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서울전자음악단, 김성준, 종현, 지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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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서울전자음악단, 김성준, 종현, 지소울

삶은 계란인 줄 알고, 깨트려버린, 날계란인 줄 모르고, 깨버린 우리의 삶은 계란

서울전자음악단 ‘삶은 계란’ 中

서울전자음악단 ‘꿈이라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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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서울전자음악단의 해체 소식은 많은 록 팬, 그리고 록 뮤지션들을 슬프게 했다. ‘밴드들이 존경하는 밴드’였고, 무엇보다도 신중현이 ‘음악의 귀재’라고 평하는 신윤철의 음악세계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밴드였다. ‘꿈에 들어와’라는 나름의 히트곡도 있었고 말이다. 다시 모인 서울전자음악단은 음악 스타일도 멤버도 과거와 다르다. 서울전자음악단 2기라고 부르면 될까? 2기 멤버가 모이기 전에 미리 만들어놨던 ‘꿈이라면 좋을까’ ‘디지털 레볼루션(Digital Revolution)’ 두 곡은 1기 스타일과 유사하다. 나머지 곡들은 신윤철, 손경호, 이봉준이 오랫동안의 즉흥 잼세션을 통해 만든 곡들이다. 때문에 즉흥적인 연주에서 나오는 스릴, 다이내믹이 이 앨범을 관통하고 있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전체 일곱 곡 중 세 곡이 연주곡이고, 다른 곡들도 노래보다는 연주가 중심이 됐는데, 연주곡들은 테마 멜로디가 확실치 않고 즉흥 연주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에릭 클랩튼의 크림, 또는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어리언스와 같은 60년대 3인조 록밴드의 라이브 부틀렉을 듣는 느낌이랄까? 1집부터 서울전자음악단을 설명한 ‘몽환적’이라는 표현은 여전히 유효하다. ‘삶은 계란’의 언어유희는 신윤철 식 농담이다.

SJQ(김성준 퀄텟) ‘SJ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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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Q는 리더 김성준(알토 색소폰)을 중심으로 준킴(기타), 닥 스킴(건반), 한웅원(드럼)이 뭉친 재즈 퀄텟이다. 이 앨범은 김오키, 김성배가 속한 레이블 일일사운드에서 나왔는데 작년에 김오키를 만났을 때 김성준 퀄텟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겼었다. 김성준은 1999년부터 재즈연주자로 활동했으며 이판근 프로젝트, 박재천의 대형 즉흥연주 프로젝트 SMFM 등에 참여해왔다. 이 앨범은 힙합의 리듬 위로 색소폰과 국악기 양금 등이 재즈의 어법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국악기가 들어가면 크로스오버로 오해할 수 있지만, 그러한 성격의 음악은 절대 아니다. 국악기와 힙합을 차용했다기보다는 사운드를 만들어나가는데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게 더 옳을 것 같다. 편성도 특이하다. 베이스가 없는데 ‘실력자’로 알려진 닥 스킴(서태지 밴드의 그 닥 스킴)이 신스 베이스로 베이스를 대신하고 있고, 이것이 특징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양금은 은근히 팻 메스니의 42현 기타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기존의 재즈+힙합의 만남과도 다른 앨범으로 SJQ는 단순한 협연을 넘어선 제3의 에너지를 제시하고 있다.

종현 ‘B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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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종현이 첫 솔로앨범. 종현은 작사 작곡에 참여하는 등 아이돌그룹 멤버 치고는 특히 음악에 대한 욕심을 내비쳐왔다. 때문에 샤이니 멤버들 중 종현의 솔로앨범을 더 기대하게 되더라. 샤이니는 SM 소속 가수, 아니 아이돌그룹을 통틀어 음악적으로 가장 파격적이고, 또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발표해왔다. 때문에 에프엑스와 함께 평단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종현은 샤이니를 통해 R&B부터 록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배울 수 있었다. ‘베이스(BASE)’에서는 R&B 앨범으로 분류할 수 있다. 종현은 흑인음악의 창법을 노래의 분위기에 맞게 잘 구사하고 있다. 특히 ‘네온(Neon)’에서 펑키한 리듬을 타는 리듬감부터 소울풀한 표현력은 상당하다. ‘데자-부’는 ‘2015년의 싱글’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빼어난 곡이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자이언티의 색이 매우 강하게 드러나는데, 종현과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다. 종현의 R&B에 재능을 잘 살려준, 동시에 종현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게 해준 앨범.

지소울 ‘Coming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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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연습생’이란 수식어로 알려진 지소울의 데뷔앨범. 그런데 이 15년이란 시간을 길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지소울은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아이돌 가수와는 다른 성장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박진영에게 발탁됐지만, 박진영의 손을 떠나 미국에서 긴 시간 자신의 음악세계를 정립해갔다. 아이돌가수가 15년 연습했다고 하면 굉장히 긴 시간이지만, 자신의 정체성이 뚜렷한 싱어송라이터가 15년 동안 수련을 쌓은 것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지소울의 음악은 예상했던 대로 온전한 R&B 앨범으로 팝적인 정서가 매우 강하다. 목소리는 블라인드 테스트했을 때 흑인으로 속아 넘어 갈 수 있을 정도다. 사실 팝의 감성이 강하면 가요를 듣던 청자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도 있다. 헌데 지소울은 한글 가사도 꽤 잘 쓰는 편이다. ‘유(You)’, ‘퍼스트 러브(First Love)’ ‘슈퍼스타(Superstar)’ 등의 수록곡들은 한국어의 음절을 통해 R&B의 리듬감을 충분히 구현해내고 있고 그러면서도 메시지가 확실하다. 지소울의 재능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앨범이다. 이제 한국의 R&B 싱어송라이터 계는 자이언티 VS 지소울 VS 크러쉬의 구도가 될까?

권나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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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싱어송라이터 권나무의 첫 앨범. 권나무는 2014년에 인디 신에서 새롭게 주목받은 신인 중 한 명이다. 권나무 역시 많은 다른 이들처럼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한다. 권나무의 노래는 심심한 편이다. 최근 여기저기서 들리는 달콤한 멜로디, ‘쿨’한 가사는 없다. 두런두런 천천히 자기 노래를 들려준다. 두 장의 EP를 발매했다는 권나무는 작년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에 선정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권나무의 노래는 묘하다. 목소리는 앳된 느낌인데 기타 연주,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은 왠지 늙수그레하다. 첼로를 첨가했는데, 우리 귀에 익은 데미안 라이스의 편곡 방식과는 전혀 다른 사운드다. 타이틀곡 ‘어릴 때’는 러닝타임이 무려 6분30초 가까이 된다. 복잡한 구성의 곡도 아니고 노래의 고저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권나무는 묵묵히 노래를 끌고 나간다. 일종의 고집일까? 아니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나누고 싶은 마음일까. 요즘 같은 때에 만나기 힘든 싱어송라이터인 것만은 확실하다.

김태춘 ‘산타는 너의 유리창을 두드리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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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 한참 지난 시점에서 김태춘의 앨범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 음악이 단지 이벤트로 치부하기에 만만치 않은 내용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춘은 인디 신에서 호평 받았던 컨트리 밴드 ‘일요일의 패배자’ 출신으로 첫 솔로앨범 ‘가축병원블루스’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태춘은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욕설도 서슴지 않는 강골로 때로는 가사에 성기를 거론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이효리에게 곡을 주다니) 이번 앨범도 딱 김태춘 스타일이다. ‘컨트리로 편곡된 잔혹 캐럴’이라고 할까? 가사들을 보면 성탄절에 대한 허영심을 조롱하는 듯한 가사들이 눈에 띈다. “오늘이 뭐 그래 대단한 날인데”(성탄절)라고, 또 “당신은 날 위해 빌려준 돈이 하나 없네 전당포에서 보자 지져스 영혼이 팔려갈 때도 내 신장이 적출 당할 때도 당신은 분홍빛 관 속에 누워 대출 이자를 계산하네”라는 날 선 가사들 말이다. 그런데 이런 가사들이 묘한 쾌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매해 성탄절마다 이 앨범을 꺼낸 듣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그나저나 이 기사를 교회 다니시는 어머니가 보면 안 되는데.

윔 ‘After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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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Wym)은 일렉트로니카 듀오 MDS의 멤버로 활동했던 뵤른의 솔로 프로젝트다. MDS는 인디음악을 샘플링한 전자음악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멤버 허동혁은 황신혜밴드의 멤버로도 활동했다. 윔은 사람냄새가 나는 일렉트로 팝을 들려준다. 아날로그 폴리 신디사이저와 모듈라 신디사이저, 그리고 드럼, 기타, 색소폰, 피아노 등 실제 악기가 들어갔다. 이처럼 실제 악기를 쓴 이유는 밴드의 질감을 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고퀄’을 얻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운드가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색체를 띄고 있다. 초반에 배치된 곡들은 노래 멜로디 라인이 확실해 일렉트로 팝으로 구분하기 보다는 팝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블라섬(Blossom)’ 이후부터는 실험적인 사운드가 차례로 이어지고, 곡들의 스케일도 점점 커진다. 뵤른은 제작노트에서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이다. 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해줄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라는 칼 세이건의 경구를 인용하며 우리가 항상 보는 저 달 너머, 아직 가보지 못한 그 넓은 어둠 속엔 무엇이 있을까란 의문으로 앨범 ‘애프터 문’은 시작됐다”고 말하고 있는데 음반을 들어보면 뵤른의 의도가 이해가 갈 것이다.

디안젤로 ‘Black Messi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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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디안젤로의 14년 11개월 만의 신작. 결론부터 말하면 이 앨범은 15년 가까운 기다림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첫 곡 ‘애인트 댓 이지(Ain’t That Easy)’가 30초 정도 흘렀을 때 굉장한 앨범이라는 예감이 오고 이 예감은 앨범이 끝날 때 확신으로 변한다. 디안젤로의 노선은 똑같다. 그 누구보다도 소울풀하게, 그 누구보다도 흑인답게, 그 누구보다도 섹시하게! 디안젤로는 어린 시절 마빈 게이가 나오는 꿈을 꿨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는 ‘마빈 게이의 재림’(이런 수식어를 얻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거다)이라 할 만한 아티스트다. 이번 앨범은 이제 3집이지만, 마치 13집정도 되는 것과 같은 내공이 느껴진다. 디안젤로가 쉬고 있는 동안 아웃캐스트, 자넬 모네 등이 놀라운 결과물을 내놨고, R&B와 다른 장르를 고루 섞으며 흑인음악의 확장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디안젤로는 더욱 전통을 파고들어간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루함은 절대로 없으며, 제목 ‘검은 구세주’처럼 흑인음악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물론 이런 음악은 디안젤로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것이겠지만.

폴 아웃 보이 ‘American Beauty/ American Psy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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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펑크 밴드 폴 아웃 보이의 정규 6집. 해체 소문이 돌기도 했던 폴 아웃 보이는 재작년에 5집을 발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리고 그 해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로 내한해 그야말로 최고의 라이브를 들려주며 페스티벌 팬을 사로잡았다. 작년까지 5집 투어가 아직 한창이었던 작년 여름에 폴 아웃 보이는 바로 새 앨범 작업에 돌입했다. 폴 아웃 보이의 베이시스트 피트 웬츠는 세바스티앙의 음악을 듣고 반해 그를 새 앨범의 프로듀서로 그를 맞이했다. 세바시티앙은 다양한 샘플링을 통해 폴 아웃 보이의 음악에 새바람을 불어넣는다. 머틀리 크루의 ‘투 페스트 포 러브(Too Fast For Love)’, 수잔 베가의 ‘탐스 다이너(Tom’s Diner)’ 등의 주요 멜로디를 가져와 듣는 재미를 더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그저 양념일 뿐, 폴 아웃 보이의 로킹한 사운드는 여전하다.

호지어 ‘Hoz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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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출신의 남성 솔로 아티스트 호지어는 작년 이 정규 1집을 통해 팝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신인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앨범의 타이틀곡이라 할 수 있는 ‘테이크 미 투 처치(Take Me To Church)’는 그래미어워드의 ‘올해의 노래’ 후보에 올랐다. 특이하게도 호지어는 블루스, 소울 등의 과거의 색을 추구하는 백인 뮤지션이다. 비슷한 경우로 차세대 블루 아이드 소울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파올로 누티니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지어의 음악은 그리 흑인적이지 않으며 12마디 블루스에 몰두하지도 않는다. 블루스와 소울에서 록에 걸쳐 있는 부분들이 호지어로 수렴된다고 할까. 아이리시 포크의 맛도 느껴지는 복합적인 음악이다. 이러한 예스러운 풍을 통해 호지어는 1990년에 태어난 스물다섯의 어린 뮤지션의 음악이라고 믿기 힘든 깊이 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특히 영적인 느낌까지 주는 보컬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음악이 다소 무겁고 어두침침한 편인데 빌보드차트 2위를 비롯해 여러 나라의 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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