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어어부 프로젝트, 김창현, 혁오, 나인뮤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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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어어부 프로젝트, 김창현, 혁오, 나인뮤지스



너희들은 후졌다고 핏발 세워 말을 했던 소줏집에서, 유재석과 강호동의 쇼 프로를 잠깐 보다
연쇄 살인범의 뉴스를 봤네

어어부 프로젝트 ‘0214 라이타’ 中

어어부 프로젝트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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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듣기가 지겨워질 때(왜 지겨워지는데?) 어어부 프로젝트는 좋은 치료제일 수 있다. 특히 음악보다 영화가 더 효과적(뭐에 효과적인데?)이라는 사람들한테는 어어부 프로젝트가 좋은 처방전일 거다. 그들의 음악(공연이든 음반이든)은 웬만한 영화보다 훨씬 많은 장면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은 어어부 프로젝트의 10년 만의 신작이자 14년 만의 새 앨범이다. 백현진, 장영규의 듀오 어어부 프로젝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괴상한 2인조로 알려져 있다. 무대에서 성경책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고, 앨범에서는 잔혹하고 때론 잔인할 정도로 서정적인 음악을 들려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들이 어어부 프로젝트였다. 공백기에 백현진은 솔로앨범으로도 찬사를 받았고, 장영규는 불교음악도 시도했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번 앨범은 2010년에 열린 공연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에서 연주된 곡들을 편곡을 거쳐 레코딩을 한 것이라고 한다. 일종의 사운드트랙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공연을 보지 않았다고 해도 귀만 기울이면 음악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어어부 프로젝트다운 사운드 위로 사십대로 추정되는 남한의 성인 남성인 탐정명 나그네의 이야기가 날짜까지 달린 일지의 기록으로 쭉 이어지고 있다.

김창현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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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베이시스트의 김창현의 리더 작으로 오정수(기타), 이하윤(피아노)와 2013년에 ‘포스트콜로니얼리즘(Postcolonialism, 탈식민주의)’이란 타이틀로 연 공연 실황을 담은 앨범이다. 작년에 발표된 이 앨범을 뒤늦게 리뷰로 쓰는 이유는 음원으로 발표되지 않은 ‘망각’을 이제야 음반으로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식민지 경험을 통해 망각한 자아를 찾아가려는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라고 한다. 연주로만 이 앨범을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읽어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제목이 없는 일곱 개의 트랙, 약 1시간가량의 러닝타임을 지닌 이 음반의 담긴 음악은 특별한 형식을 지니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난해하거나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추구한 결과물도 아니다. 이들은 각자의 소리의 어우러짐을 통해 음악의 순수에 다가가려 한 것으로 읽힌다.

혁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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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온 이 앨범의 리뷰를 늦게나마 쓰는 이유는 혁오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4인조 밴드 혁오는 인디 신에서는 이미 ‘핫’하고 동시에 ‘힙’한 밴드다. 밴드 이름이 재밌는데 단순히 팀의 리더 ‘오혁’의 이름을 거꾸로 한 거라고 한다. 이 역시 인기 밴드의 자질이 느껴지는 작명이라 할 수 있겠다. 이들은 2014년에 등장한 신인들 중에서 특히 여성 팬들의 격한 사랑을 받았다. 음악은 어반(urban)한 R&B을 기본으로 하는데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 세련된 멜로디 위로 마치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와 같은 나른하고 또 질펀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고 할까? 타이틀곡 ‘위잉위잉’을 비롯해 전 곡이 매력적이다. 암튼 이 오빠들 때문에 요새 많은 여성들 가슴이 살랑살랑하단다. 작년 4월쯤에 멤버들이 만나 팀이 결성됐다고 하는데 라이브 실력을 비롯해 앨범의 완성도가 상당하다. ‘20’에 담긴 음악도 매력적이지만, 차기작에서는 보다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옥수사진관 ‘Cand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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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조 밴드 옥수사진관의 정규 2집. 김대홍, 김장호, 노경보로 이루어진 옥수사진관은 2005년에 결성돼 그해 ‘내 이름은 김삼순’ 삽입곡 ‘쉬운 얘기’로 이름을 알렸다. 이들은 팝과 재즈가 적절히 결합된 음악을 들려준다. 빛과 소금 출신의 장기호가 피처링한 ‘재회’를 듣는다면 자연스레 팻 메스니 그룹의 음악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옥수사진관은 출중한 연주력을 바탕으로 드라마틱한 전개의 음악을 들려준다. 이게 다가 아니다. ‘산책’과 같은 곡에서는 80~90년대 가요와 같은 친숙한 감성도 언뜻 들려준다. 마치 2010년대에 재현된 빛과 소금, 봄여름가을겨울이라고 할까? 소설가에게 헌정하는 곡들도 있다. 생텍쥐페리에게 헌정하는 곡인 ‘야간비행’, 그리고 일본 소설가 미야자와 겐지에게 바치는 ‘은하철도의 밤’ 같은 곡들은 뚜렷한 이미지를 선사하는 곡들이다. 어른의 연주력과 아이의 시각이 공존하는 흥미로운 앨범이기도 하다.

프롬 디 에어포트 ‘You Could Ima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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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로(MILO, 기타, 베이스 건반, 보컬)와 DJ 지(ZEE, DJ, 드럼, 건반, 보컬)의 듀오로 이루어진 프롬 디 에어포트의 첫 정규앨범. 이들은 작년 초 데뷔 EP ‘케미컬 러브(Chemical Love)’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작년에는 미국의 ‘컬처 콜라이드’ ‘CMJ 뮤직 마라톤’ 등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도 올랐다. 이번 앨범에서는 일렉트로니카 비트와 록의 질감이 조화를 이룬 곡들부터 다양한 아이디어가 발현된 결과물까지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타이틀곡 ‘사이트(Sight)’는 기타 연주가 강조된 일렉트로 록이라 할 수 있다. ‘타임라인스(Timelines)’와 같은 곡은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가 매력적인 곡으로 프롬 디 에어포트의 센스를 엿볼 수 있다. 글렌체크, 솔루션스의 뒤를 이어 일렉트로 팝계에서 새로운 강자로 나설만한 다이내믹한 듀오.

18그램 ‘18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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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인디 신의 한 움직임이라면 기존에 밴드를 하던 이들이 헤쳐모여 식으로 제2의 팀을 결성해 활동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 밤신사, 라이프 앤 타임, 18그램 등이 그러한 팀들이다. 18그램은 이스턴사이드킥의 류인혁, 스몰오의 이지원, 판타스틱드럭스토어의 이형욱 등이 모인 팀이다. 처음 18그램의 공연을 봤을 때 “아니, 왜 이스턴사이드킥 기타리스트가 노래를 부르고 있지?”라고 궁금증을 가지게 됐는데 옆을 보니 판타스틱 드럭스토어의 기타리스트가 연주를 하고 있더라. 음악은 기존에 자신들이 하던 밴드들에서 이어지는 개러지 록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데 본래 가지고 있던 것 이상의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오히려 18그램에서 더 강렬한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류인혁의 경우만 해도 프론트맨으로서 상당한 매력을 선사한다. 록밴드를 멤버들끼리의 연애라고 가정한다면, 18그램은 원래 여자친구와의 연애에서보다 바람을 피운 상대하고 더 뜨거운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나인뮤지스 ‘D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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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뮤지스는 섹시한 이미지 때문에 음악이 죽는 대표적인 걸그룹이다. 경리의 눈과 현아의 코가 너무 야해서(예쁘긴 민하가 가장 예쁘다) 음악에 집중하기 힘들겠지만 음악에 귀기울여보자. 음악이 좋아서 ‘깜놀’하는 대표적인 걸그룹이 나인뮤지스니까. 나인뮤지스는 ‘돌스(Dolls)’ ‘건(Gun)’부터 걸그룹 중에서 음악적으로 상당한 완성도를 들려줬다. 이들은 여타 걸그룹처럼 후크 송을 시도하기보다는 팝적인 감성이 진한 정통적인 음악 스타일을 고수해오고 있다. 이번 타이틀곡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이 곡은 복고적인 디스코 리듬을 트렌디하게 잘 살린 곡으로 나인뮤지스의 성숙한 매력을 잘 살리고 있다. 세라 등이 빠지고 8인조로 재편성됐지만 팀의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드라마’ 외에 ‘초이스’ ‘주르륵’ 등 괜찮은 싱글들이 담겼다.

신해철 ‘Next Shin Hae Chul Reboot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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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라디오에서 신해철의 음악을 자주 들을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지인들과 나누는 말은 “실감이 안 난다”는 것이다. LP 크기의 묵직한 베스트앨범의 케이스를 열면 고인의 사진 및 편지 등을 담은 북클릿 함께 넉 장의 CD가 담겨 있다. 여기에 담긴 무한궤도, 솔로, 넥스트 시절의 50곡이 신해철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 놀랍다. 그만큼 방대하고 또 완성도 높은 디스코그래피를 지닌 뮤지션이 또 누가 있을까? 언젠가는 박스세트도 나오겠지만, 그것을 추리는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 앨범에 담긴 유작 ‘핑크 몬스터(Pink Monster)’는 신해철의 최근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소중한 곡이다. 사진집에는 신해철의 돌사진부터 어린 시절, 꽃미남 로커 시절, 2007년 20주년 공연 때 삐에로 분장을 하고 노래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제 100일이 지났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다. 술이 취하면 자주 이 앨범을 들여다 볼 것 같다.

테이크 댓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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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댓이 3인조로 돌아왔다. 요새 10대들은 테이크 댓을 잘 모르겠지만, 테이크 댓은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뒤를 이어 최고의 아이돌그룹으로 군림했던 팀이다. 테이크 댓 이후 웨스트라이프, 보이존, 그리고 백스트리트 보이스, 그리고 지금의 원 디렉션으로 보이밴드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로비 윌리엄스, 게리 발로우, 마크 오웬, 하워드 도널드, 제이슨 오렌지 다섯 명이 있을 때 테이크 댓은 정말 빛이 날 정도로 멋졌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다섯 총각이 춤추고 노래하니 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이제 평균 나이 40대 중반이지만, 음악 스타일은 여전하다. 중간에 쉬는 기간도 있었지만 25년째 장수하고 있는 셈이다. 게리 발로우가 1집부터 작곡을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타이틀곡 ‘디스 데이스(These Days)’ 뮤직비디오를 보면 중년임에도 여전히 귀여운 형님들을 볼 수 있다.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의 제프 린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스파이에어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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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밴드 스파이에어의 베스트앨범. 핑크플로이드, 프린스의 앨범도 라이선스로 발매되지 않는 판에 일본 밴드의 베스트앨범이 라이선스로 발매된다는 것은 스파이에어의 인기를 방증하는 것일 것이다. 중학교 동창들이 주축이 돼 결성된 일본 록밴드 스파이에어는 거리공연으로 시작해 부도칸을 매진시키고 오리콘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등 성공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결성 10년차인 이들은 나고야의 인디 시절 길거리 공연을 펼치며 지명도를 쌓았다. 100번째 라이브에서는 약 2,000명 이상의 관객이 모이는 성과를 거뒀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메이저에 입성하게 된다. 이후 ‘블리치’, ‘은혼’ 등 인기 애니메이션에 곡을 실으며 이름을 알려나갔다. 이들은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시티브레이크’에 출연하고 분당 서현동에서 게릴라콘서트를 가진 영상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등 한국에 대한 애착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일본 밴드가 한국에서 인기를 얻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베스트앨범에는 이제까지 발매된 모든 싱글 및 타이틀곡과 두 곡의 신곡 등 33곡이 담겼으며 한글로 된 가사, 인터뷰 집도 실렸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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