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강동원
강동원
강동원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호출되는 단어는 형용사들이다. 아름답다. 신비롭다. 환상적이다. 곱다…전혀 다른 질감으로 이루어진 듯한 강동원이라는 신인류의 등장에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 하곤 했다. ‘인간이 아니다’ ‘너희 별로 돌아 가!’ 같은 종족임을 의심케하는 이 남자를 막무가내로 탐색해 봤다.

# 외계인이다?
남다르구나, 그 피지컬(physical)! 강동원의 키는 186cm, 이마에서 턱 끝까지 얼굴 세로 길이는 20.6cm로 알려진다. 한국 여성의 평균사이즈가 22cm이니, 원근법 따위 사뿐히 즈려밟는 강동원 옆에 섰다가 졸지에 ‘큰바위 얼굴’ 소리 듣기 십상이다. 외계인이 강동원을 만난다면 “넌, 우리 종족이다” 두 팔 벌려 환영할 얼굴 사이즈랄까. 세상 존재하는 참치 중 가장 잘생긴 (동원)참치임에도 틀림없다. 그러니까 이 남자, 이기적이다 못해 존재 자체가 ‘사기 캐릭’이다.

어디 그 뿐인가. 유려한 호(弧)를 그리며 매끄럽게 흘러내리는 턱선, 빗방울 번진 듯 감성을 품은 눈동자, 신의 세심한 붓질이라 여겨지는 깎아지른 콧날의 각도와 그 밑에 세심하게 자리한 중성적인 입술은 강동원의 ‘저음+사투리’와 결합해 기이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런 까닭일까. 강동원은 여성들로 하여금 ‘내 남자이길 바라게 되는’ 쪽보다 ‘그 누구의 남자도 아니길 희망하게 하는’ 스타다. 그가 특정 ‘인간 여자’의 소유이기보다는, 영원한 ‘공공재’로 남길 희망하게 된 달까. 손에 잡히지 않은 초현실적인 육체성을 지닌, 강동원은 사람이 아니므니다.
강동원
강동원
# 정체불명이다?

강동원은 정체불명이다. 지구의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날렵한 몸매와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로 신은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해낸다. ‘외계에서 뚝 떨어진 존재 같다’는 다수의 평가는 그를 둘러싼 이러한 오묘함에서 기인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감독들은 그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영화에 호출하느라 바쁘다. 강동원은 ‘형사 Duelist’에서 하지원의 아름다움을 위협하는 자객 ‘슬픈눈’이었고, ‘전우치’에서 분신술을 자유자재로 쓰는 한국형 슈퍼히어로였으며, ‘초능력자’에서는 대놓고 돌연변이를 연기했다. ‘초능력자’에서 초인(강동원)이 “이렇게 태어난 것은 내 잘못이 아닙니다. 남들과는 다르다는 거, 당신들은 절대 이해 할 수 없습니다”라고 읊조릴 때, 그 주체가 강동원인지 (영화 캐릭터) 초인인지 살짝 헷갈릴 정도다.

사실 강동원의 운명은 2004년 ‘늑대의 유혹’에서 그가 우산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 이미 결정되어졌다. 현실에서 3cm쯤 붕 떠 있는 듯한 강동원이 스크린에 등장하자 극장 안에 모인 소녀들은 ‘어머, 어머’를 남발했고, 그가 우산을 들어 올리며 씨-익 하고 웃자 (과장 조금 보태)자지러지며 발작에 가까운 정신혼미 증세를 보였다. 강동원은 소녀들이 순정만화를 보며 품어 온 판타지의 다름 이름이었다.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강동원의 아름다움을 탐닉했고, 강동원이라는 피사체는 그렇게 인간계를 넘어 미지의 세계로 착지했다. 강동원은 사람이 아니므니다.

# 날씨요정이다?

자신의 신체가 지닌 장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 배우는, 몸의 멋스러움을 표현하는데 어색해하거나 주저함이 없다. 국내배우 중 ‘칼을 가장 잘 쓰는 배우’로 강동원을 지목한 정두홍 무술감독은 “강동원이 와이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데 남자 연꽃 하나가 올라가더라”고 언급하기도. 강동원은 ‘형사: Duelist’ 당시 극 중 액션씬을 위해 현대무용과 탱고를 익히기도 했는데, 촬영 당일 강동원이 선보인 ‘칼사위’인지 ‘춤사위’인지 모를 우아한 동작에 스태프들 여럿이 홀렸다는 전설이 구전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군복무를 마치고 처음으로 선택한 ‘군도: 민란의 시대’는 강동원 영상화보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샴푸모델 전지현을 압도하는 강동원의 머리 풀어헤치는 장면은, ‘늑대의 유혹’ 우산 씬의 진화이자 확장판이라 할 만 했다. 충무로에 길이 남을 결정적 순간을 한 배우가 두 차례나 만들어낸 데에는, 강동원의 매력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강동원 뉴스룸
강동원 뉴스룸
그리고 지난 4일 JTBC ‘뉴스룸’에서 이 배우는 영원히 화자 될 ‘인생짤’ 하나를 또 하나 남겼다. 뉴스 마지막에 등장 “네, 내일은 전국에 구름이↗ 많이 끼고↗ 전남과↗ 제주 사이에↗ 오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습니다”라고 수줍게 날씨를 전한 후, 머리를 감싸 쥐며 괴로워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동공에 지진을 일으키고야 말했다. 강동원은 부끄러움에 집에서 ‘이불킥’을 했을지 모르지만, ‘귀엽기까지’한 강동원 의외의 매력에 마음을 빼앗긴 여성들이 전국에서 속출했다. 강동원이라는 특급 프리즘을 통과해 소개된 전남과 제주엔 비 대신 해가 쨍하고 뜰 것 같은 착각까지. 강동원은 사람은 아니므니다.

# 판타지다?

외모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인 강동원은 ‘패션의 완성은 결국 얼굴’이라는 교훈을 매 순간 일깨워주는 피사체다. 가죽 스키니에 킬힐을 매치하든, 땡땡이 수트를 입든, 레이스 달린 블라우스(‘박근혜룩’으로 불려지고 있는)를 착장하든 그래, 괜찮다. 아니, 느낌있다. 그는 강동원이니까. 남들이 입었다면 패션테러리스트라 불리기 좋을 하이패션들을 강동원은 마치 맞춤복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해 낸다. 스크린 이전에 캣워크를 지배한 모델 출신 강동원은, 스키니와 아방가르드 룩의 붐을 이끈 패션 선구자이기도 하다.
강동원
강동원
상영 중인 영화 ‘검은 사제들’은 패셔니스타 강동원이 ‘신의 한 수’로 작용하는 영화다. 사실 ‘검은 사제들’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됐다.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의 이미지 말이다. 흰 로만칼라(기독교 성직자의 복장에서 목을 두르는 옷깃의 한 종류)를 채우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수단을 입은 강동원의 ‘감출수록 섹시하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증명해 보인다. 경건한 사제복이 오히려 여러 상상력을 부추기는 기이한 상황. 강동원은 이를 두고 “여성분들이 수단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 모르는 말씀. 수단에 판타지가 있는 게 아니라, 수단 입은 당신에 대한 판타지인 것을. 강동원은 정녕 사람이 아니므니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편집. 한혜리 기자 hy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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