
첫인상 비바 오스트(Biba Ost) 원맨밴드. 공식적인 데뷔는 지난해 9월이지만 활동을 시작한 것은 그보다 10년 앞선 2006년이다. 직접 결성했던 4개의 밴드를 해체·탈퇴·중단, 결국 혼자 힘으로 첫 EP앨범을 완성시켰던 것에 이어, 4개월 만에 첫 스튜디오 앨범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은 7년 전, 가장 어두운 시절을 보내던 블랙언더그라운드가 영화감독 로베르 브레송과 스탠리 큐브릭으로부터 정신적 깨달음을 얻은 뒤 만든 것으로 무기력함에 대한 예찬을 담고 있다.
추천트랙 ‘샌디 크라이(Sandy Cry)’.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세상일에는 도통 관심 없는 아저씨처럼 노래를 부르는데, 정체모를 따뜻함과 너그러움이 느껴진다. 나른한 보컬과 몽롱한 하울링이 묘한 공간감을 형성해내고, 격정적으로 가르랑거리는 기타 울음소리는 신디사이저가 자아내는 환상적인 분위기와 퍽 잘 어울린다. 오래된 LP판을 꺼내 듣는 듯한 기분도 느껴지고,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성향도 읽힌다. 반드시 전곡을 들어보길 권한다.

글, 편집. 이은호 기자 wild37@
디자인. 김민영 kiminoe@
사진. 앨범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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