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완
온주완
온주완

[텐아시아=장서윤 기자] “계속해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이 멋있잖아요”

올 초 방송가를 뜨겁게 달군 SBS 드라마 ‘펀치’에는 사실 가장 큰 롤러코스터를 탄 인물이 존재한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검사가 죽음을 앞두고 세상과 자신의 삶에 대한 갈등을 벌이는 내용을 담은 이 작품에서 온주완은 검사 이호성 역을 맡아 초반에는 여주인공 신하경(김아중)을 지켜주는 키다리 아저씨같은 캐릭터로, 후반에는 검찰 비리의 중심에 선 악역으로 변모했다. 예의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개인적으로는 중반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눈빛을 빛내는 그는 “어떤 연기든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깨닫고 있다”고 들려주었다. 배우 데뷔 12년차를 맞은 올해 예상치 못한 행운을 거머쥔 것 같다는 그에게서는 이제 풋풋함이 성숙함으로 변해가는 타이밍이 감지됐다.

Q. ‘펀치’의 흥행 여부를 처음부터 예상했나?
온주완: 설 때 고향에 내려가니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시더라. 아마 내가 했던 드라마 중 가장 잘 된 작품인지 않을까 싶다.(웃음) 작품에 들어갈 때 무엇보다 작가님과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컸다.

Q. 선굵은 남자들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근래에 별로 없었는데 ‘펀치’가 20대 남자 배우들의 모두 하고 싶어하는 ‘로망’이 담긴 작품이었던 것 같다.
온주완: 나 또한 영화 ‘달콤한 인생’이나 ‘해바라기’ 속 캐릭터를 보며 그런 역할을 꿈꿨다. ‘펀치’가 남자들이 봤을 때 다들 ‘진짜 남자다’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멋있는 연기를 보여준 작품인 것 같다.

온주완
온주완
온주완


Q. 캐스팅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온주완: 사실 상당히 촉박하게 들어갔었다. 작품이 끝나면 두 달은 쉬자는 생각인데 전작이 끝나자마자 이명우 감독님이 영화 ‘돈의 맛’을 정말 재밌게 봤다며 미팅을 요청하셨다. 수염도 기르고, 머리가 덥수룩한 상태로 만났는데 보시자마자 ‘수염 좀 기르고 머리는 조금만 잘라라’ 라며 바로 ‘잘해보자’고 하시더라. ‘저 하는 건가요?’하고 어리둥절해하다 바로 머리 자르고 포스터 찍고 촬영에 들어갔다.

Q. 매력적인만큼 대사의 무게감이나 인물의 변모하는 모습을 소화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온주완: 감독님께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받았다. ‘펀치’ 속 모든 인물들이 심각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호성은 부드럽게 웃음을 띤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대사는 사실 중요한 건 조재현 선배나 김래원 형이 많이 소화하셨고 그분들은 연기적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는 분들이라 극의 전반적인 톤이 살았다.

Q. 호성의 경우 초반 시놉시스와 실제 표현된 내용이 많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시놉시스에는 극중 신하경(김아중)과 멜로도 있었다고.
온주완: 호성이 초반에는 하경을 지켜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역할로 나오다가 중반 들어서는 악역으로 변해갔다. 아예 예전 관계를 무시하는 연기는 오히려 더 이상할 것 같아서 서로에 대한 친구같은 느낌을 유지하고자 했다. 둘 사이의 멜로가 없었던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아쉬워서 (김)아중 누나에게 다음에 영화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웃음)

Q. 결말 부분도 호성의 역할이 초반 구성과는 바뀌었다고.
온주완: 극중에서는 하경이 교통사고가 나서 정환의 심장을 물려받는 것으로 표현됐는데 초반 시놉시스에는 호성이 정환의 심장을 받고 하경, 예린과 포도농장에 가는 것이 엔딩이었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악의 축이 속도가 빠르고 덩치가 커지면서 내용도 달라졌다. 하지만 멜로가 아니어도 보여줄 게 많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좋았다고 본다. 결국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Q. 호성은 어떤 사람으로 변모할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이었다.
온주완: 중반에 악역으로 변해가는 포인트가 있었는데 그걸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받아들였다면 어색했을 것 같다. 연기하면서 이전의 부드러운 이호성을 무시하고 ‘아예 다른 사람이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

온주완
온주완
온주완


Q. 아 중반에 갑자기 캐릭터라 180도로 바꾸어 연기해야 한다는 지점이 녹록지 않았을 것 같은데

온주완: (김)래원 형님이랑 (김)아중 누나가 많이 칭찬해주셔서 어깨를 쫙 펼 수 있었다. 그 힘으로 버텼었던 것 같다. 극중 인물이 이렇게 판이하게 다르게 바뀐 경험은 처음이었으니까. 생각해보니 그것도 작가님의 능력인 것 같다. ‘사람 변하는 건 한 순간이야’라는 걸 알려주셨다.

Q. 드라마를 찍으면서 인간 자체에 대한 성찰을 많이 하게 됐나 보다.
온주완: 인간이란 어떤 상황을 맞으면 한 순간에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내가 정말 착한 사람이라도 친구와 내 여자친구가 바람이 난다면 아마 눈이 뒤집힐거다.(웃음) 그 순간에 과연 그 사람을 ‘착하다’ 혹은 ‘나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면을 작가님은 간파하신 것 같다.

Q. 촬영장에서는 막내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얘기가 들리더라.
온주완: 막내의 권한을 마음껏 누렸달까. 최명길 선생님 마사지부터 선배님들을 열심히 챙겼다. 래원 형은 같은 아파트 사는데 동네 맛집 얘기하며 친해졌다. 한번은 형이 독감에 걸려서 정말 힘들어했었다. 집에서도 아플 것 같아 ‘내가 매니저보다 더 빨리 갈 수 있으니 아프면 전화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너도 아프면 나한테 전화해’ 라고 답이 오더라. 아무래도 동생들보다 형들이랑 잘 맞는 편이다. 그래서인이 동생들이 날 잘 안 따른다.(웃음) 아마 어릴 때부터 촬영장 막내로 해 오던 게 몸에 익은 것 같다.

Q. 성격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잘 맞춰주는 편인 것 같다.
온주완: 누구와도 불편한 걸 되게 싫어한다. 한 작품을 하면 몇달 간 매일같이 보면서 가족같은 사이로 지내야 하는데 뭔가 어색하면 힘들지 않나. 연기도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이 잘 되려면 촬영장에서 만나는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Q. 이번 촬영에서는 막내였지만 이제 배우 경력 12년차에 이른다. ‘내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구나’란 생각도 가끔 드나
온주완: 단 한번도 그런 적은 없다.(웃음) 지금도 그렇고. 그게 배우의 삶이고, 내가 열심히 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온주완
온주완
온주완


Q. 그래도 20대 때와는 다른 성숙해진 면모가 있지 않나

온주완: 군대를 다녀와 여유가 있어지긴 했는데 그게 꼭 경제적이거나 심적으로 그렇다고 말할 순 없는 것 같다. 마흔, 쉰이 되도 난 불안한 삶을 살 것 같다. 인생은 모르는 거고, 다만 난 매 걸음 자신있게 내딛는 거다. 내일 죽을 수도 있고, 재벌이 망할 수도, 누군가 갑자기 엄청난 돈을 벌 수도 있는, 아무도 모르는 게 인생이다. 서른 셋까지 살아봤는데, 앞으로도 그냥 살아봐야 알 것 같다.

Q. ‘인생은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대답 속에서 자신만의 삶의 원칙이 뚜렷한 느낌이 묻어난다.
온주완: 주위에서 내 생각에 대해 뭐라고 하면 ‘아 그런가요?’하고 ‘난 내 삶을 사는 거야’라고 생각한다. ‘그거 아니야, 이게 맞아’라고 훈수두거나 정의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싫다. 내 생각도, 다른 이의 생각도 모두 맞다. 자기 것만 옳다고 강요하면 타인과 벽을 쳐 버리게 되는 것 같다.

Q. ‘뚜렷한 주관’ 속에 연애에 대한 계획도 있나
온주완: 음… 지금은 사실 좀 지쳤다(웃음) 20대 때는 형들이 ‘많이 만나봐야 어떤 여자가 좋은지 안다’고 했는데 내가 그 때의 형들 나이에 점점 가까워오니 사람이 생각이 많아지더라. ‘그냥 내가 너 좋아해’는 너무 어린 사랑인 것 같다. 지금 만나면 어찌 보면 결혼할 수도 있으니까.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동하는데 그냥 스쳐보낸 분도 있다.

Q. 아, 결혼에 대한 생각도 있나보다.
온주완: 어머니가 건강한 손자를 보고 싶어 하신다.(웃음) 서른 일곱이나 여덟 정도에 하고 싶다. 눈 깜빡하면 1년이 가니까, 그러려면 지금부터 만나봐야하지 않을까? 연애를 안 하니까 친구가 연애 상담을 하면 굉장히 건조해지긴 하더라.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이 ‘매정한 놈’이라며 내게 연애 상담을 잘 안 한다.

Q. 올해 시작이 기분 좋았으니, 배우로서 욕심도 더 날 것 같다.
온주완: 래원 형과 브로맨스가 담긴 우정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나와 정말 달라서 시너지가 나올 것 같다. 부드러운 역할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호성보다 더한 악역을 해서 끝까지 가보도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가 래원 형에게 그런 것처럼, 나도 몇 살 터울 동생이 ‘형과 같이 연기하고 싶다’고 하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다.

텐아시아=장서윤 ciel@
사진. 구혜정 photo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