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변홍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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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급사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이하 NEW)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2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고, 중국화책미디어그룹으로부터 53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내더니, 이번엔 극장사업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솔솔 돌고 있다. 사실이라면 CJ CGV와 한솥밥을 먹는 CJ엔터테인먼트, 롯데시네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자사 극장 체인을 보유한 또 하나의 배급사가 탄생하는 셈. 극장가에 일대 변화가 예고되는 지점, 소문의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에 대해 NEW 관계자는 14일 텐아시아에 영화관 설립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단계인 것은 맞다”고 인정 하면서도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느니, ‘서울과 수도권, 지방 주요도시에 동시에 10여개 이상의 영화관을 개관할 것’이라느니 하는 일부의 소문은 이른 감이 있다. 어떠한 형식으로, 그리고 몇 개 관에서 시작할 것인지 모색하는 단계일 뿐 구체화 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구체화 된 게 없을 뿐, 어쨌든 사실은 맞다는 뜻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NEW는 2013년, 극장사업부문 없이도 한국영화 관객점유율 1위를 차지한 최초의 영화투자배급사다. 극장을 보유하지 않은 배급사가 1년 농사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일대 파란이었고, 사건이었고, 놀라움이어다. ‘극장을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례는 신생배급사들에게 하나의 희망이 되기도 했을 테다. 그래서 이번 NEW의 극장산업 진출 소식에 호기심만큼이나,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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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 출신들이 설립한 NEW가 출범한 건 2008년 9월. 배급에 손을 댄 건, 2009년 ‘킹콩을 들다’부터다. 그리고 이듬해 형님뻘 되는 쇼박스를 누르고 한국영화 관객점유율 3위에 올랐다. ‘청출어람’이라 할 만 했다. NEW의 상승세는 놀라웠다. 2011년에는 한국영화 점유율 3위를 지키는 동시에, 전체 배급순위에서도 3위로 뛰어오르면 ‘무서운 아이들’의 면모를 보였다. CJ-롯데-쇼박스로 이루어져 있던 3강 구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도 바로 이때다. 배급지형에 변화가 감지됐다.

2013년은 NEW에게 기념비적인 해였다, 그해 NEW는 여기저기에서 폭죽을 펑펑 터뜨렸다. 1월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이 기대하지 않은 천만 선물을 안겼고, ‘신세계’가 관객들에게 “드루와”라 손짓하며 5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으며, ‘감시자들’(550만 8,017명)·‘숨바꼭질’(560만 4,106명)이 연이어 터졌다. 이어 ‘변호인’이 12월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화룡정점. 이 과정에서 NEW가 얻은 건 흥행만이 아니었다. 다양한 장르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가는 안목도 높게 평가받았다. 실제로 NEW를 키운 8할은 ‘내실경영’이었다. 몸집은 작지만 효율이 좋은 작품, 스타파워나 자본이 아닌 콘텐츠에 집중한 결과가 지금의 NEW를 있게 한 가장 큰 힘이다.

NEW의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2014년.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던 NEW는 그해 ‘인간중독’ ‘패션왕’ ‘빅매치’ 등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100억 원대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 ‘해무’도 아쉽게 침몰하며 흥행에 쓴 맛을 봤다.

그리고, 그 이후 스텝이다. 여기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몸집이 상당히 커진 NEW의 라인업이다. 중저예산 영화에 치중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NEW의 품에는 100억 원대 제작비가 들어간 ‘대호’(박훈정) ‘판도라’(박정우) ‘부산행’(연상호) 등 초대형 작품들이 즐비하다. 100억 원대 영화가 흥행 마진을 남기려면 최성수기로 불리는 여름방학/겨울방학 공략이 불가피하다. 이는 NEW가 초대형 영화들을 계속 만드는 한, 스크린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끼어들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여기에, 어쩌면 NEW가 극장산업에 진출하려는 진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무제-3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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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관계자는 “(극장이 없는 것이)불리한 지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껏 콘텐츠에 집중하는 전략을 짜왔다. 직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신선한 시나리오를 찾는데 힘을 써왔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자사 극장이 없는 것이 서럽다고 해서 단순히 극장을 만들겠다고 하는 건 결코 아니다. NEW가 보다 큰 그림으로 가는 다음 스텝”이라고 전했다.

NEW의 극장산업진출.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그리고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한 가지는 강하게 직감할 수 있다. 배급판도가 또 한 번 흔들릴 거라는 걸.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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