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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장서윤 기자] 이제는 더 이상 수식어가 필요없는 나영석PD는 케이블TV tvN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 어촌편, 정선편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삼시세끼’ 정선편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이미 새 프로그램 ‘신서유기’를 준비중이기도 한 그는 스스로 “내겐 일복이란 게 있는 것 같다”며 웃음짓는다. ‘쉬어야지’ 생각하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실행에 나서는 그는 대단한 행동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KBS에서 CJ로 이적한 지 3년. 시즌제 프로그램으로는 가장 긴 ‘삼시세끼’ 정선편을 지휘중인 그는 여전히 늘 바쁘면서도 사람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은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Q. ‘삼시세끼’ 제작발표회 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삼시세끼’ 정선편이 중후반을 넘어선 최근에도 그런가
나영석PD: 반반인 것 같다. ‘삼시세끼’ 자체가 내가 좋아하는 작업이라 행복한 건 맞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지속되면서 반성은 하고 있다. 맨 처음 프로그램 시작할 때 느낌과 조금은 달라져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너무 뻔해졌나’란 생각도 들고, 게스트들이 오고 같이 밥을 지어먹고 하는 부분이 너무 패턴화되고 있는 게 아닌가란 걱정도 하고 있다. 초심으로 다시 잘 돌아가려고 노력중이다.

Q. 지금이 변화를 줄 타이밍일까?
나영석PD: 기본적으로 ‘삼시세끼’ 정선편은 이서진 옥택연 김광규 세 사람의 이야기이고, 게스트는 손님이다. 늘 거기 있는 사람이 좀더 중심이고 스토리텔러였는데 최근에 손님들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그들의 이야기와 게스트들을 조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바랐던 건 좀 심심하더라도 훨씬 편안한 분위기였는데 진행이 되면서 시청자들이 상상 외로 게스트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더라. 오는 게스트들도 부담이 되고, 받는 사람들도 아무래도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다. ‘힐링캠프’가 아닌데 혹시라도 그렇게 보여지면 안될 것 같다(웃음)

Q. ‘삼시세끼’ 여름 편은 수확하는 과정까지 그린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나영석PD: 그렇게 생각하고 기획중인데 농사가 잘 안돼서 걱정이다. 실제 농촌 생활하시는 분들이 보면 우린 정말 어설플 거다. 실제로 정선에 가 보면 정말 가관이다.(웃음) 농작물이 잘 안 자라면 ‘이거 왜 안자라?’하고 제작진이 서로 얼굴 쳐다보고 있다. 어찌됐든 경험이 미천하니까. 인터넷과 책을 통해 농사 짓는 공부를 하고 있다.

Q. 자연 속에서 촬영하면서 실제 농사꾼에 동화되고 있나보다.
나영석PD: 처음에는 출연진에게 농사 시켜놓고 실패하면 낄낄거리고 제작진은 빠져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함께 농작물 걱정을 하고 있다. 잘되면 기쁘고 안되면 걱정되고. 게스트로 온 김하늘 씨 촬영 끝날 때쯤엔 소나기가 엄청나게 내려서 기분이 정말 좋더라. 다 같이 작물이 쑥쑥 자라주길 기도한달까.

Q. 그런데, 왜 농사를 주제로 잡았나?
나영석PD: 완전히 이런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런 프로그램의 구조를 떠올린 것은 몇 년 됐다. 언젠가 해야지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작년 여름쯤, 지금 아니면 못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있었다. 그때가 KBS2 ‘인간의 조건’이란 프로그램 론칭 후였던 것 같은데 개그맨들을 일주일동안 쫓아가며 미션을 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런 일상적인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관심이 생겼다. 굉장히 도회적인 사람들에게서 도회적인 분위기를 다 빼고 지방에 던져놓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었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밥만 해먹는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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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출연진 뿐 아니라 농사 짓는 모습을 보며 궁금해하고 힐링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꽤 많다.

나영석PD: 오히려 몰라서 그렇게 만들고 있다. 만일 내가 농촌을 잘 알았다면 오히려 문제점 등을 파악했겠지. 내게 ‘삼시세끼’란 ‘꽃보다 할배’에서 해외 여행 가는 것과 비슷하다. 한마디로 대리만족하는 거다. 감히 농사를 짓고 살 만한 용기를 낼 생각은 없다. 그저 보여주는 거다. 어촌편도 그렇고. 결국 현실이라기보다는 판타지를 담는 거다.

Q. ‘삼시세끼’나 ‘꽃보다 할배’ 등 나영석PD가 기획하는 프로그램에는 이전에 함께 한 멤버들이 재출연하는 경우가 유독 많은 것 같다.
나영석PD: 다행히 같이 작업한 기억이 나쁘지 않아서 많이들 또 같이 해주시는 것 같다. 사실 프로그램을 같이 했다고 모든 출연자와 친해지는 건 아니다. 개인적인 영역은 일적인 부분과는 또 다른 지점이라 일의 결과가 좋다고 친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윤여정 선생님의 경우는 우리가 섭외차 하도 많이 찾아뵈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져 지금은 엄마같기도 하고 친구같기도 하다. (이)서진이 형하고도 그렇고.

Q. 이서진이라는 캐릭터가 ‘삼시세끼’의 로망을 보여주는 데 가장 적합한 것 같다. 지나치게 도시적이기도 하고.
나영석PD: 모든 일은 타이밍이다. 3년전 ‘삼시세끼’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지만 이번에 실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서진이라는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회적이고 시골 음식에는 관심도 없는 사람이 묘한 긴장감을 가져다주지 않을까라는 예측을 했다. 지금도 시골에서 뻔뻔하게 선글라스 쓰고 다니지 않나.(웃음) 이런 프로그램에는 오히려 김광규 씨같은 분이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이서진같은 사람이 어울린다. 현실과 인물 간에 묘한 갈등이 생기니까. 도시에 사는 이들은 일정 부분 모두 이서진 씨 같은 면을 지니고 있으니까.

Q. 이서진은 지난 2년간 나영석PD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했다. 계속해서 같이 할 생각인가?
나영석PD: 서진이 형에게 페르소나란 얘기를 하면 되게 싫어한다.(웃음) 나는 서진이 형이 항상 재밌다. 아직까지 지겨운 줄 모르겠다. 보면 볼수록 독특하면서도 평이하고 세속적인 인간이면서 귀엽기도 하고, 여러가지 면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보니 서진이 형과 벌써 2년이 넘었다. 사실 긴 시간인데 늘 새롭다. 하지만 어쨌든 이번 시즌이 끝나면 긴 휴가를 보내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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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로그램을 보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상당함을 느낄 수 있다. 섭외를 할 때 가지고 있는 뚜렷한 원칙이 있나?

나영석PD: 매력적인 사람을 고르려고 한다. 매력적이란 건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개성이 뚜렷한 사람일 거다. 사람들은 다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건 말이 안된다. 예를 들어 (이)승기는 허당이지만 되게 똑똑하고 약을 때도 있다. KBS2 ‘1박2일’ 시절에는 그런 캐릭터가 단편적으로 구현됐다면 지금은 훨씬 더 복합적이다. 이서진 씨도 착해 보이다가 욕도 하고 그러다 또 사람들을 잘 챙겨준다. 사실 우리 모습이 다 그렇지 않나. 누군가에게 되게 친절하다가도 어떤 사람에게는 나도 깜짝 놀랄 정도의 악의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게 보통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다층적인 면을 보여주려고 한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과 함께 하려고 한다.

Q. 그런 점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려면 장시간의 관찰과 인내가 필요할 것 같다.
나영석PD: 나는 내가 보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방송에서 재미라는 건 여러 단계가 있지만 내가 추구하는 재미는, 조금 심심해도 가능하면 여러 요소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여러가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좋아하는 요소를 보여주려고 한다. 집에서 TV를 보는 사람들이 ‘좋다’ ‘잘했다’하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띄우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Q. 결국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건가?
나영석PD: 맞다. 사람을 대하는 관점이 가장 중요하다. 예전에는 만일 여행가는 프로그램을 짠다고 하면, 어떤 미션을 하는지, 어떤 게임을 하는지, 거기서 어떤 재미와 극한 상황을 뽑아낼 수 있을까가 주된 작업이었다면 지금은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누가 갈건데’가 약 80% 정도를 좌우한다. 가서 어떻게 할 건가는 그 사람들이 알아서 하는 거니까. 예를 들어 농촌에 가서 지금과 같은 똑같은 설정이 있다 해도 거기에 귀농생활을 꿈꾸는 이계인 씨가 간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될 거다. 결국 ‘누가’가 중요하고 그 사람을 통해 무엇을 보여줄건가가 중요하다.

Q. 섭외할 때 사람 사이의 관계도 중요시하는 지점이 느껴진다.
나영석PD: 앞서 ‘꽃보다 할배’ 촬영에 갔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갔다 와서 선생님들이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길 바랐다. 실제 여행을 가서 기뻐하고 진심으로 즐겨야만 프로그램도 되게 잘 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기에 누군가 출연진과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선생님들이 행복할 것 같진 않더라. 그건 여행이 아니라 일이 될 테니까. 나는 선생님들이 정말로 즐겨주시길 바랐다. 섭외할 때 그런 원칙은 세우는 편이다.

Q. 이번 ‘삼시세끼’ 섭외 때도 그런 원칙이 있었나?
나영석PD: 출연진에게 게스트가 누가 온다고 얘기해주진 않는다. 다만 출연진과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굳이 그 사람을 섭외하고 싶진 않다. 예를 들어 ‘지금 이 게스트가 가장 인기있으니 꼭 모셔야한다’고 하고 싶진 않다. 가능하면 온 사람도 즐겁게 촬영할 수 있도록, 최소한 이틀간 서로를 알아가면서 나중에 좋은 관계가 되길 바라는 거다.

Q. 이제 나영석PD의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누구든 출연을 원할 것 같은데 섭외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나영석PD: 똑같다. 전화 여기저기 돌리고, 직접 찾아 가 만나뵙기도 하고. 한 8번 거절당하면 하나 되는 확률 정도?(웃음)) 하나 된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짐

장서윤 기자 ciel@
사진. 팽현준 pang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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