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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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영화는 3년 연속 2억 명 관객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등 세 편의 천만 영화를 탄생시킨 것도 오래도록 기억될 부분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폭죽을 터뜨리는 건 아니다. 세부적으로 따져 들어가면, 각 영화의 성적표에 따라 투자배급사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4대 배급사의 2015년 성적을 살펴봤다.

◆쇼박스, ‘선택과 집중 통했다’
쇼박스
쇼박스
2015년 영화 농사를 가장 알차게 지은 곳은 단연 쇼박스다. 올해 쇼박스가 배급한 한국영화는 총 7편. 그중 무려 5편(조선명탐정, 극비수사, 암살, 사도, 내부자들)이 한국영화 흥행 톱10에 포진했다. 순위 뿐 아니라, 알맹이가 알찼다. 5편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알짜배기 흥행이었음을 과시했다. 전반기보다, 후반기 성적이 월등히 좋았다. 여름 텐트폴 영화 ‘암살’(1270만 4883명)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기분 좋은 후반기의 포문을 열더니, ‘사도’(624만 6433명)가 흥행은 물론 작품성까지 거머쥐며 추석극장가에서 춤을 췄다. 이병헌 리스크를 안고 있었던 ‘내부자들’마저 잭팟을 터뜨리며 쇼박스의 통장을 채웠다. 올해 쇼박스에 대운이 들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작품은 단 두 편. 이민호 주연의 ‘강남 1970’(219만 2276명)과 지진희 김성균 성유리가 뭉친 옴니버스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5만 1207명)다. 하지만 ‘강남 1970’의 경우 부가판권에서 대박이 나면서 남는 장사를 했다. 이민호의 상의 탈의 장면 등 극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무삭제판으로 2차 승부수를 띄운 것이 적중했다. 이민호의 인기를 타고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도 주목받았다. 배우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흥행1010
흥행1010
쇼박스에게 행운을 안긴 또 하나의 작품은 음악영화 열풍을 일으킨 외화 ‘위플래시’다. ‘위플래쉬’의 국내 수입가는 6만 달러(약 6,647만원). 영화는 국내에서 158만 8965명을 동원하며 극장매출만 126억 가량을 벌어들였다. 그야말로 뜻하지 않은 영화로또였다.

극장체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쇼박스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2007년 메가박스를 매각한 후, 연간 투자배급 편수를 10편 아래로 통제하면서 흥행성 높은 콘텐츠에 집중하는 전락을 구사하고 있다. 편수를 늘려서 몸집을 불리기보다, 질적 내실을 기하자는 의지가 엿보인다. 내년 쇼박스는 윤종빈 감독이 제작하고 황정민-강동원이 만난 ‘검사외전’,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과 하정우가 탑승한 ‘터널’ 등으로 다시 한 번 흥행 사냥에 나선다.

◆CJ E&M, ‘냉탕과 온탕’
CJ
CJ
지난 해 CJ는 ‘명랑’으로 흥행대첩을 이뤘다. ‘명량’의 누적관객수는 1,761만 명. 한동안 깨지지 않을 마의 벽을 쌓은 ‘명량’ 덕분에 CJ는 2014년 행복했지만 그래서 2015년이 부담이기도 했을 테다. 뭐든 상대평가가 무서운 법이니까. 운 좋게도 CJ에겐 올해 ‘명랑’의 빈자리를 채워 준 두 편의 영화가 있었다. 지난 12월 개봉한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이 겨울 시장을 점령했고,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1341만 3,688명)이 여름 극장을 책임졌다. 특히나 ‘베테랑’은 제작비 대비 수익 면에서 ‘알짜배기’ 기록을 내 놓았다. 다른 천만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60억원 제작비로 1천 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흥행 뿐 아니라, 작품성 면에서도 높게 평가받으며 올해의 진짜 베테랑이 됐다.

‘검은 사제들’(544만)이라는 대운도 들었다. 소재와 장르에서 여러 리스크를 안고 있었으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선전하며 11월 비수기를 무색하게 했다. 강동원의 스타성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지만, 박소담이라는 괴물신인을 발견하는 장이기도 했다. ‘탐정: 더 비기닝’(262만 5686명)을 통해 진지함 대신 코믹함을 입은 권상우의 선택도 팬들에게 응답받았다. ‘악의 연대기’(219만 2525명)의 손현주도 갓현주의 행보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많은 편수를 쏟아내는 곳인 만큼 실패작도 많았다. ‘쎄시봉’이 복고 열풍을 타고 우렁차게 등장했으나, 171만 동원에 그치며 적자를 냈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300만 이었다. ‘순수의 시대’(46만 9891명) ‘손님’(82만 8025명), ‘도리화가’(31만 7450만)의 실패는 특히나 뼈아팠다. 세 영화 모두 ‘망작’이라는 질타를 받으며 소리 소문 없이 스크린 밖으로 사라졌다. 2015년 CJ는 냉탕과 온탕’을 오고간 셈이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극장가의 변수’
NEW
NEW
올해 NEW는 좋다고 말하기도, 나쁘다 말하기도 다소 애매한 행보를 보였다. 일단 시작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하정우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허삼관’(95만 5679명)이 높은 제작비를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반기 기대작 ‘대호’ 역시 현재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연평해전’(604만 3784명)의 경우 흥행을 하긴 했지만, 이념 논란에 휩싸이는 등 작품성 측면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변호인’에 투자한 뒤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NEW의 ‘연평해전’ 배급을 두고 뒤숭숭한 소문도 나돌았다. NEW에게 ‘연평해전’이 어떤 영화로 기억되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 와중에 ‘스물’(304만 4811명)과 ‘뷰티 인사이드’(205만 3100명)가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했다. 허리(중간영화)가 부실한 충무로에서 그리고 창의성이 아쉬운 영화시장에서, 신선한 소재를 입은 두 영화의 성공은 의미있었다. 정재영 주연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7만 9,403명)는 홍상수 감독이 전원사를 설립한 이후 만든 작품 중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사실 올해 NEW는 영화 외적으로 보다 의미심장한 행보를 보였다. 중국화책미디어그룹으로부터 53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내더니, 극장사업 진출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극장사업 진출이 본격화 될 경우 CJ CGV와 한솥밥을 먹는 CJ엔터테인먼트, 롯데시네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자사 극장 체인을 보유한 또 하나의 배급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대작 영화 한 편에 집중하기보다 50억원 내외의 여러 영화에 분산 투자해 온 NEW의 변화도 강하게 감지된다. 내년 임시완 주연의 ‘오빠생각’, 연상호 감독이 공유와 손잡은 ‘부산행’, 김남길 김명민 주연의 ‘판도라’ 등 100억대 영화 세 편이 대기 중이다. 여러모로 NEW는 극장가 최대 변수로 떠오른 상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악몽! 악몽! 악몽!’
롯데
롯데
롯데는 그러니까, 올해 손대는 것 족족 망했다. 운이 없는 것인지 안목이 안 통한 것인지, 아무튼 2015년은 롯데에게 최악의 해로 기억될 게 자명하다. 올해 롯데의 성적을 한 눈에 보여주는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흥행한 작품 ‘간신’이다. 손익분기점 240만인 영화는 그에 한참 못 미치는 111만 246명으로 문을 닫았다. 가장 큰 흥행작이 이러했으니, 나머지 작품들은 짐작이 갈게다. 70여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서부전선’(60만 9063명)이 흥행 먹구름을 몰고 다녔고, 노덕 감독의 ‘특종 량첸살인기’(61만 6271명)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특종을 내지 못했다.

그래도 이들 영화는 ‘협녀, 칼의 기억’에 비하면 양호한 편. 모르긴 해도 올해 롯데의 금기어는 ‘협녀’가 아닐지. 350만명이 손익분기점인 ‘협녀’는 100만은 커녕 50만 관객도 모으는데 실패하며 불운의 영화로 각인됐다. 개봉 당시 영화의 흥행실패가 이병헌 때문이라는 의견과 작품 자체의 만듦새 문제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는데, 그의 또 다른 영화 ‘내부자들’의 흥행으로 인해 ‘이병헌이 아닌, 작품성 탓’이었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올해 롯데 내부에 인사이동이 있지 않을까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는데 두고 볼 일이다.

집 내부에서 진 큰 빚을 그나마 탕감해 준 건, 물 건너 온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다.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배급하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원래 CJ 배급망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파라마운트가 CJ가 아닌 롯데를 새로운 파트너로 결정하면서 개봉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배급사가 바뀌었다. 전국 612만 6488명을 동원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전체 흥행 순위는 8위. 올해 롯데가 가장 잘한 일은,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잡은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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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우 기자 siwoorain@
편집.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쇼박스, CJ, NEW,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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