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J.J. 에이브럼스가 ‘떡밥의 제왕’이라면, 마블 스튜디오는 ‘떡밥의 제국’이라 할만하다. 마블은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2’ ‘퍼스트 어벤져’ ‘토르: 천둥의 신’을 차근차근 내보내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관련 ‘떡밥’을 투척해댔다. 차기 작품들에 대한 단서를 ‘헨젤과 그레텔’의 빵가루처럼 흘려대는 마블의 전략은 실로 대단했다. 특히 각 영화들이 장착한 쿠키영상(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난 뒤 나오는 부가영상)에서는 달콤한 악마의 맛이 났으니, 영화광들로 하여금 오매불망 마블의 차기작을 기다리게 하는 중독성이 있었다. 낚이면 더욱 즐거운, 마블 영화들 속 떡밥과 쿠키영상들을 총정리 해봤다.(*1년전 기사를 ‘어벤져스2′ 개봉에 맞춰 보완했습니다)

1. ‘아이언맨’(2008)

마블의 ‘떡밥’은 ‘아이언맨’ 쿠키영상에서 시작된다
마블의 ‘떡밥’은 ‘아이언맨’ 쿠키영상에서 시작된다
마블의 ‘떡밥’은 ‘아이언맨’ 쿠키영상에서 시작된다

쿠키영상: 그러니까, 최초의 떡밥은 ‘아이언맨’에서 시작됐다. “내가 아이언맨이다!”라고 폭탄선언을 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린…줄 알았던 ‘아이언맨’은 그러나 엔딩 크레딧 후 쿠키영상을 내보내며 상영관을 빠져나가던 관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쿠키영상이 시작되면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나타나 토니 스타크에게 말한다. “세상에 슈퍼히어로가 자네 하나라고 생각하나? 자네는 지금 막 더 큰 세상의 일부분이 된 것일 뿐이네. 아직 그걸 모르고 있을 뿐”. 깜짝 등장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이는 다름 아닌 쉴드의 국장 닉 퓨리(사무엘 L.잭슨). 이 장면은 닉 퓨리가 어벤져스의 멤버로 아이언맨을 영입하기 위해 등장한 것임을 암시하며 ‘어벤져스’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2. ‘인크레더블 헐크’(2008)

‘인크레더블 헐크’의 쿠키영상
‘인크레더블 헐크’의 쿠키영상
‘인크레더블 헐크’의 쿠키영상

쿠키영상: 마블이 각 영화마다 다음 작품에 대한 복선 또는 지난 영화와의 연관성을 품고 있음을 명확하게 알린 것은 ‘인크레더블 헐크’에 이르러서다. ‘인크레더블 헐크’ 쿠키영상의 주인공은 다른 아닌 토니 스타크. 헐크를 탄생시킨 썬더볼트(윌리엄 허트) 장군을 찾아간 토니 스타크는 브루스 배너(헐크)를 놓친 것에 대해 위로하는 척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늘 슈퍼솔저 프로그램이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장군, 내 말을 들어봐요. 우리 팀을 만듭시다!” 토니 스타크가 의미심장하게 제안한 ‘팀’은 예상했겠지만 ‘어벤져스’다.

알아둡시다! 슈퍼솔저 프로그램: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특수부대 소속의 에스카인(스탠리 투치) 박사는 슈퍼솔저 프로그램을 통해 신체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혈청을 개발한다. 빈약한 몸을 가졌던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가 캡틴 아메리카로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혈청 덕분. 하지만 이 슈퍼솔저 프로젝트는 미완성이었으니, 혈청의 부작용으로 탄생한 히어로가 바로 헐크다. ‘퍼스트 에번저’의 나치 장교 요한 슈미트(휴고 위빙) 역시 이 슈퍼솔저 프로그램의 실패로 빨간 벼만 남은 악당 ‘레드 스컬’이 되고 만다.

3. ‘아이언맨2’(2010)


‘인크레더블 헐크’의 쿠키영상
‘인크레더블 헐크’의 쿠키영상
‘인크레더블 헐크’의 쿠키영상

쿠키영상: 10여분의 엔딩 자막이 흐르면, 비밀 임무를 위해 뉴멕시코로 향하는 쉴드의 콜슨 요원(클락 그렉)이 모습을 드러낸다. 뉴멕시코에서 무언가의 흔적을 발견한 콜슨 요원이 “국장님 (아마도, 닉 퓨리) 찾았습니다!”라고 통화하는 모습 뒤로 그가 찾아낸 장소 한가운데에 박혀있는 망치가 클로즈업된다. 이 망치는 바로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의 절대무기인 묠니르. 이는 ‘토르: 천둥의 신’을 예고하는 동시에 ‘어벤져스’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또 하나의 떡밥: ‘아이언맨2’에는 토르의 망치 뿐 아니라,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도 깜짝 등장한다. 영화 중간 콜슨 요원이 토니 스타크에게 미완성의 캡틴 아메리카 방패를 보여주며 “이게 뭔지 아느냐”고 묻는 장면에 등장하는데, 이 방패는 토니 스타크가 만드는 원자가속기의 받침대로 사용된다. 물론 이는 ‘어벤저스’를 위한 포석 중 하나였다.

4. ‘토르: 천둥의 신’(2011)

로키의 건재와 큐브의 행방을 알리는 쿠키영상+호크아이 깜짝 등장
로키의 건재와 큐브의 행방을 알리는 쿠키영상+호크아이 깜짝 등장
로키의 건재와 큐브의 행방을 알리는 쿠키영상+호크아이 깜짝 등장

쿠키영상: 에릭 박사에게 닉 퓨리는 거대 에너지 덩어리인 큐브를 보여준다. “그게 뭐냐?”고 묻는 에릭 박사의 질문에 닉 퓨리는 ‘파워(power)’라고 답하는데, 이때 에릭 박사가 사실은 (죽은 줄 알았던) 로키(톰 히들스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큐브가 로키의 손에 들어가게 된 통로가 설명된다.

알아둡시다! 큐브: 훗날 ‘어벤져스’에서 로키는 이 큐브를 미끼로 외계 용병부대 치타우리 종족을 지구로 끌어들이며 거대 전쟁의 시작을 선언한다. 한편 큐브는 ‘퍼스트 에벤져’와도 연계가 되는데, 이 큐브는 사실 토르의 아버지 오딘(안소니 홉킨스)의 것으로 ‘퍼스트 어벤져’에서 요한 슈미트는 큐브를 통해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망을 품었으나 결국 큐브 때문에 하늘에 뚫린 4차원의 문을 통해 사라지는 비운을 겪는다. 한편 현대로 온 캡틴 아메리카가 빙하에서 발견될 때 그가 지니고 있었던 큐브도 함께 쉴드 수중으로 들어가게 된다.

또 하나의 떡밥: 영화 도중 토르를 향해 화살을 겨냥하는 사나이가 깜짝 등장한다. 주인공은 ‘어벤져스’의 일원인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 그의 반전과도 가까운 비밀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에서 밝혀지니 기대하시라!

5. ‘퍼스트 어벤져’(2011)


‘어벤져스’ 예고편이라는 거대 떡밥 투척
‘어벤져스’ 예고편이라는 거대 떡밥 투척
‘어벤져스’ 예고편이라는 거대 떡밥 투척

쿠키영상: 70년 만에 냉동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캡틴 아메리카는 자신이 놓인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며 샌드백에 화풀이를 해댄다. 그런 캡틴에게 닉 퓨리가 다가와 “이제 자네가 나설 차례네, 캡틴! 그들은 모두 준비가 됐어!”라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벤져스’ 예고편! 마블은 ‘퍼스트 어벤져’에서 대놓고 ‘어벤져스’의 임박을 알린다. 두둥!

6. ‘어벤져스’(2012)


마블 최고 악당 중 하나인 타노스에 대한 떡밥+미국판 쿠키영상
마블 최고 악당 중 하나인 타노스에 대한 떡밥+미국판 쿠키영상
마블 최고 악당 중 하나인 타노스에 대한 떡밥+미국판 쿠키영상

쿠키영상: ‘어벤져스’ 쿠키 영상에는 마블 유니버스의 최강 악당 중 하나로 꼽히는 타노스가 출연, 팬들을 들뜨게 한다. 타노스는 헐크를 능가하는 괴력의 소유자로 타노스를 막으려면 지금의 ‘어벤져스’ 팀원으로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어벤져스’에 더 많은 히어로들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비하인드! 국내와 달리, 미국 상영분에는 또 하나의 쿠키영상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어벤져스’ 팀원들이 식당에 모여 이스라엘 음식 슈와르마를 흡입하는 장면으로 이는 영화 중간 아이언맨의 “슈와르마 잘하는 집에 가서 먹고 싶다”는 발언에 대한 감독 조스 웨던의 재기 발랄한 응답이다. 이 장면은 국내에서 패러디, 큰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7. ‘아이언맨3’(2013)


최고의 파트너, 아이언맨과 헐크
최고의 파트너, 아이언맨과 헐크
최고의 파트너, 아이언맨과 헐크

쿠키영상: 이견이 있을 수 있나. ‘어벤져스’를 통해 인기 캐릭터로 거듭한 히어로는 단연 헐크다. 헐크가 아이언맨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을 즐겁게 했는데, 그래서였을까. ‘아이언맨3’ 쿠키영상의 손님은 헐크였다.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간 토니 스타크의 긴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다름 아닌 헐크 역을 맡은 마크 러팔로였던 것. 토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졸고 있는 그를 나무라자 헐크는 “토니, 난 그런 종류의 닥터가 아니에요. 나는 인내심이 없잖아요”라며 자신의 특징을 살짝 들춰 웃음을 안겼다.

8. ‘토르: 다크 월드’(2013)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대한 떡밥 + 토르와 제인의 후일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대한 떡밥 + 토르와 제인의 후일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대한 떡밥 + 토르와 제인의 후일담

쿠키영상: 무려 두 개의 쿠키영상이 등장한다. 토르의 동료가 콜렉터(베네치오 델 토로)를 찾아가 인피니티 스톤(잼)으로 추정되는 에테르를 맡기는 장면. 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대한 거대 떡밥이자, 훗날 악당 타노스의 무기 인피니트 커틀렛과도 연결된다. 또 하나는 ‘토르1’에 이어 또 다시 이별위기에 놓인 토르와 제인(나탈리 포트만)의 후일담. 이번에는 토르가 아스가르드 신전을 떠나 지구에 살기로 결심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품앗이: 지하 감옥을 벗어난 로키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장면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깜짝 출연해 웃음을 선사한다.

알아둡시다! ①인피니티 스톤(잼)=위대한 힘을 지닌 6개의 보석. 각기 공간(Space), 정신(Mind), 영혼(Soul), 현실(Reality), 시간(Time), 힘(Power)의 능력으로 구성돼 있다. ②인피니티 건틀렛: 타노스의 무기. 장갑 모양의 아이템으로 인피니티 스톤 6개를 끼우면 그 막강한 초월적 힘을 사용할 수 있다.

9.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2014)


‘어벤져스2’에 대한 힌트
‘어벤져스2’에 대한 힌트
‘어벤져스2’에 대한 힌트

쿠키영상: 역시 두 개의 히든영상이 기다린다. 첫째 영상에서는 뉴욕 전투(‘어벤져스’) 후 사라진 로키(톰 히들스턴)의 창 ‘치타우리 셉터’를 손에 넣은 하이드라 악당 바론 스트러커의 모습과 스트러커에 의해 생체 실험을 받고 있는 쌍둥이 퀵 실버(애런 존슨)와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가 등장한다. ‘치타우리 셉터’와 초음속으로 움직이는 능력을 지닌 퀵 실버와 염력과 생각 조종 능력을 지닌 스칼렛 위치는 ‘어벤져스2’의 주요 소재이자 등장인물이다. 두 번째 쿠키영상은 캡틴 아메리카의 강력한 적으로 등장하는 ‘윈터 솔져’, 즉 버키 반스(세바스찬 스탠)의 이야기다. ‘퍼스트 어벤져’부터 이어져 온 스티브 로저스와 버키의 인연이 ‘캡틴 아메리카3’까지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10.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오리가 왜?
오리가 왜?
오리가 왜?

쿠키영상: “오리가 저기에 왜?” 여러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던 쿠키영상이다. 엔딩 크레딧이 흐른 후 영상에서는 인피니티 스톤 때문에 박살이 난 콜렉터의 창고가 나온다. 애지중지 모은 소장품이 날아간 것을 보고 망연자실해 하는 콜렉터에게 말을 거는 오리는 바로 ‘하워드 덕’이다. 하워드 덕의 등장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러 의견이 분분하나, 확실한 것은 마블 코믹스와 완전히 무관한 캐릭터는 아니라는 점이다. ‘시빌워’와 ‘시크릿 인베이전’에서 하워드 덕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팬들에게 하워드 덕은 1986년에 조지 루카스가 만든 영화를 통해 익숙한데, ‘마블이 루카스 필름을 인수한 것에 대한 기념’으로 쿠키영상에 넣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시우 siwoorain@
사진. 온라인 게시판,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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