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왁스
왁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낭만적이지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 하나를 위해 아홉의 희생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고, 처음 부딪히는 현실의 벽에 좌절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꿈과 열정이 있다면 얼마나 희망찰까. 가수 왁스가 그 열정을 품고 있다.

왁스는 올해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 신곡 ‘내 맘 같지 않아’를 발표했다. ‘화장을 고치고’, ‘황혼의 문턱’, ‘오빠’, ‘엄마의 일기’ 등 히트곡을 발표했던 가수가 회사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를 시작한 것. 인터뷰를 위해 방문했던 왁스의 회사는 정말 작은 오피스텔이었다. 조그만 음악 작업실과 작은 거실이 전부였다. 기획, 홍보, 제작 등 모든 것을 직접 담당하는 왁스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직접 CD 포장을 하기도 하고, CD를 들고 라디오국에 PR을 하기도 했다. 말그대로 하나부터 끝까지 자신의 손을 거쳤다.

이런 열정이 어디서 나오냐는 질문에 왁스는 “이런 열정을 얻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왁스의 미소에서 긍정 에너지의 원천을 느꼈다. 그동안 왁스는 코끝 찡한 노래를 부르는 차분한 가수인 줄만 알았는데, 밝고 편한 사람이었다. 왁스가 인생을 살고, 음악을 하는 법, 긍정 에너지로 똘똘 뭉쳤다.

Q. 가장 먼저 1인 기획사에 도전한 이유를 묻고 싶었다.
왁스 : 진짜 편하게 음악하고 싶어서. 그전이 불편한 건 아니지만, 회사가 있으면 계속 맞춰야 한다. 홍보하는 방향에서도 조율을 해야 하고, 나는 마음에 안 들더라도 맞춰주는 편이었다. 그래도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나. 스트레스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다. 하지만 1인 기획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말 힘들었다. 홍보, 기획도 그렇고, 하나부터 열까지 심지어 경리일까지 내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안 해봤던 사람이 하니까 하루면 되는 일이 일주일이 걸렸다. 내가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구나 깨달았다. 그냥 보통 사람이 다 알만할 것을 지금 아는 느낌이다. 배워가는 과정이 뿌듯하지만, 혼자다 보니 버거운 것이 많기도 하다.

Q. 후회를 하진 않았나?
왁스 : 후회는 안 한다. 다만 ‘내 맘 같지 않아’를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들어줬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그동안 회사가 알아서 해줬으니까 홍보도 하고, 기획도 해줬는데 이제 회사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 이제 회사의 입장도 이해하게 된다.

Q. ‘내 맘 같지 않아’는 왁스 1인 기획사의 첫 곡이다. 윤건이 작곡했는데 첫 출사표로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왁스 : 지인들에게 많이 부탁을 했다. 좋은 노래 많이 써 달라고. 받았던 노래 중에 윤건 노래가 제일 좋았다. 1인 기획사의 대표로서의 입장과 가수로서의 입장이 있는데 이 두 가지를 충족할 수 있던 노래였다. 대표로서의 입장은 물론 대중성이지.

Q. 보통 회사에서 방송이나 스케줄을 잡지 않나. 그것도 직접 했나?
왁스 : 할 수 있는 건 다해보려 노력을 했다. 라디오에는 솔직히 직접 CD를 주러 갔다. PD님들이 당황하더라. 하하. 발로 뛰는 게 짜릿했다. 왁스를 시작하기 전에 도그라는 밴드를 할 때 힘들었었다. 갈 길을 잃었을 때 도그를 시작했고, 도그가 끝났을 때도 그 심정이었다. 지금 그때 느낌이다. 그때 나는 엄청 적극적이고, ‘달려라 하니’ 같은 캐릭터였다. 15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Q. 열정이 다시 생긴 것 같다. 발로 뛰는 원동력이 뭔가?
왁스 : 열정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일을 좀 오래하다 보면 처음과는 다르게 멋모르고 열정이 생기는 것과 다르게 겁이 생긴다. 용기도 없어지고, 내가 하는 것이 맞는지 잘못되면 어떡할까 고민한다. 이제 내가 내 회사를 만들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가야하는 것이다. 15년 전에도 음악이 너무 하고 싶은데 포기 아니면 가는 것이었다. 어차피 가기로 했으면 가는 거다. 1인 기획사도 ‘갑자기 오늘 차려야지’가 아니라 갈팡질팡의 과도기가 있었다. 3년 전에도 마음의 준비를 안했다. ‘이때다 싶었다’가 1월이고, 해보자고 시작했다. 어떻게 되겠지! 에라 모르겠다! 하하.

Q. 정말 긍정적인 것 같다.
왁스 : 긍정적인 편이다. 가수를 하면서 많이 센치해졌다. 하하.

Q. 1인기획사를 말리는 사람은 없었나?
왁스 : 다 말렸다. 그런데 처음 가수를 한다고 했을 때도 다 말렸다. 보란 듯이 알려진 사람이 됐고, 지금이라도 못할 게 뭐가 있나 생각이 든다. 나는 ‘화장을 고치고’처럼 히트곡을 내겠다고 덤비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기적 같은 일이다. 혼자하게 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꾸준히 하고 활동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좋은 매니저, 좋은 회사를 만날 때까지 기다리느니 혼자 하자. 사실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게 정말 힘들다.

Q.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왁스 : 내가 지금까지 했던 경력을 잊고, 앨범 발매일에 버스킹을 했다. 계획 없이 그날 가서 했다. 과연 사람들이 올까 걱정했는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다가 꽉 찼다. SNS을 보니 공연을 보고 팬이 됐다는 친구들도 있고, 새로운 팬이 조금씩 생겼다. 의도하는 바랑 맞더라. 처음 왁스하면서 얼굴 없는 가수였을 때가 생각나면서 뭉클했다.

왁스 10월 8일 ‘내맘같지않아’ 발매일 이태원 버스킹 영상

Q. 홍보가 어렵다고 했다. 요즘 음악 소비 환경이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
왁스 : 음원사이트를 이용하는 주 연령층이 10~20대다. 30~40대도 음원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지만, 주변에 음원 나왔다고 다운을 받으라고 했더니 ‘그거 어디서 받는 거야?’라고 묻더라. 대대분 보통 사람들이 그랬다. 현실이 이렇. 아차 싶더라. TV가 많이 중요하구나. 방소을 통해 앨범이 나왔다고 말해야 예전 내 음악을 좋아해주셨던 분들이 알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송 PR을 제대로 못한 것이 아쉽다.

Q. 방송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
왁스 : (방송 제안이) 들어오면 무조건 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하. 예능프로그램을 많이 나가고 싶다. 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 그래서 MBC ‘일밤-복면가왕’도 나갔던 거고. 난 슬픈 노래를 많이 불러서 슬픈 이미지가 있다. 고리타분하고 그런 것보다 우울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 ‘편한 사람입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Q. 평소에 사람들을 잘 만나는 것 같다.
왁스 : 사람들을 정말 좋아한다. 친구들도 좋아하고, 평소에 유쾌한 친구들 만나서 그냥 웃고 떠들면 좋다. 그런 지인이 홍석천이다. 홍석천은 10년을 붙어있었던 것 같다. 어디가도 ‘내 맘 같지 않아’라고 홍보해준다. 정말 고맙다.

Q.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고 했는데, 자작곡 생각은 없는가?
왁스 : 처음에 욕심은 부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내 자작곡이 좋을지 안 좋을지 모르지 않나. 검증된 좋은 곡을 몇 곡 내고, 그 다음에 다양하게 음악을 하고 싶다.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한동안은 발라드를 하고 싶다. 원래 불렀던 발라드를 부른 지가 오래됐다. 스스로가 발라드에 목이 말라있었던 것 같다.

Q. 왁스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음악은 무엇인가?
왁스 : 어렸을 때는 밴드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장르를 정한 건 아니다. 똑같은 발라드라도 느낌이 다르다. 내 감성에 오는 발라드는 다르다. 그때 내 감성에 어울리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Q. ‘내 맘 같지 않아’가 그런 음악 중 하나일 텐데. 어떤 점이 좋았나?
왁스 : 한 번 들으면 좋아하실 거다. 남자보다 여자들이 가사를 이해한다. ‘내 맘이 내 맘 같지 않아’라는 후렴구 가사가 확 와 닿는다. 사랑에 대해 내 맘 같지 않은 것. 남자들은 인생으로 풀기도 하더라. 제목이 참 좋다. 공감된다.

Q. 처음에 제목이 약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들었다.
왁스 : 제작자 입장으로서는 제목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내가 부른 곡들이 평범하지 않는 제목들이다. ‘화장을 고치고’, ‘오빠’, ‘황혼의 문턱’, ‘엄마의 일기’ 등 모두 다 평범하지 않아서 ‘내 맘 같지 않아’가 너무 평범하게 들렸다. 그래서 제목을 일주일 동안 고민했다.

Q. 왁스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
왁스 : 좋은 음악.. 듣는 사람이 공감하고 감동받으면 다 좋은 음악 아닌가. 어렸을 때는 나도 편견이 있었다. 세련되고 좋은 음악, 신경 쓴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최고라고 고집부린 적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고, 누가 들어서 좋은 음악이면 좋은 음악이라고 깨달았다. 그게 대중가수고, 대중의 감성을 위로해주고, 기쁨을 주는 것이 역할이다. 이렇게 알게된 것도 오래 걸렸다. 노래하면서 철학이 바뀌었다. 10년 뒤에는 또 내가 어떤 마인드로 어떻게 노래할지 모르겠다. ‘화장을 고치고’를 지금 부르면 15년 전에 불렀을 때랑 지금 다르다. 부르는 내 감정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더 음악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

왁스는 최근 MBC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하기도 했다.
왁스는 최근 MBC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하기도 했다.
Q. 이제 회사의 대표님인데 후배 가수 제작에 관심은 없는가?
왁스 : 관심이 많다. 진정성 있게 노래하는 친구를 만나고 싶다. 내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 있는 친구를 찾고 싶다. 저 친구는 내가 꼭 프로듀싱해보고 싶다는 친구가 나타나면 해보고 싶다. 운트스 엔터테인먼트가 조금 더 커져서 여유가 생기면 그때가 공개 오디션도 할 수 있고. 회사를 몇 대 기획사 안에 세우겠다는 목표는 아니고, 소박하게 내 음악을 편하게 하겠다고 시작을 한 거니까 그렇게 가다 보면 또 하고 싶은 게 생길 수도 있다. 음악하는 친구들이 편하게 와서 작업하고 이야기 하는 공간. 지금은 음악이 제 1순위다. 가끔 순간 지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빨리빨리 이겨내고 해야 한다.

Q. 음악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있을 것 같다.
왁스 : 무작정 하라고 이야기하기도 힘들다. 무작정 포기하지마라는 것도 힘들다. 물론 나는 포기하지 않고 갔지만, 모든 친구들이 다 잘된 것은 아니다. 그 길을 가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못 가는 거고, 이 길이 힘들지만 행복하다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황치열이라는 친구를 보면, 대단하지 않나. 꿈을 결국 이뤘다.

Q. 왁스 이전에 도그라는 밴드를 했듯이 결국 이루게 만든 힘이 있었을 것 같다.
왁스 : 막연하게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상상을 많이 했다. 사람들 앞에서 1등 가수가 되는 상상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이 그 노래로 감정을 나누고 하나가 되는 막연한 이미지를 계속 생각했다.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자신 있었다. 안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때보다는 좀 약해졌는데 ‘인생 뭐 있어. 후회는 없다, 하고 싶은 걸 하니까’라는 마음이다.

Q. 과거를 되돌아 봤을 때 지금도 두근거리는 순간이 있나?
왁스 : 데뷔 첫 무대. 그때가 ‘이소라의 프로포즈’였다. 얼마나 떨렸겠나. 왁스라는 이름은 알려지고, 얼굴 없는 가수였고, 왁스가 누구냐는 궁금증이 높아진 상태에서 얼굴이 드러나는 첫 무대다. 또 그 무대가 모든 가수들이 긴장하는 무대라고 하더라. 위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긴장했다. 그 당시에는 긴장이 풀어질 틈이 없었다.

Q. 왜 가수가 되고 싶었던 걸까?
왁스 :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좋다. 이것 말고는 다른 게 재미있는 게 없다. 좋은 게 좋은 거고, 나쁜 건 나쁜 거고 나는 은근 단순하게 살았다. 우유부단하고 귀도 얇은데 의외로 큰 건은 쉽고 단순하게 결정짓는 편이다.

Q. 뭔가 부럽다. 이런 긍정적인 사고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열정이.
왁스 : 사실 고백하자면 난 책을 읽기가 어렵다. 한 줄 읽기도 어렵다. 요즘에 느꼈다. 그래서 학창시절에 국어를 못했나보다. 수학, 과학은 잘했는데.. 책으로 인생을 배우기도 하지만, 스스로 살면서 느끼는 것 같다. 우리가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닌데 좀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다가면 어떨까. 그 중 하나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는 것이다. 그게 비록 실패를 하더라도 안한 것보다는 후회가 적다. 안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하자. 미련은 없다. 미련은 사람을 제일 미치게 하는 것이다. ‘그때 할 걸’ 이런 말이 싫다.

Q. 왁스의 꿈은 뭔가?
왁스 : 어렸을 때 막연히 꿈꿨던 가수가 돼 노래를 부르겠다는 꿈은 이뤘다. 어렸을 때만큼 간절한 꿈은 없다. 이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더 보람 있고, 멋있게 해나가고 싶다. 소소하게 프로듀서로서 후배 양성도 해보고 싶고, 제작자가 아니더라고 다른 앨범에 참여를 하거나 음악 안에서 제2의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다.

Q. 왁스에게 음악이란?
왁스 : 하하하. 동반자. 영원한 나의 동반자.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운트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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