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윤준필 한혜리 기자]
2015년 한 해를 빛낸 배우들과 스태프의 노고를 치하하는 연말 시상식이 모두 끝났다. 어떤 이는 재치 넘치는 소감으로 감사를 표했고, 어떤 배우는 감격에 눈물을 쏟았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 납득이 가는 수상 뒤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 장면도 있었다. 연말시상식의 아쉬운 2%, 텐아시아 방송대상이 A/S에 나섰다.

김래원
김래원
#왜못받았, 대상: SBS ‘펀치’ 김래원

“정환아, 나 정말 억울하다.”

새해 첫 날 수많은 시청자들은 ‘펀치’ 속 조강재에 빙의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보도자료를 통해 김래원을 대상 후보로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2015 SBS 연기대상’은 당일 김래원을 대상 후보에서 제외시켰다. 수상자가 곧 대상 후보라던 10대 스타상에 김래원의 자리는 없었다. SBS 측은 “우리도 김래원의 후보 누락을 현장 모니터로 알았기 때문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SBS가 몰랐다면 누가 알았단 말일까. 무덤에 누운 박정환이 뛰어나올 판이다.

‘펀치’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인생과 작별하며 정의를 위한 마지막 싸움에 나선 검사 박정환을 연기한 김래원은 완벽 빙의된 연기로 시청자들을 전율케했다. 박정환은 ‘김래원의, 김래원에 의한, 김래원을 위한’ 캐릭터라고 할 정도로 김래원은 완벽한 연기력을 선보였으나, 연기대상에 불참한 김래원에게 주어진 것은 3사 PD들의 투표로 결정된 프로듀서상 뿐이었다. 그나마도 프로듀서상 마저도 없었다면 많은 시청자들은 ‘펀치’와 박정환을 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시청자들의 인생 드라마, 그리고 인생 캐릭터가 된 ‘펀치’를 빛내고 박정환을 연기한 김래원에게 텐아시아는 “왜 김래원이 못 받았대”라는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원성을 담아 이번 뒤풀이 방송대상의 대상인 ‘왜못받았,대상’을 수상한다. 부족하지만, 이제 정말 박정환과는 이별이다. “이걸로 합시다, 우리 작별주.”

#’빙의한 너를 기억하는’ 10대 스타상 1부(가나다순)
김희선
김희선
MBC ‘앵그리맘’ 김희선

‘앵그리맘’에서 김희선은 또 한 번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40대 엄마가 교복을 다시 입고, 딸의 고등학교에 들어간다는 설정 때문에 가벼운 코미디를 상상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앵그리맘’은 상상 이상으로 무겁고, 적나라하게 현실을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그런 작품에서 김희선은 너무 억척스럽지 않으면서,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귀엽고, 진정성 있게 보여줬다. 안정적인 연기력에 코믹, 액션 연기까지 가미하며 한국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해결해 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20년째 계속해서 재발견 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쉽지 않은 드라마에서 김희선이 쏟아냈던 노력에 비해 ’10대 스타상’ 트로피 하나는 너무나도 조촐해 보인다. 혹시 김희선이 시상식에 불참했기 때문에 상을 주지 않은 것이라면, MBC ‘앵그리시청자’를 만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미세스캅 김희애12
미세스캅 김희애12
SBS ‘미세스 캅’ 김희애

‘미세스 캅’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종영 3개월 만에 시즌2 제작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수작. 웰메이드극을 이끈 중심에는 ‘여배우 파워’ 김희애가 있었다. 그러나 ‘명품 배우’ 김희애도 ‘SBS 연기대상’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었다. 역시 불참 앞에 장사는 없었던 걸까. 김희애의 수상 불발에 안타까워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유독 큰 것은 40대 여배우로서 쉽게 이겨낼 수 없었던 극한의 한계를 이겨낸 김희애의 노력을 드라마를 통해 많은 이들이 봤기 때문. 민낯에 가까운 얼굴로 한창 나이의 여배우들도 소화해 내기 어려운 액션을 완벽히 소화해내고, 냄새 나는 하수구와 폐건물 옥상을 나뒹구는 김희애의 땀과 눈물을 시청자는 ‘미세스캅’을 통해 봤다. 시즌2가 정말로 탄생한다면, SBS는 또 ‘미세스캅’과 김희애를 외면할 수 있을까. 시청자들은 2015년의 현장을 생방송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서인국
서인국
KBS2 ‘너를 기억해’ 서인국

상을 ‘열일’한 배우에게 주지, 누구에게 주랴. 가수 겸 배우 서인국, 올 한해 KBS서 참 ‘열일’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왕의 얼굴’에서 광해군 역을 맡은 서인국은 그야말로 ‘열일’을 펼쳤다. 이어 장나라와 호흡한 수사로맨스스릴러 ‘너를 기억해’까지 서인국의 활약은 이어졌다. 그런데 무관이라니, 서인국의 노고를 알고 있는 시청자로선 안타까울 뿐이었다. 두 작품 모두 시청률이 부진한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서인국이 작품 속에서 보여준 연기는 시청률이란 틀 안에 가두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눈에 보이는 성적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서인국의 연기는 시청자들 마음에 깊이 남았다.
수애
수애
SBS ‘가면’ 수애

2013년 ‘야왕’에서 악녀의 대명사가 된 희대의 악녀 주다해를 연기한 수애는 ‘역대급 연기 변신’이라는 찬사를 받고도 무관의 제왕이 되어야만 했다. 불운의 역사는 2015년에도 계속됐다. ‘가면’에서 아버지가 진 사채빚 때문에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가난한 백화점 직원 변지숙과 도도하고 우아한 국회의원 딸 서은하 ‘도플갱어’ 1인2역을 오가며 안방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같은 배우가 연기하는 극과 극 캐릭터, ‘만나면 죽는다’는 속설을 가진 도플갱어라는 독특한 소재, 시청자들은 수애의 매력을 외면할 수 없었다. 수애가 만약 이번 연기대상에 참여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시청률 1위의 일등공신 수애를 SBS는 언제까지 ‘불참’이라는 이유로 외면할 수 있을까. 시청자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된 ‘SBS 연기대상의 또다른 흑역사’를 생중계로 지켜봤다.
조슬기
조슬기
온주완-SBS ‘펀치’,’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온주완은 ‘펀치’와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통해 자신의 필모그라피에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 ‘인생 캐릭터’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정점이 남은 그이기에 ‘인생 캐릭터’라는 말은 남겨두려한다. 그러나 배우 온주완의 연기인생을 정리했을 때 두 작품 모두 하나의 포인트로 기록될 수 있을 만큼, 온주완은 2015년 배우로서는 행운이라고 할 웰메이드 작품을 연이어 만났다. 그러나 시상식의 여신은 그를 향해 끝내 웃어주지 않았다. ‘호발놈’, ‘호레기’ 등 불사신이 될 만큼 욕을 먹은 역대급 악역 이호성을 연기한 ‘펀치’, 그리고 끔찍한 마을의 비밀을 품고 있는 남자 서기현을 연기하며 팔색조 매력을 선보인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까지,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온주완의 매력만큼은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다. 게다가 온주완은 ‘주먹쥐고 소림사’ 멤버로 소림사까지 다녀왔다. 1년 내내 SBS 공무원으로 열심히, 심지어 잘한 그를 SBS는 끝내 외면했다. 그러나 온주완은 시상식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우리가 오래 기억할 배우의 품격이다.

장진리 기자 mari@ 윤준필 기자 yoon@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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