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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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장재인의 등장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 그는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2’를 통해 독특한 목소리와 독보적인 스타일을 선보였고 덕분에 윤종신으로부터 “장재인을 누가 잡죠?”라는 명심사를 얻기도 했다. 이후 장재인은 통기타 열풍을 주도하며 가요계 루키로 떠오르는 듯 했으나, 정식 데뷔 후 성적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일까. 지난 2013년에는 근긴장이상증으로 활동을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때문에 장재인의 컴백에는 많은 코멘트들이 따라 붙어 의미를 더한다. 3년 만의 신보, 미스틱89 이적 후 첫 앨범, 투병 끝의 재기. 평범치 않은 장재인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을 보냈다.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선이지만, 장재인은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섰다.

“케세라세라 같은 자세가 생겼다.” 장재인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11일 발표된 장재인의 새 미니앨범 ‘리퀴드(LIQUID)’ 역시 ‘케세라세라’의 자세와 일맥상통한다. 모든 것은 흐르기 마련이니 될 대로 돼라. 이는 무책임한 수수방관의 자세도 아니요, 자포자기의 심정은 더더욱 아니다. 장재인의 ‘케세라세라’, 그것은 흐름을 수용하는 겸허함이자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성이었다. 사랑과 이별, 그리고 투병을 겪으면서 장재인은 한 뼘 더 성장해있었다.

Q. 오랜만의 컴백이다. 소감이 어떤가?
장재인 : 이제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무척 설?는데 지금은 오히려 좀 담담해졌다.

Q. 몸 상태는 괜찮은가?
장재인 : 여전히 회복중이다. 다행히 회사에서 배려를 많이 해줘서 잘 관리하고 있다.

Q. 앨범 소개를 부탁한다.
장재인 : ‘리퀴드(LIQUID)’라는 앨범이다. 전체적으로 흐름에 맡기자, 감정을 수용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Q. 앨범 소개에 ‘흐름에 따라 사는 게 가장 현명한 것’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깨달음인가 체념인가?
장재인 : 둘 다 인 것 같다. 처음에는 극단적인 감정이 들었다. 아무래도 성장의 시기였으니까. 어렸을 때에는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와 같은 고형적인 생각을 가졌다. 20대 초반에 많이 갖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런데 지나 보니 세상이 그렇지가 않더라. 처음에는 놀랐다. ‘영원한 건 없는 건가?’라고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긍정적인 타입이라서 ‘삶이 유동적인 거구나. 내가 흐름에 맞게 수용해야하는 거구나’라는 쪽으로 생각이 변했다.

Q. 무엇 때문에 회의가 생겼나?
장재인 : 이별 때문에 그랬다. 이별을 하고 나서 ‘감정이란 건 어디서든 흘러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정리되기까지의 과정이었다. 모두들 겪는 과정인 것 같다.

Q. 흐름을 수용하게 된 계기가 된 경험이 있나?
장재인 : 발병이 가장 그랬다. 연애, 사랑, 이별 등을 경험하면서 성장하기도 했고. 연예인으로 활동한 5~6년 동안에도 많은 것들이 변했다.

Q. 실제로 나이를 더 먹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가사에서도 성숙함이 느껴진다.
장재인 : 지금도 성장 중인 것 같다. 많은 부분에서 유연해졌다. ‘케세라세라(될 대로 돼라)’같은 자세가 생겼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흐름이 이런 거지. 결국 이렇게 될 일들은 이렇게 되는 거지’ 생각한다. (Q. 거의 해탈의 수준인데?) 맞다. 해탈이 생기는 것 같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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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나의 위성’ 가사를 보면 애증도 느껴지는 것 같다. 실제 경험인가?
장재인 : 경험이 뒷받침됐다. 영원은 없는 건가라는 생각에서 써두었던 글을 토대로 가사를 완성했다. 이별의 단계 중에서 수용 전에 분노의 단계가 있다. 그 단계에 있을 때 쓴 곡이다. 나는 정확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함이 있다. 사랑을 받는 것 혹은 관계에 집중을 하게 되면 그 불안함이 커진다. 오히려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 삶에 집중하면 담담해진다. 그걸 배우는 과정에서 쓴 곡이다. 분노도 하고 불안함도 느끼면서.

Q. 글을 자주 쓰나?
장재인 : 자주 쓰는 편이다. 주로 생각이 나올 때 쓴다. 안 쓸 때는 정말 안 쓰기도 한다. 2013~2014년 동안에는 글을 정말 많이 썼다. 하루 종일 글을 쓰기도 하고 쓰다가 밤을 새기도 했다. 여러 가지 경험과 감정들을 풀어낼 곳이 필요했고 글을 쓰는 방법을 택했다.

Q. 타이틀곡 ‘밥을 먹어요’는 가사가 상당히 도발적이다.
장재인 :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썼는데 다들 엉큼하게 해석하더라. 하하하.

Q. ‘이렇게 아름다운 멜로디에 이런 야한 가사가?’라고 생각했다.
장재인 : 그런 재미를 좋아한다. 날이 서 있고 날카로움이 살아있는 가사가 좋다. 멜로디는 영화 OST 같은 아름다운 곡인데 가사를 읽어보면 재밌는 상황이 그려진다. 곡을 듣는 묘미가 될 것이다.

Q. 듣다보면 작곡가 윤종신의 목소리가 저절로 상상된다.
장재인 :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런 스타일이야말로 윤종신 피디님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색깔인 것 같다. 비슷한 느낌으로 ‘환생’(1996)이나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의 OST ‘우리 이제 연인인가요'(2003), ‘고백을 앞두고’(2004)와 같은 곡들이 있다. 윤종신 피디님이 가진 최고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스타일로 써주셨다.

Q. 녹음하면서 윤종신이 요구한 사항이 있나?
장재인 : 발음을 정확히 하지 말라더라. (Q. 윤종신이?) 나도 놀랐다. 사실 윤종신 피디님의 디렉팅이니까 녹음할 때 발음에 더 신경을 써가며 불렀다. 그런데 흘리듯이 발음을 날리라고 하시더라.

Q. 이번 앨범에는 작곡에 참여를 안 했다.
장재인 : 좋은 곡들을 많이 받아서 그렇게 됐다.

Q.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로 데뷔하기도 했고 첫 앨범은 모두 자작곡이었다. 곡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나?
장재인 : 데뷔할 때부터 곡을 받는 것에는 열려있었다. 그 당시에는 송라이터라는 걸 부각하기 위해 첫 앨범은 모두 자작곡으로 진행됐던 부분이 있었는데 다음 싱글부터는 김형석 작곡가님이나 러브홀릭 강현민 작곡가님 등 다른 분들의 곡을 많이 받았다. 이번에도 재밌게 작업했다. 작사도 맡겨볼까 했는데 감사하게도 윤종신 피디님이 나를 높게 평가해주시고 맡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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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스틱의 베테랑 뮤지션들과 작업했다. 배운 점도 많았겠다.
장재인 : 그렇다. 너무 많이 배웠다. 음악적인 연륜은 못 따라갈 것 같다. 그 분들의 경험치나 연륜이 말 한마디, 진행 방식 하나에서도 다 느껴진다. 작업을 하다 보면 진짜 겸허해진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있어서 그랬나?
장재인 : 톤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 목소리 톤 뿐 아니라 악기 톤에도 굉장히 섬세하시다. 이번에 기타 톤을 만드는데 고심을 많이 하시더라. 심지어 앨범 녹음을 위해 일본에서 빈티지악기를 사 올 정도였다. 믹싱이나 마스터링 과정에서도 한 번만 듣고서 톤을 캐치하신다. ‘이 부분은 이런 톤으로 가자’ ‘보컬은 더 드라이하게 가자’는 등. 거기에서 엄청 감탄했다. 어마어마했다.

Q. 소속사 수장 윤종신을 비롯해서 호원대 교수인 정원영, 작곡가 김형석까지 장재인은 스승이 많다. 각각 스타일이 다를 것 같다.
장재인 : 생김새에서 성격이 나오는 것 같다. 윤종신 피디님 남자다운 부분이 있다. 마초 같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또 속은 여리시다. 김형석 작곡가님은 아름다운 멜로디를 쓰는 만큼 굉장히 똑똑하고 섬세하시다. 정원영 교수님은 여리고 섬세하신데 강단도 있다. 책임감도 있고 정직하시다. 다들 반대적인 성향을 가지고 계시다.

Q. 조언도 많이 해주나?
장재인 : 아픈 동안 정원영 교수님이 많이 챙겨주셨다. 내가 감정적으로 힘들어 한다는 걸 눈치 채고 지나가는 말처럼 조언을 던져주신다. 그런데 그 조언을 엄청 현명하게 하신다. 예를 들어 어느 날 문득 “나는 너무 바빠. 요즘 유튜브로 70년대 음악 다큐멘터리를 보거든. 그런 것에서 감동을 받고 그것만 보게 된다. 볼 게 너무 많아”라고 얘기를 하시더라. 그게 나한테 던지는 충고인 것이다. 그게 한 달 쯤 지난 뒤에 다가온다. ‘이 사람이 나한테 하나에 메어있지 말고 공부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거였구나’하고.

Q. 조규찬이 이번 앨범 코러스에 참여했다. 어떤 인연으로 성사됐나?
장재인 : 앨범 작업 중에 윤종신 피디님과의 연으로 연결됐다. 정말 갑작스럽게 녹음 스케줄이 잡혔는데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엄청 팬이었는데 진짜 행복했다. 코러스 녹음 하실 때도 옆에서 지켜봤는데 감탄의 연속이다. 다들 입 벌리고 봤다. 무척 정확해서 컴퓨터 같으시다.

Q. 조규찬과 듀엣을 하거나 곡을 받아도 좋겠다.
장재인 : 듀엣을 하기는 내가 좀 송구스럽다. 곡을 받으면 영광이다. 다음번에 얘기가 될 것도 같다. 교류가 좀 더 생기지 않을까?

Q. 조규찬 말고도 작업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나?
장재인 : 조정치와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앨범에서 이루어 졌다. 그 분의 편곡을 받아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해주셨다.

Q. 조정치의 어떤 면에 반했나?
장재인 : 사람을 볼 때 느낌과 인상을 중요시한다. ‘홍진경의 가요광장’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조정치를 처음 봤다. 당시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를 불렀는데, 그냥 지나가는 식으로 부르는데도 소울이 넘치더라. 나랑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가 2011년인가 2012년도로 미스틱89에 들어가기 전이었는데, 그 때부터 이미 조정치와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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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달엔 ‘미스틱 오픈런’ 무대에도 올랐다. 오랜만의 공연이었는데 어땠나?
장재인 : 재밌었다. 공연을 하면서 내가 가수 체질, 무대 체질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무대를 해야 사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Q. 그런데 투병 중엔 강제적으로 일을 쉬어야했으니까, 심적으로 힘들었겠다.
장재인 : 아무래도 좀 (힘들었다). 그냥 나는 일이 너무 좋다.

Q. 그래도 성장의 계기가 됐을 것 같은데?
장재인 : 어른스러운 면이 생긴 것 같다. 아직도 철없는 부분이 있지만 어떤 게 더 정확한 배려인지 알게 된 것 같다. 예전부터 다른 사람을 챙기려고 하는 편인데 이제는 선이 보인다. 과도하게 배려하는 것 말고 적정한 수준, 이를 테면 어느 정도까지 내 마음을 표현하고 존중의 의사를 밝혀야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 같다. 때로는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게 배려가 될 수도 있고.

Q. 일할 때 더 업(UP)되는 스타일인가?
장재인 : 에너지가 많은 것 같다. 오히려 일을 안 하면 멍해진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개발도 하려고 하는데 결국 그것도 일과 관련된 것들로 연결되더라. 체력관리나 운동, 스트레칭도 그렇고 책이나 영화도 결국 음악 때문에 보게 된다. 내가 목표지향적인 스타일인 것 같다.

Q. 책과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나?
장재인 : 머릿속에 생각이 많으면 문장으로 나타내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책이나 영화를 보면 ‘내가 생각하고 느낀 게 저 얘기지’라고 알게 될 때가 많다. 작가나 배우, 감독들이 풀어내는 걸 훨씬 잘 하니까 도움을 받는다.

Q. 언젠가는 장재인이 후배들에게 뮤즈가 될 수도 있겠다.
장재인 :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 너무 좋겠다.

Q. 이번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장재인 : 일단 음악 방송이 잡혀있다.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를 마쳤고 라디오 프로그램과 여러 무대를 통해 인사드릴 것이다. 아마 방송 활동이 마무리되면 공연 위주로 하게될 것 같다.

Q. 이번 앨범에 ‘미스틱 이적 후 첫 앨범’ ‘투병 후 재기’ 등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장재인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앨범인가?
장재인 : 복귀와 시작. 또 여자로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줄 계기가 될 것 같다. 사실 건강이 안 좋아서 음악을 그만두려고도 했었다. 그런데 꾸준히 관리하니까 체력이 올라오더라. 그래서 요즘 생각으로는 복귀가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미스틱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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