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퍼포먼스 없는 아이돌 음악은 앙꼬 없는 찐빵 아닐까. 아이돌 음악은 노래, 비주얼 그리고 퍼포먼스가 3박자를 맞춰 펼치는 콘셉트 음악이다. 그중 퍼포먼스는 보는 음악의 정점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케이팝 한류 열풍의 핵심. 잘 만든 포인트 안무 하나가 노래의 인기를 견인하기도 한다. 아이돌이 컴백할 때마다 유튜브에서 쏟아지듯 만들어지는 해외팬들의 댄스 커버 영상도 퍼포먼스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에 퍼포먼스를 만드는 안무가의 역할도 함께 커졌다. 3분여의 무대를 위해서, 아이돌 그룹의 뒤에서, 땀을 흘리는 안무가들을 만난다. (편집자주)

심재원
심재원
심재원. SM 퍼포먼스 디렉터. ‘퍼포먼스 디렉터’라는 용어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인물. 이글파이브, 블랙비트로 활동했던 가수 출신이자 현재 SM에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등 거의 모든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담당하고 있는 퍼포먼스 디렉터. 심재원은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로 본격 안무가의 길을 걸었고, 2014년 동방신기 콘서트 ‘티스토리(T1STORY)’를 시작으로 공연 연출가로서 퍼포먼스 디렉터의 영역을 확장했다.

심재원은 2015년 아이돌 최초 체조경기장 5회 단독콘서트 엑소 ‘더 엑솔루션(The EXO’luXion)’, 보아 세종문화회관 콘서트 ‘나우니스(NOWNESS)’ 등 5개의 공연 연출을 맡았다. 거침없는 심재원의 행보는 엑소 첫 도쿄돔 공연을 통해 ‘최연소 도쿄돔 공연 해외 연출가’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초고속 행진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심재원과의 인터뷰는 마치 자기계발서 한 편을 읽은 듯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는 답변을 할 때마다 “재미있어요”를 거의 빼놓지 않았다. 흔히 쓰는 말로,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 못한다’가 있다. 심재원이야말로, 천재적 재능으로 노력을 하며 일을 즐기는 완벽한 사람이었다. 그는 겸손한 자세로 손사래를 쳤지만, 부담감마저도 자신에 대한 신뢰와 일의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니 긍정 에너지를 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공연 연출가로서 그의 초고속 행진은 이유 있는 행진이었다. 흔히 SM을 두고 ‘금수저’ 환경이라고 하지만 ‘금수저’라는 시스템과 성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다.

10. 새해가 됐으니 일단 지난 2015년의 활동을 돌아보고 싶네요. 엑소 도쿄돔, 보아 세종문화회관 등 다양한 공연을 담당했어요. 돌아보니 어떤 해로 기억하고 싶나요?
심재원 : 사실 지난 해 마지막날 저 스스로 뭐했지 생각을 해보려고 시간이 없었네요. 2015년 마지막날에도 작업하고, 1월 1일에도 작업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2015년은 꿈과 같은 해였어요. 회사에서 퍼포먼스 디렉터로 일을 하고, 좋은 기회가 돼 연출가로 데뷔도 했어요. 한 해 동안 연출가로서 활동을 많이 했어요. 콘서트만 다섯 작품을 했네요. 해외 투어, 일본 투어 같은 것을 다 합치면 너무 많은 작업을 했어요. 콘서트는 콘서트대로 하고, 안무 작업도 하고, 무대 작업도 하다보니까 정말 작업만 한 것 같아요. 싫다거나 힘들었다기 보다 정말 좋고, 꿈을 꿀 수 있어서 좋아요. 제 꿈을 실현하게 돼 정말 좋아요. 하면 할수록 해야 될 게 너무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은 것이 좋아요. 지금도 공부하고 있어요.

10. 작업의 연속이네요. 쉬는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심재원 : 저는 제가 하는 일을 너무 사랑하고, 너무 좋아해요. 좋은 분들 만나서 뭔가 만드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행복해요. 항상 좋지만은 않지만, 쉴 때는 웬만하면 다른 나라 가서 다른 문화 다른 공기를 쐬려고 노력을 해요. 프로젝트 끝나면 어디 갈까 고민을 하는 것도 좋지요.

10. 단순히 안무를 짜는 것과 공연 총 연출하는 것은 다른 영역인데요..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 것 같아요. 언제부터 공연 연출에 관심을 가졌나요?
심재원 : 어렸을 때 가수를 시작하기 전부터 무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어요. 그게 연출가라는 생각도 못 했고, 프로듀서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제가 활동했던 이글 파이브라는 팀을 할 때도 안무도 직접 짰어요. 블랙비트란 팀을 할 때도 안무를 같이 만들었어요. 만들어서 표현하는 것에 익숙했어요. 만약 무대를 만들게 되면, 이런 것 저런 것 해봐야지 생각하면서 이미지를 많이 만들었어요. 그림만 만드는 것보다 그것을 만들 때의 기분도 같이 생각했어요. 내가 행복하고, 내가 멋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요. 머릿속으로 상상을 많이 했는데 현실 가능성 있게끔 만들어야 하니까 무대 장치, 카메라에 대한 관심, 그것을 잡아줄 조명 등등등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옆에 두고, 경험해보고 그런 노하우가 쌓였어요. 뮤직비디오 경험도 많고, SM 아티스트들 거의 모든 작품에 손을 댔다보니 현장 디렉팅, 스테이지 디렉팅 등등 자연스럽게 노하우가 쌓이면서 콘서트 연출까지 오게 됐어요. 행운이죠. 딱히 가르쳐준 것도 없는데 좋은 환경 속에서 제 스스로 하게 된 것 같아요.
심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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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엑소 ‘엑솔루션’ 공연으로 도쿄돔 공연을 연출하게 되면서, 도쿄돔 최연소 공연 해외 연출가가 됐어요. 도쿄돔의 상징적인 공연장이잖아요. 당시 연출을 맡았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심재원 : 단순히 내가 잘난 게 아니라 엑소 덕분에 힘을 합쳐 좋은 무대를 만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아요. 도쿄돔을 가면 사람이 근엄해지고, 경건해져요. ‘과연’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생겨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과연 모든 관객들, 스태프들, 엑소 친구들이 만족하게끔 할 수 있을까. 이미 만들어놓은 작품인데도 계속 되돌아보게 돼요. 엑소라는 친구들 덕분에 좋은 연출을 하게 돼 너무 저한테도 큰 영광이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기회가 돼요. 어렸을 때는 과연 내가 도쿄돔 연출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너무 빨리 하게 되니까 다음은 뭐할지 고민도 하고요.

10. 자신이 직접 연출한 도쿄돔 공연을 드디어 눈으로 확인했을 때는 어땠나요.
심재원 : 공연을 보고 있을 때 도쿄돔이란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엑소가 어떻게 잘하고 있는지 봤어요. 3일 공연을 했는데 둘째 날까지는 노트를 엄청 했어요. 첫째 날보다 둘째 날 더 좋게, 셋째 날 더 좋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공연 전에는 장소가 주는 의미가 컸는데 그런 생각보다는 아티스트들이 잘하고 있는지 그것 체크하느라 정신없었던 것 같아요.

10. 하나의 공연을 연출한 뒤에, 투어를 돌면서 계속 보완해야 하고, 나라마다 국가별 특성도 생각해야 하네요.
심재원 : 네, 공연장 환경이나 그 나라 특성도 있고, 성향도 있죠.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공연에서 의도했던 것들이 관객들에게 안 다가가는 경우도 있는데 퍼포머 입장에서는 실패나 성공을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경험했기 때문에 더 나은 성공이 있을 수 있어요. 아티스트도 경험하면서 판단력도 생겨요. 용기 있게 해야지 자기를 깰 수 있어요. 문화가 다른 곳에서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자기의 표현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쇼잉하면서 자신감도 생겨요.

10. 도쿄돔이란 아주 큰 곳에서의 연출과 세종문화회관이란 비교적 작은 규모의 연출 모두 담당했어요. 규모에 따른 매력이 서로 다를 것 같아요.
심재원 : 규모감을 떠나 세종문화회관이라는 타이틀, 도쿄돔이라는 주는 타이틀 모두 둘 다 무거워요. 장소가 주는 상징적인 의미도 무거운데, 보아라는 아티스트, 엑소라는 타이틀도 너무 무겁죠. 그나마 견디는 것이 아티스트들이 항상 ‘오빠니까, 형이니까’라고 믿어주는 거예요. 감사하게도 믿어줘요. 실수하는 사람이고, 나약한 인간인데 그 친구들한테 믿음을 받는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면서 감사한 게 무겁기도 해요. 그 친구들이 바라는 것은 획기적인 것이 아니라 좋은 콘서트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연출 입장에서 획기적이고 센세이셔널해야 하는 것도 제 욕심이죠. 그 밸런스를 맞추다보면 가수들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할 수도 있고, 이해가 안 돼도 해야 되는 상황이 있어요. 그것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게 믿음이란 바탕이에요. 보아 같은 경우는, 원래 콘서트는 그 전 해에 하기로 했는데 제가 시간이 안됐어요. 그러니까 보아가 공연 계획을 미뤘어요. 그만큼 저에게 믿음을 줬어요.

10. 믿음을 주는 아티스트들이 정말 고맙겠지만, 부담의 연속이겠어요.
심재원 : 부담의 연속인데 저도 사실 무대 올라가기 전까지는 내가 잘하고 있나 못하고 있나 판단이 전혀 안 서요. 지금도 기획하고 있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하면서 재미있어요. 단순히 재미있다는 개념 자체가 정말 즐거워요. 스태프들도 재미있대요. 그러면 시작은 정말 좋은 시작이에요. 대부분의 공연이 그렇게 시작인 것 같아요. 한 콘서트의 책임자, 연출자로 있지만 그 가수의 공연이잖아요. 그들의 것이기 때문에 자기 전에도 그 가수의 음악을 듣고, 헬스할 때도 그들의 음악을 듣는다.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고요. 그들이 뭘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뭘 해야 되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다. 그 노력 때문에 자연스레 그들의 팬이 돼요. 아티스트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난 너희를 맡은 이상 너희를 사랑할 것이다”라고 해요. 사랑해야 해요. 그래야지 아낌없이 다 줄 수 있고, 이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무대에서 돋보였으면 좋겠지 이상해지는 것을 원치 않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신경을 써야 그들이 만족하는, 관객이 만족하는 무대가 나와요.
심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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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러 공연을 연출하면서 모든 공연이 다 뿌듯하겠지만 지금 생각해도 뭉클한 공연이 있을 것 같은데요.
심재원 : 모두가 그래요. 그 친구들을 위한 좋은 콘서트를 만들자가 취지였는데, 엑소, 샤이니, 보아, 동방신기도 그렇고 다 웃으면서 끝이 났어요. 조금의 미안함, 아쉬움 없이. 내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끝났을 때 관객들 표정을 보면 알아요. 관객들의 반응, 자극적인 것을 해서 좋다는 것보다 앙코르를 부를 때도 진심으로 하고, 보아 같은 경우는 더블 앙코르도 했어요. 공연 자체가 어느 타이틀을 갖고 그 이름에 걸맞은 공연은 당연하지만, 공연을 오려고 했던 관객들의 시간과 노력, 돈까지 쓰는데 그들의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아쉬움이나 안타까움이 남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2시간 이상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특히 SM 공연은 퍼포먼스가 세잖아요. 가수들이 못하겠다고 하면 달래면서 하는 것도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에요.

10. 음악을 직접 만들기도 하시죠?
심재원 : 제가 생각하는 음악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제가 직접 하는 경우도 있어요. 영상도 잘 소통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감성 코드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나서 작업해요. 지금은 보아 친오빠인 권순욱 감독과 잘 통해요. 새로운 것을 하려면 대화를 정말 많이 해야 해요. 1을 표현하고 싶은데 그 1이 흰색인지 검은색인지 폰트체가 궁서체인지 돋움체인지 영어인지 모를 때가 있잖아요. 사람들은 대충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한 오차를 줄이려고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해요. 무대 하나라도 열 번, 스무 번까지 회의를 해요. 그럴 의향도 있어요. 회의 하다가 나온 아이디어 하나도 빠짐없이 좋고, 디벨롭하고 표현하는 그 과정이 정말 즐거워요.

10. 그런 경우가 있잖아요. 머릿속에 표현하고 싶은 건 많은데 손이 안 따라준다거나 몸이 안따라준다거나 표현력이 부족해서 괴로운 경우요.
심재원 : 그걸 얼마나 집요하게 끈질기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지금 당장 보이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고요. 끌까지 표현하려고 노력하다보면 돼요. 처음에는 잘 안 됐어요. 경험이라는 바탕이 생기고,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그 시스템을 뒤집으면서 또 다른 것이 나와요. SM이니까 좋은 시스템이니까 잘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많은 노력을 해요.

10. SM이란 든든한 배경이 조금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할 것 같은데요?
심재원 : 과감한 시도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못하는 것도 많아요. 하하.

10. SM의 경우 시스템이 갖춰진 편이지만 아직 우리나라 공연 연출에는 부족한 점이 많잖아요. 전체 공연 시장을 봤을 때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심재원 : 공연하는 사람들에 대한 리스펙(존경)이요.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리스펙. 단순히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들이고, 그 표현으로 감동을 받고, 삶이 달라지고 웃기도 울기도 하는 사람들이에요.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저 조차도 댄서들이든 스태프들에게 저부터 달라져야한다는 생각에 존중도 많이 하고 이야기를 들으려고 해요. 연출가는 보스가 아니고, 같이 만들어가는 사람들이에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해요. 제가 바뀌어야지 그들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것들인데 제가 이런 생각을 하면 퍼포머도 관객을 존중하고, 관객도 퍼포머를 존중하는, 그런 유대관계가 점점 쌓이지 않을까요.

10. SM 공연은 대부분 팬덤을 기반한 공연이잖아요. 일반 관객들이 대상인 공연과도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심재원 : 팬덤이 기반이라서 쉬울 거라 생각하는데 그 관객들의 수준이 더 높아요. 경험도 많고, 공연을 본 횟수도 많죠.

10. SM 공연의 경우, 특정 세계관이 등장하거나 미션을 해결하는 하는 스토리텔링 공연이 꼭 들어가는 것 같아요.
심재원 : 사실 저는 “SM은~” 이런 게 싫어요. 엑소는 세계관을 가진 애들이고, 그 능력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엑소 첫 번째 콘서트 스테이지 디렉팅을 했는데 제 스스로 아쉽고 안타까웠어요. 엑소의 능력은 이것 이상인데 이거밖에 표현을 못하는가에 대한 갈망이에요. 그 이후 엑소 두 번? 콘서트 연출 제안이 왔을 때 맡을지 말지 고민을 한 달간 했어요. 핫아이콘인 엑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거웠는데 창민이가 “엑소는 형이 해야 한다”고 저에 대한 믿음을 줬어요. 엑소 콘서트를 맡고 첫 번째로 했던 작업이 네이밍이었어요. 목적의식을 부여하고 싶었어요. ‘엑솔루션’은 엑소와 에볼루션, 레볼루션의 합성어에요. 각성, 발전의 의미를 담았어요. 가장 중요했던 포인트는 뭔가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연의 본질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관객들과 눈을 보면서 소통하는 것을 해본 적 없는 친구들이에요. 무대 위에서 샤이하고, 가진 것을 표현을 잘 못하는 친구들이었어요. 그런 마음을 가진 친구들인데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려고 했죠. 관객들과 말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으로 대화를 했으면 좋겠어서 공연을 구상했어요.

10. ‘엑솔루션’ 공연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카이와 세훈의 물 위의 퍼포먼스였어요.
심재원 : 확신하는 것은 가수가 가진 표현력이 있어요. 물 위에서 누구나 하면 멋있을 수가 있어요. 저는 그 위에 그 친구들이 하는 표현력을 믿었어요. 그들이 내면에 갖고 있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다는 것이 표정, 눈, 입모양 다 나오니까 ‘우와 이벤트다!’가 아니라 가슴에 남는 것을 하고 싶었어요. 단순히 섹시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고 싶었죠. 이 노래를 몸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10. 항상 머리에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심재원을 아는 몇몇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심재원을 ‘천재’라고 했어요.
심재원 : 천재 절대 아니에요! 잘하는 것이 이것일 뿐이에요. 재미를 느끼는 요소가 제 주위에 많아요. 핸드폰을 봐도 제가 보는 것들은 영상에 관련된, 사진에 관련된, 환상에 관련된, 기술에 관련된 그런 것들만 봐요. 그게 너무 좋아요. 그것만 보기도 빠듯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DJ도 하고, 하루 종일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이것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최근에 큰 TV를 샀어요. 영상, DVD, 블루레이를 더 잘 보려고요. 또 오페라도 보기 시작했어요. 오페라를 전혀 모르는데 모르는 상태에서 보니 신선하더라고요. 왜 저렇게 만들지 궁금한 점도 생기고, 정답은 아니지만 다른 해석을 하는 것도 저 나름대로 재미있어요.

10. 머릿속 상상을 실현시키는 것 자체가 정말 재미있는 작업으로 들리는군요.
심재원 : 너무 재미있고, 저는 복 받았어요.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저는 이런 아이디어가 있습니다’하고 ‘어떠세요?’, ‘무슨 생각을 하세요?’라고 물어요. 제가 던진 말로 그들이 생각하고, 제가 하는 생각과 이야기들이 절대 정답은 아니고, 해답에 가까운 느낌일 수도 있지만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발전시키는 그 과정이 정말 좋아요.

10. 회의에 들어가면 다들 저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겠어요.
심재원 : 저는 그래요. 어쩔 수 없는 시스템에 있다 보면 닫혀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또 끄집어내는 것도 재미있어요. 저는 회사에 속해있지만, 직원도 아니고, 아티스트는 또 아니에요. 애매모호하지만 만드는 일을 하다보니까 여기에 18년째 있는데 오래 있어서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많은 것을 한다는 것도 아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심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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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처음에 도쿄돔이라는 목표 이후를 고민한다고 했어요. 도쿄돔 이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심재원 : 일본이란 곳이 문화적으로 발전된 나라고, 문화수준도 굉장히 높아요. 제가 만든 콘서트가 일본에 수출이 됐음 좋겠어요. 한국에서 하는 콘서트는 다르다는 개념을 주고 싶어요. 한국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볼 수 있게, 콘서트를 한 주만 하지 말고, 2~3주 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 하는 샤이니 콘서트, 한국에서 하는 동방신기 콘서트가 한국이 오리지날이라는 느낌이에요. 한국의 프로덕션이 더 좋고 정확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가 있어요. 외국에 나갈 때마다 노력하지만 특성상 안 되는 경우도 생겨요. 대단하게 들리지만, 외국 사람들을 유치할 수 있는 아이콘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

10.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공연장 수준도 많이 좋아져야 겠어요.
심재원 : 문화 콘텐츠 관련해서 사람들이 즐겨 찾고, K-POP의 매력을 느낄만한 수준이 있는데 그걸 받쳐줄만한 공연시설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에요. 그건 발전해야할 숙제인 것 같아요.

10. 18년 째 SM에 있으면서 많은 아티스들을 봤어요. 성공하는 아티스트들의 공통된 특징도 있을 것 같아요.
심재원 : 있죠. 아티스트들한테도 항상 이야기하는데 리허설과 연습에 임하는 자세에서 다 나와요. 리허설이나 연습을 할 때 얼마나 집중하는지 무대에서 다 드러나요. 일관성 있는 애들은 일관성 있게 잘 하고요. 사실 인지도나 관심도는 그 시대 흐름과 운과 그런 게 맞아야 하지만, 무대 퀄리티에 관해서는 딱 그것이에요. 퀄리티가 가수의 생명력을 나타내요. 자기를 준비하는 시간인데 준비를 잘하지 못하는데 무대에서 얼마만큼 쇼잉이 될까요.

10. 안무가로도 활발히 활동하는데, 안무랑 공연연출에 큰 차이가 있죠?
심재원 : 안무는 3분이고, 공연은 2시간 반이에요. 안무는 씬이고, 공연은 한 편의 영화다. 부담감의 레벨도 다르고, 안에 일어나는 스토리도 달라요. 영화를 볼 때 항상 생각나는 명장면이 있듯이 그런 것이죠. 그 안에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부여하고. 저는 사실 작업할 때 섹션별로 힘을 많이 줘요. 다 도드라지게 강렬한 이미지에 남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상 깊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엑솔루션’하면서 엑소가 뛰어노는 섹션을 만들었는데 처음에 엑소가 이해하지 못하고,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어요. 나중에 찬열, 카이가 “아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관객과 소통을 한 것이죠. 그러면 저는 성공을 한 것이에요. 백현도 “형,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알겠어요”라고 했어요. ‘엑솔루션’이란 타이틀에 담긴 각성, 발전을 한 것이죠. 엑소가 “형, 재미있어요”라고 했는데, 저는 그 말이 목표였어요. 보아, 동방신기는 공연을 알아요. 제가 어떤 장치를 하면 그 의미를 알아요. 오히려 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해요. 공연은 정말 정말 힘들어요. 아티스트들은 거기서 감정 콘트롤을 하고, 카메라도 신경 쓰고, 해야 할 것이 많아요. 그렇지만 재미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제 스스로를 만족하게 만들어요.

10. 공연연출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조언도 부탁드릴게요.
심재원 : 저 조차도 배워서 한 것이 아니에요. 운도 좋았고, 저 나름대로 노력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내가 하는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려고 했어요.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요. 남들이 내가 하는 것에 대해서 아니라는 하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에 팝핀을 추다가 여자 춤을 춰볼까 했을 때 한 측근이 “네가? 너 못해”라고 단정했어요. 하지만 노력해서 소녀시대에게 도움을 줬던 것처럼, 자기 스스로 타인의 시선에 맞춰서 단정 짓지 말아야 해요. 내가 하는 생각들이 나 조차도 맞는지 안 맞는지 생각이 들지만, 차근차근 조금씩 증명해나가면 그게 곧 나의 길이 되지 않을까요. 안타까운 것은 이런 것들을 알려줄 수 있는 문화적인 교육 시설이 아쉬워요.

10. 이번 인터뷰를 시작으로 조금씩 알리면 될 것 같은데요?
심재원 : 남들이 보기에는 어느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서 저는 고민도 하고,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고민도 많이 했어요. 똑같이 지금도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도 고민도 하고 있어요. 이 고민을 다른 친구들과 나누는 생각도 많이 해요. 예전에는 내가 뭐라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할까 생각을 했어요. 아직도 저보고 연출가, 안무가라고 하면 오그라들어요. 아직 고민이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제가 보는 시각이 한 폭에 속해있지 않고 여러 폭을 보려고 해요. 저랑 황상훈 형은 이 일이 절대 돈 보고 하는 일이 아니에요. 3~4년 전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주고 싶은 생각에 강당을 빌려서 우리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모아 이야기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결국엔 몸은 하나고, 시간이 제약적이고 저도 나약한 사람이지라 좀 쉬어야겠고 그래서 아직 실현을 못했어요. 노력을 해야죠.

10. 안무가, 연출가가 오그라든다고 하셨지만, 덕분에 ‘퍼포먼스 디렉터’라는 말이 생겨났어요. 직접 만드셨다고요.
심재원 : 안무 작업을 시작하면서 안무만 하기에는 제가 하는 것이 많았어요. 의상, 영상, 아티스트 마음가짐, 현장 돌발 상황 대처, 시스템 등등 모두 많이 알다보니까 아티스트들이 의지를 하기도 했죠. 제가 아티스트들을 만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가 ‘몸 어때’, ‘마음 어때’에요. 마음이 안정돼야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요. 원래는 안무만 담당했어요.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를 하면서 작업을 하면서 제가 안무만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텐션으로 무대를 임하게 해야 하는지, 그 다음은 뭘 해야 하는지. 그 무대가 끝이 아니라 그 다음, 그 다음다음이 중요하니 관리를 했죠. 그러다보니 제가 하는 역할이 단순히 안무가로 끝나지 않았어요. ‘퍼포먼스 디렉터’라는 일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처음엔 상훈이 형이 “우리가? 그런 직업이 어디 있어?”라고 했는데 SM이라는 시스템이라서 가능했어요.

10. 자부심도 클 것 같아요.
심재원 :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우리처럼 못할 것이에요. 저는 가수를 해봐서 다른 분들과 다르고, 애정도가 높아요. 최근에는 어떤 가수가 제 프로젝트가 아닌데 케어해달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게 정말 고맙고, 믿어주는 게 감사해요. 믿어주는 것이 기적 같은 일이에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 믿음으로 지금까지 일해 왔어요. 앞으로도 그 믿음 때문에 일을 할 것 같아요. 그 믿음 얻으려고 엄청 노력을 많이 했어요.

10. 그렇다면 2016년 목표는 무엇인가요?
심재원 : 2015년 마지막날 작업하면서 생각한 것이 조금 더 미치게 살아야겠다는 것이었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해야 할 것도 너무 많고. 저를 옆에 두고 작업하는 분들도 너무 많아요. 비트버거로서 음악활동도 하고 있고, 크루 활동도 하다보니까. 하하. 비트버거 프로젝트도 취지 자체가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작품을 만들자는 취지에요. 지난해엔 못했어요. 올해는 만듦에 목마름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음악활동, 연출가 활동도 많이 하고 많이 하고 싶다. 이제는 ‘제가 이런 사람이에요. 이런 일 충분히 여러분도 가능합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부담감, 압박감도 심하지만 정말 재미있어요. 그 압박감을 즐길 수 있게 아티스트들이 믿음을 주니까요.
심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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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스스로 서는 무대에 대한 갈증은 없나요?
심재원 : 그래서 DJ 활동이나 음악 활동을 하고 있어요. 내가 무대에 서고 싶은 것보다 그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에요. 감을 잃으면 아티스들한테 할 이야기가 없어요. 음악이 변하듯 무대도 변해요. 아티스트들처럼 무대 앞에 서는 것이 아니니까 경험을 계속하려고 놓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야 다음을 알려줄 수 있어요.

10. 마지막 질문입니다. 심재원에게 음악이란?
심재원 : 삶인 것 같아요. 심재원의 삶은 춤을 너무 사랑하지만, 음악 없으면 춤이 있었을까요. 흥이 너무 좋고, 그 흥을 가장 극강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음악이에요. 키우는 고양이 이름도 ‘뮤직’이에요. 저는 화성, 코드, 이런 것 몰라요. 음악에 대한 누구보다도 신나게 재미있게 표현할 자신은 있어요. 앞으로도 음악에 열정을 많이 쏟을 것 같아요. 음악이랑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낼 것이에요. 그것과 함께 춤을 출 것이에요. 앞으로도 그렇고, 제 힘 닿는 데까지 애들이 절 필요로 할 때까지 늙어서도 음악을 들을 것입니다. 제 귀가 버텨야죠. (웃음)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박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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