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랜필드
크랜필드
크랜필드

(part5에서 이어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자신들의 음악에 관심을 표명했던 북극곰사운드 송대현대표를 만났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데모를 들려 드렸습니다. 다행히 호감을 보여주셔서 천신만고 끝에 첫 정규앨범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이성혁) 곧바로 마포구 성산동 이성혁의 집에서 홈레코딩으로 기타와 보컬 녹음을 시작했다. 집에서 연주가 불가능한 드럼 녹음은 연남동 버블껌사운드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크랜필드 뮤즈라이브홀 공연1
크랜필드 뮤즈라이브홀 공연1
2013년 11월, 500장을 제작한 첫 정규앨범 ‘밤의 악대’를 발표했다. 크랜필드의 정규 1집은 브릿팝에 음악적 뿌리를 두고 있다. 비틀즈 음악에 강력한 영향을 받은 이성혁은 단순한 기타코드와 선명하고 유려한 멜로디를 지향했다. 마치 소년의 감성으로 들려주는 듯한 1집은 하나의 킬러 곡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앨범 전체가 몽롱한 무지개 색으로 채색된 한 편의 수채화 전시회를 연상시킨다. 꿈을 꾸듯 매혹적인 색감의 재킷 이미지도 시선을 잡아끈다. “1집에 수록된 노래가사들을 들어보시면 무지개 색이 다 나옵니다. 그래서 재킷 디자인은 무지개 색이 다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미지는 산이나 평원 같은 풍경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협곡이 그려지더군요.”(이성혁)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7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7
크랜필드의 음악은 다양한 색감으로 비현실적인 꿈을 채색하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만드는 익숙함과 편안함이 공존한다. 첫 트랙 ‘밤의 악대’부터 귀에 파고드는 멜로디가 심상치 않다. 상큼한 기타 팝에 어우러진 가사와 멜로디는 무엇보다 시각적인 매력이 상당하다. 마치 빈 공간을 캔버스로 삼아 자신들의 꿈을 대변하는 일곱 색깔 무지개 사운드로 청자를 유혹한다. ‘파피용’은 귀여운 색을, ‘모래의 성’은 느리게 헤엄치는 짙은 색으로 현기증이 날 정도로 즐거운 마술 같은 색채여행을 안겨준다.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24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24
“사실 ‘꼬리’, ‘파피용’은 엄청 빨리 쓴 노래들입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부산에 있을 때부터 데모 곡을 만들면 무조건 가제를 ‘밤의 악대’라 했는데 총 7곡이나 됩니다. 그러니까 앨범에 실린 노래는 8번째 밤의 악대인 셈이죠. 처음 영어가사였던 ‘꿈’은 한글가사로 바꾸면서 수십 가지 편곡으로 시도해 완성하는데 가장 오래 걸렸던 노래입니다.”(이성혁) “디스코, 펑키, 레게 등 할 수 있는 장르를 다 해본 것 같아요. 아트록도 했습니다. 그런데 레게 편곡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적극적으로 말렸죠.(웃음) 결과적으로 제일 처음 시도했던 단순한 버전이 가장 좋아 최종적으로 선택했습니다.(정광수)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49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49
정규앨범을 준비 때, 베이시스트 정광수는 마케팅회사 ‘키워드 브릿지’에서 레고 쇼핑몰을 관리하는 일과 음악을 병행했다. 2014년 2월 홍대 앞 텅스텐홀에서 정규 1집 발매기념 쇼 케이스를 했다. “관객이 많이 와 기분이 좋았는데 연주는 그야말로 ‘우당탕’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미숙했죠. 공연 후, 크랜필드는 앨범은 좋은데 라이브를 못한다며 반응이 서늘했습니다. 시원하게 공연을 말아 먹고 나니 제가 음악에 집중하지 못해 연주를 못해서 망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멤버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쇼케이스를 치른 다음 주에 회사 사장이 “밴드냐? 회사냐? 선택하라”고 해 망설임 없이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동안 음악보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직장으로 한눈을 판 것에 대해 멤버들에게 사과했는데 음악에 더욱 매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정광수)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32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32
지수현의 부모님은 정규앨범 발표 전에는 그저 취미로 음악을 한다고 생각했던 딸이 기대했던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걷자 실망했다. “명절 때마다 고향에 내려가면 돈도 벌지 못하는 음악이 뭐가 좋은지, 미래에 대한 준비는 하는 건지를 묻는 부모님과 친척들의 질문공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습니다. 속상하다가도 드럼 셋에 앉아 합주를 하고 공연을 하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더군요. 얼마 전 부산공연에 부모님이 오셨는데, 꽤 감명을 받으셨던 것 같아요. 공연 후에 엄마가 저에게 건넨 첫마디가 ‘팔 아프지 않냐?’였죠. ‘너는 그 팀에 안 어울린다.’고 비난했던 아빠도 ‘군대시절에 짬밥 통을 엎어놓고 젓가락으로 리듬을 두드리며 놀았다.’로 관심을 보여주셔서 눈물이 찔끔 나더군요.”(지수현)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26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26
라이브에서 치명적인 취약점을 드러냈지만 음반은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과 다음뮤직 ‘이달의 앨범’에 선정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마치 소년이 꿈꾸는 것 같은 몽롱한 사운드는 크랜필드 만의 선명한 오리지널리티를 담아냈던 것. 쇼 케이스 실패이후 멤버들은 라이브를 잘하고 싶은 욕망이 간절했다. 연습 강도를 높이고 장비도 추가해 기타 이펙터와 MR을 활용하며 음향, 기술적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시작했다. 이후 크고 작은 각종 라이브 무대를 통해 점차 밴드 합을 쌓아갔다. 자연스럽게 라이브 내공이 상승되며 인디 음악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조금씩 팬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33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33
자신감이 생긴 크랜필드는 좌절의 연속이었던 2013년의 악몽을 벗어던지고 2014년 첫 헬로루키 경연이었던 4월 오디션에 출전했다. 열띤 경연 끝에 포크 싱어송라이터 권나무와 함께 5월의 헬로루키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2014년 년 말 결선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루키 밴드에 등극하는 감격을 맛봤다. 또한 정부지원 오디션인 K루키즈에도 선정되며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라이브 무대마다 차이가 나는 완성도의 편차는 음악적으로 풀어야 할 이들의 숙제다. 색채의 향연 같은 몽환적인 크랜필드의 음악은 시각적 효과가 더해진다면 몇 배의 매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14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14
솔직히 일상복 차림의 무대에서 크랜필드 음악의 진수를 맛보기는 힘들었다. 그런 점에서 깔끔한 하얀색 의상으로 통일감을 준 이미지 변신과 밤하늘의 별을 상징하는 무대 소품을 연출해 진행한 2015년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는 긍정적인 변화다. 오리지널티가 분명한 몽롱하고 환상적인 사운드의 매력을 표출하는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2014년을 성공적으로 갈무리한 크랜필드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라 하는 2집에 대한 부담감도 극복해야 될 또 하나의 과제다. 크랜필드의 음악여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음악에 대한 간절함과 열정으로 가득 찬 이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무한하다.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39
크랜필드 빛축제 피쳐사진39
“우선 금년 2월 말에 5곡이 들어간 신보 EP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상황이 좋지 않아 엄두도 내지 못했던 전국투어를 금년에는 꼭 해보고 싶습니다.”(이성혁) “크랜필드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몇 번의 좌절이 있을 때 마다 도닥여 주고, 혼꾸녕도 내고, 포기하려는 저를 잡아 주고 있는 멤버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이제는 저 스스로 밴드에게 좋은 에너지가 될 수 있는 힘이 불끈 솟는 중입니다.”(지수현)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 첫 정규앨범에서 저희들이 꾸었던 꿈에서 깨어나 더 멋지고 큰 그림을 제대로 그려보고 싶습니다.”(정광수)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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