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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테야 가고 싶은 대로 할 테야 하고 싶은 대로, 멀고 험해도 원하는 세상에 원하는 그곳에 갈 거야, 밀지 마 알아서 갈 테니까 잡지 마 알아서 할 테니까 세상 끝에서 세상 끝까지 내 발로 가보고 말 거야,

김창완 밴드 ‘중2’ 中

김창완 밴드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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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장 정도의 앨범을, 그것도 독창적인 음악으로 꽉꽉 채워 넣은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그가 바로 김창완이다. 산울림 때부터 해외에서도 오리지널리티를 인정받은 천재뮤지션. 그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김창완 밴드를 이끌며 정력적인 로커 인생을 걷고 있다. 김창완 밴드는 산울림과는 별개의 밴드로 나름의 색을 가지고 있다. 리더인 김창완의 색이 당연히 도드라질 수밖에 없지만 밴드 멤버들의 개성도 잘 나타난다. 김창완 밴드는 산울림의 노래들을 리메이크한 전작 ‘분홍굴착기’를 통해 오히려 산울림과 다른 면모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었다. 그 앨범을 통해 산울림에게 작별인사를 고한 것일까? 정규 3집 ‘용서’에서는 더욱 옹골차고 강력해진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후배들과의 의욕적인 협연, 그리고 김창완다운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 잠비나이가 참여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록과 국악을 단순히 섞은 작업이 아니라 국악기로 록의 사운드를 더 넓게 구현해보려 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중2병’을 노래한 ‘중2’에는 김창완 특유의 발랄하고 또 날카로운 가사가 잘 살아있다. 이 노래 가사는 어른들보다 중학생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음악, 사회, 사람에 대한 성찰이 깔려있는 음악들. 여전히 그는 청년인 것이다.

김주환 ‘Tranqu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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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부블레의 공연을 함께 본 한 작가가 한국의 남자 재즈 보컬리스트의 부재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국 재즈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남성 보컬의 부재다. 여성 보컬리스트는 이제 꽤 많아서 나윤선, 말로, 웅산과 같은 스타들이 있고 그 외에 써니킴, 이부영 등 여러 스타일리스트들도 있다. 하지만 남성 쪽으로 눈을 돌리면 크루너 보컬리스트인 최희준, 그리고 재즈 1세대인 김준 이후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젊은 연주자 중에는 심규한 그리고 김주환이 있다. 김주환은 벌써 정규 4집인 ‘트랜퀼리티(Tranquility)’를 발표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발표한 남성 재즈 보컬리스트다. ‘트랜퀼리티’에서 김주환은 재즈 보컬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음색을 충분히 살린 출중한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곽정민(피아노), 김민찬(드럼), 고재규(베이스), 탁경주(기타)가 연주로 참여해 전통적인 재즈를 연주하고 있으며 김주환은 과거 냇 킹 콜, 토니 베넷 스타일의 크루너 스타일을 잘 살려 ‘웨어 두 유 스타트(Where Do You Start)’, ‘크라이 미 어 리버(Cry Me A River)’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 등 재즈의 고전들을 매끄럽게 노래하고 있다. ‘마이 하트 빌롱스 투 대디(My Heart Belongs To Daddy)’에서는 초반 1분 동안 드럼만 뒤에 두고 노래하며 스릴을 전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도 소중한 남성 재즈 보컬리스트를 곁에 두게 된 것이다.

에고펑션에러 ‘Ego Function 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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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기능오류’라는 이름의 신인 밴드 에고펑션에러. 왠지 팀 이름에서 2인조 밴드 404가 떠오른다. 기타리스트 한 명만 남자이고 보컬, 베이스, 드럼, 건반이 모두 여성으로 이루어진 성비가 언짢은데, 음악은 언짢지 않다. 퍼즈 톤의 기타, 마음을 몽실몽실하게 하는 오르간, 꺅꺅거리는 보컬이 어우러진 것이 마치 산울림과 삐삐롱스타킹, 또 얼마 전에 내한했던 싸이키델릭 뽕짝 밴드 뎅기 피버를 마구 비벼놓은 것 같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중엽은 “너무 내 취향이라 판매가 걱정된다”라고 평을 남겼는데, 그러고 보니 비트볼뮤직에서 나올법한 앨범이다. 음악이 마냥 괴상한 것은 아니고 물론 팝적인 매력도 가지고 있다. 특히 ‘몽유병’은 애처롭고 쓸쓸해서 좋다. 보컬 김민정이 가장 좋아한다는 ‘어떤날’은 마치 가스펠풍의 오르간으로 시작해 도어즈처럼 음산하게 진행되는 묘한 분위기의 곡. 이처럼 에고펑션에러는 색깔이 확실하면서도 복합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2015년에 주목해야할 신인 밴드.

심현보 ‘따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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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작곡가이자 싱어송라이터 심현보의 정규 4집. 심현보는 록밴드 아일랜드 출신으로 히트작곡가로 활약하면서 동시에 솔로로도 의욕적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아일랜드의 음악은 대중보다는 뮤지션, 마니아들 사이에서 특히 호평을 받았다. 이후 심현보는 작곡, 그리고 라디오 등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갔다. 심현보가 만든 곡들을 들으면서 유독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부터 ‘따뜻’으로 따뜻한 감성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스며들어’에 약간의 전자음이 첨가되긴 했지만, 그 외에 전반적으로 어쿠스틱 악기의 따스함을 잘 살린 사운드가 실려 있다. 문학적으로도, 노랫말로서도 예사롭지 않은 그의 가사는 읽는 맛도 있다. 특히 ‘황사’의 가사를 보면 도대체 심현보는 얼마나 로맨틱하게 살 길래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된다. 타이틀곡 ‘차갑다’는 심현보와 2AM 임슬옹의 버전으로 각각 담겼다. 스윗소로우, 융진, 권순관, 옥상달빛이 함께 부른 ‘두근두근 오늘은’에서는 90년대 가요 특유의 정다움이 느껴진다.

모비딕 ‘꽃이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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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은 한국 헤비메탈의 전성기인 80년대부터 디오니서스, 스트레인저 등으로 활동해온 록 보컬리스트 이시영이 이끄는 하드록 밴드다. 1997년에 1집을 발표한 모비딕은 중간에 휴지기를 가지긴 했지만 현재까지 20년 넘게 이름을 유지해오고 있다. 재작년에는 오랜 휴식을 뒤로 하고 정규 3집 ‘하드록 카페’를 발표했다. H2O, 블랙신드롬, 블랙홀이 여전히 건재하고 크라티아, 뮤즈에로스 등이 다시 활동을 재개하고 있어 모비딕의 새 앨범이 더더욱 반갑다. 헤비하면서도 처연한 멜로디를 지닌 ‘꽃이 지다’는 보컬 이시영이 2012년 분신한 이남종 열사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곡이다. ‘라이어(Liar)’는 2012년 대선 기간 동안 정치인, 언론, 기득권 세력의 거짓말을 꼬집는 곡이다. 날카로운 메시지만큼이나 사운드 역시 공격적이다. 특히 이시영의 보컬은 건재함을 넘어 여전히 단단한 고음을 들려주고 있다.

선우정아 & 염신혜 ‘Riano P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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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와 재즈 피아니스트 염신혜의 협연앨범. ‘리아노 품(Riano Poom)’이라는 앨범 제목은 피아노 룸(Piano Room)의 앞 철자를 바꾼 것으로, 이 앨범은 선우정아와 염신혜가 피아노 방에서 연습하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음악을 담았다고 한다. 선우정아는 재즈 보컬까지 소화가 가능한 뮤지션이다. 둘은 뉴올리언스 딕시랜드 풍의 정통 재즈를 추구하는 밴드 러쉬 라이프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알게 됐다고 한다. 이 앨범에서 두 연주자는 재즈의 어법으로 어우러지고 있다. ‘섬원 투 와치 오버 미(Someone To Watch Over Me)’와 같은 스탠더드부터 버드 파웰의 곡 ‘실리아(Celia)’를 스캣으로 노래하는 등 일반 재즈 앨범과 같은 모양새도 있지만, 그 외에 자작곡들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가령 ‘낙서’와 같은 곡은 염신혜의 피아노에 선우정아의 목소리를 여러 트랙으로 녹음해 입체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선우정아의 재즈에 대한 애정을 느껴볼 수 있는 앨범.

강아솔 & 임보라 트리오 ‘소곡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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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강아솔과 임보라 트리오가 만난 앨범. 제주도에서 올라온 강아솔은 통기타를 연주하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이며 재즈 피아니스트 임보라는 자신의 트리오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강아솔이 임보라에게 피아노를 배우면서 둘의 만남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 앨범은 네 곡이 담긴 소품집이다. 이 앨범에서 둘은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특별히 누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보컬과 연주자의 만남이라면 노래를 반주하는 형식이 될 텐데 이 앨범은 그렇지 않다. 연주곡 ‘소녀’는 둘이 함께 연주를 하고 있고, ‘끝말’은 특이하게 연주가 먼저 나오다가 막판에 보컬이 살짝 얹어진다. 임보라 트리오라고 돼 있지만 재즈 앨범도 아니다. 단지 둘의 소리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O.S.T. God Help The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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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언니오빠들이 좋아하는 밴드 벨 앤 세바스찬의 리더 스튜어트 머독의 감독 데뷔작 ‘갓 헬프 더 걸’의 OST. ‘갓 헬프 더 걸’은 뮤지션이 되기 위해 정신병원을 탈출해 글래스고로 간 소녀 이브와 수영장 안전요원으로 일하며 밴드를 꿈꾸는 남자 제임스, 백치미 넘치는 캐시의 아름다운 시절을 그린 뮤지컬 영화다. 음악 역시 스튜어트 머독이 만들었다. 덕분에 앨범재킷부터 안에 담긴 음악까지 마치 벨 앤 세바스찬의 번외 편과 같은 앨범이 만들어졌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해 곡들이 어떤 장면에 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음악만 들어보면 매우 낭만적이고 음악을 아름답게 그린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머독 형님의 감성이 어디 가겠는가? 영화 개봉과 함께 벨 앤 세바스찬의 내한공연, 새 앨범 발표가 연달아 이어지니 세련된 언니오빠들은 좋겠다.

마크 론슨 ‘Uptown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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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어떤 걸그룹을 인터뷰하는데 한 멤버가 마크 론슨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누구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 마크 론슨이 조금 부러웠던 것은 기억한다. 현재 팝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뮤지션이면서 프로듀서인 것도 모자라 걸그룹의 사랑도 받고 있다니 말이다. 각설하고, 마크 론슨의 정규 4집인 이 앨범은 올드스쿨 훵크(funk)로 가득한 앨범이다. 마크 론슨은 DJ 시절에 소울의 고전들을 자주 틀었다고 한다. 미스티컬이 피처링한 ‘필 라이트(Feel Right)’는 제임스 브라운에 대한 오마주라고 해도 좋을 곡으로 50~60년대 훵크의 정수르 제대로 재현하고 있다. 브루노 마스가 참여한 타이틀곡 ‘업타운 훵크(Uptown Funk)’ 역시 고전적인 매력이 잘 살아있는 곡으로 UK차트 1위, 빌보드차트 2위까지 올랐다. 재작년에 열풍을 일으켰던 로빈 시크의 ‘블러드 라인스(Blurred Lines)’가 다소 매끈했다면, ‘업타운 훵크’는 정력이 넘치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이외에도 스티비 원더를 연상케 하는 ‘크랙 인 더 펄(Crack In The Pearl) 등 소울의 고전을 멋지게 재해석해낸 센스가 돋보인다. 걸그룹이 좋아할 만하다. 인정하겠다.

Various Artists ‘2015 Grammy Nomin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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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그래미 노미니스(GRAMMY Nominees)’를 들어야 한다. 이 앨범은 매해 유니버설, 소니, 워너가 돌아가면서 발매한다. ‘그래미 노미니스’ 시리즈의 최대 매력이라면 지난해 팝계의 트렌드를 읽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그래미 어워즈’, 혹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 지명된 곡들이 곧 국내에서 인기 있는 곡들이었다. 최근에는 팝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그래미 노미니스’에 실린 곡들이 낯설게 느껴 수도 있겠다. 제57회 ‘그래미 어워즈’의 후보 곡들이 실린 이번 앨범을 보니 국내에 다녀간 존 레전드, 테일러 스위프트도 있고, 곧 올 예정인 에드 시런도 눈에 띈다. 연예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마일리 사이러스도 있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은 아리아나 그란데와 샘 스미스도 있다. 작년에 여기저기서 자주 들을 수 있었고, 아이유도 콘서트에서 불렀던 퍼렐 윌리엄스의 ‘해피(Happy)’도 실렸다. 그러고 보니 국내에 잘 알려진 뮤지션들이 후보에 꽤 많이 올랐다. 괜한 걱정을 한 것 같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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