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김태희
김태희
분명 결말을 두고 SBS 측은 “반전이 있다”고 밝혔다. 김태희의 간암 판정을 둘러싼 ‘막장 논란’에 대한 답변이었다. SBS 측의 반전은 김태희가 무사히 깨어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용팔이’의 등장이었을까, 그것도 아님 집사의 간이식 이었을까.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극본 장혁린, 연출 오진석)는 1일 오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우여곡절 끝에 여진(김태희)은 이 과장(정웅인)이 집도를 맡은 수술대에 올랐다. 모든 의사들이 거부할 만큼 가능성이 희박한 수술이었지만, 이과장과 태현(주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여진을 사랑하는 태현은 더욱 그랬다. 그는 이과장 앞에 무릎까지 꿇으며 “제발 살려달라”고 읍소했다. 그런 그의 간절함은 이 과장의 마음을 돌렸고,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과거처럼 여진을 살리기 위해 애썼다.

막다른 길목에서, 또 다른 구세주가 등장했다. SBS 측이 언급한 ‘반전’일지도 모르겠다. 마침 여진에게 간 이식을 해줄 수 있는 조건이 맞아떨어진 집사(박현숙)가 먼저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신시아(스테파니 리)도 다시 나타났다. 존스홉킨스 출신의 ‘용팔이’와 동반한 그는 태현과 이 과장의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수술의 긴박한 순간도 잠시, 병실로 옮겨진 여진의 모습으로 화면은 이동했다. 눈을 감고 있던 여진의 뜻을 알 수 없는 내레이션이 끝나자, 태현은 여진을 깨우며 “나 누군지 알겠어?”라고 물었다. 여진은 속말로 “용팔이”라며 눈을 떴다.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이로써 ‘용팔이’는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정확히 수술이 성공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여진의 밝은 표정으로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는 있겠다.

‘용팔이’는 전형적인 용두사미의 작품으로 끝을 냈다. 극 초반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시청률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서서히 중심을 잃은 스토리와 개연성을 무시한채 진행되는 전개, 수시로 변하는 캐릭터 등은 혹평을 낳았다.

특히 마지막회는 ‘개연성 부족’의 정점이었다. 여진은 이날 중반부까지 약물 중독으로 핏기 없고, 힘 없는 얼굴과 표정으로 일관했다. 이후 태현을 만나 정신을 차렸고, 채영(채정안)과 민실장(최영모) 등을 자신의 집에서 내쫓았다. 이후 쓰러졌고, 건강은 더욱 악화돼 혼자서는 몸을 못 가눌 정도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바람의 언덕을 다시 찾았고 입맞춤을 나누며 사랑을 확인했다. 행복한 미소를 짓던 여진은 이내 기절했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수술 장면이 잠깐 흘렀고, 여진은 눈을 떴다. 이것이 ‘용팔이’ 최종회의 전부다.

결말로 향하는 일련의 과정들에 개연성이 턱없이 부족하다. 중반부 경찰에 연행된 채영, 민실장 등의 행보도 조명되지 않았고, 간 이식을 자처한 집사의 이야기도 턱없이 부족했다.

지나치게 허술한 대본을 살린 건, 단연 배우들이었다. 스토리와 상관없이 극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열연을 펼친 연기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SBS ‘용팔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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