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최보란 기자]
채시라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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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생 30년, 채시라에게서 우리는 아직도 새로운 모습을 본다. 불법도박장에서 열을 올리고, 경찰에 쫓겨 바닥을 구르고, 화장이 번진채 포효하던 채시라의 모습은 드라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이 총집합한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도 채시라는 누구보다 강렬했다.

몸을 사리지 않고, 망가짐을 불사한 연기만이 아니었다. 때론 철없는 딸로, 때론 용감한 엄마로, 때로 되바라진 제자로, 때론 진심 가득한 선생님으로. ‘착하지 않은 여자들’ 속 인물들을 통틀어 가장 뜨겁고 변화무쌍했던 현숙을 채시라가 아니라면 과연 누가 소화해냈을까. 채시라의 대체불가한 내공과 연륜이 다시 입증된 시간이었다.

Q. 드라마가 연장 하기를 기대했다고 하던데.

채시라 : 아직 끝난 것 같지 않고 25부가 나올 것만 같다. 출연진들 모두 내심 기대한 것 같다. 24부에 전부 담아 내긴 쉽지 않았다. 할 얘기는 무궁무진한데 1~2회 분량이 추가됐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 마리(이하나) 이야기를 조금 더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약간의 여운을 남기고 떠난 것은 괜찮은 것 같다.

Q. 실제로 시즌2 가능성이 있을까.

채시라 : 배우들도 농담 삼아 시즌2 얘기를 하고 그랬다. 작가님의 마음에도 조금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장모란 여사(장미희)가 살아서 돌아오지 않았나 싶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시즌2 제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Q. 수목극 1위였지만 시청률이 끝내 15%를 넘지 못했다.

채시라 : 솔직히 시청률 부분에서는 아쉽다. 충분히 그 이상 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수목 시간대가 힘든 시간대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요즘 15%는 옛전 24%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 날씨도 좋고 약속도 많았을 시기에 12% 넘긴 것만으로 대단하다고 본다.

Q.’착하지 않은 여자들’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채시라 : 제목이 ‘착한 여자들’이었다면 보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았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라는 제목이 호기심을 유발해서 좋았다. 사람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늘 그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산다. 그런 뜻에서 그저 ‘보통의 사람들’, ‘보통의 여자들’이라는 의미를 담지 않았을까. 착하지 않게 보였던 사람들이 화해 용서 치유되면서 착한 사람이 되가는 느낌을 준 것 같다.
채시라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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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숙과 비슷한 사연의 시청자들이 많이 응원해줬다고 들었다.

채시라 : 저도 감독님께 전해들었는데 수산시장에서 촬영하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자신도 실제 억울하게 퇴학당했다고 잘 보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 실제로 그런 일이 있구나 싶었다. 그 분들한테는 위로도 될 수 있고, 응어리가 해소 되는 드라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했는데.

채시라 : 같이 연기하고 싶은 선배님들, 배우들과 만나게 돼 기대감이 있었다. 이순재 선생님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어 편안함이 있었고, 김혜자 성생님, 장미희 선배님 두 분 뵀을 때도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시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 제가 선배님들과 후배들 사이에서 이끌어야하는 중간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대사 와 호흡을 맞추는 과정 자체가 큰 배움이었다.

Q. 현숙이 엄마와 딸로서 두 역할을 모두 소화해야 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채시라 : 현숙이 엄마이자 딸로서 중간에 있는 입장이었기에 사이에서 조절을 잘 해야 했다. 김혜자 선생님은 실제 엄마같은 그런 느낌이다. 입에서 엄마라고 저절로 나온다. 선생님께도 얘기했지만, 제 친엄마하고 비슷한 느낌이시다. 하나 같은 경우도 실제 딸이랑 키가 비슷해서 진짜 딸 같은 느낌이 났다. 안았을 때도 사이즈가 비슷해서인지(웃음) 괴리감이 없어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Q. 예상은 깨는 전개가 많아서 배우들도 대본이 기다려졌을 것 같다.

채시라 : 김혜자 선생님과 장미희 선배님도 ‘정말 기발하지 않아?’ 그렇게 감탄하신 부분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다.

Q. 그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채시라 : 아무래도 제가 연기한 장면들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데, ‘야 이 악마의 자식들아’라고 했던 장면과 장땡 했을 때 통쾌한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그건 정말 ‘세상에 저렇게 통쾌할 수 있을까’ 싶게 시원함을 보여준 것 같았다. 보는 사람도 웃음이 났을 것 같다.
채시라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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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숙은 극중 모든 배역과 갈등 관계로 얽혀 있는 인물. 에너지 소모가 컸겠다.

채시라 : 우리 드라마에서는 절대 선도 없고 절대 악도 없었다. 드라마 자체도 그랬던 것 같다. 그 중에서 그래도 악역이었던 나말년과 박총무가 모두 현숙과 갈등 관계가 있었다. 두진이(김지석)도 ‘현숙이가 불쌍하다’고 하고, 엄마(김혜자)도 ‘네가 애썼다’고 해주시더라. 그 정도로 고군분투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에너지를 뺏겼다기 보다 오히려 중간 부분에 더 많이 사건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조금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Q. 현숙은 남다른 여학생이었는데 채시라의 학창시절은 어땠는지?

채시라 : 평범했다. 별 말썽 안 부리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도 큰 갈등 없었고. 현숙이와는 아주 극과 극이다. 그냥 평범해서 예쁨 받는 그런 아이였다. 현숙이는 튀는 개성을 어찌할 줄 모르는 아이였다. 요즘은 그런 애들이 더 잘 되는 것 같다. 아마 아이돌이라던지, 크게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Q. 지금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자녀들에게 강조하는 덕목은?

채시라 : 늘 아이들에게 후회하지 않도록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얘기를 한다. 현재에 집중하라는 얘기, 남을 배려하라는 얘기. 그런 얘기는 아무리 말로 해도 쉽게 바뀌는 건 아니다. 그래도 많이 듣다보면 결국 하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자주 말하는 편이다.

Q. 차기작 계획은?

채시라 :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2년 3개월 만에 선택한 현대물인데 결말이 잘 나았다. 다음에도 현대물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영화로는 사극을 보여드린 적이 없으니까 사극 영화도 좋을 것 같다. 외국 영화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면, 국위선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신개념의 퓨전이나 새로운 장르도 좋을 것 같다.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더라.

Q. 멜로는 어떨지. 남편(김태욱)이 반대할까.

채시라 : 멜로 작품을 한다고 남편이 싫어하고 그런 것은 없다. 얼마든지 하라고 한다. 속으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하하. 전혀 반대하고 그러지 않는다.

Q. 요즘 연상연하가 대세인데, 혹시 눈여겨 보시는 남자 후배 연기자가 있다면.

채시라 : 같은 작품에 출연한 송재림씨도 참 좋았고, 개인적으로 김수현 같은 친구도 눈길을 끈다. 배우로 봤을 때 매력있고 연기도 잘하고. 우리 아이들도 많이 좋아한다.
채시라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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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바로 다음 작품을 할 계획인지.

채시라 : 사실 연극 섭외가 왔는데 아이들 때문에 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 촬영하느라 보낸 4개월이라는 시간이 초등학교 2학년에게는 좀 길었다. 만약 지금 일과 가정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가정을 선택하지 않을까.

Q. 엄마이기에, 아무래도 아이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다.

채시라 : 그렇다. 지난해, 그러니까 큰애가 중학교 올라가는 6학년이고 둘째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들어가는 시점에는 엄마가 곁에 있어 줘야할 것 같아서 작품 활동을 안 했다. 내년쯤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만나게 됐다.

Q. 연기자라서 아이들의 학교 활동 등에는 참여하기 힘들겠다.

채시라 : 학부모들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학교에서 봉사를 해야 하는데 저는 책을 좋아해서 도서관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책정리도 하고, 책을 빌릴 수 있으면 빌려서 읽기도 한다. 봉사를 하면 4권 정도 빌릴 수 있는데 참 좋다. 둘째는가끔 ‘엄마 녹색 어머니(어린이 교통안전지도) 하면 안되냐’고 묻기도 한다.

Q. 아이들이 엄마가 유명한 배우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까.

채시라 : 둘째는 빨라서 그런지 알더라. 문득 ‘난 엄마가 자랑스러워. 엄마는 유명하잖아’라고 말해서 놀라기도 한다.

Q. 첫째는 중 2인데, 한창 사춘기를 겪을 나이다.

채시라 : 아직 사춘기라고 큰 갈등은 없다. 일반적인 중2 보다는 그런 사춘기 징후가 약하다. 그렇게 키워서 인지 천성인지, 뭔가를 도가 넘게 하는 것은 못 한다. 얌전하고 착한 편이다.

Q. 연기가 힘든가, 육아가 힘든가.

채시라 : 주말에 아이들을 보고 친정 아빠를 만났는데 ‘너 어제 얼굴하고 오늘 얼굴하고 다르다’고 하더라.(웃음) 아이들 하루보니까 애들한테 기를 다 뺏긴다. 아이들하고는 직접 부딪혀야하고.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해야 된다. 그게 보통 일이 아니다. 아이들을 챙기다보면 나 자신에게 신경을 안 쓰게 되는 것 같다. 나와 아이들 사이에서 중립을 잘 조절하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다.

Q. 연기 인생 30년, 굳건히 버티고 있는 비결이 있다면?

채시라 : 조급해 하지 않는 것이 비결이라 비결 아닐까. 작품을 안 하고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그 상황에 충실하고자 하고, 현장에 있을 때는 가정은 잊고 연기에만 몰두한다. 매 상황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 한다. 내가 처해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모든 것에 연관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어떤 상황에 있던지 열심히 하는 것이 결국은 결과로 나온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최보란 기자 ran@
사진. 구혜정 ph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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