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신보수배
신보수배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구릉열차
구릉열차


사건명 구릉열차 1st EP
용의자 구릉열차(이제희, 김문희, 정지완)
사건일자 2015.12.04
첫인상 구릉열차를 알아가는 과정은 참으로 험난했다. 이 밴드가 언제 결성됐고 멤버는 어떻게 이루어졌고 하는 식의 정보가, 이 밴드에겐 극도로 적었다. 포털 사이트에도 프로필이 없고 그 흔하다는 밴드 SNS 조차 없다! 멤버들의 개인 SNS 및 팬들의 블로그 글로 추측해보건대, 이 밴드는 지난 2011년 결성돼 이듬해 멤버 김문희를 영입, 지금의 3인조 형태가 됐으며 그간 클럽 공연 위주로 활동해 왔다.
추천트랙 ‘택시(Taxi)’. 한 가지 장르로 설명되는 음악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냐마는, 구릉열차의 음악은 도저히 뭐라 정의내릴 수 없다. 레게, 삼바, 프로그레시브, 사이키델릭, 소울, 훵크, 블루스, 팝 등의 색깔이 ‘칙칙폭폭’ 지나간다. 그런데 이 뒤섞임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신의 한 수는 신명나는 레게 리듬.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거리다 보면, 새로움은 신선함으로 낯섦은 흥미로움으로 녹아든다. 잔디 위에서 쿵짝쿵짝 춤추며 듣기에 제격인데, 아, 어찌하여 겨울에는 록 페스티벌이 열리지 않는단 말인가!
출몰지역 27일 서울 상수역 인근 제비다방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이규호
이규호


사건명 노썬 라이츠(Northern Lights)
용의자 이규호(kyo)
사건일자 2015.12.08
첫인상 북쪽의 빛.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오로라의 다른 표현. 이규호는 앨범 소개를 통해 “‘착하고 순수한 영혼이 줄을 지어 천국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라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오로라에 관한 원주민들의 믿음이 인상적이었다. 그로부터 영감을 받아 노래를 통해 그 전설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에는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된 파리시내 밤 풍경과 캐나다 북부 오로라 영상이 담겨 곡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더한다.
추천트랙 ‘노썬 라이츠’. 언젠가 한 작곡가는 말했다. “텍스트(가사)를 보기만 해도, 그것이 너무 아름다워서 자연스럽게 멜로디가 나왔어요.” 아마 이규호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착하고 순수한 영혼이 줄을 지어 천국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발상인가. 이 노래는 이규호가 받은 환상적인 감상을 고스란히 재현해낸다. 펼처럼 촘촘히 박힌 일렉트로닉 소스들과 별똥별처럼 떨어지는 피아노 소리, 마지막으로 관악기가 뿜어내는 고즈넉함까지. 어렵지 않게 ‘파하얀(파랗고 하얀)’ 하늘이 상상된다.
출몰지역 오는 30~3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옥수사진관, 고경천, 그레이프 티와 함께 ‘오래갈래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흑꼬
흑꼬


사건명 너의 하루(Your Day)
용의자 흑꼬(이정모)
사건일자 2015.12.08
첫인상 흑꼬는 R&B 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로, SBS ‘K팝스타2’에서 출연자 최영수가 불러 화제를 모았던 ‘레프트 레이디(Left Lady)’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2011년 11월 첫 디지털 싱글앨범인 ‘아침이 올 때까지’를 발매한 이후, R&B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상당한 관심을 얻고 있다. 이번 싱글 ‘너의 하루’는 현대를 살아가는 지친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음악으로 흑꼬 특유의 짙은 감수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추천트랙 ‘너의 하루’.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이 곡이 그렇다. 따스하게 시작되는 현악기와 그 아래서 구슬프게 울려대는 알람소리, 그 시작만으로도 상당한 임팩트를 남긴다. 흑꼬는 자유롭게 비트를 타며 그루브를 빚어내고, 매끄럽게 흐르는 현악의 선율은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다. 물론, “일 더하기 일은 야근, 또 더하기 일은 특근”이라는 재치 있는 가사는, 웃음보다는 짜증이 나긴 하지만 말이다.

보이즈인더키친
보이즈인더키친


사건명 푸버티(Puberty)
용의자 보이즈 인 더 키친(Boys In The Kitchen, 전현근, 강성민, 남나리, 김정훈)
사건일자 2015.12.10
첫인상 기타리스트 강성민을 중심으로 2012년 결성된 팀. 지난해 11월 첫 앨범이자 동명의 EP앨범 ‘보이즈 인 더 키친’을 발매, 단숨에 ‘2015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 록 노래 부문 후보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2015 올해의 헬로루키 우수상을 거머쥐고, K-루키즈 톱 6에 선정되는 등 주목받는 신예로 급부상하고 있다.
추천트랙 ‘토이스토리’. 소년들(보이즈 인 더 키친)이 노래하는 장난감 이야기(‘토이스토리’)라… 어딘가 처량한 구석이 있는 조합이다. 아니나 다를까. 가사를 살펴보면 장난감의 입장에서 어른이 된 소년에게 전하는 메시지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험난한 사회로 나온 소년과 외로이 방치되는 장난감. 충분히 예측 가능한 소재와 전개이긴 하지만 다소간의 빤함을 상쇄시켜주는 것이 바로 멤버들의 수준급 연주 실력이다. 여기에 걸쭉하게 뽑아내는 전현근의 보컬이 어우러지면, 관객들이 정신을 잃고 뜀박질하는 건 시간문제다.
출몰지역 3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예스24 무브홀에서 열리는 ‘2015 단란한 쫑파티’에 참여한다.

한솔
한솔


사건명 더 웨이 투 유어 하트(The Way To Your Heart)
용의자 한솔
사건일자 2015.12.10
첫인상 싱어송라이터 한솔이 데뷔 EP ‘오후’에 이어 6개월만에 발매한 싱글 앨범. 이 곡은 지난 7~11월에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 톡 투 아시아(Asia talk to asia)’ 전시의 영상작품 BGM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 때문일까. 메시지가 중심이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싱글은 전반적인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추천트랙 ‘더 웨이 투 유어 하트’. 한솔. 중성적인 이름이다. 그의 음악도 그러하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듯 하지만 여성적인 섬세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중저음의 목소리 톤 역시 중성적인 느낌을 주지만, 여린 가성이 터져 나올 때에는 묘하게 섹시한 분위기가 감돈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보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가 먼저 귓가를 잡아끌고, 코러스들의 ‘떼창’이 오리엔탈의 향기를 더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
편집. 김민영 kim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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