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김창민 총괄피디(왼쪽), 클로버 E&I 전지영 영상팀장.
레진코믹스 김창민 총괄피디(왼쪽), 클로버 E&I 전지영 영상팀장.
레진코믹스 김창민 총괄피디(왼쪽), 클로버 E&I 전지영 영상팀장.

[텐아시아=황성운 기자] 지난해 열풍을 일으킨 ‘미생’을 비롯해 ‘냄새를 보는 소녀’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끼’ 등은 웹툰 원작이란 공통점을 지녔다. 이 외에도 수많은 웹툰이 영화 또는 드라마로 대중을 만났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웹툰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를 무한 공급하는, 꼭 필요한 존재다.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레진코믹스 화제의 웹툰 ‘나인틴’도 ‘나인틴:쉿! 상상금지!’라는 이름으로 영상화돼 지난 20일부터 대중을 만나고 있다. 웹툰 ‘나인틴’ 각각의 에피소드가 10분 분량의 영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전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접근 방식을 택했다. TV나 스크린이 아닌 온라인 및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그렇다고 무료로 즐기는 웹드라마와 달리 돈을 내는 유료콘텐츠다. 이를 ‘스마트핑거무비’라고 이름 붙였다.

국내에선 첫 시도다. 그리고 유의미한 성과를 올리는 중이다. 20일 공개 직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실시간 영화 종합 검색어 1위, 네이버 영화종합 일간 검색어 2위 등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 같은 시도를 이끈 곳은 원작 웹툰을 연재한 레진코믹스와 이를 영상화한 클로버 E&I(이앤아이)다. 텐아시아는 레진코믹스의 김창민 총괄피디와 클로버 E&I(이앤아이)의 전지영 영상팀장을 만나 ‘웹툰, 그리고 스마트핑거무비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먼저 레진코믹스 소개를 부탁한다.
김창민 총괄피디(이하 김창민) : 성인이 보는 웹툰 사이트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포털사이트 웹툰의 주 타깃이 10~20대라면, 레진코믹스는 20~30대가 타깃이다. 그리고 ‘19금 장르’는 눈에 띄는 부분이라 오해하는데 전체 연재 작품 수가 250편 정도다. 연재 작품 수로는 국내 1위다. 그중 ‘19금’은 30% 이하고, 에로 장르는 그중에서도 30% 이하다. 또 보면 알겠지만, 이현세 등 과거 유명했던 작가들이 연재하는 장소다. 어렸을 때 재밌게 봤던 만화는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런 서비스를 하는 데가 없더라.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다.

Q. 이번에 웹툰 ‘나인틴’이 영상화됐다. 그리고 앞으로도 레진코믹스 웹툰이 꾸준히 영상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설명해 달라.
김창민 : 레진코믹스가 만화 서비스 매체이기도 하지만, 큰 의미로 레진엔터테인먼트다. 트랜스미디어란 단어를 쓰는데, (영상화할 수 있는) 원작으로서의 가능성을 크게 염두에 두고 있다. 그게 가능한 원작을 많이 만들자는 각오다. 다만 내부 프로덕션이 없다 보니 공동제작 방식을 논의하다 이번에 첫 물꼬를 트게 됐다.

전지영 영상팀장(이하 전지영) : 영화사 입장에서는 원작에 목말라 있고, 네이버 다음 등에 연재되는 웹툰을 항상 보고 있다. 그런 와중에 레진코믹스와 인연이 있었고, 포털에 없는 작품도 보였다. 남들처럼 똑같은 방법이 아닌 다르게 해보고 싶었는데, 재밌는 웹툰이 많아 눈독을 들였다. 계약이 몇 편 돼 있다. 이 원작으로 시장성, 대중성 있게 잘 만들어서 세일즈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은데 ‘나인틴’이 첫 시도라고 보면 된다.

Q. 첫 시도인 만큼 첫 작품을 어떤 것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19금 에로인 ‘나인틴’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자칫 이게 선입견과 올가미가 될 수도 있을 텐데.
김창민 : ‘나인틴’은 기존 만화시장에서 볼 수 없는 스마트한 콘텐츠다. 그렇지 않았다면 서비스할 생각을 안 했을 거다. 또 반응이 좋았고, 매출도 높았다. 그리고 레진코믹스만 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무엇보다 기기 발달에 맞게 콘텐츠 확장을 하고 싶었고, 이를 통해 만화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클로버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일반적인 제작사에서 ‘나인틴’을 하자고 했으면 정신 나갔다고 했을 거다. 그런 부분에서 맞아 떨어졌다. 중요한 건 어떤 틀에 갇히는 게 아니라 편하게 볼 수 있게 하자는 게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나인틴’은 영상을 진행하는 첫 단추로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전지영 : 처음 대표님이 ‘나인틴’을 하자고 해서 깜짝 놀랐다. ‘이거요?’ 처음 반응은 이랬다. 그런데 생각하다 보니 이만한 작품이 없는 거다. 클로버에서 웹드라마 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웹드라마가 생각보다 힘들다. 저예산으로 만들지만, 대부분 무료다 보니 수익구조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웹드라마에 대한 니즈(needs)는 있고. 그래서 모바일에서 쉽게 볼 수 있고, 기존에 없었던 것을 해보자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나인틴’을 보니 말 그대로 ‘딱’인 거다. 그리고 하면서는 공부 많이 했다. 잘 만든 사람도 없고, 제대로 유통해본 사람도 없고, 수익을 어떻게 창출할지도 모르겠고. 또 ‘나인틴’이 대중적인 화제를 모으긴 했는데, 이걸 어떻게 옮길지 도전의 의미도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예산도 더 커지고, 조금 더 상업적으로 갈 작품들도 준비 중이다.

레진코믹스 김창민 총괄피디.
레진코믹스 김창민 총괄피디.
레진코믹스 김창민 총괄피디.

Q. ‘나인틴’ 영상은 만족하나.
김창민 :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콘텐츠를 만드는 자세인데, 기존 웹드라마와 다른 제작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또 클로버 측이 영리하게 작품 선택했다고 보는 게 웹드라마가 나오고 있지만, 수익 구조에서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시장 확대가 어렵다. 그런 점에서 유료 매출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않을까 싶다.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또 ‘나인틴’을 예술성 있게 만들자는 건 아니었다. 힘 빼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 그런 의도로서는 기대치에 맞게 나왔다고 본다.

전지영 : 레진코믹스의 유명한 작품들을 또 준비하고 있다. 그런 건 조금 더 높은 완성도가 될 것이다.

Q. 웹툰을 영상화하는 과정에 있어 서로의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첫 시도에서 오는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다.
전지영 : 영상 제작에 대해서는 맡겨 둔 편이었다. 당연히 고민은 많이 했다. ‘나인틴’을 하면서 느낀 게 있다. 드라마처럼 흐름이 진행되지도 않고, 영화 제작했던 방식으로 해도 재미가 없다는 거다. 그래서 편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단지 예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런 시행착오가 있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처음부터 고 퀄리티를 만들자는 것보다 재밌게 하자는 게 목표였다. 언론이나 평론하시는 분들의 수준에는 못 미칠 수는 있다. 다만 원작을 믿었고, 반향이 있을 것 같았다. 이걸 기준으로 발전해 나가려고 한다. 매출이 모든 것을 설명하진 않겠지만, 유료 콘텐츠이기 때문에 돈을 내는 사람한테 욕먹진 말자는 생각이 있었다.

Q. 온라인 및 모바일을 통해 손쉽게 즐기기 위해서는 적당한 분량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영화관에서 가서 보는 것처럼 온 정신을 집중해서는 보는 형식과는 다른 형태니까.
김창민 : 원작 자체가 그렇게 설계돼 있다. 각각 에피소드 형식이다. 서로 연결되는 게 아니다. 원작 설계와 분량이 맞게 나온 것 같다. 쉽게 볼 수 있고, 시간 되면 두 편 보고.

전지영 : 플랫폼 담당자 등과 이야기도 해보고, 여러 매출 결과도 받아봤다. 그 결과, 끊겨야 한다. 웹드라마는 연결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 회가 끝날 때 다음 회의 예고 영상이 들어가기도 한다. 근데 유료로 할 생각이라면, 드라마처럼 연결되면 안 된다는 거였다. 그래서 하나의 에피소드가 완결성이 있어야 하고, 시간도 짧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바로 끊어 버린다. 그래서 10분 정도 기획한 거다. 요즘은 5분 정도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뽀로로’가 그 정도 분량이라 열심히 참고하고 있다. (웃음) 콘텐츠, 기기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분량에 대한 의견은 대부분 일치하는 것 같다.


클로버 E&I 전지영 영상팀장.
클로버 E&I 전지영 영상팀장.
클로버 E&I 전지영 영상팀장.

Q. 웹툰은 웹툰이고, 영상은 영상이다. 웹툰 그대로를 영상으로는 옮길 수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결국 웹툰과 영상, 그 타깃층도 달라질 수 있다.
김창민 : 원작의 힘은 곧 ‘팬덤’이다. 그런데 그 팬덤만을 위한다기보다는 그 플러스알파로 그 외의 사람도 수용해야 한다. 여성이나 안 봤던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는 부분을 위해서는 유쾌한 부분도 들어가야 한다. 텍스트로 보던 게 영상으로 움직이네, 여기에서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싶다.

전지영 : 일반적으로 웹드라마는 여성이 많이 본다. 여성 비율이 70% 정도 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원작 팬층과 똑같이 가긴 어려웠다. 원작 팬을 흡수하면서 여성 타깃을 노린 게 있다. 여성이 봤을 때 비호감일 수 있겠다는 건 덜어내고, 뺀 것도 있다. 수위가 못 미치니까 실망할 수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은 재밌게 볼 수 있다.

김창민 : 똑같이 옮긴다는 개념보다는 해석해서 옮기느냐가 중요하다.

전지영 : 일부 장면은 할 수 없는 거였다. (웃음)

Q. ‘나인틴’이 웹툰과 달리 시트콤 같은 느낌이 들게 한 것도 그런 이유인가.
전지영 : 원작처럼 만들 수 없었다. 수위도 세고. 그 어떤 배우가 해도 원작의 느낌은 나지 않을 거다. 그리고 (원작은) 남자들이 봤을 때 좋은 그림인 것 같다. (웃음)

김창민 : 그렇죠. 하하.

전지영 : 현실적인 여자인데 엄청나게 이상적인 느낌이고. 어떤 여배우가 해도 못 미칠 것 같았다. 또 그림과 영상은 어차피 다르기도 하고. 그래서 영상에는 코믹적인 요소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성인물처럼 되니까. 그럼 굳이 ‘나인틴’을 보지 않아도 쉽게 접할 수 있다.

Q. ‘나인틴’ 한 편으로 국한하지 말고, 웹툰의 영상화라는 큰 맥락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말해 달라.
김창민 : 기획개발 중인 상업영화 두 편이 있다. 또 ‘먹는 존재’라는 웹툰은 ‘나인틴’과 유사한 형태로 영상화를 준비하고 있다. ‘먹는 존재’는 성인 콘텐츠가 아님에도 인기가 높고, ‘나인틴’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2013년 한국 만화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그래서 ‘나인틴’ 레퍼런스가 중요했다. 원작을 활용한 영상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패 경험을 줄이는 게 필요하니까.


클로버 E&I 전지영 영상팀장(왼쪽), 레진코믹스 김창민 총괄피디.
클로버 E&I 전지영 영상팀장(왼쪽), 레진코믹스 김창민 총괄피디.
클로버 E&I 전지영 영상팀장(왼쪽), 레진코믹스 김창민 총괄피디.

Q. 스마트핑거무비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는데, 이런 형태의 영상화 작업도 계속되는 것인가.
김창민 : ‘나인틴’ 시즌2가 나올 수도 있고. 앞서 말한 ‘먹는 존재’도 그런 개념에서 진행하고 있다. 물론 반응을 보고 기획 방향이 바뀔 수는 있다. 제작 방식, 서비스 방식 등은 없는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도전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중요한 건 다양한 원작들이 있으므로 지속해서 생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바람은 웰메이드로 올라가는 거다.

전지영 : 우리도 계속하려고 한다. 이런 기획 시리즈를 잘 만드는 회사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나인틴’을 시작으로 레진코믹스에서도 원작을 찾고, 또 레진코믹스에 역제안을 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창민 : 웹툰이 기획개발로서는 최적화된 도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규모 면에서 제작하기 모호하거나, 조금 더 기획개발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먼저 웹툰으로 개발하면, 인지도나 팬덤을 형성할 수 있다. 만화는 제작비가 들어가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리고 그 자체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그래서 클로버 측의 말대로 역제안도 가능하다.


Q. 앞으로 ‘스마트핑거무비’ 시장 확대 가능성을 어떻게 내다보고 있나.
전지영 : 더 커질 것 같다. 아직 잘하는 사람이 없다. 빨리 잘하는 플레이어가 되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김창민 : 레진코믹스가 모바일 혜택을 받은 업체기도 하다. 유저의 편의성 부분, 보는 것이든 결제든, 수혜를 본 건 분명하다. 그리고 예전처럼 큰 스크린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을 것 같다. ‘나인틴’이 성공한다면 여러 기획이 생길 거다. 그래서 성공사례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면 자본이 자연스럽게 몰리지 않을까. 더 나아가 기존 상업영화에 투입됐던 좋은 스태프들도 스마트핑거무비에 투입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퀄리티는 더 높아질 거다. 앞서 말했지만, 원작 기획할 때 처음부터 영상화 등 확장을 염두에 둔다. ‘원소스멀티유즈’가 한때 유행이었는데, 그건 올드 미디어에서 가능했다. 지금은 각각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을 알맞게 조리해서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만화의 스핀오프나 프리퀄 영상이 나올 수 있는 거고, 영상화도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전지영 : 우리 역시 그렇게 보고 있다. 접근하기도 쉽고, 빠져나가기도 좋다. 또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하다. 중요한 건 누가 잘하느냐다.

김창민 : 결국 재밌는 콘텐츠다. ‘나인틴’ ‘먹는 존재’는 검증된 콘텐츠다. 원작의 재미를 포인트로 뒀기 때문에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원초적인 재미만 있다면 2시간도 볼 것 같다.

황성운 기자 jabongdo@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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