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 포스터
‘어벤져스2′ 포스터
‘어벤져스2′ 포스터

[텐아시아=정시우 기자](*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별리그로 복귀해 각개 전투를 벌이던 히어로들이 3년 만에 다시 ‘어벤져스’라는 챔피언스리그로 뭉쳤다. 팀의 수장은 1편에서 개성 강한 주연급 캐릭터들을 규합해 멋들어진 시너지를 만들어냈던 조스 웨던이다. 여기에 새롭게 등장하는 히어로들과 한국이라는 백그라운드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을 향한 기대치에 기름을 부었다.

속편의 법칙은 ‘어벤져스2’를 비켜가지 않는다. 스케일이 커졌고, 등장인물이 많아졌고, 제작비도 불어났다. 또 하나 ‘어벤져스2’의 특이점이라면 보다 ‘마니아틱’해졌다는 점일 게다. ‘어벤져스2’는 ‘어벤져스1’(2012년)의 끝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출발점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2014년)다. ‘윈터솔저’를 보지 않고 ‘어벤져스2’를 접한다면 쉴드 본부가 왜 해체됐는지, 퀵 실버(애런 존스)와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는 어디에서 나타난 요물인지 어리둥절할 수 있다. 즉, 이 영화는 다분히 ‘관객이 마블의 팬일 것’이라는 마블의 자신감에서 시작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명과 암으로 작용한다. 기존 작품과 연계한 퍼즐게임이 흥미롭다는 환호와 함께, (모두를 위한)대중영화로서의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이토록 애잔한 사랑의 서막

영화 초반, 쉴드의 부재 속에서도 멤버들은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해낸다. 서로의 약점을 이용해 농담 따먹기를 하고, 티격태격하고, 멋진 팀웍으로 건재함도 과시한다. 가장 크게 감지되는 변화라면 헐크/브루스 배너(마크 러팔로)를 향한 블랙 위도우/나타샤(스칼렛 요한슨)의 눈빛이다. 나타샤의 심장이 고뇌하는 브루스 배너를 향할 줄 누가 예상했을까. (스칼렛 요한슨의 몸매를 한) 나타샤의 유혹을 이 악물고 견뎌내는 배너를 보면 ‘누가 헐크에게 인내가 부족하다 그래!’라고 항변하고 싶어질 정도다. 배너가 나타샤에게 “잘 알잖아요. 난 사랑을 할 수 없어요”라고 고백할 땐 사랑 옆에 괄호 치고 여러 단어를 넣지 않을 수 없다. 흥분하는 순간 여기저기가 다 커지는 헐크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금기어일 수 있다. ‘알고 보니 배 다른 형제’ ‘치정’ ‘불륜’ ‘삼각관계’ 따위의 빤한 사랑이야기가 판치는 세상에서, 이들의 사랑만큼 유니크하고 비극인 것이 있을까. 전편에 이어 헐크 캐릭터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하겠다.

앞서 개봉한 ‘액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퀵 실버(에반 피터스)로 인해 궁금증을 낳았던 ‘애런 존스표’ 퀵 실버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쪽 퀵 실버가 보다 무게감 있고 진중하고 어두운데, 굳이 비교하자면 브라이언 싱어가 매만진 퀵 실버에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다. 초음속으로 움직이는 퀵 실버의 능력을 재치 있게 활용한 브라이언 싱어와 달리, 조스 웨던의 퀵 실버는 아이디어 면에서 게으른 편이다. 영화 촬영 중 ‘엑스맨’의 퀵 실버를 확인했을 때 조스 웨던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의 부담감을 가중시켰다’에 한 표 거는 바다.

다행이라면 퀵 실버의 곁에는 스칼렛 위치가 있다는 점. 실제로 이번 편에서 상대방의 정신을 교란시키는 스칼렛 위치의 능력은 어벤져스 멤버들의 평화를 와해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어떻게 보면 ‘어벤져스2’의 진정한 빌런은 스칼렛 위치다) 스칼렛 위치의 능력을 이용해서 조스 웨던이 다가가고자 한 것은 멤버들 개개인의 트라우마다. 영화의 유머 빈도가 1편 못지않은데도 그 파급력이 약하게 느껴진다면, 전체적으로 어두워진 영화의 이러한 톤 앤 매너에 기인할 것이다.

#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의 서막

흥미로운 점은 ‘어벤져스2’의 주적 울트론은 이러한 트라우마가 탄생시킨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엄밀히 말해 울트론은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낳은 자식이다. 불행을 막기 위한 토니 스타크의 필사적인 노력은 울트론이라는 더 큰 비극을 만들어내고, 의외의 상황 앞에서 히어로들은 고뇌하고 충돌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각자의 입장 차이를 드러낸다. 불안은 그들을 위기로 몰아넣지만, 동시에 그들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도드라지게 감지되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의 충돌은 자연스럽게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 대한 맥으로 이어질 테다.

‘어벤져스2’가 이전 시리즈의 이정표를 넘어설만한 생기 있는 ‘한방’을 선보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멤버 각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진화했음을 보여줬다는 면에서 시리즈를 향한 또 하나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믿는다. 다시 각자의 필드로 돌아갈 마블 영웅들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들은 끊임없이 변모하는 중이니까.

정시우 siwoorain@
사진.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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